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섭이 도발하자 유진우도 슬슬 짜증이 밀려왔다. 제자가 되든 말든 그건 개인의 뜻이지, 강요한다고 해서 될 일인가? 그리고 고작 반보 마스터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유진우의 사부가 되겠다는 거지?“사부님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데 진우 씨가 내키지 않을 리가 있겠어요? 아직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가 봐요. 시간 좀 더 주면 어떨까요? 사부님이 얼마나 대단한 분인지 알게 되면 알아서 사부님으로 모실 겁니다.”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심연수가 재빨리 나서서 수습했다.“네, 아빠. 지금 중요한 건 제자를 들이는 게 아니라 보물이에요. 중요한 일을 그르쳐선 안 되죠.”한예슬도 나서서 말렸다. 아쉽긴 했지만 유진우를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괜히 강요했다가 사이만 틀어지면 큰일이니까.“젊은이, 그럼 생각할 시간 3일 줄게. 3일 내로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지 날 찾아와도 좋아. 하지만 3일이 지난다면 아무리 빌어도 쳐다도 안 볼 테니까 알아서 해.”말을 마친 한중섭은 뒷짐을 지고 묘의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지금 가장 중요한 건 고영은의 묘였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 때문에 기분을 망쳐선 안 되었다.“흥! 당신 인생에서 가장 어리석은 일이 바로 우리 사부님을 거절한 일일 거야. 언젠가는 후회할 테니까 두고 봐.”심호중은 한마디 던진 후 벽하파 제자들과 함께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벼락출세할 절호의 기회였지만 제 발로 차버린 유진우가 참 어리석다고 생각했다.“진우 씨, 우리 사부님 성격이 좀 직설적이에요.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심연수가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제자로 들이냐 마냐 하는 것 때문에 하마터면 사이가 틀어질 뻔했다.“괜찮아요. 별일도 아닌데요, 뭐.”유진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됐어요. 지나간 일은 지나간 거고 다시는 꺼내지 말자고요. 이만 들어갑시다. 저 안에 대체 무슨 보물이 있는지 보러 가요.”한예슬은 기대하면서도 떨렸다.“진우 씨, 가요.”심연수는 웃으면서 일행과 함께 따라나섰
그의 힘으로 봐서 몇천 근쯤 드는 건 아무 문제도 없겠는데, 어떻게 검 한 자루도 못 뽑지?“다시 해봐.”한중섭이 재촉했다. 명철은 주저 없이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칼자루를 잡고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그의 팔에는 힘줄이 불끈 솟아났고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명철이 땀투성이가 돼 말했다.“사부님, 못 해요. 전 못 뽑아요.”“쓸데없는 놈! 검 한 자루도 못 뽑다니, 비켜! 내가 할게.”심호중이 더는 못 보겠다는 듯 앞으로 걸어 나와 명철을 떠밀고 손바닥에 침을 뱉어 힘껏 비볐다. 준비동작이 끝나자, 그는 두 손으로 칼자루를 단단히 잡고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온몸의 진기를 끌어모아 힘껏 위로 당겼다.하지만 검은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었다.“젠장! 이럴 리 없어!”심호중은 인상을 구기고는 포기하지 않고 몇 번 더 뽑아보았다. 하지만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칼은 산과 한 몸이 된 듯 그저 고요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심호중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머뭇거리며 말했다.“사부님, 검이 좀 이상해요, 뽑히지 않아요. 사부님이 직접 하셔야겠는데요.”“흥! 검 한 자루도 못 뽑다니, 밖에 나가선 내 제자라고 하지 마, 창피해서 원!”한중섭이 굳은 표정으로 뒷짐을 지고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그는 검을 에워싸고 한 바퀴 빙 돌고는 별다른 위험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한쪽 손을 뻗어 칼자루를 잡고 위로 당겼다.검은 역시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응?”한중섭이 옅게 인상을 쓰며 계속 힘주어 당겼지만 검은 여전히 뽑히지 않았다.제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망신을 당하기 싫었던 한중섭은 결국 두 손으로 칼자루를 단단히 잡고 몸을 구부렸다.“뽑혀라!”한중섭의 고함과 함께 그의 몸에서 진기가 폭발했다.콰르릉!땅이 울리더니 돌 몇 개가 떨어지며 먼지를 일으켰다. 지진이라도 난 듯 무시무시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검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감히 날 업신여기다니!”한중섭은 이를
