쿵!바닥에 떨어진 진용의 머리를 본 순간 사람들은 전부 넋이 나갔다. 설기우가 이토록 잔인한 사람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조금 전까지 실실 웃으며 전우라고 하더니 돌아서자마자 머리를 잘라버렸다. 정말 극악무도하기 짝이 없었다.“선배!”놀라움도 잠시 금강파 제자들이 노발대발했다. 그런데 그들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진작 준비를 마친 천학문 제자들이 학살을 벌이기 시작했다.처참한 비명이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고 눈 깜짝할 사이에 금강파 제자 대부분이 바닥에 쓰러졌다. 나머지 제자들도 설기우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뭐야?”잔인하기 그지없는 천학문 제자들을 보며 벽하파도 바로 경계하기 시작했다. 저마다 칼을 뽑아 들고 공격할 준비를 마쳤다.“설기우, 너 이렇게 비겁한 놈일 줄은 몰랐어. 감히 기습을 해?”심호중은 눈살을 찌푸리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천학문은 그래도 명문 파벌인데 이런 비겁한 수단을 쓰다니, 정말 파렴치하기 짝이 없었다.“허허... 이기면 충신이고 지면 역적이랬어. 마지막에 웃을 수만 있다면 수단이 비겁한들 뭐 어때?”설기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조금 전 자신의 행동은 수치스러운 게 아니라 영광스럽다고 여겼다.세간은 원래 약육강식인 곳이다. 보물을 위해서 사람 좀 죽이는 게 뭐가 대수라고.“이기면 충신이고 지면 역적이다? 흥, 네가 이긴 것 같아? 나도 여기 있어!”심호중이 무섭게 호통쳤다.“너?”설기우의 얼굴에 하찮음이 가득했다.“네까짓 게 뭔데? 이류 파벌 제자가 무슨 배짱으로 내 앞에서 큰소리쳐?”“무엄하다!”“감히 우리 선배님을 무시해? 죽고 싶어?”그의 말에 벽하파 제자들이 펄쩍 뛰었다. 천학문이 강하긴 했지만 그들도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그리고 큰 선배까지 있어 아예 이길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설기우, 적당히 나대. 재간 있으면 나와 일대일로 붙어보든가. 내가 제대로 보여줄게.”심호중이 사납게 몰아붙였다.“일대일? 좋아, 네 재주가 어떤지 한번 봐야겠어.”설기우는 경멸 섞인 표정으로 손가
“이대로 더 싸웠다간 당신네 선배가 져요.”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진우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단지 충고의 한마디였지만 벽하파 제자들의 반발만 일으키고 말았다.“헛소리 집어치워요. 우리 선배의 실력이 얼마나 강하고 검법도 얼마나 대단한데 어떻게 져요?”“그러게 말이에요. 두 눈 똑바로 뜨고 봐요. 아까는 분명 우리 선배가 이기고 있었다고요.”“흥! 어떻게 상대의 기세를 북돋우고 우리 편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어요? 아무것도 모르면 그냥 가만히 있어요. 헛소리하지 말고.”사람들은 너도나도 한마디씩 하며 유진우를 질책하기 시작했다.누가 봐도 지금은 심호중이 이기고 있는 상황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승리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유진우는 심호중을 응원해주지 못할망정 초 치는 소리만 하고 있었다. 말이 씨가 되면 어쩌려고!“진우 씨 아직 우리 선배를 잘 몰라서 그래요.”한예슬이 자랑스럽게 소개했다.“선배의 실력은 무주의 젊은 세대 중에서도 3위 안에 들 정도예요. 예전에 적지 않은 무도 고수를 이겼으니 설기우를 상대하는 것쯤은 문제가 아닐 겁니다.”“맞아요. 선배가 어떻게 적을 이기는지 잘 보기나 해요.”벽하파 제자들은 전혀 두려움이라곤 없었고 하나같이 자신만만해 보였다.유진우는 고개만 내저을 뿐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 사람들 너무 무모해.’시간이 흐름에 따라 전투가 점점 치열해졌다.심호중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듯했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벽하 검법!”심호중은 이를 악물고 필살기를 꺼냈다. 그가 장검을 빠르게 휘두르자 눈 부신 빛이 사방에 흩날렸고 광풍이 휘몰아치면서 먼지와 돌이 마구 날렸다. 반경 3m 이내가 검의 빛으로 뒤덮였고 그 위력이 실로 대단했다.“저기 봐! 선배가 필살기를 꺼냈어.”“하하... 벽하 검법을 쓰면 설기우는 무조건 죽을 거야.”“유진우, 두 눈 똑바로 뜨고 봐. 우리 선배가 얼마나 대단한지.”벽하파 제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승기를 손에 쥐었다고 확신
