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우의 몸이 공중에 떠올랐다가 다시 땅에 처박혔다. 그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괴이한 호선을 그렸다.“아저씨!”황은아는 붉어진 두 눈으로 처량하게 유진우를 불렀다. 그녀의 얼굴은 분노와 슬픔으로 얼룩졌다. 당장이라도 가서 그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설연홍이 그녀를 단단히 끌어안은 탓에 이 광경을 보고만 있어야 했다.“조금만... 조금만 더... 선미 씨가 날 기다리는데... 여기서 쓰러지면 안 돼!”유진우는 이를 악물고 휘청거리며 천천히 일어섰다. 그는 폭풍우 속의 촛불처럼 언제 어디서든 쓰러질 것 같았다.“아저씨! 그만해요! 꽃무릇 필요 없어요. 이대로 가다간 아저씨 정말 죽어요!”황은아가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유진우는 이제 정말 한계였다. 한 번만 더 맞았다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다.뚝, 뚝, 뚝...유진우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휘청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끊임없이 땅에 떨어지는 피가 마치 꽃처럼 번졌다.“유진우 씨! 그만해요! 여자 한 명 때문에 이러는 거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당신이 죽으면 그 여자도 못 살 거예요!”설연홍이 소리쳤다. 그녀도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유진우를 이해할 수도 없었다. 세상에 정말 자신의 목숨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 있단 말인가?그녀는 유진우의 눈빛에 감동되었다. 조선미를 질투하기도 했다. 그녀를 위해 목숨도 바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니.“왜? 왜 이렇게 죽으려고 하는 건데?”고영은은 복잡한 표정으로 인상을 썼다. 유진우의 의지력은 정말 박수칠 만 했다. 특히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달려드는 모습에서 과거의 자신이 보이기도 했다.“꽃무릇... 꽃무릇을 가질 겁니다... 그 사람을 꼭 구할 거예요!”유진우가 중얼거렸다. 그의 발걸음은 힘겨웠지만 강인했다. 죽지만 않는다면 그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었다.고영은이 멍해졌다. 유진우의 고집에서 그녀는 오래 전의 자신을 보아냈다.그 시절 그녀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지 않았던가?하지만 그 결과는 어땠던가? 그녀가
검은 꽃무릇을 건넨 후 고영은은 눈을 감고 그 자리에 굳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기억을 되살리는 것 같기도, 깊은 생각에 빠진 것 같기도 했다.“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럼, 이만.”유진우는 고영은을 건드리지 않고 그녀에게 정중하게 인사한 후 비틀거리며 자리를 떴다.고영은은 필살기를 쓰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유진우는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 고영은의 실력은 이미 대 마스터의 경지를 넘어섰다. 하늘 아래 그 누구도 당해낼 수 없을 것이었다.“아저씨, 괜찮아요?”황은아가 눈물을 매달고 유진우를 부축했다. 방금은 너무 아슬아슬했다. 고영은의 마음이 약해지지 않았다면 유진우는 당장에 죽어버렸을 것이었다.“괜찮아, 몇 군데 부러진 것뿐이야. 안 죽어.”유진우는 단약 한 알을 꺼내 입에 넣고는 천천히 회복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유진우의 실력이 강하고, 고영은이 그를 봐주지 않았다면 걷지도 못했을 것이었다.“아저씨, 방금은 고집이 너무 셌어요. 꽃무릇이 없으면 다른 방법을 생각하면 될 것을, 왜 그렇게 고집스럽게 굴어요?”“시간이 얼마 없어, 이렇게라도 해봐야지.”유진우가 고개를 저었다.조선미는 생명이 위독한 상태였다.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정말 늦어버릴지도 모른다.“여자 한 명을 위해 목숨도 버리다니, 멍청한 건지 사랑에 눈이 먼 건지 모르겠네요.”설연홍이 농담조로 말했다. 자신을 위해 목숨도 내놓는 남자를 만난다면 틀림없이 그 사람 하나만을 보고 살 것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남자에게는 임자가 있었다.“시간이 됐어요, 인제 그만 돌아가요.”조금 숨을 돌린 후 유진우 일행은 왔던 길을 따라 되돌아가기 시작했다.얼마나 걸었을까, 땅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콰르릉!굉음과 함께 먼지가 떨어지며 동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벽이 갈라지며 동굴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로워졌다.“지진이에요! 어서 피해요!”유진우 일행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급히 밖으로 뛰어나갔다. 이곳
