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내 검을 세 번 버티면 목숨은 살려줄게.”설기우는 사정없이 유진우를 조롱하며 장검을 천천히 들었다.“그래? 그럼 네 검이 얼마나 센지 한번 봐야겠는데.”유진우는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앞으로 걸어 나갔다.“진우 씨.”심연수의 표정이 급변하더니 유진우의 손목을 다급하게 잡으며 말렸다.“설기우의 실력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요. 진우 씨 상대가 아니니까 얼른 도망쳐요.”“네, 진우 씨. 저 사람 무서운 사람이에요. 덤벼봤자 달걀로 바위 치기라고요.”한예슬도 나서서 말렸다.“진우 씨, 여기서 소란 피우지 말고 얼른 애들 데리고 가요. 진우 씨가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요.”심호중이 참다못해 언성을 높였다.“맞아요. 우리 선배마저 설기우의 상대가 안 되는데 당신이 무슨 수로 역전시켜요? 얼른 가요!”이젠 벽하파 제자들마저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유진우가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죽게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다들 긴장해 하지 말아요. 설기우 따위 난 안중에도 둔 적이 없어요.”유진우는 여전히 차분한 표정으로 아무렇지 않게 앞으로 걸어 나갔다.“진우 씨.”심연수는 말리고 싶었지만 천학문 제자들이 이미 유진우를 빼곡하게 둘러싸고 있었다.“망했어... 이젠 아무도 진우 씨를 못 구해.”한예슬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시신이 된 유진우의 모습이 눈에 훤한 듯했다.“정말 제 주제도 모르는 놈이야!”심호중은 한스러워 원망을 쏟아냈다.“사람 말을 아예 듣질 않아. 고집불통이야, 아주!”벽하파 제자들은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흥! 네까짓 게 감히 우리 선배한테 덤벼? 이따가 어떻게 죽는지 보자.”천학문 제자들은 코웃음을 치며 재미나는 구경거리를 기대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마음껏 덤벼봐.”유진우는 한 손은 뒷짐 지고 다른 한 손을 내밀어 손가락을 까딱였다. 상대를 대놓고 업신여기는 도발적인 행동이었다.“그렇게 죽고 싶다면 내가 그 소원 들어주지.”설기우는 흉악스럽게 웃으며 발
시신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갈기갈기 찢어진 설기우를 보며 사람들은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하나같이 제자리에 굳은 채, 마치 귀신을 본 듯 경악했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은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였다.꿈이 아니라면 이런 말도 안 되는 광경을 어찌 믿을 수 있단 말인가?천학문 큰 제자이자 경주에서 공인한 검도 천재, 그리고 벽하파 제자들을 한 방에 제압하는 강력한 존재가 한낱 이름도 없는 녀석에게 졌다고?아니, 진 것뿐만이 아니라 정확하게는 유진우의 주먹에 터져버리고 말았다. 단 일격에 검과 사람 모두 형체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갈기갈기 찢어졌다.이게 정말 인간이란 말인가? 괴물 아니고?“말... 말도 안 돼. 선배가... 죽었어?”피로 흥건한 바닥을 보며 천학문 제자들은 잿빛이 된 얼굴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들의 눈빛에 경악과 공포뿐이었다.검도 천재라 불리던 설기우가 유진우의 손에 순식간에 죽었다는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말만 들어도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내...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진우 씨가 이겼어?”심호중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설기우가 검을 빼 들었을 때 유진우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고 확신했었다.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결과는 정말 충격 그 자체였다.“세상에나, 내가 저런 괴물을 데려왔다고?”심연수는 놀란 얼굴로 침을 꼴깍 삼켰다.“주먹 한 방에 설기우를 해결했어. 진우 씨 너무 대박인데?”한예슬은 놀라면서도 기쁜 나머지 자리에서 펄쩍 뛸 뻔했다. 조금 전까지 유진우가 설기우의 검에 찔려 죽으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인제 보니 괜한 걱정이었다.‘잘생긴 얼굴에 마음까지 따뜻한 진우 씨가 실력을 숨긴 고수였구나.’“괴물이야!”벽하파 제자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듯했다.조금 전까지 유진우를 무시하고 하찮게 여겼던 자신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그들이 이번엔 사람을 잘못 본 게 맞다고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흥, 이건 아무
