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골탈태한 한중섭을 보며 오너들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마치 강적을 만난 듯 선뜻 나서지 못했다.만약 예전이었더라면 식은 죽 먹기로 한중섭을 제압했을 것이다. 그런데 한중섭이 이젠 진정한 무도 마스터가 되었다. 양측의 실력 차이가 순식간에 엄청나게 벌어졌다.비록 그들도 마스터가 되려면 단 반보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 반보 차이가 뛰어넘을 수 없는 장애와도 같았다.넘어서면 실력이 껑충 뛰지만 넘어서지 못한다면 여전히 남들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여러분, 인제 어떡하죠?”천학문 오너가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다. 한중섭이 무도 마스터가 됐다는 걸 진작 알았더라면 절대 총대를 메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싸워봤자 이길 가망도 없고 도망치려고 해도 도망칠 수조차 없었다.“그냥 맞서 싸워보는 건 어떨까요? 단약을 먹어서 잠깐 돌파했을 뿐이에요. 우리가 힘을 합친다면 이길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지금 장난해요? 무도 마스터라고요. 우리 중에 한중섭의 상대가 될만한 사람이 있어요? 덤벼봤자 고생만 사서 하는 격이에요.”“그냥 포기합시다. 보물 때문에 목숨까지 내놓을 필요는 없잖아요.”몇몇 오너들은 수군거리면서 슬슬 물러설 준비를 했다.“대체 뭐라 숙덕거리는 거야? 덤비지 않겠다면 내 공격을 받아!”한중섭은 두말없이 심호흡하더니 다시 한번 손바닥을 앞으로 밀었다.쿵!커다란 손바닥 자국 두 개가 순식간에 나타나면서 마치 큰 트럭처럼 오너들을 덮쳤다. 도적을 잡으려면 먼저 우두머리를 잡으라고 했다.신력단의 약효가 30분밖에 유지되지 않기에 반드시 그 시간 내에 해결해야 했다.“빨리 철수해!”천학문 오너는 한중섭의 상대가 안 된다는 걸 깨닫고 연신 뒤로 물러섰다. 다른 사람들도 감히 나서지 못하고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다.“어딜 도망가?”전혀 멈출 생각이 없었던 한중섭은 땅을 힘껏 밟으며 미친 듯이 쫓아갔다.“이런 경거망동한 놈을 봤나, 아주 미쳐 날뛰는구나!”그때 숲속에서 자색 옷차림의 누군가가
장수현은 냉랭한 얼굴로 제자를 꾸짖었다.“사부님 말씀이 옳으십니다.”멋쩍게 웃는 천학문 오너의 모습이 비굴하기 그지없었다. 그 모습에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수군거렸다.“뭐야? 설마 저분이 바로 전설의 천학지존이셔?”“천학지존 님이 두문불출하고 수련 중이라 세간의 일에는 간섭하지 않은 지 오랜데 오늘 여기서 모습을 드러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천학지존 님마저 고영은 선배님의 보물을 탐내는구나.”장수현이 나타나자 전세가 다시 한번 뒤바뀌었다.마스터 경지로 돌파한 한중섭의 실력도 만만치 않은 건 사실이지만 그래봤자 마스터의 문턱을 금방 넘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장수현은 베테랑 마스터였고 수년 전부터 명성이 자자했다. 두 사람은 아예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다른 레벨이었다.“천학지존? 저 영감탱이가 여길 왜 왔지?”한중섭은 침을 꿀꺽 삼키면서 안절부절못했다. 조금 전 위풍당당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그 대신 근심이 점점 어렸다.“어이, 너 방금 고영은의 묘에 들어갔다 왔지?”장수현이 주변을 쓱 훑다가 한중섭에게 시선을 고정했다.“다른 건 다 필요 없고 천영 구슬만 내놓으면 무사히 이곳을 나가게 해줄게.”“천영 구슬이라니요?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네.”한중섭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시치미 떼겠다 이거야? 한 번 더 말하는데 천영 구슬만 내놓으면 아무 일 없을 테지만 내놓지 않으면 싹 다 죽여버릴 거야.”장수현이 매섭게 호통쳤다. 수련을 그만두고 세상 밖으로 나온 건 무림의 보물 천영 구슬 때문이었다.소문에 따르면 50년 전에 고영은이 천영 구슬을 손에 넣었고 묘에 숨겨놓았다고 한다. 이 귀한 보물만 손에 넣는다면 5년 이내에 대 마스터가 되는 건 문제없었다.“선배님, 천영 구슬은 나에게 없어요. 뭔가 오해한 거 같은데요?”한중섭이 변명을 늘어놓았다.“흥, 내놓을 생각이 없어? 그럼 죽어!”장수현의 낯빛이 확 어두워지더니 공중에서 손을 휘둘렀다.쿵!커다란 손바닥 자국이 나타났고 마치 태산처럼 한중섭을 덮
