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 씨, 보물을 찾은 게 있으면 얼른 다 내놓아요. 일단 살고 봐야죠.”심연수도 참다못해 나서서 설득했다.“그래요, 진우 오빠. 목숨보다 중요한 건 아무것도 없어요.”한예슬도 걱정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진우 씨, 사람은 주제 파악을 잘해야 해요. 천학지존 님은 절대 당신이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에요. 고분고분 잘못을 인정하고 보물을 내놓아요. 좋게 좋게 해결합시다.”심호중도 경고를 보냈다.천영 구슬이 있는지는 둘째치고 다른 보물을 숨기고 있는 건 분명했다. 액땜한 셈 치고 보물을 전부 내놓는 것 말고는 다른 살길이 없었다.“보물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진짜 있다고 해도 내놓지 않을 겁니다.”유진우가 확고하게 대답했다.“X발, 입만 살아서는. 정말 제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구나!”“흥! 재물에 눈이 멀어서 뵈는 게 없구나? 보물 때문에 목숨까지 걸다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유진우의 대답은 많은 무사의 불만을 자아냈고 장수현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리고 말았다. 결국 장수현의 인내심이 하나도 남지 않고 바닥을 드러냈다.“인마, 내놓지 않겠다고? 그럼 내가 직접 빼앗아야겠군.”장수현이 드디어 폭발했다. 발끝으로 바닥을 밟자 순식간에 잔영으로 변하면서 유진우의 목을 잡으려 했다. 손가락 끝이 어찌나 날카로운지 쇠도 부러뜨릴 것만 같았다.“큰일 났다!”심연수 등 몇몇의 표정이 급변하더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감히 천학지존 님의 명을 거역하다니, 어떻게 죽나 지켜보겠어!”많은 무사들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고 쌤통이라면서 고소해했다. 다들 유진우가 꼼짝없이 죽겠다고 생각하던 그때 유진우가 갑자기 움직였다.뒤로 피하는 게 아니라 장수현에게 맞서면서 주먹을 뻗었다.쿵!두 사람은 마치 폭탄처럼 한데 부딪혔다.충격 지점을 중심으로 마스터의 엄청난 광기가 순식간에 폭발했고 커다란 기세가 주변을 향해 날아갔다.그러자 나무들이 와르르 무너졌고 돌과 먼지가 마구 날렸다. 그들과 가까이 있던 무사들은 맥없이 휙 날아갔다가 바닥에 쿵 하고
갑자기 폭발한 유진우를 보며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삐쩍 마른 젊은이가 소문으로만 듣던 소년 마스터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최근 소년 마스터라는 사람이 나타나 강남을 뒤흔들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숭배하고 존경했다. 그런 소년 마스터를 직접 보니 또 다른 놀라움으로 다가왔다.“소년 마스터? 저... 저 녀석이... 소년 마스터라고?”한중섭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이 상황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유진우가 단지 천부적인 재능이 조금 뛰어난 줄로만 알았는데 소년 마스터일 거라고는 눈곱만큼도 예상하지 못했다.그리고 그런 유진우를 제자로 들이겠다고 했으니 이보다 더 큰 웃음거리가 어디 있겠는가 말이다.상대는 자양지존을 죽인 괴물이다. 한중섭이 진짜로 무도 마스터가 됐다고 해도 아직은 그저 입문 단계일 뿐이다. 자양지존 같은 베테랑 마스터와 비교해도 아예 거론할 가치가 없는데 유진우는 오죽하겠는가?“X발, 이거 큰일인데?”송골송골 맺힌 식은땀을 쓱 닦던 한중섭은 머리가 저릿해지는 것만 같았다. 아무 생각 없이 망언을 퍼부으며 제자로 들이겠다고 했던 건 둘째치고 유진우의 보검을 빼앗으려 했을 뿐만 아니라 한껏 조롱하기도 했다.만약 유진우가 따져 묻기라도 한다면 그 결과가 어떨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연수 선배,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진우 오빠가... 