“말도 안 돼!”피를 토하며 쓰러진 벽하파 제자들을 보며 심연수와 한예슬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조금 전 제자들이 두 사람을 지켜주려고 가장 안쪽에 밀어 넣어서 미처 도와주지 못했다.그리고 곧이어 충격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십여 명의 벽하파 엘리트들이 설기우의 검 한방에 전부 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말았다. 실로 무서운 실력이 아닐 수 없었다.“쓸모없는 것들. 고작 이 실력으로 나에게 덤벼? 제 주제는 좀 알아야지.”설기우는 장검을 든 채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 심호중과 싸운 건 정말 재미 삼아 잠깐 놀아줄 생각이었다. 이젠 재미도 다 봤겠다, 끝을 맺을 때도 되었다.“선배의 실력은 역시 따라올 자가 없습니다. 정말 대단하세요.”“흥! 이류 파벌 주제에 나한테 덤벼? 죽으려고 환장한 거지.”천학문 제자들이 의기양양해 하며 크게 웃었다. 벽하파를 해결했으니 보물은 전부 그들의 것이 될 것이다.“선배, 저기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 있잖아요. 그냥 죽이기엔 아까운데 우리가 좀 데리고 놀아도 될까요?”한 천학문 제자가 갑자기 심연수 등 몇몇을 가리키며 음흉하게 웃었다.“그러고 싶어?”설기우는 재밌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괜찮은 여자들이네. 즐기려면 얼른 즐겨. 시간 너무 끌지 말고.”“하하. 감사합니다, 선배.”천학문 제자들은 흥분하면서 펄쩍 뛰었다. 하나같이 오랜 시간 굶주린 짐승처럼 두 눈에서 빛이 다 났다.“연수야, 내가 잡고 있을 테니까 얼른 도망쳐!”상황이 심상치 않자 심호중이 이를 깨물고 겨우 일어섰다. 동생이 천학문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면 어떤 일을 당할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이 짐승들은 이미 인간성이라곤 없었다.“죽어도 같이 죽어. 절대 오빠 혼자 내버려 두지 않아.”심연수는 죽음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듯 천천히 검을 들었다.“제발 말 들어! 얼른 도망가!”심호중이 고개를 돌려 소리쳤다. 동생만 무사하다면 목숨 하나 내놓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예슬아, 진우 씨 데리고 얼른 가. 여긴 나
“어이! 내 검을 세 번 버티면 목숨은 살려줄게.”설기우는 사정없이 유진우를 조롱하며 장검을 천천히 들었다.“그래? 그럼 네 검이 얼마나 센지 한번 봐야겠는데.”유진우는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앞으로 걸어 나갔다.“진우 씨.”심연수의 표정이 급변하더니 유진우의 손목을 다급하게 잡으며 말렸다.“설기우의 실력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요. 진우 씨 상대가 아니니까 얼른 도망쳐요.”“네, 진우 씨. 저 사람 무서운 사람이에요. 덤벼봤자 달걀로 바위 치기라고요.”한예슬도 나서서 말렸다.“진우 씨, 여기서 소란 피우지 말고 얼른 애들 데리고 가요. 진우 씨가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요.”심호중이 참다못해 언성을 높였다.“맞아요. 우리 선배마저 설기우의 상대가 안 되는데 당신이 무슨 수로 역전시켜요? 얼른 가요!”이젠 벽하파 제자들마저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유진우가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죽게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다들 긴장해 하지 말아요. 설기우 따위 난 안중에도 둔 적이 없어요.”유진우는 여전히 차분한 표정으로 아무렇지 않게 앞으로 걸어 나갔다.“진우 씨.”심연수는 말리고 싶었지만 천학문 제자들이 이미 유진우를 빼곡하게 둘러싸고 있었다.“망했어... 이젠 아무도 진우 씨를 못 구해.”한예슬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시신이 된 유진우의 모습이 눈에 훤한 듯했다.“정말 제 주제도 모르는 놈이야!”심호중은 한스러워 원망을 쏟아냈다.“사람 말을 아예 듣질 않아. 고집불통이야, 아주!”벽하파 제자들은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흥! 네까짓 게 감히 우리 선배한테 덤벼? 이따가 어떻게 죽는지 보자.”천학문 제자들은 코웃음을 치며 재미나는 구경거리를 기대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마음껏 덤벼봐.”유진우는 한 손은 뒷짐 지고 다른 한 손을 내밀어 손가락을 까딱였다. 상대를 대놓고 업신여기는 도발적인 행동이었다.“그렇게 죽고 싶다면 내가 그 소원 들어주지.”설기우는 흉악스럽게 웃으며 발