사람들은 유진우의 손에 들린 검을 보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안간힘을 써도 뽑히지 않던 검이 스스로 튀어나와 유진우의 손에 들어갈 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가장 무시무시한 것은, 유진우는 애초에 검을 만지지도 않았다는 것이었다. 손가락 두 개를 까딱한 게 다였다. 그런데 검은 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갑자기 튀어나와 유진우의 손에 들어갔다.대체 왜?‘젖 먹던 힘을 써도 뽑히지 않던 검이었는데, 왜 유진우의 손짓 하나에 스스로 튀어나왔을까? 차별 대우? 인종차별? 우린 사람도 아니다 이건가?’“이, 이럴 리 없어. 어떻게 이렇게 쉽게 해결한 거야?”심호중이 눈을 크게 뜨며 경악했다.‘사부님도 뽑지 못한 검이었는데, 왜 유진우의 손짓 하나에 해결된 거지? 어떻게 된 거야?’“헐,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저절로 튀어나온 거야?”한예슬이 침을 꿀꺽 삼키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검이 정말 사람을 가리기라도 하는 거야?”심연수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었다.“대... 대체 어떻게 한 거야?”한중섭이 평정심을 잃고 인상을 썼다. 자신은 안 되는데 왜 유진우는 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유진우보다 못하다는 건가?“저도 모르겠어요, 그냥 손짓하니 오던데요.”유진우는 손의 검을 쳐다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검을 잘 다뤘지만 자주 쓰지는 않았다. 일반적인 검은 그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하지만 이 검은 달랐다. 마치 그를 위해 만들어진 검인 것처럼 튼튼하고 날카로웠다. 심지어 그 검에서 무시무시한 힘을 느낄 수도 있었다.“확실히 괜찮네.”유진우는 웃으며 검을 쓰다듬었다.“축하해요. 검이 사람을 가리나 보네요.”심연수가 웃으며 축하를 건넸다. 이때 한중섭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잠깐! 젊은이, 이 검을 지니고 있으면 큰일이 날 거야. 내가 대신 보관해 주지, 어떻나?”“네? 아, 괜찮습니다. 저와 인연이 깊은 검이기에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자네를
이 늙은이는 이익에 눈이 멀어 검을 가로채려 하고 있다.“젊은이, 잘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 난 지금 자네 의견을 묻는 게 아니야. 이 검은 자네한테 어울리지 않아. 내게 넘기는 게 자네한테도 좋을 거야.”“지금 절 협박하시는 건가요?”“충고하는 거야. 자넨 아직 젊고, 기회도 많잖아. 고작 검 한 자루를 위해 자네 미래를 포기할 순 없지. 안 그래?”한중섭이 계속 부추겼다. 그는 반드시 이 검을 가져와야만 했다. 체면만 아니었으면 이미 빼앗았을 것이다.“사부님, 이 검은 사람을 가리는 것 같은데, 이렇게까지 하는 건...”심연수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정직했던 사부님이 검 한 자루를 위해 이런 짓을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닥쳐! 네까짓 게 뭘 알아? 이 검은 원래부터 주인 없는 물건이었어. 가지는 사람이 임자야!”“아빠! 하지만 이 검은 이미 진우 오빠가 가졌는데, 이렇게 빼앗아도 되는 거예요?”한예슬이 화가 난 듯 물었다.“고얀 놈! 넌 내 딸인데, 왜 다른 사람 편을 드는 거야?”“사실을 말하는 것뿐이에요! 진우 오빠가 저흴 구해줬는데, 아직 보답도 못했단 말이에요. 이렇게까지 하는 건 너무한 것 같아요!”“흥! 우리가 저자를 데려오지 않았으면 보물을 보지도 못했을 거잖아! 그리고 검 한 자루만 달라는 게 뭐 어때서? 나중에 다른 보물을 찾으면 먼저 고르라고 하면 될 거 아니야?”“하지만...”“됐어! 난 이 검이 마음에 무척 들어. 어떻게 되든 꼭 얻어내고 말 거야!”“제가 싫다면요?”유진우가 차갑게 물었다.“안 주겠다는 거야? 그럼 미안하게 됐네!”한중섭이 크게 외쳤다. 강한 에너지가 그의 몸에서 폭발해 사나운 맹수처럼 이빨을 드러냈다.“잠깐!”이때 한예슬이 유진우의 앞을 막아섰다.“아빠! 진우 오빠는 제 생명의 은인이에요. 죽이려거든 먼저 절 죽여요!”“나쁜 년! 당장 꺼져!”한중섭이 급히 외쳤다. 딸 키워봤자 좋을 거 없다더니.“아빠! 은혜를 원수로 갚지 말라고 하셨잖아요!”한예슬은 입술을 깨물고
