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무서운 실력이었다.“하하... 이겼어요! 우리가 이겼어요!”황은아가 소리를 지르며 기뻐했다. 방금까지도 아버지가 질까 봐 걱정했는데 이렇게 빨리 이길 줄은 몰랐다.“역시, 대단하네.”유진우가 옅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 놀란 것 같지는 않았다.황동해의 진짜 실력은 이미 마스터 대원만에 이르러 5대 마스터 안에서도 손에 꼽히는 존재였다. 하지만 장수현 등 사람들은 아무리 강해 봤자 마스터 대성이었기에 급부터가 달랐다. 황동해가 봐주지 않았다면 세 사람의 목숨은 진작에 날아갔을 것이다.“계속하시겠습니까?”황동해가 앞으로 나서며 카리스마 있게 물었다. 그의 위엄 있는 모습에 모두가 존경의 눈길을 보냈다.“쿨럭...”장수현 일행은 얼굴에 먼지를 가득 묻힌 채 구덩이에서 빠져나왔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황동해가 실력을 감추고 있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방금의 상황은 대처할 틈조차 없었다.“어떡해요? 설마 이대로 포기할 거예요?”장수현이 아쉬운 듯 물었다. 조금만 더 하면 천영 구슬을 가져올 수 있었는데 하필이면 여기 황동해가 있었다.“더 강한 사람이 오지 않는 이상 더는 무리일 것 같아요.”조경수가 눈살을 찌푸리고 대답했다. 방금 공격의 여운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나무아미타불, 그럴 만한 강자는 전 강남에 몇 안 될 겁니다.”격심대사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세 사람이 망설이고 있을 때, 갑자기 광풍이 몰아치며 서늘한 공기가 그들을 감쌌다. 사람들이 모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순식간에 입김이 피어올랐다. 분명 봄인데도 겨울이 된 것만 같았다.“무슨 일이에요? 갑자기 불안한 기분이 들어요.”“저도요. 방금의 한기가 심상치 않아요. 전 지금도 손이 떨려요.”사람들은 모두 두리번거리며 웅성댔다. 왠지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 같았다.이때 한 남자가 먼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요! 저 까만 연기는 뭐에요?”사람들의 시선이 남자가 가리킨 곳으로 향했다. 숲속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엄청
“어떻게 된 거야? 이게 다 뭐야?”“해독단 있는 사람 있어요? 제가 살게요! 얼마가 됐든 사겠습니다!”“망했어... 우리 여기서 죽는 건 아니겠죠?”사방에서 밀려오는 안개를 보며 사람들은 저마다 몸을 덜덜 떨었다. 보물을 찾기 위해 왔는데 목숨이 위험해질 줄은 몰랐다.“블랙 숲에 지옥의 노래가 있었어? 일이 복잡하게 됐군!”주변을 살펴본 황동해의 표정이 굳어졌다. 3대 마스터 같은 건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아빠, 지옥의 노래가 뭐예요?”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을 보자 황은아도 덩달아 긴장했다.“세계 10대 독으로 불리는 끔찍한 독가스야. 독성이 강한 건 아니지만 파괴력이 어마어마하지. 지옥의 노래가 지나간 곳에는 생명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아.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깡그리 삼켜지지, 지옥에 떨어지는 것처럼 말이야!”황동해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네? 그렇게 끔찍해요? 그럼, 이제 어떡해요?”황은아가 침을 삼키며 말했다. 설연홍이 갑자기 물었다.“명의님, 명의님의 의술이 고명하시고 독에 대해서도 많이 아시는 것 같은데, 무슨 방법 없나요?”“없습니다. 지옥의 노래는 마스터 급 이하의 사람이라면 버텨내기 어려운데, 해독단도 쓸모없을 겁니다.”유진우가 인상을 쓰고 말했다.주변의 검은 안개는 영혼이라도 있는 것처럼 사람을 쫓아다니는 게, 아무래도 조금 이상했다.“원기를 써보는 게 어때요?”황동해가 갑자기 물었다. 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한번 해보죠.”두 사람은 동시에 숨을 들이쉬고는 가까운 곳에 있는 지옥의 노래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훅!마스터의 기가 폭발하며 엄청난 바람이 불어와 검은 연기를 향해 돌진했다. 연기는 순식간에 십여 미터 밖으로 밀려났다.“와! 효과 있어요!”황은아의 표정이 밝아졌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녀의 표정이 완전히 굳어버리고 말았다. 방금 생긴 십여 미터가량의 청정구역에 다시 연기가 생겨났기 때문이다.“다시 한번!”황동해와 유진우는 서로를 쳐다보고는 다시 공격을 가했다. 하지만 연기는 밀려났