암석과 흙으로 만들어진 바닥에 손 모양의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구멍 안에 천학문 제자 십여 명이 떨어졌는데 어떤 이는 중상을 입고 피를 토했고 어떤 이는 즉사하고 말았다.단 일격에 제자들이 거의 전멸했다. 실로 무서운 한방이 아닐 수 없었다.“사부님!”노인을 보자 벽하파 제자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믿을만한 사람이라도 되는 듯 재빨리 달려갔다.그 노인이 바로 벽하파 오너 한중섭이었다.“아빠, 드디어 오셨네요. 우리 아까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요.”한예슬은 한중섭에게 다가가 그렁그렁한 두 눈으로 울상을 지었다.“너 이 녀석, 평소 훈련 좀 하라고 했을 때 그렇게 듣지 않더니 위험이 닥치니까 인제야 무서워?”한중섭은 뒷짐을 진 채 한예슬을 꾸짖었다.“아빠, 적이 너무 강했어요. 선배마저 상대가 안 되는데 저라고 무슨 수가 있었겠어요?”한예슬은 억울한지 입을 삐죽거렸다.“맞아요, 사부님. 천학문 제자들이 정말 강하더라고요. 이번에 진우 씨가 아니었더라면 정말 위험할 뻔했어요.”심연수는 말하면서 유진우를 힐끗 보았다. 모든 공로를 유진우에게 돌리는 듯했다.“응, 방금 다 봤어.”한중섭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유진우를 보며 덤덤하게 말했다.“젊은이, 실력이 괜찮은 것 같은데 사부님이 누구신가?”“파벌도 없고 사부님도 없습니다.”유진우가 대답했다.“그래? 그럼 독학이란 말이야?”한중섭은 놀란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유진우를 벽하파로 끌어들이려 했다.“젊은이의 천부적인 재능이 아주 뛰어나. 파벌이 없으면 날 사부로 삼는 건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든든한 힘이 되어줄 수 있는데.”“죄송하지만 전 아직 사부를 모실 생각은 없습니다.”유진우가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기회 없어. 무주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내 제자가 되려고 찾아오는지 알아? 다들 아무리 빌어도 자격 미달이라 거절당했어. 그 사람들에 비하면 젊은이는 운이 좋은 거야.”한중섭이 의기양양해 하며 말했다.“맞아요, 진우 씨. 우리 사부님은 반보 마스터
한중섭이 도발하자 유진우도 슬슬 짜증이 밀려왔다. 제자가 되든 말든 그건 개인의 뜻이지, 강요한다고 해서 될 일인가? 그리고 고작 반보 마스터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유진우의 사부가 되겠다는 거지?“사부님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데 진우 씨가 내키지 않을 리가 있겠어요? 아직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가 봐요. 시간 좀 더 주면 어떨까요? 사부님이 얼마나 대단한 분인지 알게 되면 알아서 사부님으로 모실 겁니다.”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심연수가 재빨리 나서서 수습했다.“네, 아빠. 지금 중요한 건 제자를 들이는 게 아니라 보물이에요. 중요한 일을 그르쳐선 안 되죠.”한예슬도 나서서 말렸다. 아쉽긴 했지만 유진우를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괜히 강요했다가 사이만 틀어지면 큰일이니까.“젊은이, 그럼 생각할 시간 3일 줄게. 3일 내로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지 날 찾아와도 좋아. 하지만 3일이 지난다면 아무리 빌어도 쳐다도 안 볼 테니까 알아서 해.”말을 마친 한중섭은 뒷짐을 지고 묘의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지금 가장 중요한 건 고영은의 묘였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 때문에 기분을 망쳐선 안 되었다.“흥! 당신 인생에서 가장 어리석은 일이 바로 우리 사부님을 거절한 일일 거야. 언젠가는 후회할 테니까 두고 봐.”심호중은 한마디 던진 후 벽하파 제자들과 함께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벼락출세할 절호의 기회였지만 제 발로 차버린 유진우가 참 어리석다고 생각했다.“진우 씨, 우리 사부님 성격이 좀 직설적이에요.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심연수가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제자로 들이냐 마냐 하는 것 때문에 하마터면 사이가 틀어질 뻔했다.“괜찮아요. 별일도 아닌데요, 뭐.”유진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됐어요. 지나간 일은 지나간 거고 다시는 꺼내지 말자고요. 이만 들어갑시다. 저 안에 대체 무슨 보물이 있는지 보러 가요.”한예슬은 기대하면서도 떨렸다.“진우 씨, 가요.”심연수는 웃으면서 일행과 함께 따라나섰