“할 수 있으면 어디 한 번 뽑아봐요.”유진우는 더 이상 말하기도 싫다는 듯 검을 원위치에 돌려놓고는 문으로 걸어갔다. 총 세 개의 돌 문이 있었는데, 아무 문이나 골라 열고 들어갔다.심연수와 한예슬을 봐서 더 이상 따지지 않고 흩어진 것이었다. 어차피 한중섭은 검을 뽑지 못하니, 원래 자리에 남겨두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검은 꽃무릇이었다. 그걸 찾고 다시 검을 가지러 와도 시간은 충분했다.“자식! 거기 멈춰!”유진우가 떠나려 하자 한중섭은 그를 공격하려는 듯 손을 치켜들었다.“그만해요!”한예슬이 다시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 한중섭이 깜짝 놀라 손을 내리고는 유진우 일행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어쩔 수 없이 지켜보았다.“나쁜 년! 감히 외간 사람 편을 들어? 멍청하긴!”한중섭이 가슴을 퍽퍽 치며 아쉬움을 표했다. 대체 왜 이러지?“아빠! 보물도 물론 중요하지만, 양심을 저버리면 안 되죠!”“너...”한중섭이 손을 들어 한예슬을 때리려 하다 결국 천천히 손을 내렸다. 자식이라고는 딸 하나뿐인데, 어떻게 때릴 수 있겠는가?심호중이 조심스레 물었다.“사부님, 그 자식은 갔지만 검은 아직 여기 있어요. 다시 한번 해보는 건 어때요?”“흥! 그 자식만 검을 뽑을 수 있을 리 없어!”한중섭이 이를 악물고는 칼자루를 꽉 쥐고 힘껏 위로 당겼다. 하지만 검은 유진우에게 반응할 때와는 달리 꼼짝하지 않았다.“쓰레기 같은 것! 널 없애버릴 거야!”몇 번의 시도 끝에 인내심이 바닥난 한중섭이 칼자루를 힘껏 내리쳤다.펑!굉음이 울렸다. 한중섭은 정체 모를 힘에 부딪쳐 몇 걸음 물러났다. 이어 팔이 저릿해졌다.뽑지도 부수지도 못하는 검이라니, 한중섭은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 조금 진정한 뒤 그는 제자 두 명을 남겨 자리를 지키게 하고는 사람들을 이끌고 다른 돌 문을 열었다.계속 이러고 있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어쩌면 다른 곳에 더 좋은 보물이 있을 수도 있었다.“아저씨, 그 노인네 너무 못됐어요.
황은아가 물었다.“아저씨, 저흰 인여궁 제자가 아닌데, 그래도 절해야 해요?”“예는 갖춰야지.”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인에 대한 존중은 필수였다.“네.”황은아는 짧게 대답하고는 관 앞에서 세 번 깊이 절했다.콰르릉!이때 석판이 흔들리더니 천천히 밑으로 내려앉다가 사라졌다. 동시에 정교한 나무상자가 그 자리에 나타났다.“아저씨! 여기 뭔가 있어요!”황은아는 눈을 반짝이며 상자를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금색 구슬이 들어있었는데, 몹시도 눈부시게 반짝였다. 그 안의 금색 액체는 자동으로 돌아가며 회오리처럼 주변의 기운을 빨아들이고 있었다.“헐! 천영 구슬이야?”설연홍이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언제나 담담하던 유진우도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상자 안의 물건이 말로만 듣던 무림계의 보물, 천영 구슬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천영 구슬? 그게 뭔데요?”황은아가 고개를 갸웃했다.‘그냥 예쁜 구슬 아니야? 이렇게 놀랄 것까지야 있어?’설연홍이 뛸 듯이 기뻐하며 말했다.“은아야! 이건 돈 주고도 구하기 어려운 거야! 천영 구슬은 무림계의 3대 보물 중 하나야, 이거 하나 가지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어. 이 구슬의 가장 큰 효능은 수련 속도를 올려주는 거야, 그것도 열 배, 백 배씩이나! 이것만 있으면 아무 능력 없는 사람도 최고의 무사가 될 수 있어! 물론 천재가 이 구슬을 가진다면 그 효과는 상상을 초월하지. 천영 구슬이 세상에 나타난다면 이걸 차지하기 위한 피바람이 몰아칠 거야!”설연홍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것만 있으면 개천에서도 용이 날 수 있었다! 누가 탐내지 않겠는가?“네? 그 정도예요?”황은아가 놀란 듯 물었다. 장신구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좋은 물건일 줄이야.“은아야, 잘 들어. 이 일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 그렇지 않으면 그 결과는 나도 못 책임져!”유진우가 진지하게 말했다. 이런 보물은 그에게도 유혹적인 존재였다.“아저씨, 이건 너무 귀중해요. 아저씨가 갖고 있는 게 낫겠어요.”황은아는 무서운 듯 천영