바로 그 소년 마스터였어요?”한예슬은 멍한 얼굴로 그대로 굳어버렸고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준수한 외모에 정의감이 넘치고 은혜와 원망이 분명한 사람이야. 젊은 나이에 벌써 마스터 경지에 도달했다니...”심연수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예쁜 두 눈에 놀라움이 가득했다.“그래, 맞아. 모든 조건에 다 부합되고 백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인재이자 만인의 존경을 받는 소년 마스터야.”얘기를 이어가던 중 심연수는 저도 모르게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놀랍기도 하면서 흥분되었다. 그녀가 줄곧 숭배하던 소년 마스터가 바로 옆에 숨어있었을 거라고는 꿈
“조경수 씨도 보물을 나눠 가지러 왔나요?”장수현이 눈을 가늘게 뜨고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하하... 무림의 보물 천영 구슬이 있다는데 당연히 놓쳐선 안 되죠.”조경수는 크게 웃으며 거리낌 없이 말했다.마스터 경지에 다다르면 그들의 이목을 끌만한 보물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천영 구슬은 보물 중에서도 최고의 보물 중 하나였다. 천영 구슬만 있다면 한층 더 레벨업하여 대 마스터가 될 수 있었다. 그때가 되면 정말로 이 세상에서 최정상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아미타불, 소승도 함께해도 될까요?”그때 누군가가 금빛을 뿜어내면서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머리에 향을 피운 흉터 자국이 선명한 민머리 노인이었다.뚱뚱한 몸매에 얼굴이 선했고 널찍한 승복을 입고 있었다. 부처의 광명이 두루 비추면서 신성하게 느껴졌다. 부드러운 금빛이 사람에게 비추면 마치 봄날의 햇볕처럼 따스했다.“대비사의 주지 스님 격심대사 님이시잖아.”눈여겨보던 사람들은 그의 정체를 확인하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무도 마스터가 또 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오늘 대체 뭐야? 무도 마스터들이 다 모였어.’평소 얼굴 한번 보기 힘든 거물들이 전부 모습을 드러냈다. 설마 다 고영은의 보물 때문에?”“격심대사 님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장수현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부담감이 점점 더 커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천영 구슬을 독식할 생각이었는데 지금 보니 아무래도 불가능할 듯싶다.“아미타불. 이곳에 불길한 물건이 나타났다고 하여 보러 왔습니다. 그 물건을 절에 가져가 오봉탑 밑에 파묻으면 피바람을 막아줄 겁니다.”격심대사가 또박또박 말했다.“흥. 말은 번지르르하게 하네요. 결국에는 독식하겠다는 말 아닙니까?”조경수가 코웃음을 쳤다. 그는 도덕군자인 양 점잔을 빼는 사람을 가장 싫어했다. 보물을 가지러 왔으면서 능청스럽게 아닌 척하는 꼴이 너무도 역겨웠다.“그렇지 않습니다. 전 그저 오너님들을 지키려는 것뿐입니다.”격심대사의 표정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뭐? 황동해? 강남 5대 마스터 중 한 명인 그 황동해?”“해황 님, 해황 님이라니! 세상에나, 해황 님이 여길 어떻게...”“해황 님은 은거 생활을 오래 했고 세간 일에는 전혀 나서지 않았어. 그런데 오늘 왜 갑자기 나타났을까? 설마 하늘이 무너지려나?”황동해가 나타난 순간 현장이 발칵 뒤집혔다. 다들 경외심과 경악이 뒤섞인 표정으로 쳐다보았다.강남 5대 마스터는 사람들이 공인한 최강 5인이다. 그중 황동해는 해황이라 불렸다.10년 전 그는 홀로 서문관을 지켰고 해외 마스터급 강자를 여러 명 처리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수만 명에 달하는 적의 침략을 막으면서 혼자만의 힘으로 도시 하나를 지켜냈다. 그렇게 황동해는 이름을 알렸다.