모두 당황스러운 얼굴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출구를 찾았지만, 사방이 연기로 꽉 막혀있어 아무런 출구도 찾을 수 없었다.“천학지존님! 제발 저희를 살려주세요!”“조 마스터님! 무도 마스터이시니 저흴 도와주실 수 있으시죠?”“격심대사님! 저흴 도와주세요!”당황할 대로 당황한 무사들이 장수현 일행의 앞에 와 빌기 시작했다.“쓸모없는 것들! 저리 가!”장수현은 손을 휙 저어 사람들을 날려 보냈다.“어쩔 수 없어요. 이 일은 당신들 운이 나쁜 거로 하죠.”조경수도 동요하지 않은 채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나무아미타불, 이 일은 저도 어쩔 수 없네요.”격심은 고개를 저으며 아무것도 보지 못한 척했다. 마스터들에게 지옥의 노래는 치명적이지 않았으나 사람을 구하기는 어려웠다.“황 마스터님! 살려주세요!”이때 무사들이 황동해에게 달려가 무릎을 꿇고 땅에 머리를 박아댔다.“황 마스터님이라면 방법이 있으시죠?”“마스터님은 저희의 본보기예요! 제발 살려주세요!”사람들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울며불며 황동해에게 매달렸다. 지금은 황동해만이 그들을 구할 수 있었다.“아빠, 어떡해요? 그냥 이렇게 죽기만을 기다려야 해요?”황은아가 울상이 돼 말했다. 무도 마스터의 주먹으로도 검은 연기를 처리할 수 없었다.“사실 방법이 있긴 해. 하지만 조금 위험할 거야.”황동해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하지 마요!”유진우가 인상을 쓴 채 그를 저지했다. 그는 이미 황동해가 무슨 일을 할 지를 알고 있었다.황동해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의 생명이 달린 일이에요. 이들은 장차 무림인들의 기둥이 될 터인데, 이렇게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어요.”“당신의 실력으로 은아를 데리고 여길 빠져나가는 건 식은 죽 먹기일 텐데, 굳이 이렇게 하는 이유가 뭐예요?”“제가 이렇게 도망쳤다가는 이 사람들이 모두 죽을 거 아니에. 그럼, 무림에도 큰 영향이 있을 거예요.”“아무 상관 없는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다니, 꼭 그래야 하겠어요?”“나 안 죽으니까 걱정
“연기가 없어졌어! 모두 빨려 들어갔어!”“좋아! 우리 이제 살았어요!”“역시 황 마스터님이세요! 너무 대단해요!”빠른 속도로 빨려가는 연기를 보며 사람들은 구세주를 만난 듯 감탄했다. 조금 전까지도 곧 죽을 목숨이라는 것에 절망했는데, 다행히도 황동해가 나타나 이 위기를 모면했다.콰르릉!주변의 연기는 빠른 속도로 황동해에 흡수되고 있었다. 반나절이 지나자, 지옥의 노래는 점점 옅어지다 결국엔 없어지고 말았다.“하하하... 없어졌어요! 우린 이제 살았어요!”사람들이 환호했다.하지만 지옥의 노래를 빨아들인 황동해의 몸은 순식간에 검게 물들고 말았다. 눈, 입술, 얼굴, 목, 사지, 손톱까지, 온몸이 검게 물들었다.독에 잠식된 것이다!“풉!”황동해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검은 피를 뿜어냈다. 그는 줄 끊어진 연처럼 허공에서 힘없이 떨어졌다.“아빠!”황은아가 새된 비명을 지르며 떨어지는 황동해를 받으려 했으나 유진우에게 저지당했다.“내가 할게!”그 말을 끝맺기도 전에 유진우는 이미 몸을 솟구쳐 황동해를 받아 들고는 땅에 사뿐히 내려왔다. 황동해는 이미 쇠약해진 얼굴로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지옥의 노래의 독성이 그의 몸에서 마구 날뛰고 있었다. 실력이 약한 사람이었다면 진작에 즉사했을 것이다.황동해는 비록 죽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상황도 아니었다. 그의 오장육부는 독에 철저히 파괴되었다.황은아가 급히 유진우에게 달려갔다.“아저씨! 우리 아빠 어때요? 괜찮은 거죠?”“멀리 떨어져! 네 아버진 지금 온몸이 독에 절여져 있어!”유진우는 손을 저어 황은아가 접근하지 못하게 막고는 은침을 꺼내 황동해의 혈 자리에 꽂아 넣어 독이 퍼지는 것을 막았다. 그러고는 황동해의 손가락을 따 독을 배출시켰다. 하지만 그의 피는 아직도 검은색이었다.“아직 모자라!”유진우는 인상을 쓰고는 두 손을 황동해의 등에 올린 채 마스터의 기를 불어넣어 독을 정화했다.똑, 똑, 똑...마스터의 기가 황동해의 몸에 들어갈수록 그는 더욱더 많은 피를
펑!천영 구슬이 갑자기 금빛을 내뿜더니 쑥 하고 황동해의 뱃속에 들어갔다. 이어 구슬은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검은 독가스를 빨아들여 황동해를 치료하고 있었다.“역시 쓸모 있었어!”유진우의 표정이 환해졌다. 천영 구슬이 있는 한 황동해의 목숨은 지킬 수 있었다.“황동해! 어서 천영 구슬을 내놔!”정신을 차린 장수현이 흥분해 외쳤다.“이런 보물을 감히 삼켜버려? 좋은 말 할 때 어서 토해내!”조경수도 두 눈을 빛내며 말했다.“나무아미타불, 이 물건은 사악한 영이 깃들었으니, 조심하시기를 바랍니다!”격심대사도 참지 못하고 그에게 다가갔다.이때 황은아가 그들의 앞을 막아서며 소리 질렀다.“그만해요! 우리 아빤 심하게 중독돼 천영 구슬로 목숨을 부지해야 해요. 기회 엿보지 마요!”“흥! 어차피 곧 죽을 사람인데, 천영 구슬을 써봤자 낭비야. 