“둘 다 안 가질 거면, 나 주지 그래요?”두 사람의 실랑이를 지켜보던 설연홍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만에 하나 정말 그녀에게 준다면?“저리 가요!”유진우는 고개를 돌려 설연홍을 째려보고는 천영 구슬을 억지로 황은아의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잘 가지고 있어. 이건 네 물건이야. 계속 양보하면 정말 화낼 거야!”“음... 그럼 그렇게 하죠. 얼마간 쓰고 다시 돌려줄게요.”황은아는 망설임 끝에 구슬을 몸에 지니는 쪽을 택했다. 자신이 강해지면 유진우에게도 더욱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었다.천영 구슬이 피부에 닿자, 그녀는 시원한 기운이 몸에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 기운은 그녀의 단전에 흘러들어 힘을 강화하고 있었다.이대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번 능력이 강화될 것이었다. 놀라운 속도였다!“됐어. 먼저 검은 꽃무릇을 찾아보자.”유진우는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사방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이 묘실에는 무기, 비법서, 특이한 장신구 등 보물이 많이 숨겨져 있었다. 아무 물건 하나만 가지고 나가도 여생을 풍족하게 살 수 있을 터였다.하지만 이런 것들은 모두 유진우의 관심 밖이었다. 오히려 설연홍이 보물에 정신이 팔려있었다.묘실을 모두 뒤졌는데도 그들은 검은 꽃무릇을 발견하지 못했다. 뒤질 곳은 이제 청동관 안쪽만 남았다.“선배님, 실례합니다!”유진우는 관을 향해 깊이 허리를 숙인 뒤 관뚜껑을 힘껏 밀었다.끼익!금속 마찰음과 함께 관이 천천히 열리며 먼지가 날렸다. 유진우는 관 안쪽을 확인하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 안에는 화려한 차림을 한 남자 시체가 들어있었다. 시체의 가슴 쪽에 아름다운 꽃이 피어있었는데, 검은색의 꽃잎 주위로 음산한 빛이 맴돌았다. 신비하고 처량했지만, 너무도 아름다웠다. 한 번 보아도 금세 매혹될 것 같은 게, 마치 다른 세계에서 온 것 같았다.이 꽃이 바로 유진우가 애타게 찾던 검은 꽃무릇이었다!“역시 여기 있었어!”유진우의 안색이 밝아지며 호흡이 저도 모르게 가빠졌다. 이 꽃만 있으면 조선
황은아는 깜짝 놀라 급히 설연홍의 뒤에 숨어 몸을 덜덜 떨었다. 담력이 작은 편은 아니었지만 유독 귀신은 무서워했다.“누구십니까?”유진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굳은 얼굴로 물었다. 급습이었지만 그를 물러서게 했다는 것은 상대의 실력을 충분히 증명하고도 남았다. 이 사람은 아마 대 마스터일 것이었다!“여긴 내 묘인데, 내가 누구일 것 같아?”인영 주변의 안개가 천천히 걷히더니 동안의 얼굴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아름다운 외모의 여자였다. 비록 백발이 성성했지만, 얼굴은 젊은 모습 그대로였다. 그녀의 두 눈만이 모든 것을 읽었다는 듯 빛나고 있었다.유진우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당신의 묘라고요? 설마 당신이... 고영은 선배님?”“고영은!”그 말을 들은 황은아와 설연홍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고영은은 50년 전에 죽은 거 아닌가? 왜 아직 살아있는 거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내 명성을 알고도 감히 묘를 파러 오다니, 죽고 싶은 거야?”고영은의 말은 담담했지만, 사람의 마음을 파고드는 힘이 있었다.유진우가 해명했다.“선배님, 그게 아니라, 검은 꽃무릇을 구하러 왔습니다. 급히 살릴 사람이 있어서요.”“그렇게 귀중한 물건을 내가 왜 너희들에게 줘야 해?”“조건이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최대한 맞춰드리겠습니다.”“조건? 하, 내 남편을 살려주면 이 꽃을 줄게.”“너무하시네요. 죽은 사람을 무슨 수로 살려냅니까?”유진우가 옅게 인상을 썼다. 관 속의 사람은 뼈만 남은 시체였다. 그 누가 와도 살려낼 수 없었다.“그래, 잘 아네. 죽은 사람은 못 살려내. 그럼, 꽃무릇을 가지겠다는 건 접어두고 그만 가. 예의 있게 행동한 걸 봐서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선배님! 저희는 꼭 꽃무릇을 가져가야 합니다!”“그래? 그럴 능력은 있고?”“한 번 해보겠습니다.”“죽는 게 무섭지도 않나 봐?”“죽어도 꽃무릇은 가져가고 죽을 겁니다!”“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고영은은 화가 난 듯 훌쩍 뛰어올라 유진우를 내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