그의 힘으로 봐서 몇천 근쯤 드는 건 아무 문제도 없겠는데, 어떻게 검 한 자루도 못 뽑지?“다시 해봐.”한중섭이 재촉했다. 명철은 주저 없이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칼자루를 잡고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그의 팔에는 힘줄이 불끈 솟아났고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명철이 땀투성이가 돼 말했다.“사부님, 못 해요. 전 못 뽑아요.”“쓸데없는 놈! 검 한 자루도 못 뽑다니, 비켜! 내가 할게.”심호중이 더는 못 보겠다는 듯 앞으로 걸어 나와 명철을 떠밀고 손바닥에 침을 뱉어 힘껏 비볐다. 준비동작이 끝나자, 그는 두 손으로 칼자루를 단단히 잡고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온몸의 진기를 끌어모아 힘껏 위로 당겼다.하지만 검은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었다.“젠장! 이럴 리 없어!”심호중은 인상을 구기고는 포기하지 않고 몇 번 더 뽑아보았다. 하지만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칼은 산과 한 몸이 된 듯 그저 고요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심호중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머뭇거리며 말했다.“사부님, 검이 좀 이상해요, 뽑히지 않아요. 사부님이 직접 하셔야겠는데요.”“흥! 검 한 자루도 못 뽑다니, 밖에 나가선 내 제자라고 하지 마, 창피해서 원!”한중섭이 굳은 표정으로 뒷짐을 지고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그는 검을 에워싸고 한 바퀴 빙 돌고는 별다른 위험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한쪽 손을 뻗어 칼자루를 잡고 위로 당겼다.검은 역시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응?”한중섭이 옅게 인상을 쓰며 계속 힘주어 당겼지만 검은 여전히 뽑히지 않았다.제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망신을 당하기 싫었던 한중섭은 결국 두 손으로 칼자루를 단단히 잡고 몸을 구부렸다.“뽑혀라!”한중섭의 고함과 함께 그의 몸에서 진기가 폭발했다.콰르릉!땅이 울리더니 돌 몇 개가 떨어지며 먼지를 일으켰다. 지진이라도 난 듯 무시무시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검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감히 날 업신여기다니!”한중섭은 이를
사람들은 유진우의 손에 들린 검을 보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안간힘을 써도 뽑히지 않던 검이 스스로 튀어나와 유진우의 손에 들어갈 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가장 무시무시한 것은, 유진우는 애초에 검을 만지지도 않았다는 것이었다. 손가락 두 개를 까딱한 게 다였다. 그런데 검은 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갑자기 튀어나와 유진우의 손에 들어갔다.대체 왜?‘젖 먹던 힘을 써도 뽑히지 않던 검이었는데, 왜 유진우의 손짓 하나에 스스로 튀어나왔을까? 차별 대우? 인종차별? 우린 사람도 아니다 이건가?’“이, 이럴 리 없어. 어떻게 이렇게 쉽게 해결한 거야?”심호중이 눈을 크게 뜨며 경악했다.‘사부님도 뽑지 못한 검이었는데, 왜 유진우의 손짓 하나에 해결된 거지? 어떻게 된 거야?’“헐,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저절로 튀어나온 거야?”한예슬이 침을 꿀꺽 삼키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검이 정말 사람을 가리기라도 하는 거야?”심연수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었다.“대... 대체 어떻게 한 거야?”한중섭이 평정심을 잃고 인상을 썼다. 자신은 안 되는데 왜 유진우는 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유진우보다 못하다는 건가?“저도 모르겠어요, 그냥 손짓하니 오던데요.”유진우는 손의 검을 쳐다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검을 잘 다뤘지만 자주 쓰지는 않았다. 일반적인 검은 그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하지만 이 검은 달랐다. 마치 그를 위해 만들어진 검인 것처럼 튼튼하고 날카로웠다. 심지어 그 검에서 무시무시한 힘을 느낄 수도 있었다.“확실히 괜찮네.”유진우는 웃으며 검을 쓰다듬었다.“축하해요. 검이 사람을 가리나 보네요.”심연수가 웃으며 축하를 건넸다. 이때 한중섭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잠깐! 젊은이, 이 검을 지니고 있으면 큰일이 날 거야. 내가 대신 보관해 주지, 어떻나?”“네? 아, 괜찮습니다. 저와 인연이 깊은 검이기에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자네를