어서 우리한테 주는 게 좋을걸!”“양심이 있긴 한 거예요? 아빠는 당신들을 살리려다 이렇게 됐는데, 은혜를 원수로 갚으시려고요?”“말은 똑바로 하지 그래? 우리가 부탁한 게 아니라 자처한 거잖아.”“정말... 정말 너무하네요!”황은아가 눈살을 찌푸렸다. 무림인 선배들은 의리를 지킬 줄 알았는데, 이렇게 뻔뻔할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장수현이 소리쳤다.“헛소리 그만해! 천영 구슬을 내놓지 않으면 너희 모두 죽여버릴 거야!”“선배, 이 아이는 황동해의 딸이에요, 중요한 사람이니 먼저 잡아놓고 얘기하죠!”조경수가 차갑게 웃으며 순식간에 황은아의 앞으로 다가가 황은아를 낚아챘다. 황동해의 약점을 잡으면 이제 무서울 게 없었다.“감히!”이때 고함과 함께 갑자기 검은색 인영이 나타나 황은아의 앞을 가로막고는 조경수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펑!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조경수가 십여 미터 밖으로 날아갔다. 입가에서는 붉은 피가 흘러나왔고 안색은 창백했다. 하지만 검은색 인영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위풍당당하게 서있었다.그는 다름 아닌 강남 무도 연맹의 맹주, 송만규였다!“송만규?”그를 본 조경수의 안색
“응? 그건 무슨 소리야?”송만규는 의문스레 뒤를 돌아보았다.황은아가 급히 설명했다.“아저씨! 천영 구슬은 저희가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찾은 거예요. 원래부터 저희 거라고요. 이 사람들이 멋대로 가져가려는 거예요!”“웃기지 마! 이건 무림을 위한 일이야. 너희처럼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게 아니라고!”“맹주님! 이 사람들은 이기적이기 짝이 없어 무도 연맹에 해만 될 거예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나무아미타불, 사악한 물건과 함께하는 자는 필히 사악한 자일지라.”조수현 일행이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그전의 악랄함은 온데간데없이 저마다 정의의 사도가 되어있었다.“이... 이 위선자들! 그만해!”황은아가 화를 참지 못하고 외쳤다. 이렇게 뻔뻔하게 남의 물건을 빼앗아 가려는 꼴을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사실이 완전히 왜곡되었다.송만규가 손을 들어 그들의 쟁론을 저지하고는 차갑게 말했다.“됐다! 지금 천영 구슬은 어디에 있어?”“저희 아빠 뱃속에요. 방금 아빠가 저들을 구하려다 중독돼서 천영 구슬로 치료해야 했어요. 하지만 이 사람들은 아빠의 생사는 안중에도 없고 천영 구슬에만 혈안이 되어 있어요! 나쁜 사람들?”“응? 그런 일이 있었어?”“맹주님, 사실이긴 하다만, 저희는 황동해가 천영 구슬을 망쳐버릴까봐...”“맞아요! 만약 황동해 몸속의 독이 천영 구슬을 오염시키면 어쩌려고요? 그럼, 보물을 망친 게 되잖아요!”장수현 일행이 궤변을 늘어놓았다.“닥쳐! 천영 구슬이 중요하긴 하다만 사람 목숨만큼은 아니야. 너흰 모두 꽤 유명한 사람들인데 이런 일을 저지르다니, 당장 꺼져! 좋은 말로 할 때!”“맹주님...”“왜? 못 알아들었어? 다시 말해줘?”장수현이 입을 열려 했지만, 송만규의 위엄에 급히 쭈그러들었다.송만규는 강남 5대 마스터의 우두머리였다. 그들 세 사람이 힘을 합쳐도 황동해조차 상대하지 못했는데, 송만규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지금은 참아야 할 때였다.“가자!”장수현이 인상을 쓰고 자
송만규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안 좋은 일을 홀로 삼키는 건 그대로네. 아직도 억지로 버티고 있는 걸 보니. 듣자 하니 천영 구슬을 삼켰다며? 먹어도 되는 거 맞지?”“걱정 마세요. 천영 구슬은 사람을 해치지 않을 거예요. 반대로 독을 흡수하고, 수행을 도와줄 수 있어요.”유진우가 설명했다.“그래? 동해야, 어쩌면 잘된 일이야. 천영 구슬이 있으니 대 마스터까지도 올라갈 수 있을 거야.”“그럼 좋죠. 천영 구슬은 귀한 만큼 이를 노리는 사람들도 많아요. 일이 복잡해질 거예요.”황동해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걱정 마, 내가 있잖아. 누구도 구슬을 빼앗아 가지 못할 거야.”“24시간 제게만 붙어있으려고요?”“아니, 너 말고, 구슬을 지킨다고.”송만규는 차갑게 말하고는 손을 뻗었다. 그의 손이 황동해의 복부를 관통했다. 이어 그는 황동해의 뱃속에서 천영 구슬을 억지로 끄집어냈다! 그의 손에는 내장과 피로 가득했다.“어?”갑작스러운 상황에 모두가 어리둥절해졌다. 모두 눈을 크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방금까지도 허허실실 웃던 송만규가 갑자기 치명적인 공격을 할 줄은 누구도 생각치 못했다. 심지어 손으로 배를 가르다니!“어...”사악하게 웃는 송만규를 보며 황동해는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두 사람의 우정은 실로 탄탄했다. 송만규가 위험에 처했을 적, 황동해가 그를 구해줬었다. 그 뒤로 두 사람은 친형제처럼 가까이 지내며 함께 무수한 시련을 겪어 이 자리까지 왔다.무림인들 세계의 어두운 면과, 인간 본성의 악함을 알지만 그는 절대 송만규를 의심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생과 사를 함께하는 형제였다!“왜... 왜?”황동해는 경악한 표정으로 송만규를 바라볼 뿐 차마 복부의 상처를 내려다보지 못했다.“미안하게 됐어, 천영 구슬을 갖기 위해 여기까지 왔는데 네 뱃속에 들어갔다니, 이럴 수밖에 없었어, 미안해.”송만규가 태연하게 말했다. 황동해를 죽일 생각은 없었으나 그가 천영 구슬을 먹었다니 어쩔 수 없었다.“천영 구슬이