그해 황동해는 강남을 휩쓸었고 위세가 하늘을 찔렀으며 해황이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 그의 찬란했던 업적은 지금까지도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였다.“아저씨?”유진우는 놀란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중요한 순간에 도움 되는 조력자가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아빠, 여긴 어떻게 왔어요?”익숙한 뒷모습에 황은아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지난번 헤어진 후로 한동안은 아버지를 만나지 못할 줄 알았는데...“여기 일이 터졌다고 해서 뭔 일인지 보러 왔지.”황동해는 고개를 돌리고 씩 웃었다.“괜찮아? 다친 데는 없지?”“괜찮아요. 그런데 저 사람들이 쪽수로 밀어붙이면서 우리 물건을 빼앗으려는 건 물론이고 아저씨를 공격하려 했어요. 정말 너무해요.”황은아는 바로 고자질하기 시작했다.“방금 다 지켜봤어. 나머지는 나에게 맡겨.”황동해는 고개를 끄덕인 후 세 명의 마스터에게 시선을 옮겼다. 얼굴에 지어졌던 미소가 점점 사라졌고 눈빛도 날카로워졌다.“세분 모두 세간에서 명성이 자자한 분들인데 여기서 애들을 괴롭히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황동해 씨, 이건 우리의 개인적인 일입니다. 황동해 씨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 같은데요?”장수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보물을 곧 손에 넣을 수 있었는데 중도에 갑자기 차질이 생길 줄은
“X발, 내가 해황 님 같은 실력을 지녔다면 해황 님보다 백배는 더 나댔을걸?”무사들은 너도나도 한마디씩 주고받으며 의견이 분분했다. 놀란 와중에도 경외심이 불타올랐다. 세 명의 마스터에게 덤빌 수 있는 사람이 강남 전체에서 몇이나 될까?“무엄하다. 우리가 정말 널 두려워해서 이러는 줄 알아?”장수현이 참다못해 분노를 터트렸다. 후배에게 한 소리 들었으니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황동해, 적당히 해!”조경수도 성난 얼굴로 말했다.“같은 마스터인 걸 봐서 좋게 좋게 말했는데 굳이 우리와 등을 돌리겠다면 우리도 어쩔 수 없어.”“아미타불.”격심대사가 한숨을 내쉬었다.“황동해 씨, 계속 이렇게 고집을 부린다면 저도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세분 모두 쉽게 물러날 생각이 없는 것 같으니 제대로 붙어보죠, 뭐. 어차피 몸 풀어본 지도 오래됐거든요.”황동해가 갑자기 웃더니 강력한 기운이 서서히 뿜어져 나왔다. 주변의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졌고 광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황동해! 우린 셋이고 그쪽은 둘이야. 우리가 승산이 더 있다는 걸 잊지 마!”장수현이 매섭게 호통쳤다.“3대2?”황동해가 고개를 내저었다.“뭔가 오해한 것 같은데... 당신네 셋을 상대하는데 진우 씨까지 나설 필요 없이 나 하나면 족해요.”그의 말에 사람들은 순간 멍해졌다.‘설마 진짜 3 대 1로 붙으려고? 장난해?’장수현 등 3인은 극히 드문 베테랑 마스터들이다. 혼자서 셋을 상대한다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황동해, 아주 미쳐 날뛰는구나. 오늘 제대로 혼쭐내야겠어.”장수현이 노발대발하며 몸을 벌떡 일으켜 먼저 공격했다.“배은망덕한 놈, 실력이 얼마나 강하기에 큰소리치나 두고 보자.”조경수가 바로 따라붙었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공격에 나섰다.“황동해 씨, 회개만 하면 되돌릴 수 있어요. 소생이 당신을 구하겠습니다.”격심대사도 전혀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온몸에 금빛을 내뿜으며 화살처럼 쏜살같이 달려갔다.세 명의 무도 마스터는 각기