시신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갈기갈기 찢어진 설기우를 보며 사람들은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하나같이 제자리에 굳은 채, 마치 귀신을 본 듯 경악했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은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였다.꿈이 아니라면 이런 말도 안 되는 광경을 어찌 믿을 수 있단 말인가?천학문 큰 제자이자 경주에서 공인한 검도 천재, 그리고 벽하파 제자들을 한 방에 제압하는 강력한 존재가 한낱 이름도 없는 녀석에게 졌다고?아니, 진 것뿐만이 아니라 정확하게는 유진우의 주먹에 터져버리고 말았다. 단 일격에 검과 사람 모두 형체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갈기갈기 찢어졌다.이게 정말 인간이란 말인가? 괴물 아니고?“말... 말도 안 돼. 선배가... 죽었어?”피로 흥건한 바닥을 보며 천학문 제자들은 잿빛이 된 얼굴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들의 눈빛에 경악과 공포뿐이었다.검도 천재라 불리던 설기우가 유진우의 손에 순식간에 죽었다는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말만 들어도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내...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진우 씨가 이겼어?”심호중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설기우가 검을 빼 들었을 때 유진우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고 확신했었다.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결과는 정말 충격 그 자체였다.“세상에나, 내가 저런 괴물을 데려왔다고?”심연수는 놀란 얼굴로 침을 꼴깍 삼켰다.“주먹 한 방에 설기우를 해결했어. 진우 씨 너무 대박인데?”한예슬은 놀라면서도 기쁜 나머지 자리에서 펄쩍 뛸 뻔했다. 조금 전까지 유진우가 설기우의 검에 찔려 죽으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인제 보니 괜한 걱정이었다.‘잘생긴 얼굴에 마음까지 따뜻한 진우 씨가 실력을 숨긴 고수였구나.’“괴물이야!”벽하파 제자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듯했다.조금 전까지 유진우를 무시하고 하찮게 여겼던 자신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그들이 이번엔 사람을 잘못 본 게 맞다고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흥, 이건 아무
암석과 흙으로 만들어진 바닥에 손 모양의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구멍 안에 천학문 제자 십여 명이 떨어졌는데 어떤 이는 중상을 입고 피를 토했고 어떤 이는 즉사하고 말았다.단 일격에 제자들이 거의 전멸했다. 실로 무서운 한방이 아닐 수 없었다.“사부님!”노인을 보자 벽하파 제자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믿을만한 사람이라도 되는 듯 재빨리 달려갔다.그 노인이 바로 벽하파 오너 한중섭이었다.“아빠, 드디어 오셨네요. 우리 아까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요.”한예슬은 한중섭에게 다가가 그렁그렁한 두 눈으로 울상을 지었다.“너 이 녀석, 평소 훈련 좀 하라고 했을 때 그렇게 듣지 않더니 위험이 닥치니까 인제야 무서워?”한중섭은 뒷짐을 진 채 한예슬을 꾸짖었다.“아빠, 적이 너무 강했어요. 선배마저 상대가 안 되는데 저라고 무슨 수가 있었겠어요?”한예슬은 억울한지 입을 삐죽거렸다.“맞아요, 사부님. 천학문 제자들이 정말 강하더라고요. 이번에 진우 씨가 아니었더라면 정말 위험할 뻔했어요.”심연수는 말하면서 유진우를 힐끗 보았다. 모든 공로를 유진우에게 돌리는 듯했다.“응, 방금 다 봤어.”한중섭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유진우를 보며 덤덤하게 말했다.“젊은이, 실력이 괜찮은 것 같은데 사부님이 누구신가?”“파벌도 없고 사부님도 없습니다.”유진우가 대답했다.“그래? 그럼 독학이란 말이야?”한중섭은 놀란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유진우를 벽하파로 끌어들이려 했다.“젊은이의 천부적인 재능이 아주 뛰어나. 파벌이 없으면 날 사부로 삼는 건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든든한 힘이 되어줄 수 있는데.”“죄송하지만 전 아직 사부를 모실 생각은 없습니다.”유진우가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기회 없어. 무주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내 제자가 되려고 찾아오는지 알아? 다들 아무리 빌어도 자격 미달이라 거절당했어. 그 사람들에 비하면 젊은이는 운이 좋은 거야.”한중섭이 의기양양해 하며 말했다.“맞아요, 진우 씨. 우리 사부님은 반보 마스터