“뭐야? 저 자식 미친 거 아니야? 천학지존 님을 도발했어?”“어디서 튀어나온 골통이 천학지존 님을 안중에 두지 않아? 죽고 싶어서 환장한 건가?”“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저렇게 나대다니, 사회의 쓴맛을 아직 겪어보지 못했구나.”사람들은 유진우를 손가락질하며 수군댔고 완전히 바보 취급했다.장수현이 어떤 사람인가? 천학문의 창시자이자 만인의 존경을 받는 무도 마스터이다. 강남 무림에서는 권위자급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이런 강자를 누가 존경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눈앞의 이 녀석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장수현을 도발했다.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거나 다름없었다.“인마,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지 알기나 해?”장수현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무릎 꿇고 할아버지 잘못했습니다 하면서 빌어. 그럼 목숨은 살려줄게.”“인마, 멍하니 서서 뭐 해? 빨리 무릎 꿇어!”“아무나 천학지존 님을 할아버지라고 부를 수 없어. 너 오늘 운이 좋은 거야.”“천학지존 님의 손자가 되는 건 네 평생의 영광이야. 호의도 모르고 정말.”다른 무사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했다. 협박과 경고의 목소리도 있었고 대부분은 조롱이었다.“진우 씨, 천학지존 님은 함부로 덤벼선 안 되는 상대예요. 얼른 고개 숙이고 잘못했다고 빌어요. 그래야 목숨이라도 부지할 수 있으니까.”심연수가 갑자기 목소리를 냈다.마스터 경지로 돌파한 사부마저 장수현의 상대가 아닌데 유진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진우 오빠, 우린 신경 쓰지 말고 얼른 가요. 괜히 이런 일에 휘말리지 말고.”한예슬도 나서서 말렸다. 유진우가 나서준 건 고맙지만 눈앞의 상황은 그의 힘만으로 역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무리한다면 그대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선배님, 충고 하나 하는데 관용을 베풀 수 있을 땐 베푸는 게 좋을 겁니다. 등 돌려봤자 좋을 게 있을까요?”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이 녀석이 혼 좀 나야 정신 차리겠구나!”장수현의
“진우 씨, 보물을 찾은 게 있으면 얼른 다 내놓아요. 일단 살고 봐야죠.”심연수도 참다못해 나서서 설득했다.“그래요, 진우 오빠. 목숨보다 중요한 건 아무것도 없어요.”한예슬도 걱정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진우 씨, 사람은 주제 파악을 잘해야 해요. 천학지존 님은 절대 당신이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에요. 고분고분 잘못을 인정하고 보물을 내놓아요. 좋게 좋게 해결합시다.”심호중도 경고를 보냈다.천영 구슬이 있는지는 둘째치고 다른 보물을 숨기고 있는 건 분명했다. 액땜한 셈 치고 보물을 전부 내놓는 것 말고는 다른 살길이 없었다.“보물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진짜 있다고 해도 내놓지 않을 겁니다.”유진우가 확고하게 대답했다.“X발, 입만 살아서는. 정말 제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구나!”“흥! 재물에 눈이 멀어서 뵈는 게 없구나? 보물 때문에 목숨까지 걸다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유진우의 대답은 많은 무사의 불만을 자아냈고 장수현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리고 말았다. 결국 장수현의 인내심이 하나도 남지 않고 바닥을 드러냈다.“인마, 내놓지 않겠다고? 그럼 내가 직접 빼앗아야겠군.”장수현이 드디어 폭발했다. 발끝으로 바닥을 밟자 순식간에 잔영으로 변하면서 유진우의 목을 잡으려 했다. 손가락 끝이 어찌나 날카로운지 쇠도 부러뜨릴 것만 같았다.“큰일 났다!”심연수 등 몇몇의 표정이 급변하더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감히 천학지존 님의 명을 거역하다니, 어떻게 죽나 지켜보겠어!”많은 무사들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고 쌤통이라면서 고소해했다. 다들 유진우가 꼼짝없이 죽겠다고 생각하던 그때 유진우가 갑자기 움직였다.뒤로 피하는 게 아니라 장수현에게 맞서면서 주먹을 뻗었다.쿵!두 사람은 마치 폭탄처럼 한데 부딪혔다.충격 지점을 중심으로 마스터의 엄청난 광기가 순식간에 폭발했고 커다란 기세가 주변을 향해 날아갔다.그러자 나무들이 와르르 무너졌고 돌과 먼지가 마구 날렸다. 그들과 가까이 있던 무사들은 맥없이 휙 날아갔다가 바닥에 쿵 하고