황동해 등 4인의 전투가 점점 치열해졌고 파괴력도 더 커졌다.4인의 교전점을 중심으로 반경 100m 이내가 뭉개지다 못해 폐허가 되었다. 블랙 숲의 새와 짐승들도 혼비백산하여 여기저기 도망쳤다.세상을 뒤흔들 것만 같은 전투는 수많은 무사들의 이목을 끌었다. 점점 많은 무사들이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후천무사, 선천무사를 막론하고 무도 마스터도 왔고 각 세력과 파벌... 아무튼 올 수 있는 사람은 거의 다 왔다.이 순간 아무도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멀리서 마스터 네 명의 전투를 지켜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고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주시했다.쿵, 쿵, 쿵...전투는 점점 더 치열해졌고 폭발음이 끊이지 않았다.엄청난 기운이 마치 쓰나미처럼 끊임없이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그 모습에 사람들은 간담이 서늘해지고 머리가 쭈뼛 설 지경이었다.수백 번의 공격을 주고받은 후 장수현, 조경수, 격심 3인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황동해의 실력이 예상 밖으로 너무 강한 것이었다. 3대1로 싸워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그리고 마스터 강기가 어찌나 매서운지 줄어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고 되레 싸울수록 점점 더 강해지는 것 같았다. 그야말로 괴물이 따로 없었다.정말 괜히 5대 마스터가 아니었다. 그들은 드디어 5대 마스터의 실력을 제대로 느꼈다. 3 대 1로도 제압하지 못하는데 홀로 덤볐다간 결과가 어떨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해황이라는 별명이 결코 거저 얻어진 게 아니었다.“경수 씨, 격심대사님, 이대로 계속 싸웠다간 우리만 손해 봐요. 필살기를 꺼낼 때가 된 것 같습니다.”황동해의 기세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자 장수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장수현의 표정이 사뭇 어두워졌다.“맞아요. 최선을 다해 싸워야 할 것 같아요. 혹시라도 실패한다면 앞으로 얼굴을 못 들고 다녀요.”조경수가 이를 꽉 깨물었다. 이마에 벌써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소생 이따가 정면에서 막고 있을 테니까 두 분이 필살기를 꺼내십시오.”격심대사가 말했다.“네! 그렇게 합시다
정말 무서운 실력이었다.“하하... 이겼어요! 우리가 이겼어요!”황은아가 소리를 지르며 기뻐했다. 방금까지도 아버지가 질까 봐 걱정했는데 이렇게 빨리 이길 줄은 몰랐다.“역시, 대단하네.”유진우가 옅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 놀란 것 같지는 않았다.황동해의 진짜 실력은 이미 마스터 대원만에 이르러 5대 마스터 안에서도 손에 꼽히는 존재였다. 하지만 장수현 등 사람들은 아무리 강해 봤자 마스터 대성이었기에 급부터가 달랐다. 황동해가 봐주지 않았다면 세 사람의 목숨은 진작에 날아갔을 것이다.“계속하시겠습니까?”황동해가 앞으로 나서며 카리스마 있게 물었다. 그의 위엄 있는 모습에 모두가 존경의 눈길을 보냈다.“쿨럭...”장수현 일행은 얼굴에 먼지를 가득 묻힌 채 구덩이에서 빠져나왔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황동해가 실력을 감추고 있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방금의 상황은 대처할 틈조차 없었다.“어떡해요? 설마 이대로 포기할 거예요?”장수현이 아쉬운 듯 물었다. 조금만 더 하면 천영 구슬을 가져올 수 있었는데 하필이면 여기 황동해가 있었다.“더 강한 사람이 오지 않는 이상 더는 무리일 것 같아요.”조경수가 눈살을 찌푸리고 대답했다. 방금 공격의 여운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나무아미타불, 그럴 만한 강자는 전 강남에 몇 안 될 겁니다.”격심대사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세 사람이 망설이고 있을 때, 갑자기 광풍이 몰아치며 서늘한 공기가 그들을 감쌌다. 