그런데 그들이 묘에서 나왔을 때 수많은 파벌이 막아서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정말 도망칠 빈틈조차 없었다.“한 오너, 벽하파가 독식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다 같이 나누는 건 어때?”“한중섭, 시대의 흐름을 잘 아는 사람이야말로 똑똑하고 유능한 인물이야. 당신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물건들이니 나눠 가지는 게 좋지 않겠어? 누이 좋고 매부 좋고.”“어이! 보물들을 당장 내놔. 내놓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어.”몇몇 오너들이 큰소리치며 갖은 협박을 해댔다. 하나같이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았다.고영은은 무수히 많은 보물을 모았다. 아무 보물이나 내놓아도 충분히 사람을 흥분하게 했다.“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우린 아무것도 못 건졌는데 나눠줄 보물이 어디 있어?”한중섭이 단칼에 잘라버렸다. 힘들게 고생해서 얻은 보물을 어찌 공짜로 나눠줄 수 있단 말인가?“흥, 아직도 변명이야? 방금 저 묘에서 뛰쳐나오고선 아무것도 못 건졌다고?”“그러게 말이야! 우리가 바보인 줄 아나. 두어 마디 말로 대충 넘어가려는 수작이야?”“한중섭, 한 번 더 기회를 줄게. 지금 당장 보물을 내놓지 않으면 절대 가만 안 둬!”사람들은 기세등등하게 몰아붙였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보물을 빼앗을 기세였다.“내가 없다고 하면 없는 거야!”한중섭이 어두운 목소리로 호통쳤다.“다들 그래도 명문 파벌인데 이렇게 마구잡이로 빼앗는다는 게 말이 돼?”“한중섭, 우리 천학문 제자들을 죽이고선 무사할 것 같아? 죽은 제자들을 위하여 복수하고 말 테다!”그때 한 노인이 갑자기 훌쩍 뛰어오르면서 가장 먼저 공격에 나섰다.“죽여!”몇몇 오너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다가 동시에 우르르 달려들었다. 수백 명에 달하는 엘리트 무사들과 함께 벽하파에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쪽수로 밀어붙이겠다?”한중섭은 이를 꽉 깨물고 신력단 한 알을 꺼내 단숨에 꿀꺽 삼켰다.신력단은 고영은의 묘에서 찾은 보물이다. 복용하면 단시간 내에 실력과 힘이 대폭 상승하여 약한
환골탈태한 한중섭을 보며 오너들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마치 강적을 만난 듯 선뜻 나서지 못했다.만약 예전이었더라면 식은 죽 먹기로 한중섭을 제압했을 것이다. 그런데 한중섭이 이젠 진정한 무도 마스터가 되었다. 양측의 실력 차이가 순식간에 엄청나게 벌어졌다.비록 그들도 마스터가 되려면 단 반보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 반보 차이가 뛰어넘을 수 없는 장애와도 같았다.넘어서면 실력이 껑충 뛰지만 넘어서지 못한다면 여전히 남들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여러분, 인제 어떡하죠?”천학문 오너가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다. 한중섭이 무도 마스터가 됐다는 걸 진작 알았더라면 절대 총대를 메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싸워봤자 이길 가망도 없고 도망치려고 해도 도망칠 수조차 없었다.“그냥 맞서 싸워보는 건 어떨까요? 단약을 먹어서 잠깐 돌파했을 뿐이에요. 우리가 힘을 합친다면 이길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지금 장난해요? 무도 마스터라고요. 우리 중에 한중섭의 상대가 될만한 사람이 있어요? 덤벼봤자 고생만 사서 하는 격이에요.”“그냥 포기합시다. 보물 때문에 목숨까지 내놓을 필요는 없잖아요.”몇몇 오너들은 수군거리면서 슬슬 물러설 준비를 했다.“대체 뭐라 숙덕거리는 거야? 덤비지 않겠다면 내 공격을 받아!”한중섭은 두말없이 심호흡하더니 다시 한번 손바닥을 앞으로 밀었다.쿵!커다란 손바닥 자국 두 개가 순식간에 나타나면서 마치 큰 트럭처럼 오너들을 덮쳤다. 도적을 잡으려면 먼저 우두머리를 잡으라고 했다.신력단의 약효가 30분밖에 유지되지 않기에 반드시 그 시간 내에 해결해야 했다.“빨리 철수해!”천학문 오너는 한중섭의 상대가 안 된다는 걸 깨닫고 연신 뒤로 물러섰다. 다른 사람들도 감히 나서지 못하고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다.“어딜 도망가?”전혀 멈출 생각이 없었던 한중섭은 땅을 힘껏 밟으며 미친 듯이 쫓아갔다.“이런 경거망동한 놈을 봤나, 아주 미쳐 날뛰는구나!”그때 숲속에서 자색 옷차림의 누군가가
