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90화

검은 꽃무릇을 건넨 후 고영은은 눈을 감고 그 자리에 굳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기억을 되살리는 것 같기도, 깊은 생각에 빠진 것 같기도 했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럼, 이만.”

유진우는 고영은을 건드리지 않고 그녀에게 정중하게 인사한 후 비틀거리며 자리를 떴다.

고영은은 필살기를 쓰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유진우는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 고영은의 실력은 이미 대 마스터의 경지를 넘어섰다. 하늘 아래 그 누구도 당해낼 수 없을 것이었다.

“아저씨, 괜찮아요?”

황은아가 눈물을 매달고 유진우를 부축했다. 방금은 너무 아슬아슬했다. 고영은의 마음이 약해지지 않았다면 유진우는 당장에 죽어버렸을 것이었다.

“괜찮아, 몇 군데 부러진 것뿐이야. 안 죽어.”

유진우는 단약 한 알을 꺼내 입에 넣고는 천천히 회복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유진우의 실력이 강하고, 고영은이 그를 봐주지 않았다면 걷지도 못했을 것이었다.

“아저씨, 방금은 고집이 너무 셌어요. 꽃무릇이 없으면 다른 방법을 생각하면 될 것을, 왜 그렇게 고집스럽게 굴어요?”

“시간이 얼마 없어, 이렇게라도 해봐야지.”

유진우가 고개를 저었다.

조선미는 생명이 위독한 상태였다.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정말 늦어버릴지도 모른다.

“여자 한 명을 위해 목숨도 버리다니, 멍청한 건지 사랑에 눈이 먼 건지 모르겠네요.”

설연홍이 농담조로 말했다. 자신을 위해 목숨도 내놓는 남자를 만난다면 틀림없이 그 사람 하나만을 보고 살 것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남자에게는 임자가 있었다.

“시간이 됐어요, 인제 그만 돌아가요.”

조금 숨을 돌린 후 유진우 일행은 왔던 길을 따라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땅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

콰르릉!

굉음과 함께 먼지가 떨어지며 동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벽이 갈라지며 동굴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로워졌다.

“지진이에요! 어서 피해요!”

유진우 일행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급히 밖으로 뛰어나갔다. 이곳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