갑자기 폭발한 유진우를 보며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삐쩍 마른 젊은이가 소문으로만 듣던 소년 마스터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최근 소년 마스터라는 사람이 나타나 강남을 뒤흔들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숭배하고 존경했다. 그런 소년 마스터를 직접 보니 또 다른 놀라움으로 다가왔다.“소년 마스터? 저... 저 녀석이... 소년 마스터라고?”한중섭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이 상황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유진우가 단지 천부적인 재능이 조금 뛰어난 줄로만 알았는데 소년 마스터일 거라고는 눈곱만큼도 예상하지 못했다.그리고 그런 유진우를 제자로 들이겠다고 했으니 이보다 더 큰 웃음거리가 어디 있겠는가 말이다.상대는 자양지존을 죽인 괴물이다. 한중섭이 진짜로 무도 마스터가 됐다고 해도 아직은 그저 입문 단계일 뿐이다. 자양지존 같은 베테랑 마스터와 비교해도 아예 거론할 가치가 없는데 유진우는 오죽하겠는가?“X발, 이거 큰일인데?”송골송골 맺힌 식은땀을 쓱 닦던 한중섭은 머리가 저릿해지는 것만 같았다. 아무 생각 없이 망언을 퍼부으며 제자로 들이겠다고 했던 건 둘째치고 유진우의 보검을 빼앗으려 했을 뿐만 아니라 한껏 조롱하기도 했다.만약 유진우가 따져 묻기라도 한다면 그 결과가 어떨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연수 선배,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진우 오빠가... 바로 그 소년 마스터였어요?”한예슬은 멍한 얼굴로 그대로 굳어버렸고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준수한 외모에 정의감이 넘치고 은혜와 원망이 분명한 사람이야. 젊은 나이에 벌써 마스터 경지에 도달했다니...”심연수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예쁜 두 눈에 놀라움이 가득했다.“그래, 맞아. 모든 조건에 다 부합되고 백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인재이자 만인의 존경을 받는 소년 마스터야.”얘기를 이어가던 중 심연수는 저도 모르게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놀랍기도 하면서 흥분되었다. 그녀가 줄곧 숭배하던 소년 마스터가 바로 옆에 숨어있었을 거라고는 꿈
“조경수 씨도 보물을 나눠 가지러 왔나요?”장수현이 눈을 가늘게 뜨고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하하... 무림의 보물 천영 구슬이 있다는데 당연히 놓쳐선 안 되죠.”조경수는 크게 웃으며 거리낌 없이 말했다.마스터 경지에 다다르면 그들의 이목을 끌만한 보물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천영 구슬은 보물 중에서도 최고의 보물 중 하나였다. 천영 구슬만 있다면 한층 더 레벨업하여 대 마스터가 될 수 있었다. 그때가 되면 정말로 이 세상에서 최정상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아미타불, 소승도 함께해도 될까요?”그때 누군가가 금빛을 뿜어내면서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머리에 향을 피운 흉터 자국이 선명한 민머리 노인이었다.뚱뚱한 몸매에 얼굴이 선했고 널찍한 승복을 입고 있었다. 부처의 광명이 두루 비추면서 신성하게 느껴졌다. 부드러운 금빛이 사람에게 비추면 마치 봄날의 햇볕처럼 따스했다.“대비사의 주지 스님 격심대사 님이시잖아.”눈여겨보던 사람들은 그의 정체를 확인하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무도 마스터가 또 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오늘 대체 뭐야? 무도 마스터들이 다 모였어.’평소 얼굴 한번 보기 힘든 거물들이 전부 모습을 드러냈다. 설마 다 고영은의 보물 때문에?”“격심대사 님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장수현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부담감이 점점 더 커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천영 구슬을 독식할 생각이었는데 지금 보니 아무래도 불가능할 듯싶다.“아미타불. 이곳에 불길한 물건이 나타났다고 하여 보러 왔습니다. 그 물건을 절에 가져가 오봉탑 밑에 파묻으면 피바람을 막아줄 겁니다.”격심대사가 또박또박 말했다.“흥. 말은 번지르르하게 하네요. 결국에는 독식하겠다는 말 아닙니까?”조경수가 코웃음을 쳤다. 그는 도덕군자인 양 점잔을 빼는 사람을 가장 싫어했다. 보물을 가지러 왔으면서 능청스럽게 아닌 척하는 꼴이 너무도 역겨웠다.“그렇지 않습니다. 전 그저 오너님들을 지키려는 것뿐입니다.”격심대사의 표정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뭐? 황동해? 강남 5대 마스터 중 한 명인 그 황동해?”“해황 님, 해황 님이라니! 세상에나, 해황 님이 여길 어떻게...”“해황 님은 은거 생활을 오래 했고 세간 일에는 전혀 나서지 않았어. 그런데 오늘 왜 갑자기 나타났을까? 설마 하늘이 무너지려나?”황동해가 나타난 순간 현장이 발칵 뒤집혔다. 다들 경외심과 경악이 뒤섞인 표정으로 쳐다보았다.강남 5대 마스터는 사람들이 공인한 최강 5인이다. 그중 황동해는 해황이라 불렸다.10년 전 그는 홀로 서문관을 지켰고 해외 마스터급 강자를 여러 명 처리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수만 명에 달하는 적의 침략을 막으면서 혼자만의 힘으로 도시 하나를 지켜냈다. 그렇게 황동해는 이름을 알렸다.