쿵!황동해의 몸이 허공에 떠올랐다가 땅에 내던져졌다. 그의 입과 코에서 피가 뿜어나왔다.“아빠!”황은아가 비명을 지르며 급히 황동해에게 달려갔다.“송만규! 당신 미쳤어?”유진우가 살의를 가득 담은 눈으로 말했다. 믿을 만한 선배인 줄 알았는데, 웃음 속에 칼을 숨긴 비겁한 놈일 줄이야!“미쳤냐고? 하하하... 유진우, 내가 천영 구슬을 위해 어떤 판을 깔았는지 알아? 황보용명에게서 천영 구슬에 대해 전해 들은 다음부터 구슬을 갖기 위해 애써왔어. 황보춘을 이용해 살인하고, 일부러 소식을 흘려 인여궁 사람들을 강남으로 유인하고, 지도를 숨긴 인여경을 너희한테 배달해 줬잖아. 모든 건 내가 설계한 판이야. 너희들은 모두 내게 이용당했다고. 너희들이 묘에 들어가 고영은의 시선을 돌려야만 내가 천영 구슬을 가질 수 있으니까. 정성이 지극하면 돌 우에도 꽃이 핀다고, 이렇게나 오랜 노력의 결실이 생겼어! 이 보물만 있으면 난 대 마스터가 되고 이 무림의 지존이 될 수 있을 거야! 그때가 되면 천하가 모두 내 것일 테지, 하하하...”송만규가 소리 내 크게 웃었다. 지금까지 줄곧 착한 척했는데, 드디어 이 모든 걸 털어놓을 수 있게 되었다.유진우가 두 주먹을 꽉 쥐고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다 당신 짓이었어? 당신이 맹주님을 죽이고, 내게 누명을 씌우고, 해독약에 독을 탄 거야? 당신이 황보춘을 풀어주고 선미를 그렇게 만든 거야? 다 당신 짓이었어?”“맞아! 바로 나야! 그뿐만 아니라, 방금 지옥의 노래 독가스도 내가 풀어놓은 거야! 너흴 깡그리 죽여 입막음하려 했지. 그럼, 누구도 내가 천영 구슬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지 못깐. 황동해 이놈이 자신을 희생해 네놈들의 목숨을 살릴지는 미처 예상치 못했지만 말아야. 그럼 어쩔 수 없이 내가 나서서 처리해야지. 자, 이제, 마지막으로 남길 유언이라도 있어?”진실을 말해버린 이상 송만규는 여기 있는 모두를 죽여야 했다.“어쩐지... 어쩐지 누군가 상황을 조종하는 것 같더라니, 당신이었어요?”설연홍이 깜짝
길을 따라 끊임없이 걸어온 그들이 그동안 눈에 담은 것은 끝없이 펼쳐진 황량함 뿐이었다.지나가는 곳마다 모래만이 끝없이 펼쳐졌고 그 어디에서도 생명의 기운은 찾아볼 수 없었다.그러나 지금, 그들 앞에 펼쳐진 풍경은 전혀 다른 차원의 모습이었다.눈앞엔 푸른 생명이 가득한 대지가 펼쳐져 있었다. 꽃과 풀,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고 마치 생기가 넘치는 생명의 요람처럼 보였다.멀리서 보면 그것은 끝없이 펼쳐지는 거대한 숲 같았다. 그 끝이 어디에 닿는지 누구도 알 수 없을 정도였다.만약 이런 풍경이 열대우림에서 나타났다면 그리 놀랍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들은 죽음의 사막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사막, 그 불모의 땅에서 갑자기 펼쳐진 이 푸른 오아시스는 그들의 마음을 충격과 경이로움으로 가득 채우기에 충분했다.그들이 서 있는 곳과 그 앞의 오아시스는 마치 두 개의 다른 세계 같았다.한쪽은 황량하고 죽음의 기운이 감도는 모래로 뒤덮여 있었고 다른 한쪽은 생기와 활력으로 넘쳐나는 초록의 세계였다.“세상에, 죽음의 사막 속에 이런 곳이 있었단 말이야?”“이게 무슨 오아시스야? 이건 그냥 숲이라고 해야지!”“푸른 나무들, 향기로운 풀밭, 떨어지는 꽃잎들…무릉도원이 다름없네!”“...”그들은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경탄을 금치 못했다.지금까지 그들이 봐왔던 오아시스는 대부분 작은 숲이었다.그 안에는 작은 연못과 몇 그루의 나무, 동물 몇 마리 정도가 있을 뿐이었다.그러나 지금 그들 눈앞에 펼쳐진 이 오아시스는 거대한 숲 그 자체였다. 나무와 풀이 끝없이 가득 차 있었다.그 풍경은 경이롭기 그지없었다.“대장님, 작년에 죽음의 사막에 들어왔을 때는 이 오아시스가 없었죠? 단 1년 만에 이렇게 변하다니, 정말 믿기지 않아요.”블랙스콜피온 팀의 짧은 머리의 여자가 감탄했다.그들이 보고 있는 이 무성한 꽃과 나무들은 정상적으로는 수년이 지나야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아마도 지각의 변동으로 지하수가 범람하면서 이런 변화가
