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현은 냉랭한 얼굴로 제자를 꾸짖었다.“사부님 말씀이 옳으십니다.”멋쩍게 웃는 천학문 오너의 모습이 비굴하기 그지없었다. 그 모습에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수군거렸다.“뭐야? 설마 저분이 바로 전설의 천학지존이셔?”“천학지존 님이 두문불출하고 수련 중이라 세간의 일에는 간섭하지 않은 지 오랜데 오늘 여기서 모습을 드러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천학지존 님마저 고영은 선배님의 보물을 탐내는구나.”장수현이 나타나자 전세가 다시 한번 뒤바뀌었다.마스터 경지로 돌파한 한중섭의 실력도 만만치 않은 건 사실이지만 그래봤자 마스터의 문턱을 금방 넘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장수현은 베테랑 마스터였고 수년 전부터 명성이 자자했다. 두 사람은 아예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다른 레벨이었다.“천학지존? 저 영감탱이가 여길 왜 왔지?”한중섭은 침을 꿀꺽 삼키면서 안절부절못했다. 조금 전 위풍당당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그 대신 근심이 점점 어렸다.“어이, 너 방금 고영은의 묘에 들어갔다 왔지?”장수현이 주변을 쓱 훑다가 한중섭에게 시선을 고정했다.“다른 건 다 필요 없고 천영 구슬만 내놓으면 무사히 이곳을 나가게 해줄게.”“천영 구슬이라니요?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네.”한중섭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시치미 떼겠다 이거야? 한 번 더 말하는데 천영 구슬만 내놓으면 아무 일 없을 테지만 내놓지 않으면 싹 다 죽여버릴 거야.”장수현이 매섭게 호통쳤다. 수련을 그만두고 세상 밖으로 나온 건 무림의 보물 천영 구슬 때문이었다.소문에 따르면 50년 전에 고영은이 천영 구슬을 손에 넣었고 묘에 숨겨놓았다고 한다. 이 귀한 보물만 손에 넣는다면 5년 이내에 대 마스터가 되는 건 문제없었다.“선배님, 천영 구슬은 나에게 없어요. 뭔가 오해한 거 같은데요?”한중섭이 변명을 늘어놓았다.“흥, 내놓을 생각이 없어? 그럼 죽어!”장수현의 낯빛이 확 어두워지더니 공중에서 손을 휘둘렀다.쿵!커다란 손바닥 자국이 나타났고 마치 태산처럼 한중섭을 덮
“뭐야? 저 자식 미친 거 아니야? 천학지존 님을 도발했어?”“어디서 튀어나온 골통이 천학지존 님을 안중에 두지 않아? 죽고 싶어서 환장한 건가?”“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저렇게 나대다니, 사회의 쓴맛을 아직 겪어보지 못했구나.”사람들은 유진우를 손가락질하며 수군댔고 완전히 바보 취급했다.장수현이 어떤 사람인가? 천학문의 창시자이자 만인의 존경을 받는 무도 마스터이다. 강남 무림에서는 권위자급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이런 강자를 누가 존경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눈앞의 이 녀석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장수현을 도발했다.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거나 다름없었다.“인마,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지 알기나 해?”장수현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무릎 꿇고 할아버지 잘못했습니다 하면서 빌어. 그럼 목숨은 살려줄게.”“인마, 멍하니 서서 뭐 해? 빨리 무릎 꿇어!”“아무나 천학지존 님을 할아버지라고 부를 수 없어. 너 오늘 운이 좋은 거야.”“천학지존 님의 손자가 되는 건 네 평생의 영광이야. 호의도 모르고 정말.”다른 무사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했다. 협박과 경고의 목소리도 있었고 대부분은 조롱이었다.“진우 씨, 천학지존 님은 함부로 덤벼선 안 되는 상대예요. 얼른 고개 숙이고 잘못했다고 빌어요. 그래야 목숨이라도 부지할 수 있으니까.”심연수가 갑자기 목소리를 냈다.마스터 경지로 돌파한 사부마저 장수현의 상대가 아닌데 유진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진우 오빠, 우린 신경 쓰지 말고 얼른 가요. 괜히 이런 일에 휘말리지 말고.”한예슬도 나서서 말렸다. 유진우가 나서준 건 고맙지만 눈앞의 상황은 그의 힘만으로 역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무리한다면 그대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선배님, 충고 하나 하는데 관용을 베풀 수 있을 땐 베푸는 게 좋을 겁니다. 등 돌려봤자 좋을 게 있을까요?”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이 녀석이 혼 좀 나야 정신 차리겠구나!”장수현의