그해 황동해는 강남을 휩쓸었고 위세가 하늘을 찔렀으며 해황이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 그의 찬란했던 업적은 지금까지도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였다.“아저씨?”유진우는 놀란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중요한 순간에 도움 되는 조력자가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아빠, 여긴 어떻게 왔어요?”익숙한 뒷모습에 황은아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지난번 헤어진 후로 한동안은 아버지를 만나지 못할 줄 알았는데...“여기 일이 터졌다고 해서 뭔 일인지 보러 왔지.”황동해는 고개를 돌리고 씩 웃었다.“괜찮아? 다친 데는 없지?”“괜찮아요. 그런데 저 사람들이 쪽수로 밀어붙이면서 우리 물건을 빼앗으려는 건 물론이고 아저씨를 공격하려 했어요. 정말 너무해요.”황은아는 바로 고자질하기 시작했다.“방금 다 지켜봤어. 나머지는 나에게 맡겨.”황동해는 고개를 끄덕인 후 세 명의 마스터에게 시선을 옮겼다. 얼굴에 지어졌던 미소가 점점 사라졌고 눈빛도 날카로워졌다.“세분 모두 세간에서 명성이 자자한 분들인데 여기서 애들을 괴롭히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황동해 씨, 이건 우리의 개인적인 일입니다. 황동해 씨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 같은데요?”장수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보물을 곧 손에 넣을 수 있었는데 중도에 갑자기 차질이 생길 줄은
“X발, 내가 해황 님 같은 실력을 지녔다면 해황 님보다 백배는 더 나댔을걸?”무사들은 너도나도 한마디씩 주고받으며 의견이 분분했다. 놀란 와중에도 경외심이 불타올랐다. 세 명의 마스터에게 덤빌 수 있는 사람이 강남 전체에서 몇이나 될까?“무엄하다. 우리가 정말 널 두려워해서 이러는 줄 알아?”장수현이 참다못해 분노를 터트렸다. 후배에게 한 소리 들었으니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황동해, 적당히 해!”조경수도 성난 얼굴로 말했다.“같은 마스터인 걸 봐서 좋게 좋게 말했는데 굳이 우리와 등을 돌리겠다면 우리도 어쩔 수 없어.”“아미타불.”격심대사가 한숨을 내쉬었다.“황동해 씨, 계속 이렇게 고집을 부린다면 저도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세분 모두 쉽게 물러날 생각이 없는 것 같으니 제대로 붙어보죠, 뭐. 어차피 몸 풀어본 지도 오래됐거든요.”황동해가 갑자기 웃더니 강력한 기운이 서서히 뿜어져 나왔다. 주변의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졌고 광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황동해! 우린 셋이고 그쪽은 둘이야. 우리가 승산이 더 있다는 걸 잊지 마!”장수현이 매섭게 호통쳤다.“3대2?”황동해가 고개를 내저었다.“뭔가 오해한 것 같은데... 당신네 셋을 상대하는데 진우 씨까지 나설 필요 없이 나 하나면 족해요.”그의 말에 사람들은 순간 멍해졌다.‘설마 진짜 3 대 1로 붙으려고? 장난해?’장수현 등 3인은 극히 드문 베테랑 마스터들이다. 혼자서 셋을 상대한다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황동해, 아주 미쳐 날뛰는구나. 오늘 제대로 혼쭐내야겠어.”장수현이 노발대발하며 몸을 벌떡 일으켜 먼저 공격했다.“배은망덕한 놈, 실력이 얼마나 강하기에 큰소리치나 두고 보자.”조경수가 바로 따라붙었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공격에 나섰다.“황동해 씨, 회개만 하면 되돌릴 수 있어요. 소생이 당신을 구하겠습니다.”격심대사도 전혀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온몸에 금빛을 내뿜으며 화살처럼 쏜살같이 달려갔다.세 명의 무도 마스터는 각기
다음 날, 이른 아침.새벽빛이 채 퍼지지 않은 시각, 유진우는 갑작스레 들려온 텐트 밖의 발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순식간에 몸을 뒤집어 일어난 그는 곧장 경계 태세를 갖췄다.얼마 지나지 않아 텐트 밖에서 왕 아저씨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큰일입니다! 밖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왕 아저씨는 텐트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조심스럽게 바깥에서 보고를 올렸다.“네?”소란스러운 기척에 이청성이 천천히 눈을 떴다.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재빨리 겉옷을 걸친 그녀는 나직이 물었다.“무슨 일이죠?”“방금 순찰을 돌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습니다. 야영지 주변에 수많은 사막 쥐들이 나타났습니다. 녀석들의 이동 경로를 따라가 보니 우리 보급 물자가 전부 난장판이 되어있더라고요!”왕 아저씨의 목소리에는 불안이 서려 있었다.“뭐라고요?”