”아가씨, 야영지 주변에서 발견한 물건입니다.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이 냄새가 사막 쥐들을 유인했을 겁니다.”왕 아저씨가 검은 물체를 한 움큼 쥐고 이청성에게 말했다.그 물체는 대략 콩알 정도인 크기였는데 마치 어떤 미끼처럼 보였으며 독특한 비린내가 났다.“이게 무엇인가요?”이청성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냄새를 맡아보니 생각보다 꽤 자극적이었다.“아마도 음식과 약물이 섞인 것 같습니다. 방금 실험을 해봤는데 이 물체에서 나는 냄새가 사막 쥐를 빠르게 끌어모은다는 걸 확인했습니다.”왕 아저씨가 설명했다.“그렇다면 물자가 파괴된 일은 우연이 아니라 누군가 의도적으로 우리를 해치려 했다는 말인가요?”이청성은 빠르게 답을 내렸다.이 사막 쥐를 끌어들이는 물체는 자연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그럴 가능성이 큽니다.”왕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검은 물체들이 우리가 보관한 물자 주변에 널려 있었습니다. 사막 쥐 무리를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적인 행동이 분명합니다. 게다가 물자를 지키고 있던 사람들은 이유 없이 잠들었고요. 아마 약을 먹인 것 같습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누군가 뒤에서 상황을 조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우리를 따라오며 우리가 방심할 때를 틈타 물자를 파괴해 우리를 막다른 길로 내모는군요. 이 상황을 만든 배후가 있다니, 잔인하기 그지없네요.”이청성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눈빛 속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그녀는 자신이 특별히 누군가에게 원한을 산 적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처음에는 여관에서 누군가가 푼 독에 중독될 뻔했고 그 뒤엔 물자가 파괴되었다. 물러설 길도 주지 않았다.아무리 마음을 넓게 가진다 해도 이런 일은 참을 수 없었다.“이 자식들! 누군지 알게 되면 그놈의 피부를 벗겨버릴 거야!”진이수는 이를 악물며 분노를 터뜨렸다.“세상엔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많고 사람의 마음은 흉악하기 그지없네요. 우리는 굉장히 은밀한 경로로 이동했는데 외부인들이 어떻게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따로 없었다.“청성 씨! 어떻게 된 일입니까? 이 사막 쥐들은 어디에서 온 거죠?”진이수가 다가가서 물었다.“진 대장님, 그 질문은 오히려 제가 해야 하지 않나요?”이청성은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진 대장님은 여러 번 죽음의 사막을 오갔고 이곳의 환경에 대해 잘 알고 있어요. 어젯밤 야영지도 진 대장님이 고른 곳인데 그곳에 사막 쥐 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걸 몰랐나요?”“청성 씨,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정말 몰랐어요.”진이수는 황급히 해명했다.“일반적으로 사막 쥐 떼는 죽음의 사막 외곽에서만 나타나며 일정한 활동 구역이 정해져 있어요. 제가 고른 장소는 그 범위 밖에 있었으므로 이런 공격을 받을 리가 없습니다.”“청성 씨, 예기치 못한 사고는 늘 있는 법입니다. 죽음의 사막에 들어왔으면 다양한 상황에 대비할 준비를 해야 하죠. 우리 대장님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누구도 이곳에 사막 쥐 무리가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죠. 불만이 있다면 문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자들에게 불만을 품어야 할 겁니다.”블랙스콜피온의 한 짧은 머리 여자가 말했다.“맞습니다!”옆에 있던 큰 덩치의 대머리 남자가 맞장구쳤다.“물자를 지키는 사람들은 전부 청성 씨 사람들이잖아요. 괜히 우리 탓으로 돌리지 마세요.”“왕 아저씨, 물자를 지킨 사람들은 누구였습니까? 모두 다 데려오세요.”이청성은 차갑게 말했다.“네!”왕 아저씨는 짧게 답한 뒤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잠시 후, 그는 팀원들과 함께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이청성에게 보고했다.“아가씨, 어젯밤 보초는 이 다섯 명이 맡았습니다.”“어떻게 된 일입니까? 왜 이런 문제를 제때 발견하지 못했죠?”이청성의 목소리는 차분하고도 냉정했다.이번 임무는 국운을 좌우하는 중요한 일이었기에 절대로 부하들이 게으름을 피우게 해서는 안 됐다.“죄송합니다, 저희가 깜빡 잠이 드는 바람에...”소대장은 송구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잠이 들었다고요?”이청성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다음 날, 이른 아침.