사람들이 모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순식간에 입김이 피어올랐다. 분명 봄인데도 겨울이 된 것만 같았다.“무슨 일이에요? 갑자기 불안한 기분이 들어요.”“저도요. 방금의 한기가 심상치 않아요. 전 지금도 손이 떨려요.”사람들은 모두 두리번거리며 웅성댔다. 왠지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 같았다.이때 한 남자가 먼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요! 저 까만 연기는 뭐에요?”사람들의 시선이 남자가 가리킨 곳으로 향했다. 숲속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엄청
“어떻게 된 거야? 이게 다 뭐야?”“해독단 있는 사람 있어요? 제가 살게요! 얼마가 됐든 사겠습니다!”“망했어... 우리 여기서 죽는 건 아니겠죠?”사방에서 밀려오는 안개를 보며 사람들은 저마다 몸을 덜덜 떨었다. 보물을 찾기 위해 왔는데 목숨이 위험해질 줄은 몰랐다.“블랙 숲에 지옥의 노래가 있었어? 일이 복잡하게 됐군!”주변을 살펴본 황동해의 표정이 굳어졌다. 3대 마스터 같은 건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아빠, 지옥의 노래가 뭐예요?”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을 보자 황은아도 덩달아 긴장했다.“세계 10대 독으로 불리는 끔찍한 독가스야. 독성이 강한 건 아니지만 파괴력이 어마어마하지. 지옥의 노래가 지나간 곳에는 생명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아.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깡그리 삼켜지지, 지옥에 떨어지는 것처럼 말이야!”황동해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네? 그렇게 끔찍해요? 그럼, 이제 어떡해요?”황은아가 침을 삼키며 말했다. 설연홍이 갑자기 물었다.“명의님, 명의님의 의술이 고명하시고 독에 대해서도 많이 아시는 것 같은데, 무슨 방법 없나요?”“없습니다. 지옥의 노래는 마스터 급 이하의 사람이라면 버텨내기 어려운데, 해독단도 쓸모없을 겁니다.”유진우가 인상을 쓰고 말했다.주변의 검은 안개는 영혼이라도 있는 것처럼 사람을 쫓아다니는 게, 아무래도 조금 이상했다.“원기를 써보는 게 어때요?”황동해가 갑자기 물었다. 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한번 해보죠.”두 사람은 동시에 숨을 들이쉬고는 가까운 곳에 있는 지옥의 노래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훅!마스터의 기가 폭발하며 엄청난 바람이 불어와 검은 연기를 향해 돌진했다. 연기는 순식간에 십여 미터 밖으로 밀려났다.“와! 효과 있어요!”황은아의 표정이 밝아졌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녀의 표정이 완전히 굳어버리고 말았다. 방금 생긴 십여 미터가량의 청정구역에 다시 연기가 생겨났기 때문이다.“다시 한번!”황동해와 유진우는 서로를 쳐다보고는 다시 공격을 가했다. 하지만 연기는 밀려났
그 무엇보다도 배신이 가져온 심리적 충격이 가장 컸다. “유장혁 씨, 제가 한 가지 충고하겠어요. 말라죽은 낙타가 말보다 크다고 하잖아요. 호룡각이 비록 큰 타격을 입었지만 남은 잔당들 역시 여전히 강력한 세력입니다. 절대 방심하면 안 됩니다.” 이청성은 엄중한 말투로 말했다. “알고 있어요.” 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할 겁니다.” “그럼 다행이네요.” 이청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제가 혼수상태에 있던 이 사흘 동안 특별한 일이 있었나요?” 유진우가 다시 물었다. “당신 말에 생각난 게 있네요.” 이청성은 무언가 떠올린 듯 말했다. “황실 정보에 따르면 최근 호룡각 잔당들이 연경을 떠난 것 같아요. 그들이 운영하던 은밀한 사업들도 모두 문을 닫았다고 하더군요.” “연경을 떠났다고요? 어디로 갔죠?” 유진우는 다급히 물었다. “정확한 정보는 없지만 여러 정황으로 판단해 보면 호룡각 잔당들은 서경으로 향한 것 같아요.” 