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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0화

한중섭이 도발하자 유진우도 슬슬 짜증이 밀려왔다. 제자가 되든 말든 그건 개인의 뜻이지, 강요한다고 해서 될 일인가? 그리고 고작 반보 마스터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유진우의 사부가 되겠다는 거지?

“사부님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데 진우 씨가 내키지 않을 리가 있겠어요? 아직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가 봐요. 시간 좀 더 주면 어떨까요? 사부님이 얼마나 대단한 분인지 알게 되면 알아서 사부님으로 모실 겁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심연수가 재빨리 나서서 수습했다.

“네, 아빠. 지금 중요한 건 제자를 들이는 게 아니라 보물이에요. 중요한 일을 그르쳐선 안 되죠.”

한예슬도 나서서 말렸다. 아쉽긴 했지만 유진우를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괜히 강요했다가 사이만 틀어지면 큰일이니까.

“젊은이, 그럼 생각할 시간 3일 줄게. 3일 내로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지 날 찾아와도 좋아. 하지만 3일이 지난다면 아무리 빌어도 쳐다도 안 볼 테니까 알아서 해.”

말을 마친 한중섭은 뒷짐을 지고 묘의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고영은의 묘였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 때문에 기분을 망쳐선 안 되었다.

“흥! 당신 인생에서 가장 어리석은 일이 바로 우리 사부님을 거절한 일일 거야. 언젠가는 후회할 테니까 두고 봐.”

심호중은 한마디 던진 후 벽하파 제자들과 함께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벼락출세할 절호의 기회였지만 제 발로 차버린 유진우가 참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진우 씨, 우리 사부님 성격이 좀 직설적이에요.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심연수가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제자로 들이냐 마냐 하는 것 때문에 하마터면 사이가 틀어질 뻔했다.

“괜찮아요. 별일도 아닌데요, 뭐.”

유진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

“됐어요. 지나간 일은 지나간 거고 다시는 꺼내지 말자고요. 이만 들어갑시다. 저 안에 대체 무슨 보물이 있는지 보러 가요.”

한예슬은 기대하면서도 떨렸다.

“진우 씨, 가요.”

심연수는 웃으면서 일행과 함께 따라나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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