이 늙은이는 이익에 눈이 멀어 검을 가로채려 하고 있다.“젊은이, 잘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 난 지금 자네 의견을 묻는 게 아니야. 이 검은 자네한테 어울리지 않아. 내게 넘기는 게 자네한테도 좋을 거야.”“지금 절 협박하시는 건가요?”“충고하는 거야. 자넨 아직 젊고, 기회도 많잖아. 고작 검 한 자루를 위해 자네 미래를 포기할 순 없지. 안 그래?”한중섭이 계속 부추겼다. 그는 반드시 이 검을 가져와야만 했다. 체면만 아니었으면 이미 빼앗았을 것이다.“사부님, 이 검은 사람을 가리는 것 같은데, 이렇게까지 하는 건...”심연수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정직했던 사부님이 검 한 자루를 위해 이런 짓을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닥쳐! 네까짓 게 뭘 알아? 이 검은 원래부터 주인 없는 물건이었어. 가지는 사람이 임자야!”“아빠! 하지만 이 검은 이미 진우 오빠가 가졌는데, 이렇게 빼앗아도 되는 거예요?”한예슬이 화가 난 듯 물었다.“고얀 놈! 넌 내 딸인데, 왜 다른 사람 편을 드는 거야?”“사실을 말하는 것뿐이에요! 진우 오빠가 저흴 구해줬는데, 아직 보답도 못했단 말이에요. 이렇게까지 하는 건 너무한 것 같아요!”“흥! 우리가 저자를 데려오지 않았으면 보물을 보지도 못했을 거잖아! 그리고 검 한 자루만 달라는 게 뭐 어때서? 나중에 다른 보물을 찾으면 먼저 고르라고 하면 될 거 아니야?”“하지만...”“됐어! 난 이 검이 마음에 무척 들어. 어떻게 되든 꼭 얻어내고 말 거야!”“제가 싫다면요?”유진우가 차갑게 물었다.“안 주겠다는 거야? 그럼 미안하게 됐네!”한중섭이 크게 외쳤다. 강한 에너지가 그의 몸에서 폭발해 사나운 맹수처럼 이빨을 드러냈다.“잠깐!”이때 한예슬이 유진우의 앞을 막아섰다.“아빠! 진우 오빠는 제 생명의 은인이에요. 죽이려거든 먼저 절 죽여요!”“나쁜 년! 당장 꺼져!”한중섭이 급히 외쳤다. 딸 키워봤자 좋을 거 없다더니.“아빠! 은혜를 원수로 갚지 말라고 하셨잖아요!”한예슬은 입술을 깨물고
“할 수 있으면 어디 한 번 뽑아봐요.”유진우는 더 이상 말하기도 싫다는 듯 검을 원위치에 돌려놓고는 문으로 걸어갔다. 총 세 개의 돌 문이 있었는데, 아무 문이나 골라 열고 들어갔다.심연수와 한예슬을 봐서 더 이상 따지지 않고 흩어진 것이었다. 어차피 한중섭은 검을 뽑지 못하니, 원래 자리에 남겨두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검은 꽃무릇이었다. 그걸 찾고 다시 검을 가지러 와도 시간은 충분했다.“자식! 거기 멈춰!”유진우가 떠나려 하자 한중섭은 그를 공격하려는 듯 손을 치켜들었다.“그만해요!”한예슬이 다시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 한중섭이 깜짝 놀라 손을 내리고는 유진우 일행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어쩔 수 없이 지켜보았다.“나쁜 년! 감히 외간 사람 편을 들어? 멍청하긴!”한중섭이 가슴을 퍽퍽 치며 아쉬움을 표했다. 대체 왜 이러지?“아빠! 보물도 물론 중요하지만, 양심을 저버리면 안 되죠!”“너...”한중섭이 손을 들어 한예슬을 때리려 하다 결국 천천히 손을 내렸다. 자식이라고는 딸 하나뿐인데, 어떻게 때릴 수 있겠는가?심호중이 조심스레 물었다.“사부님, 그 자식은 갔지만 검은 아직 여기 있어요. 다시 한번 해보는 건 어때요?”“흥! 그 자식만 검을 뽑을 수 있을 리 없어!”한중섭이 이를 악물고는 칼자루를 꽉 쥐고 힘껏 위로 당겼다. 하지만 검은 유진우에게 반응할 때와는 달리 꼼짝하지 않았다.“쓰레기 같은 것! 널 없애버릴 거야!”몇 번의 시도 끝에 인내심이 바닥난 한중섭이 칼자루를 힘껏 내리쳤다.펑!굉음이 울렸다. 한중섭은 정체 모를 힘에 부딪쳐 몇 걸음 물러났다. 이어 팔이 저릿해졌다.뽑지도 부수지도 못하는 검이라니, 한중섭은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 조금 진정한 뒤 그는 제자 두 명을 남겨 자리를 지키게 하고는 사람들을 이끌고 다른 돌 문을 열었다.계속 이러고 있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어쩌면 다른 곳에 더 좋은 보물이 있을 수도 있었다.“아저씨, 그 노인네 너무 못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