“진우 씨, 보물을 찾은 게 있으면 얼른 다 내놓아요. 일단 살고 봐야죠.”심연수도 참다못해 나서서 설득했다.“그래요, 진우 오빠. 목숨보다 중요한 건 아무것도 없어요.”한예슬도 걱정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진우 씨, 사람은 주제 파악을 잘해야 해요. 천학지존 님은 절대 당신이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에요. 고분고분 잘못을 인정하고 보물을 내놓아요. 좋게 좋게 해결합시다.”심호중도 경고를 보냈다.천영 구슬이 있는지는 둘째치고 다른 보물을 숨기고 있는 건 분명했다. 액땜한 셈 치고 보물을 전부 내놓는 것 말고는 다른 살길이 없었다.“보물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진짜 있다고 해도 내놓지 않을 겁니다.”유진우가 확고하게 대답했다.“X발, 입만 살아서는. 정말 제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구나!”“흥! 재물에 눈이 멀어서 뵈는 게 없구나? 보물 때문에 목숨까지 걸다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유진우의 대답은 많은 무사의 불만을 자아냈고 장수현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리고 말았다. 결국 장수현의 인내심이 하나도 남지 않고 바닥을 드러냈다.“인마, 내놓지 않겠다고? 그럼 내가 직접 빼앗아야겠군.”장수현이 드디어 폭발했다. 발끝으로 바닥을 밟자 순식간에 잔영으로 변하면서 유진우의 목을 잡으려 했다. 손가락 끝이 어찌나 날카로운지 쇠도 부러뜨릴 것만 같았다.“큰일 났다!”심연수 등 몇몇의 표정이 급변하더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감히 천학지존 님의 명을 거역하다니, 어떻게 죽나 지켜보겠어!”많은 무사들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고 쌤통이라면서 고소해했다. 다들 유진우가 꼼짝없이 죽겠다고 생각하던 그때 유진우가 갑자기 움직였다.뒤로 피하는 게 아니라 장수현에게 맞서면서 주먹을 뻗었다.쿵!두 사람은 마치 폭탄처럼 한데 부딪혔다.충격 지점을 중심으로 마스터의 엄청난 광기가 순식간에 폭발했고 커다란 기세가 주변을 향해 날아갔다.그러자 나무들이 와르르 무너졌고 돌과 먼지가 마구 날렸다. 그들과 가까이 있던 무사들은 맥없이 휙 날아갔다가 바닥에 쿵 하고
갑자기 폭발한 유진우를 보며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삐쩍 마른 젊은이가 소문으로만 듣던 소년 마스터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최근 소년 마스터라는 사람이 나타나 강남을 뒤흔들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숭배하고 존경했다. 그런 소년 마스터를 직접 보니 또 다른 놀라움으로 다가왔다.“소년 마스터? 저... 저 녀석이... 소년 마스터라고?”한중섭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이 상황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유진우가 단지 천부적인 재능이 조금 뛰어난 줄로만 알았는데 소년 마스터일 거라고는 눈곱만큼도 예상하지 못했다.그리고 그런 유진우를 제자로 들이겠다고 했으니 이보다 더 큰 웃음거리가 어디 있겠는가 말이다.상대는 자양지존을 죽인 괴물이다. 한중섭이 진짜로 무도 마스터가 됐다고 해도 아직은 그저 입문 단계일 뿐이다. 자양지존 같은 베테랑 마스터와 비교해도 아예 거론할 가치가 없는데 유진우는 오죽하겠는가?“X발, 이거 큰일인데?”송골송골 맺힌 식은땀을 쓱 닦던 한중섭은 머리가 저릿해지는 것만 같았다. 아무 생각 없이 망언을 퍼부으며 제자로 들이겠다고 했던 건 둘째치고 유진우의 보검을 빼앗으려 했을 뿐만 아니라 한껏 조롱하기도 했다.만약 유진우가 따져 묻기라도 한다면 그 결과가 어떨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연수 선배,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진우 오빠가... 바로 그 소년 마스터였어요?”한예슬은 멍한 얼굴로 그대로 굳어버렸고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준수한 외모에 정의감이 넘치고 은혜와 원망이 분명한 사람이야. 젊은 나이에 벌써 마스터 경지에 도달했다니...”심연수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예쁜 두 눈에 놀라움이 가득했다.“그래, 맞아. 모든 조건에 다 부합되고 백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인재이자 만인의 존경을 받는 소년 마스터야.”얘기를 이어가던 중 심연수는 저도 모르게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놀랍기도 하면서 흥분되었다. 그녀가 줄곧 숭배하던 소년 마스터가 바로 옆에 숨어있었을 거라고는 꿈