장수현은 냉랭한 얼굴로 제자를 꾸짖었다.“사부님 말씀이 옳으십니다.”멋쩍게 웃는 천학문 오너의 모습이 비굴하기 그지없었다. 그 모습에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수군거렸다.“뭐야? 설마 저분이 바로 전설의 천학지존이셔?”“천학지존 님이 두문불출하고 수련 중이라 세간의 일에는 간섭하지 않은 지 오랜데 오늘 여기서 모습을 드러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천학지존 님마저 고영은 선배님의 보물을 탐내는구나.”장수현이 나타나자 전세가 다시 한번 뒤바뀌었다.마스터 경지로 돌파한 한중섭의 실력도 만만치 않은 건 사실이지만 그래봤자 마스터의 문턱을 금방 넘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장수현은 베테랑 마스터였고 수년 전부터 명성이 자자했다. 두 사람은 아예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다른 레벨이었다.“천학지존? 저 영감탱이가 여길 왜 왔지?”한중섭은 침을 꿀꺽 삼키면서 안절부절못했다. 조금 전 위풍당당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그 대신 근심이 점점 어렸다.“어이, 너 방금 고영은의 묘에 들어갔다 왔지?”장수현이 주변을 쓱 훑다가 한중섭에게 시선을 고정했다.“다른 건 다 필요 없고 천영 구슬만 내놓으면 무사히 이곳을 나가게 해줄게.”“천영 구슬이라니요?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네.”한중섭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시치미 떼겠다 이거야? 한 번 더 말하는데 천영 구슬만 내놓으면 아무 일 없을 테지만 내놓지 않으면 싹 다 죽여버릴 거야.”장수현이 매섭게 호통쳤다. 수련을 그만두고 세상 밖으로 나온 건 무림의 보물 천영 구슬 때문이었다.소문에 따르면 50년 전에 고영은이 천영 구슬을 손에 넣었고 묘에 숨겨놓았다고 한다. 이 귀한 보물만 손에 넣는다면 5년 이내에 대 마스터가 되는 건 문제없었다.“선배님, 천영 구슬은 나에게 없어요. 뭔가 오해한 거 같은데요?”한중섭이 변명을 늘어놓았다.“흥, 내놓을 생각이 없어? 그럼 죽어!”장수현의 낯빛이 확 어두워지더니 공중에서 손을 휘둘렀다.쿵!커다란 손바닥 자국이 나타났고 마치 태산처럼 한중섭을 덮
“뭐야? 저 자식 미친 거 아니야? 천학지존 님을 도발했어?”“어디서 튀어나온 골통이 천학지존 님을 안중에 두지 않아? 죽고 싶어서 환장한 건가?”“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저렇게 나대다니, 사회의 쓴맛을 아직 겪어보지 못했구나.”사람들은 유진우를 손가락질하며 수군댔고 완전히 바보 취급했다.장수현이 어떤 사람인가? 천학문의 창시자이자 만인의 존경을 받는 무도 마스터이다. 강남 무림에서는 권위자급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이런 강자를 누가 존경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눈앞의 이 녀석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장수현을 도발했다.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거나 다름없었다.“인마,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지 알기나 해?”장수현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무릎 꿇고 할아버지 잘못했습니다 하면서 빌어. 그럼 목숨은 살려줄게.”“인마, 멍하니 서서 뭐 해? 빨리 무릎 꿇어!”“아무나 천학지존 님을 할아버지라고 부를 수 없어. 너 오늘 운이 좋은 거야.”“천학지존 님의 손자가 되는 건 네 평생의 영광이야. 호의도 모르고 정말.”다른 무사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했다. 협박과 경고의 목소리도 있었고 대부분은 조롱이었다.“진우 씨, 천학지존 님은 함부로 덤벼선 안 되는 상대예요. 얼른 고개 숙이고 잘못했다고 빌어요. 그래야 목숨이라도 부지할 수 있으니까.”심연수가 갑자기 목소리를 냈다.마스터 경지로 돌파한 사부마저 장수현의 상대가 아닌데 유진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진우 오빠, 우린 신경 쓰지 말고 얼른 가요. 괜히 이런 일에 휘말리지 말고.”한예슬도 나서서 말렸다. 유진우가 나서준 건 고맙지만 눈앞의 상황은 그의 힘만으로 역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무리한다면 그대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선배님, 충고 하나 하는데 관용을 베풀 수 있을 땐 베푸는 게 좋을 겁니다. 등 돌려봤자 좋을 게 있을까요?”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이 녀석이 혼 좀 나야 정신 차리겠구나!”장수현의