이청성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녀는 곧장 텐트를 열고 밖으로 나섰다.“보초를 교대로 서도록 지시했는데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죠?”“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발견했을 땐 이미 너무 늦었더라고요.”왕 아저씨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가요, 가서 직접 확인해 봅시다.”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발걸음을 재촉했다.이번 탐험을 위해 그녀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다양한 생존 물자를 챙겼고 그것들을 낙타에 실어 운반했다.밤이 오기 전엔 특별히 신신당부하며 보급 물자를 철저히 관리하라고 지시하기까지 했는데 한숨 자고 일어난 사이 모든 것이 이렇게 망가졌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땐 수천만 마리의 사막 쥐들이 이리저리 날뛰고 있었다.식량과 물, 그리고 수많은 보급 물자가 난장판으로 되었다.호위팀의 팀원들은 사막 쥐 무리를 내쫓기 바빴다.그러나 사막 쥐들은 사람에 대한 경계가 전혀 없는 듯했다. 여전히 식량들을 탐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눈에 담은 이청성은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사막 쥐들은 타고나길 경계심이 강한 동물이라 이렇게 대놓고 인간의 식량을
밤에는 날씨가 매우 춥고 찬 바람이 불어 얼굴이 아플 정도였고 낮이 되면 마치 불 위에 얹어 굽는 것처럼 유난히 뜨거워 바위에 달걀을 터뜨리면 1분 안에 익을 수 있는 정도였다.이처럼 춥고 더운 극한 환경은 일반 사람들이 전혀 견딜 수 없었다.비록 충분한 물자를 준비했지만 이는 겨우 생존 필요를 유지하는 것일 뿐이며 진정으로 시험하는 것은 인간의 의지력과 신체 압축강도의 대처 능력이었다.유진우와 이청성 일행은 바람이 그린 지도를 따라 같은 속도로 전진했다.해 질 녘부터 해 뜰 때까지, 해가 떠서부터 해 질 녘까지.인원이 많다 보니 팀 이동 속도도 느렸고 다행히 이청성이 준비를 철저히 했고 이번에 데리고 온 사람들은 엘리트였기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빨리 해결할 수 있었다.밤에는 달빛이 어둡고 바람이 많이 불어 더는 이동이 힘들어지자 이청성은 팀을 지휘하여 적절한 장소를 찾아 텐트를 치고 주둔할 준비를 하였다.오랜 길을 달린 탓에 사람들은 몸과 마음이 이미 지쳐 있었고 오늘 밤은 푹 쉬어야 원기를 회복할 수 있었다.텐트가 설치되자 이청성은 먼저 요리사에게 요리를 시작하라고 명령했고 두 명의 최고 요리사와 십여 명의 후방 지원 요리사가 곧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굶주린 백여 명의 사람들은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며칠 동안의 사막 행은 아주 힘들었지만 이렇게 힘들 때 맛있는 음식에 술 한 모금 마시는 것은 그야말로 행복한 일이였다.큰 텐트 안에서 유진우, 이청성, 진이수 몇 사람은 배불리 먹은 후 둘러앉아 이어서 해야 할 일을 의논하기 시작했고 날씨가 추운 탓에 텐트 안에 모닥불도 피웠다.“이청성 씨, 지금까지의 진행 과정은 모두 매우 순조로웠어요.”“별일 없으면 우리는 내일 오후쯤 오아시스의 변두리 지역에 도착할 것 같아요.”“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그곳은 황사가 많이 발생하는 곳으로 우리는 더욱더 조심해야 해요.”진이수는 손으로 책상 위의 지도를 가리키며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네, 알겠어요. 진 대장, 어서 들어
한 시간 뒤, 서지석은 오령정 한 무더기를 안고 여관방에 들어서더니 탁자 위에 모조리 내려놓으며 말했다.“이청성 씨, 이것들은 모두 오늘 받아온 오령정들이에요. 제가 계산해 보니 대략 70% 정도 되던데 나머지 30%는 연락이 안 되거나 팔려고 하지 않았어요.”서지석은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처음에 그는 이청성의 재산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에 말로 설득하여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시키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말은 아무도 믿지 않았고 금도문이라는 이름을 내걸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심지어 대부분의 사람은 그를 사기꾼이라 생각하여 그들의 재산을 탐내 이런 더러운 수단으로 오령정을 빼앗으려 한다고 생각했다.서지석은 어쩔 수 없이 이청성의 방법대로 오령정을 높은 가격에 받아 대부분 사람의 의심을 풀었지만 의심이 많은 녀석들은 여전히 판매하려고 하지 않았고 아무리 설득해도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방법이 없어서 포기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좋은 말로는 죽을 놈을 말리기 어렵다는 말이 있듯이 그는 무림인들의 세계의 도덕과 정의를 매우 중시한다고 자문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고 더는 설득할 능력이 없었다.