이청성이 말했다. “서경?” 유진우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설마 서경왕부를 노리려는 건가요?” “그럴 가능성이 높아요.” 이청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 되겠어요! 지금 바로 서경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유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상처가 땅겨 아팠고 이내 숨을 들이켰다. “움직이지 말아요!” 이청성은 그의 어깨를 눌렀다. “지금 당신은 원기가 크게 손상됐고 관통상을 입었어요. 비록 제가 옥로고를 발라줬지만 완전히 회복하려면 며칠 더 쉬어야 해요.” “시간이 없어요! 호룡각은 이미 준비를 마쳤을 테니 이번 서경행에는 큰 음모가 있을 거예요. 반드시 그들을 막아야 합니다!” 유진우는 단호히 말했다. “지금 당신 상태로 어떻게 막으려는 건가요?” 이청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채원진의 실력은 깊이를 알 수 없고 곁에는 강력한 고수들이 있어요. 당신이 전성기라 해도 그들을 막기 어렵겠죠. 지금처럼 부상 중인 상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 채 유진우는 점차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 그의 상반신은 두꺼운 붕대로 감겨 있었고 팔다리는 무겁고 힘이 없었으며 숨결 또한 매우 약했다. “나 안 죽었나?” 유진우는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고 방 안의 환경을 둘러보았다.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전에 와본 적이 있는 곳 같았다. “깨어났군요?” 이때, 이청성이 맑은 죽 한 그릇을 들고 천천히 방으로 들어왔다. “당신 부상이 심각했지만 기초 체력이 좋아 다행히 구해낼 수 있었습니다.” “당신이 저를 구했나요?” 유진우는 놀란 기색을 띠며 물었다. “그럼 누구겠어요?” 이청성은 담담히 대답했다. “전에 내가 준 호신 부적이 결정적인 순간에 당신의 심맥을 지켜주고 강력한 생명력을 불어넣어 줬어요. 덕분에 당신을 저승 문턱에서 끌어낼 수 있었죠.” “그 호신 부적에 그런 기적 같은 능력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그런 귀한 물건, 혹시 남은 거 없나요? 두어 개만 더 주시면 안 될까요?” 유진우는 뻔뻔스럽게 말했다. 어쩔 수 없었다. 최근 그의 상황이 너무 위험했다. 강적을 만나지 않으면 가까운 주변에서 내통자가 나오기 일쑤였다. 며칠 만에 몇 번이나 생사를 오갔으니 목숨을 지킬 보물이 간절히 필요했다. “흥! 당신은 그걸 장바구니에 들어 있는 배추쯤으로 아는 건가요? 있다고 쉽게 줄 수 있는 물건인 줄 알아요?” 이청성은 짜증 섞인 말투로 답했다. “호신 부적 하나를 만들려면 제가 10년의 수명을 소모해야 해요. 게다가 호신 부적이 파괴되면 저도 그만큼 부상을 입어요. 지금껏 제 생에 단 두 사람에게만 호신 부적을 준 적 있습니다. 한 사람은 우리 아바마마고 다른 한 사람은 바로 당신이에요.” “10년 수명을 소모한다고요? 그렇게 귀한 건가요?” 유진우는 깜짝 놀랐다. 수명을 대가로 만든 보물은 확실히 범상치 않았지만 동시에 위험성도 매우 컸다. 특히 이처럼 한 번 사용하면 사라지는 소모품이라면 그 가치가 더욱 어마어마했다. “제가 농담하는 줄 알았어
놀랍게도 그는 바로 유진우에게 중상을 입은 사철수였다. “사 장로님, 부상당하셨습니까?” 용좌에 앉아 있던 가면을 쓴 남자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쉰 듯한 음색이었다. “작은 부상입니다. 죽지는 않겠지요.” 사철수는 거칠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러는 사이 그는 다시 또 기침하며 피를 토해냈다. “보아하니 꽤 심각한 것 같은데 이 약을 복용하십시오.” 가면을 쓴 남자가 갑자기 손을 휘두르자 검은색 약이 공중으로 튀어 날아갔다. “감사합니다.” 사철수는 약을 재빨리 잡아들고는 망설임 없이 머리를 젖혀 그것을 삼켰다. 