“진우 씨, 보물을 찾은 게 있으면 얼른 다 내놓아요. 일단 살고 봐야죠.”심연수도 참다못해 나서서 설득했다.“그래요, 진우 오빠. 목숨보다 중요한 건 아무것도 없어요.”한예슬도 걱정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진우 씨, 사람은 주제 파악을 잘해야 해요. 천학지존 님은 절대 당신이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에요. 고분고분 잘못을 인정하고 보물을 내놓아요. 좋게 좋게 해결합시다.”심호중도 경고를 보냈다.천영 구슬이 있는지는 둘째치고 다른 보물을 숨기고 있는 건 분명했다. 액땜한 셈 치고 보물을 전부 내놓는 것 말고는 다른 살길이 없었다.“보물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진짜 있다고 해도 내놓지 않을 겁니다.”유진우가 확고하게 대답했다.“X발, 입만 살아서는. 정말 제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구나!”“흥! 재물에 눈이 멀어서 뵈는 게 없구나? 보물 때문에 목숨까지 걸다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유진우의 대답은 많은 무사의 불만을 자아냈고 장수현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리고 말았다. 결국 장수현의 인내심이 하나도 남지 않고 바닥을 드러냈다.“인마, 내놓지 않겠다고? 그럼 내가 직접 빼앗아야겠군.”장수현이 드디어 폭발했다. 발끝으로 바닥을 밟자 순식간에 잔영으로 변하면서 유진우의 목을 잡으려 했다. 손가락 끝이 어찌나 날카로운지 쇠도 부러뜨릴 것만 같았다.“큰일 났다!”심연수 등 몇몇의 표정이 급변하더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감히 천학지존 님의 명을 거역하다니, 어떻게 죽나 지켜보겠어!”많은 무사들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고 쌤통이라면서 고소해했다. 다들 유진우가 꼼짝없이 죽겠다고 생각하던 그때 유진우가 갑자기 움직였다.뒤로 피하는 게 아니라 장수현에게 맞서면서 주먹을 뻗었다.쿵!두 사람은 마치 폭탄처럼 한데 부딪혔다.충격 지점을 중심으로 마스터의 엄청난 광기가 순식간에 폭발했고 커다란 기세가 주변을 향해 날아갔다.그러자 나무들이 와르르 무너졌고 돌과 먼지가 마구 날렸다. 그들과 가까이 있던 무사들은 맥없이 휙 날아갔다가 바닥에 쿵 하고
갑자기 폭발한 유진우를 보며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삐쩍 마른 젊은이가 소문으로만 듣던 소년 마스터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최근 소년 마스터라는 사람이 나타나 강남을 뒤흔들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숭배하고 존경했다. 그런 소년 마스터를 직접 보니 또 다른 놀라움으로 다가왔다.“소년 마스터? 저... 저 녀석이... 소년 마스터라고?”한중섭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이 상황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유진우가 단지 천부적인 재능이 조금 뛰어난 줄로만 알았는데 소년 마스터일 거라고는 눈곱만큼도 예상하지 못했다.그리고 그런 유진우를 제자로 들이겠다고 했으니 이보다 더 큰 웃음거리가 어디 있겠는가 말이다.상대는 자양지존을 죽인 괴물이다. 한중섭이 진짜로 무도 마스터가 됐다고 해도 아직은 그저 입문 단계일 뿐이다. 자양지존 같은 베테랑 마스터와 비교해도 아예 거론할 가치가 없는데 유진우는 오죽하겠는가?“X발, 이거 큰일인데?”송골송골 맺힌 식은땀을 쓱 닦던 한중섭은 머리가 저릿해지는 것만 같았다. 아무 생각 없이 망언을 퍼부으며 제자로 들이겠다고 했던 건 둘째치고 유진우의 보검을 빼앗으려 했을 뿐만 아니라 한껏 조롱하기도 했다.만약 유진우가 따져 묻기라도 한다면 그 결과가 어떨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연수 선배,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진우 오빠가... 바로 그 소년 마스터였어요?”한예슬은 멍한 얼굴로 그대로 굳어버렸고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준수한 외모에 정의감이 넘치고 은혜와 원망이 분명한 사람이야. 젊은 나이에 벌써 마스터 경지에 도달했다니...”심연수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예쁜 두 눈에 놀라움이 가득했다.“그래, 맞아. 모든 조건에 다 부합되고 백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인재이자 만인의 존경을 받는 소년 마스터야.”얘기를 이어가던 중 심연수는 저도 모르게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놀랍기도 하면서 흥분되었다. 그녀가 줄곧 숭배하던 소년 마스터가 바로 옆에 숨어있었을 거라고는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