“조경수 씨도 보물을 나눠 가지러 왔나요?”장수현이 눈을 가늘게 뜨고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하하... 무림의 보물 천영 구슬이 있다는데 당연히 놓쳐선 안 되죠.”조경수는 크게 웃으며 거리낌 없이 말했다.마스터 경지에 다다르면 그들의 이목을 끌만한 보물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천영 구슬은 보물 중에서도 최고의 보물 중 하나였다. 천영 구슬만 있다면 한층 더 레벨업하여 대 마스터가 될 수 있었다. 그때가 되면 정말로 이 세상에서 최정상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아미타불, 소승도 함께해도 될까요?”그때 누군가가 금빛을 뿜어내면서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머리에 향을 피운 흉터 자국이 선명한 민머리 노인이었다.뚱뚱한 몸매에 얼굴이 선했고 널찍한 승복을 입고 있었다. 부처의 광명이 두루 비추면서 신성하게 느껴졌다. 부드러운 금빛이 사람에게 비추면 마치 봄날의 햇볕처럼 따스했다.“대비사의 주지 스님 격심대사 님이시잖아.”눈여겨보던 사람들은 그의 정체를 확인하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무도 마스터가 또 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오늘 대체 뭐야? 무도 마스터들이 다 모였어.’평소 얼굴 한번 보기 힘든 거물들이 전부 모습을 드러냈다. 설마 다 고영은의 보물 때문에?”“격심대사 님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장수현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부담감이 점점 더 커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천영 구슬을 독식할 생각이었는데 지금 보니 아무래도 불가능할 듯싶다.“아미타불. 이곳에 불길한 물건이 나타났다고 하여 보러 왔습니다. 그 물건을 절에 가져가 오봉탑 밑에 파묻으면 피바람을 막아줄 겁니다.”격심대사가 또박또박 말했다.“흥. 말은 번지르르하게 하네요. 결국에는 독식하겠다는 말 아닙니까?”조경수가 코웃음을 쳤다. 그는 도덕군자인 양 점잔을 빼는 사람을 가장 싫어했다. 보물을 가지러 왔으면서 능청스럽게 아닌 척하는 꼴이 너무도 역겨웠다.“그렇지 않습니다. 전 그저 오너님들을 지키려는 것뿐입니다.”격심대사의 표정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뭐? 황동해? 강남 5대 마스터 중 한 명인 그 황동해?”“해황 님, 해황 님이라니! 세상에나, 해황 님이 여길 어떻게...”“해황 님은 은거 생활을 오래 했고 세간 일에는 전혀 나서지 않았어. 그런데 오늘 왜 갑자기 나타났을까? 설마 하늘이 무너지려나?”황동해가 나타난 순간 현장이 발칵 뒤집혔다. 다들 경외심과 경악이 뒤섞인 표정으로 쳐다보았다.강남 5대 마스터는 사람들이 공인한 최강 5인이다. 그중 황동해는 해황이라 불렸다.10년 전 그는 홀로 서문관을 지켰고 해외 마스터급 강자를 여러 명 처리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수만 명에 달하는 적의 침략을 막으면서 혼자만의 힘으로 도시 하나를 지켜냈다. 그렇게 황동해는 이름을 알렸다.그해 황동해는 강남을 휩쓸었고 위세가 하늘을 찔렀으며 해황이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 그의 찬란했던 업적은 지금까지도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였다.“아저씨?”유진우는 놀란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중요한 순간에 도움 되는 조력자가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아빠, 여긴 어떻게 왔어요?”익숙한 뒷모습에 황은아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지난번 헤어진 후로 한동안은 아버지를 만나지 못할 줄 알았는데...“여기 일이 터졌다고 해서 뭔 일인지 보러 왔지.”황동해는 고개를 돌리고 씩 웃었다.“괜찮아? 다친 데는 없지?”“괜찮아요. 그런데 저 사람들이 쪽수로 밀어붙이면서 우리 물건을 빼앗으려는 건 물론이고 아저씨를 공격하려 했어요. 정말 너무해요.”황은아는 바로 고자질하기 시작했다.“방금 다 지켜봤어. 나머지는 나에게 맡겨.”황동해는 고개를 끄덕인 후 세 명의 마스터에게 시선을 옮겼다. 얼굴에 지어졌던 미소가 점점 사라졌고 눈빛도 날카로워졌다.“세분 모두 세간에서 명성이 자자한 분들인데 여기서 애들을 괴롭히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황동해 씨, 이건 우리의 개인적인 일입니다. 황동해 씨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 같은데요?”장수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보물을 곧 손에 넣을 수 있었는데 중도에 갑자기 차질이 생길 줄은