새벽빛이 채 퍼지지 않은 시각, 유진우는 갑작스레 들려온 텐트 밖의 발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순식간에 몸을 뒤집어 일어난 그는 곧장 경계 태세를 갖췄다.얼마 지나지 않아 텐트 밖에서 왕 아저씨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큰일입니다! 밖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왕 아저씨는 텐트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조심스럽게 바깥에서 보고를 올렸다.“네?”소란스러운 기척에 이청성이 천천히 눈을 떴다.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재빨리 겉옷을 걸친 그녀는 나직이 물었다.“무슨 일이죠?”“방금 순찰을 돌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습니다. 야영지 주변에 수많은 사막 쥐들이 나타났습니다. 녀석들의 이동 경로를 따라가 보니 우리 보급 물자가 전부 난장판이 되어있더라고요!”왕 아저씨의 목소리에는 불안이 서려 있었다.“뭐라고요?”이청성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녀는 곧장 텐트를 열고 밖으로 나섰다.“보초를 교대로 서도록 지시했는데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죠?”“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발견했을 땐 이미 너무 늦었더라고요.”왕 아저씨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가요, 가서 직접 확인해 봅시다.”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발걸음을 재촉했다.이번 탐험을 위해 그녀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다양한 생존 물자를 챙겼고 그것들을 낙타에 실어 운반했다.밤이 오기 전엔 특별히 신신당부하며 보급 물자를 철저히 관리하라고 지시하기까지 했는데 한숨 자고 일어난 사이 모든 것이 이렇게 망가졌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땐 수천만 마리의 사막 쥐들이 이리저리 날뛰고 있었다.식량과 물, 그리고 수많은 보급 물자가 난장판으로 되었다.호위팀의 팀원들은 사막 쥐 무리를 내쫓기 바빴다.그러나 사막 쥐들은 사람에 대한 경계가 전혀 없는 듯했다. 여전히 식량들을 탐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눈에 담은 이청성은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사막 쥐들은 타고나길 경계심이 강한 동물이라 이렇게 대놓고 인간의 식량을
밤에는 날씨가 매우 춥고 찬 바람이 불어 얼굴이 아플 정도였고 낮이 되면 마치 불 위에 얹어 굽는 것처럼 유난히 뜨거워 바위에 달걀을 터뜨리면 1분 안에 익을 수 있는 정도였다.이처럼 춥고 더운 극한 환경은 일반 사람들이 전혀 견딜 수 없었다.비록 충분한 물자를 준비했지만 이는 겨우 생존 필요를 유지하는 것일 뿐이며 진정으로 시험하는 것은 인간의 의지력과 신체 압축강도의 대처 능력이었다.유진우와 이청성 일행은 바람이 그린 지도를 따라 같은 속도로 전진했다.해 질 녘부터 해 뜰 때까지, 해가 떠서부터 해 질 녘까지.인원이 많다 보니 팀 이동 속도도 느렸고 다행히 이청성이 준비를 철저히 했고 이번에 데리고 온 사람들은 엘리트였기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빨리 해결할 수 있었다.밤에는 달빛이 어둡고 바람이 많이 불어 더는 이동이 힘들어지자 이청성은 팀을 지휘하여 적절한 장소를 찾아 텐트를 치고 주둔할 준비를 하였다.오랜 길을 달린 탓에 사람들은 몸과 마음이 이미 지쳐 있었고 오늘 밤은 푹 쉬어야 원기를 회복할 수 있었다.텐트가 설치되자 이청성은 먼저 요리사에게 요리를 시작하라고 명령했고 두 명의 최고 요리사와 십여 명의 후방 지원 요리사가 곧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굶주린 백여 명의 사람들은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며칠 동안의 사막 행은 아주 힘들었지만 이렇게 힘들 때 맛있는 음식에 술 한 모금 마시는 것은 그야말로 행복한 일이였다.큰 텐트 안에서 유진우, 이청성, 진이수 몇 사람은 배불리 먹은 후 둘러앉아 이어서 해야 할 일을 의논하기 시작했고 날씨가 추운 탓에 텐트 안에 모닥불도 피웠다.“이청성 씨, 지금까지의 진행 과정은 모두 매우 순조로웠어요.”“별일 없으면 우리는 내일 오후쯤 오아시스의 변두리 지역에 도착할 것 같아요.”“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그곳은 황사가 많이 발생하는 곳으로 우리는 더욱더 조심해야 해요.”진이수는 손으로 책상 위의 지도를 가리키며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네, 알겠어요. 진 대장, 어서 들어