“지석 씨, 수고하셨어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미 다 했으니 나머지는 하늘에 맡겨야죠.”이청성은 이미 예상한 듯하였고 처음부터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단지 애국심과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최대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으로 생각했다.“저는 심부름만 했을 뿐 아무것도 한 것이 없어요. 오히려 이청성 씨가 너무 많은 재산을 낭비하셨어요.”서지석은 자신의 위엄과 명성으로 몇몇 사람이라도 설득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결국 혼자 착각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전혀 체면을 세워주지 않고 눈앞의 이익만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었다.“금전은 모두 목숨 이외의 물건이니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한 사람이라도 구하셨으면 된 거예요.”이청성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말했다.“이청성 씨, 한 가지 일이 더 있어요.”서지석은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유진우의 손에 있는 검은 기체 덩어리를 보고 모두 놀라 멍해졌다.조금 전까지만 하여도 멀쩡했던 영기가 어떻게 눈 깜짝할 사이에 통째로 삼켜 없어질 수가 있을까.머리카락보다도 더 가는 사악한 기운이 이렇게 강력한 위력을 갖고 있을 줄이야.“이 물건이 이렇게 무서운 줄 몰랐어요. 오늘 많은 것을 배워가네요.”서지석은 당황한 표정으로 침만 삼켰다.유진우가 때맞게 확인시켜 주어서 다행히 큰 불행은 모면했지만 사실을 모르고 오령정의 영기를 그대로 흡수하여 사악한 기운을 체내에 끌어들였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고 사악한 기운이 폭발할 때쯤이면 결국 바람처럼 될 것이 분명했다.“과연 내 예상대로 이 물건은 흉악하기 그지없네.”유진우의 손가락에 가해지는 압력이 점점 커지자 에너지 커버에 싸인 검은 색의 사악한 기체가 완전히 발광하여 미친 듯이 솟구치고 전력 질주하며 에너지 커버에 끊임없이 부딪혀 구속에서 벗어나려는 듯하였다.희미하게 짐승이 포효하는 듯한 소리도 들리는 것을 보아하니 이 사악한 기운은 이미 영성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이렇게 좋은 보물이 안타깝게도 사악한 기운에 오염되다니, 정말 낭비네요.”서지석은 한숨을 내쉬며 손에 쥐었던 오령정을 모두 바닥에 던지고 발로 부스러뜨려 사악한 기운이 사람을 해치는 것을 방지하였다.“사건이 비정상적으로 넘어갈 땐 반드시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니 바람의 최후는 오아시스와 관련이 있을 것이에요. 우리는 앞으로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 해요.”유진우가 말하면서 한 손을 꽉 움켜쥐자 손에 있던 검은 기체가 순식간에 폭발하여 완전히 사라졌다.현장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손에 든 오령정을 처리한 후 모두의 시선은 일제히 조이준한테로 향했다.조금 전 조이준은 가장 먼저 앞다투어 오령정을 빼앗아 지금은 손에 달걀만큼 한 크기의 오령정을 40여 개나 쥐고 있었으며 품질은 매우 좋아 보였고 모두 합치면 그 가치는 엄청났다.“왜 다들 날 쳐다봐?”
조금 전의 바람은 이미 인간이 아닌 짐승처럼 변화되었었고 그로 인해 또 다른 불가능도 있었을 것이다.“설령 오령정은 바람의 혈육의 결정체라 하여도 뭐가 문제에요? 당신이 방금 말한 3일을 못 버틴다는 말은 또 어떤 뜻일까요?”서지석은 이어 의문을 제기했다.“오령정은 이미 오염되었어요.”유진우는 엄숙한 표정으로 계속하여 말했다.“바로 전에 바람의 상황을 여러분들도 보셨겠지만 이유 없이 발광하고 인성을 잃고 몸까지 변화된 것을 보면 이 오령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 있을까요?”“진우 씨, 이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에요. 단지 이런 추측으로 사람들을 설득할 능력이 부족할 것 같은데 혹시 증거라도 있나요?”서지석은 다시 물었다.금도문 제자들은 방금 꽤 큰 오령정을 8개나 주워 넉넉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만약 이 오령정을 사용할 수 없다면 그들에게 큰 손실이기에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이러한 결과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매개 오령정에는 모두 한 가닥의 사악한 기운이 숨어 있고 겉으로 보면 발견하기 매우 어려울 거예요. 다만 그 안의 영기를 추출한다면 비로소 증거를 찾을 수 있어요.”