“X발, 내가 해황 님 같은 실력을 지녔다면 해황 님보다 백배는 더 나댔을걸?”무사들은 너도나도 한마디씩 주고받으며 의견이 분분했다. 놀란 와중에도 경외심이 불타올랐다. 세 명의 마스터에게 덤빌 수 있는 사람이 강남 전체에서 몇이나 될까?“무엄하다. 우리가 정말 널 두려워해서 이러는 줄 알아?”장수현이 참다못해 분노를 터트렸다. 후배에게 한 소리 들었으니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황동해, 적당히 해!”조경수도 성난 얼굴로 말했다.“같은 마스터인 걸 봐서 좋게 좋게 말했는데 굳이 우리와 등을 돌리겠다면 우리도 어쩔 수 없어.”“아미타불.”격심대사가 한숨을 내쉬었다.“황동해 씨, 계속 이렇게 고집을 부린다면 저도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세분 모두 쉽게 물러날 생각이 없는 것 같으니 제대로 붙어보죠, 뭐. 어차피 몸 풀어본 지도 오래됐거든요.”황동해가 갑자기 웃더니 강력한 기운이 서서히 뿜어져 나왔다. 주변의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졌고 광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황동해! 우린 셋이고 그쪽은 둘이야. 우리가 승산이 더 있다는 걸 잊지 마!”장수현이 매섭게 호통쳤다.“3대2?”황동해가 고개를 내저었다.“뭔가 오해한 것 같은데... 당신네 셋을 상대하는데 진우 씨까지 나설 필요 없이 나 하나면 족해요.”그의 말에 사람들은 순간 멍해졌다.‘설마 진짜 3 대 1로 붙으려고? 장난해?’장수현 등 3인은 극히 드문 베테랑 마스터들이다. 혼자서 셋을 상대한다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황동해, 아주 미쳐 날뛰는구나. 오늘 제대로 혼쭐내야겠어.”장수현이 노발대발하며 몸을 벌떡 일으켜 먼저 공격했다.“배은망덕한 놈, 실력이 얼마나 강하기에 큰소리치나 두고 보자.”조경수가 바로 따라붙었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공격에 나섰다.“황동해 씨, 회개만 하면 되돌릴 수 있어요. 소생이 당신을 구하겠습니다.”격심대사도 전혀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온몸에 금빛을 내뿜으며 화살처럼 쏜살같이 달려갔다.세 명의 무도 마스터는 각기
황동해 등 4인의 전투가 점점 치열해졌고 파괴력도 더 커졌다.4인의 교전점을 중심으로 반경 100m 이내가 뭉개지다 못해 폐허가 되었다. 블랙 숲의 새와 짐승들도 혼비백산하여 여기저기 도망쳤다.세상을 뒤흔들 것만 같은 전투는 수많은 무사들의 이목을 끌었다. 점점 많은 무사들이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후천무사, 선천무사를 막론하고 무도 마스터도 왔고 각 세력과 파벌... 아무튼 올 수 있는 사람은 거의 다 왔다.이 순간 아무도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멀리서 마스터 네 명의 전투를 지켜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고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주시했다.쿵, 쿵, 쿵...전투는 점점 더 치열해졌고 폭발음이 끊이지 않았다.엄청난 기운이 마치 쓰나미처럼 끊임없이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그 모습에 사람들은 간담이 서늘해지고 머리가 쭈뼛 설 지경이었다.수백 번의 공격을 주고받은 후 장수현, 조경수, 격심 3인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황동해의 실력이 예상 밖으로 너무 강한 것이었다. 3대1로 싸워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그리고 마스터 강기가 어찌나 매서운지 줄어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고 되레 싸울수록 점점 더 강해지는 것 같았다. 그야말로 괴물이 따로 없었다.정말 괜히 5대 마스터가 아니었다. 그들은 드디어 5대 마스터의 실력을 제대로 느꼈다. 3 대 1로도 제압하지 못하는데 홀로 덤볐다간 결과가 어떨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해황이라는 별명이 결코 거저 얻어진 게 아니었다.“경수 씨, 격심대사님, 이대로 계속 싸웠다간 우리만 손해 봐요. 필살기를 꺼낼 때가 된 것 같습니다.”황동해의 기세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자 장수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장수현의 표정이 사뭇 어두워졌다.“맞아요. 최선을 다해 싸워야 할 것 같아요. 혹시라도 실패한다면 앞으로 얼굴을 못 들고 다녀요.”조경수가 이를 꽉 깨물었다. 이마에 벌써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소생 이따가 정면에서 막고 있을 테니까 두 분이 필살기를 꺼내십시오.”격심대사가 말했다.“네! 그렇게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