한 시간 뒤, 서지석은 오령정 한 무더기를 안고 여관방에 들어서더니 탁자 위에 모조리 내려놓으며 말했다.“이청성 씨, 이것들은 모두 오늘 받아온 오령정들이에요. 제가 계산해 보니 대략 70% 정도 되던데 나머지 30%는 연락이 안 되거나 팔려고 하지 않았어요.”서지석은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처음에 그는 이청성의 재산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에 말로 설득하여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시키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말은 아무도 믿지 않았고 금도문이라는 이름을 내걸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심지어 대부분의 사람은 그를 사기꾼이라 생각하여 그들의 재산을 탐내 이런 더러운 수단으로 오령정을 빼앗으려 한다고 생각했다.서지석은 어쩔 수 없이 이청성의 방법대로 오령정을 높은 가격에 받아 대부분 사람의 의심을 풀었지만 의심이 많은 녀석들은 여전히 판매하려고 하지 않았고 아무리 설득해도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방법이 없어서 포기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좋은 말로는 죽을 놈을 말리기 어렵다는 말이 있듯이 그는 무림인들의 세계의 도덕과 정의를 매우 중시한다고 자문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고 더는 설득할 능력이 없었다.“지석 씨, 수고하셨어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미 다 했으니 나머지는 하늘에 맡겨야죠.”이청성은 이미 예상한 듯하였고 처음부터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단지 애국심과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최대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으로 생각했다.“저는 심부름만 했을 뿐 아무것도 한 것이 없어요. 오히려 이청성 씨가 너무 많은 재산을 낭비하셨어요.”서지석은 자신의 위엄과 명성으로 몇몇 사람이라도 설득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결국 혼자 착각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전혀 체면을 세워주지 않고 눈앞의 이익만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었다.“금전은 모두 목숨 이외의 물건이니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한 사람이라도 구하셨으면 된 거예요.”이청성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말했다.“이청성 씨, 한 가지 일이 더 있어요.”서지석은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유진우의 손에 있는 검은 기체 덩어리를 보고 모두 놀라 멍해졌다.조금 전까지만 하여도 멀쩡했던 영기가 어떻게 눈 깜짝할 사이에 통째로 삼켜 없어질 수가 있을까.머리카락보다도 더 가는 사악한 기운이 이렇게 강력한 위력을 갖고 있을 줄이야.“이 물건이 이렇게 무서운 줄 몰랐어요. 오늘 많은 것을 배워가네요.”서지석은 당황한 표정으로 침만 삼켰다.유진우가 때맞게 확인시켜 주어서 다행히 큰 불행은 모면했지만 사실을 모르고 오령정의 영기를 그대로 흡수하여 사악한 기운을 체내에 끌어들였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고 사악한 기운이 폭발할 때쯤이면 결국 바람처럼 될 것이 분명했다.“과연 내 예상대로 이 물건은 흉악하기 그지없네.”유진우의 손가락에 가해지는 압력이 점점 커지자 에너지 커버에 싸인 검은 색의 사악한 기체가 완전히 발광하여 미친 듯이 솟구치고 전력 질주하며 에너지 커버에 끊임없이 부딪혀 구속에서 벗어나려는 듯하였다.희미하게 짐승이 포효하는 듯한 소리도 들리는 것을 보아하니 이 사악한 기운은 이미 영성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이렇게 좋은 보물이 안타깝게도 사악한 기운에 오염되다니, 정말 낭비네요.”서지석은 한숨을 내쉬며 손에 쥐었던 오령정을 모두 바닥에 던지고 발로 부스러뜨려 사악한 기운이 사람을 해치는 것을 방지하였다.“사건이 비정상적으로 넘어갈 땐 반드시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니 바람의 최후는 오아시스와 관련이 있을 것이에요. 우리는 앞으로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 해요.”유진우가 말하면서 한 손을 꽉 움켜쥐자 손에 있던 검은 기체가 순식간에 폭발하여 완전히 사라졌다.현장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손에 든 오령정을 처리한 후 모두의 시선은 일제히 조이준한테로 향했다.조금 전 조이준은 가장 먼저 앞다투어 오령정을 빼앗아 지금은 손에 달걀만큼 한 크기의 오령정을 40여 개나 쥐고 있었으며 품질은 매우 좋아 보였고 모두 합치면 그 가치는 엄청났다.“왜 다들 날 쳐다봐?”