한중섭이 도발하자 유진우도 슬슬 짜증이 밀려왔다. 제자가 되든 말든 그건 개인의 뜻이지, 강요한다고 해서 될 일인가? 그리고 고작 반보 마스터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유진우의 사부가 되겠다는 거지?“사부님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데 진우 씨가 내키지 않을 리가 있겠어요? 아직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가 봐요. 시간 좀 더 주면 어떨까요? 사부님이 얼마나 대단한 분인지 알게 되면 알아서 사부님으로 모실 겁니다.”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심연수가 재빨리 나서서 수습했다.“네, 아빠. 지금 중요한 건 제자를 들이는 게 아니라 보물이에요. 중요한 일을 그르쳐선 안 되죠.”한예슬도 나서서 말렸다. 아쉽긴 했지만 유진우를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괜히 강요했다가 사이만 틀어지면 큰일이니까.“젊은이, 그럼 생각할 시간 3일 줄게. 3일 내로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지 날 찾아와도 좋아. 하지만 3일이 지난다면 아무리 빌어도 쳐다도 안 볼 테니까 알아서 해.”말을 마친 한중섭은 뒷짐을 지고 묘의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지금 가장 중요한 건 고영은의 묘였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 때문에 기분을 망쳐선 안 되었다.“흥! 당신 인생에서 가장 어리석은 일이 바로 우리 사부님을 거절한 일일 거야. 언젠가는 후회할 테니까 두고 봐.”심호중은 한마디 던진 후 벽하파 제자들과 함께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벼락출세할 절호의 기회였지만 제 발로 차버린 유진우가 참 어리석다고 생각했다.“진우 씨, 우리 사부님 성격이 좀 직설적이에요.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심연수가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제자로 들이냐 마냐 하는 것 때문에 하마터면 사이가 틀어질 뻔했다.“괜찮아요. 별일도 아닌데요, 뭐.”유진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됐어요. 지나간 일은 지나간 거고 다시는 꺼내지 말자고요. 이만 들어갑시다. 저 안에 대체 무슨 보물이 있는지 보러 가요.”한예슬은 기대하면서도 떨렸다.“진우 씨, 가요.”심연수는 웃으면서 일행과 함께 따라나섰
그의 힘으로 봐서 몇천 근쯤 드는 건 아무 문제도 없겠는데, 어떻게 검 한 자루도 못 뽑지?“다시 해봐.”한중섭이 재촉했다. 명철은 주저 없이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칼자루를 잡고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그의 팔에는 힘줄이 불끈 솟아났고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명철이 땀투성이가 돼 말했다.“사부님, 못 해요. 전 못 뽑아요.”“쓸데없는 놈! 검 한 자루도 못 뽑다니, 비켜! 내가 할게.”심호중이 더는 못 보겠다는 듯 앞으로 걸어 나와 명철을 떠밀고 손바닥에 침을 뱉어 힘껏 비볐다. 준비동작이 끝나자, 그는 두 손으로 칼자루를 단단히 잡고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온몸의 진기를 끌어모아 힘껏 위로 당겼다.하지만 검은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었다.“젠장! 이럴 리 없어!”심호중은 인상을 구기고는 포기하지 않고 몇 번 더 뽑아보았다. 하지만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칼은 산과 한 몸이 된 듯 그저 고요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심호중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머뭇거리며 말했다.“사부님, 검이 좀 이상해요, 뽑히지 않아요. 사부님이 직접 하셔야겠는데요.”“흥! 검 한 자루도 못 뽑다니, 밖에 나가선 내 제자라고 하지 마, 창피해서 원!”한중섭이 굳은 표정으로 뒷짐을 지고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그는 검을 에워싸고 한 바퀴 빙 돌고는 별다른 위험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한쪽 손을 뻗어 칼자루를 잡고 위로 당겼다.검은 역시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응?”한중섭이 옅게 인상을 쓰며 계속 힘주어 당겼지만 검은 여전히 뽑히지 않았다.제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망신을 당하기 싫었던 한중섭은 결국 두 손으로 칼자루를 단단히 잡고 몸을 구부렸다.“뽑혀라!”한중섭의 고함과 함께 그의 몸에서 진기가 폭발했다.콰르릉!땅이 울리더니 돌 몇 개가 떨어지며 먼지를 일으켰다. 지진이라도 난 듯 무시무시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검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감히 날 업신여기다니!”한중섭은 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