유진우는 말하면서 한 손을 평평하게 하여 자신의 오령정을 여러 사람 앞에 보여 주었고 이어 다른 손을 내밀어 손바닥으로 오령정을 향해 살며시 짓누르자 쟁쟁한 소리가 들려왔다.짝!소리와 함께 오령정은 순식간에 터졌고 그와 동시에 짙은 영기가 그 속에서 뿜어져 나왔다.유진우는 손가락을 약간 구부리고 사악한 가운을 감쌀 수 있는 투명한 에너지 커버를 준비해 두었고 이 영기들은 매우 짙은 유백색으로 구름과 안개처럼 끊임없이 밀려왔으며 이것을 모두 흡수하면 무자의 수련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이 영기 속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자세히 보세요.”유진우의 말에 서지석과 몇몇 금도문 제자들이 자세히 눈여겨보더니 갑자기 놀라며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들은 이 유백색의 영기 속에 뜻밖에도 한 가닥의 검은 기체가 숨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이 검은 기체는 유백색의 영기에
“이청성 씨, 방금 그 두 놈이 당신의 오령정을 빼앗은 거 맞죠? 제가 바로 되찾아 올게요.”상황을 지켜보던 서지석은 조금 전에 이청성의 곤룡띠만 아니었으면 자신은 바람을 대처할 수가 없었을 것이고 심지어 죽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녀를 대신해 오령정을 되찾아 오려고 바로 결단력 있게 손을 쓸 준비를 했다.“ 서지석 씨, 쫓아가지 않아도 돼요.”이청성은 쫓아가려는 서지석을 급히 멈춰 세우며 말했다.“빼앗긴 것이 아니라 제가 그들에게 준 것이니 저한테는 소용없는 물건이에요.”“네?”서지석은 머뭇거리더니 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의문스러운 태도로 물었다.“이청성 씨, 오령정은 무사에게는 아주 귀한 보물이잖아요. 내공을 향상할 수 있고 설령 당신이 쓰지 않더라도 돈으로 팔면 가치도 매우 높아요.”“전 돈이 부족하지 않아요.”이청성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네, 그게….”서지석은 한순간 말문이 막혀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랐다.그러고보니 눈앞의 이 여성은 부잣집 아가씨로 부족한 것이 없었고 게다가 곤룡띠 같은 보물도 가지고 있었으니 오령정 한두 개 정도는 안중에도 없었을 것이다.이청성에게는 돈이 부족하지 않았지만 서지석은 돈이 부족했으니 신세를 한 번 더 진다 치고 그녀가 원치 않은 오령정을 자신한테 줘도 되는 건데 돌처럼 던져버리다니 너무 낭비라고 생각했다.“서지석 씨, 제가 보물을 그냥 버린 것이 아니라 이 오령정은 뭔가 이상했어요.”이청성은 이어 해명하며 말했다.“당신 손에 있는 오령정을 자세히 봐봐요. 어딘가 특별한 점이 없어요?”“특별한 점요?”서지석은 오령정 하나를 집어 들고 자세히 관찰했지만 아무런 이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하고 의아해하며 물었다.“대체 어디가 특별해요? 안에 있는 짙은 영기는 바로 흡수할 수 있으니 수련에 사용해도 아무 문제 없을 것 같아요.”“서지석 씨, 만약 이 물건으로 수련하면 아마 3일도 못 살고 죽을 거예요.”이때 유진우는 손톱만 한 크기의 오령정을 손에 집어 들고 천천히 앞으
조이준은 만면에 웃음을 띠고 이미지에도 신경 쓸 겨를이 없이 바로 땅에서 오령정을 줍고 있었다.이것들은 천금 같은 보물이어서 팔든 직접 사용하든 모두 좋은 선택이었다.“오령정? 이게 모두 오령정이라고?”“어서 와. 빨리 주워.”이 순간 많은 사람이 땅 위에 널려 있는 검은 결정체의 정체를 알고 하나둘씩 쟁탈전을 벌이기 시작했다.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이유를 모르더라도 모두가 빼앗는 것을 보고 주저하지 않고 쟁탈 대열에 합류했다.“이 오령정은 내가 먼저 본 거야, 이리 내놔.”“헛소리 집어치워, 지금은 내 손에 있으니 바로 내 것이야. 인정하기 싫으면 한판 붙던가.”“제기랄, 누가 감히 나한테서 뺏어간다면 다 죽을 줄 알아.”이익이 있는 곳에는 항상 싸움이 따르기 마련이다.오령정의 가치를 알게 된 후 각 세력은 미친 듯이 경쟁하기 시작했으며 실력이 강한 사람은 몇 개를 더 얻을 수 있었고 실력이 약한 사람은 남은 찌꺼기만 조금 주워가며 약육강식의 정글 법칙을 유감없이 정교하게 보여주었다.만약 양측의 실력이 모두 강하고 아무도 물러서려 하지 않는다면 큰 싸움으로 승패를 나누었고 불과 몇 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바로 전까지만 해도 비교적 평화롭던 곳에서 이미 적지 않은 사망자가 발생했다.“사람은 재물을 위해 죽고 새는 먹이를 위해 죽네.”사방에서 피 터지는 싸움을 하는 것을 본 이청성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겨우 몇 조각의 오령정으로 사람들이 목숨 걸고 싸우다니, 만약 이보다 더 가치 있는 보물이 나온다면 또 어떤 장면일까?“이봐요, 손에 쥐고 있는 오령정을 내놔요. 아니면 제가 무례하다고 탓하지 마세요.”그때 갑자기 두 남자가 다가오더니 이청성이 손에 쥐고 있는 오령정에 시선을 고정하며 앞뒤로 그녀를 에워싸면서 말했다.“어디서 감히 아가씨를 협박해! 너희들 다 뒤지고 싶어?”상황을 목격한 이청성 주변에 있던 근위병들은 바로 칼을 빼 들며 말했다.그들은 모두 반은 종사급 고수들이니 무림인들의 세계 부하들을 상대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