조금 전의 바람은 이미 인간이 아닌 짐승처럼 변화되었었고 그로 인해 또 다른 불가능도 있었을 것이다.“설령 오령정은 바람의 혈육의 결정체라 하여도 뭐가 문제에요? 당신이 방금 말한 3일을 못 버틴다는 말은 또 어떤 뜻일까요?”서지석은 이어 의문을 제기했다.“오령정은 이미 오염되었어요.”유진우는 엄숙한 표정으로 계속하여 말했다.“바로 전에 바람의 상황을 여러분들도 보셨겠지만 이유 없이 발광하고 인성을 잃고 몸까지 변화된 것을 보면 이 오령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 있을까요?”“진우 씨, 이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에요. 단지 이런 추측으로 사람들을 설득할 능력이 부족할 것 같은데 혹시 증거라도 있나요?”서지석은 다시 물었다.금도문 제자들은 방금 꽤 큰 오령정을 8개나 주워 넉넉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만약 이 오령정을 사용할 수 없다면 그들에게 큰 손실이기에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이러한 결과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매개 오령정에는 모두 한 가닥의 사악한 기운이 숨어 있고 겉으로 보면 발견하기 매우 어려울 거예요. 다만 그 안의 영기를 추출한다면 비로소 증거를 찾을 수 있어요.”유진우는 말하면서 한 손을 평평하게 하여 자신의 오령정을 여러 사람 앞에 보여 주었고 이어 다른 손을 내밀어 손바닥으로 오령정을 향해 살며시 짓누르자 쟁쟁한 소리가 들려왔다.짝!소리와 함께 오령정은 순식간에 터졌고 그와 동시에 짙은 영기가 그 속에서 뿜어져 나왔다.유진우는 손가락을 약간 구부리고 사악한 가운을 감쌀 수 있는 투명한 에너지 커버를 준비해 두었고 이 영기들은 매우 짙은 유백색으로 구름과 안개처럼 끊임없이 밀려왔으며 이것을 모두 흡수하면 무자의 수련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이 영기 속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자세히 보세요.”유진우의 말에 서지석과 몇몇 금도문 제자들이 자세히 눈여겨보더니 갑자기 놀라며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들은 이 유백색의 영기 속에 뜻밖에도 한 가닥의 검은 기체가 숨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이 검은 기체는 유백색의 영기에
“이청성 씨, 방금 그 두 놈이 당신의 오령정을 빼앗은 거 맞죠? 제가 바로 되찾아 올게요.”상황을 지켜보던 서지석은 조금 전에 이청성의 곤룡띠만 아니었으면 자신은 바람을 대처할 수가 없었을 것이고 심지어 죽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녀를 대신해 오령정을 되찾아 오려고 바로 결단력 있게 손을 쓸 준비를 했다.“ 서지석 씨, 쫓아가지 않아도 돼요.”이청성은 쫓아가려는 서지석을 급히 멈춰 세우며 말했다.“빼앗긴 것이 아니라 제가 그들에게 준 것이니 저한테는 소용없는 물건이에요.”“네?”서지석은 머뭇거리더니 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의문스러운 태도로 물었다.“이청성 씨, 오령정은 무사에게는 아주 귀한 보물이잖아요. 내공을 향상할 수 있고 설령 당신이 쓰지 않더라도 돈으로 팔면 가치도 매우 높아요.”“전 돈이 부족하지 않아요.”이청성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네, 그게….”서지석은 한순간 말문이 막혀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랐다.그러고보니 눈앞의 이 여성은 부잣집 아가씨로 부족한 것이 없었고 게다가 곤룡띠 같은 보물도 가지고 있었으니 오령정 한두 개 정도는 안중에도 없었을 것이다.이청성에게는 돈이 부족하지 않았지만 서지석은 돈이 부족했으니 신세를 한 번 더 진다 치고 그녀가 원치 않은 오령정을 자신한테 줘도 되는 건데 돌처럼 던져버리다니 너무 낭비라고 생각했다.“서지석 씨, 제가 보물을 그냥 버린 것이 아니라 이 오령정은 뭔가 이상했어요.”이청성은 이어 해명하며 말했다.“당신 손에 있는 오령정을 자세히 봐봐요. 어딘가 특별한 점이 없어요?”“특별한 점요?”서지석은 오령정 하나를 집어 들고 자세히 관찰했지만 아무런 이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하고 의아해하며 물었다.“대체 어디가 특별해요? 안에 있는 짙은 영기는 바로 흡수할 수 있으니 수련에 사용해도 아무 문제 없을 것 같아요.”“서지석 씨, 만약 이 물건으로 수련하면 아마 3일도 못 살고 죽을 거예요.”이때 유진우는 손톱만 한 크기의 오령정을 손에 집어 들고 천천히 앞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