갑작스러운 폭발에 모두가 깜짝 놀랐고 에너지파가 휩쓸면서 적지 않은 무사들이 사방으로 날려 아수라장이 되었다.다행히 서지석과 제자들이 빨리 달린 탓에 피해를 면했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폭발했더라면 그들도 크게 다쳤을 것이다.모든 먼지가 다 떨어질 때쯤 다들 시선을 집중하고 보니 마을 이장의 집은 이미 평지로 변해 있었고 사방의 무너진 담벼락에 의해 온 땅이 어질러져 있었다.허공에 매달렸던 바람은 나무와 함께 완전히 사라졌고 곤룡띠만 덩그러니 땅에 떨어져 있었으며 그 외에도 땅에는 정체 모를 검은 결정체들이 마치 조약돌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유진우는 분명히 바람의 몸이 폭발하면서 튀어나온 물건이라고 확신했다.결정체에서 나오는 피비린내는 아마도 혈액에 의해 녹아서 나는 냄새일 것이고 정상인의 피는 액체 상태이지만 바람이 죽기 전의 피는 고체 상태로 결정체가 되어버렸으니 확실히 이상한 점들이 있어 보였다.유진우는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이 많아 식견이 넓다고 생각했지만 오늘 바람에게 일어난 모든 일은 그의 인식을 뛰어넘었다.처음에는 이유 없이 미친 듯이 발광하다가 그 뒤로 신체 소질이 갑자기 배로 강해져 고통과 생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한 마리의 미친 짐승과도 같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람의 몸에 이해할 수 없는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날카로운 이빨, 칼날 같은 손톱, 갑자기 몸에 생겨난 검은 비늘은 칼로도 베기 힘들 정도였고 총적으로 바람은 이미 사람이 아니라 괴물로 보였으며 현재 땅에 널려진 검은색 고체 상태의 결정체들만으로도 문제를 설명하기에 충분했다.도대체 무엇이 바람을 이렇게 만들었을까?전에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도 바람은 모든 면에서 정상이었는데 왜 불과 몇 시간 만에 이렇게 큰 변화가 생긴 것인지.혹시 그가 뭐라도 빠뜨린 것이라도 있었는지.유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긴 듯하였고 비록 무슨 원인인지 모르지만 바람이 짐승처럼 변한 것은 분명 그 괴상한 오아시스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고 안타깝게도 바람은 이미 죽었으니 더
자부심이 강하고 지려고 하지 않는 성격의 조이준은 몇 번이고 거절당한 유진우한테 다소 불만이 있었지만 생사를 가를 때가 되면 반드시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 믿고 더는 조르지도 않았다.“당신들은 여기 멍하니 서 있지만 말고 얼른 가서 서지석 씨를 도와줘요.”유진우는 머리를 돌려 가만히 서 있는 금도문의 제자들을 보고 말했다.그때 서지석은 한창 미쳐 발광하는 바람과 싸우고 또 싸우고 있었다.다만 기력이 소모됨에 따라 서지석은 속도와 힘이 현저히 느려지고 있었고 반면, 바람은 여전히 힘이 넘쳤고 지칠 줄을 몰랐다.이대로라면 서지석은 얼마 못 버티고 패배할 것이 분명했다.“빨리 대선배를 도우러 가요.”금도문의 몇 명 제자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곧 칼을 빼 들고 앞으로 돌진하려 했다.“잠깐만요, 이걸 가지고 가요.”그때 이청성은 갑자기 금빛 밧줄을 꺼내며 금도문 제자에게 던져주었다.이 금색 밧줄은 매우 단단했고 표면에 은은한 빛이 돌고 있어 평범해 보이진 않았다.“뭐죠?”금색 밧줄을 본 조이준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놀라며 물었다.“이것은 말로만 듣던 곤룡띠가 아니에요?”“조 선배님 눈썰미가 참 대단하시네요.”이청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뭐라고요? 곤룡띠라고요?”곤룡띠에 대해 들은 적 있는 금도문의 제자들은 그 가치를 알고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곤룡띠는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유명한 보물로 매우 보기 드문 물건이었고 어떠한 칼로도 상처를 내기 힘들고 물과 불에도 쉽게 손상되지 않으며 매우 단단하고 질긴 것으로 설령 무도 종사를 묶어 두어도 벗어날 수 없었다.다만 곤룡띠는 너무 희귀해서 무림인들의 세계에서도 가진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게다가 가진 자는 모두 최고의 대문 파인데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여인이 이런 보물을 지니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이 여인은 대체 어떤 사람이지?“그만 쳐다보고 빨리 서지석 씨를 도우러 가요.”이청성은 재촉하며 말했다.“네, 그래야죠.”금도문 제자들은 잠깐 꿈에서 깨어난 듯 그제야 정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