호룡각의 영단묘약은 엄청 귀중한 보물로 아무리 심각한 부상이라도 빠르게 회복시킬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영단묘약은 상층부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송 어르신...” 사철수가 뭔가를 말하려던 찰나 가면을 쓴 남자가 손을 들어 그를 막았다. “지금 저는 채 씨입니다. 저를 채 선생이라 부르든 채 각주라 부르세요. 과거의 이름은 다시는 입에 올리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채 각주.” 사철수는 몸을 낮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 장로님, 제가 맡긴 임무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가면을 쓴 채원진이 물었다. “유장혁의 심장을 칼로 찔렀습니다. 별다른 이변이 없다면 지금쯤 이미 죽었을 겁니다.” 사철수가 보고했다. “훌륭하네요!” 채원진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 장로님, 또 한 건의 큰 공을 세우셨군요!” “채 각주, 당신이 시킨 대로 했으니 제 딸을 풀어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철수는 간절히 부탁했다. 그가 여전히 호룡각의 명을 따르는 이유는 바로 자신의 딸 때문이었다. 그의 사랑하는 딸은 이미 호룡각에 의해 감금된 상태였다. 1년에 한 번밖에 얼굴을 볼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가 조금이라도 명령에 불복하거나 배반하려는 기색을 보이면 그의 생명은 물론 딸 역시 끔찍한 고문과 굴욕을 겪게 될 터였다. 이것이 호룡각이 간첩을 통제하는 방식이었다. 단순하고도 폭력적이며 매우
삼 분 후, 모든 호룡각의 킬러들은 이미 피를 뿌린 채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온몸이 피로 물든 유진우는 흔들리며 거의 쓰러질 지경이었다. 그의 몸은 점점 약해지고 있었고 내면의 강력한 진기 역시 모두 사라지면서 그는 이제 거의 죽음에 가까웠다. 눈앞의 풍경은 점점 흐릿해지고 심장박동은 거의 멈춰 있었다. “이렇게 많은 위험을 겪고도 결국엔 내가 내 사람의 손에 죽다니, 정말 웃기네.” 유진우는 차가운 웃음을 짓고 가슴에 박힌 칼을 내려다보며 두 손으로 칼을 움켜잡고 힘껏 뽑았다. 순간,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죽을 때 칼이 몸에 꽂혀 있는 건 보기 싫었다. 칼을 빼자 유진우는 머리가 어지러워지며 결국 ‘쿵!’하고 땅에 쓰러졌다. 이내 의식이 완전히 끊어졌다. 유진우가 쓰러질 때 그의 몸에 항상 지니고 있던 부적이 갑자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 빛은 금빛으로 변하며 유진우의 이마에 흡수되더니 사라졌다. 영혼 부적이 그의 몸속으로 들어가면서 그 안의 강력한 에너지가 유진우의 사지와 백골을 휘감으며 퍼졌다. 이전에 사철수가 뿌린 이상한 독은 이 에너지에 접촉하자마자 급속히 분해되었고 더 이상 저항할 힘이 없었다. 유진우의 내부 상처와 방금 뚫린 치명적인 칼자국도 이 에너지를 받고 조금씩 회복되었다. 그 에너지 안에는 생명의 기운이 넘쳐흘러 원래 생명을 잃었던 유진우를 천천히 죽음의 문턱에서부터 끌어당기고 있었다. 이 시각, 수십 리 떨어진 어느 비밀 저택에서 명상 중이던 이청성은 갑자기 몸이 움찔하더니 입에서 피를 뿜어냈다. 그녀의 완벽한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호신 부적이 손상된 건가?” 이청성은 이마를 찡그리며 손가락으로 수를 놓으며 계산을 했고 그 결과를 확인하고 얼굴이 크게 변했다. “큰일 났다!” 생각할 틈도 없이 이청성은 곧바로 마법을 쓰기 시작했다. 그녀는 몸을 한 줄기의 빛으로 바뀌더니 황급히 어딘가로 향했다. 이 시각, 호룡각의 비밀 기지 안에서는 가면을 쓴 한 남자가 금색 의
이제 유진우가 할 수 있는 건 함께 죽는 것뿐이었다. “응?” 유진우의 빠른 철권을 맞닥뜨린 사철수는 눈이 커지며 본능적으로 팔을 들어 막았다. “펑!”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사철수의 두 팔이 그대로 부러졌고 그의 몸은 마치 자루처럼 10미터 정도 날아가다가 땅에 떨어졌고 입에서는 피가 터져 나왔다. “배신자!” 유진우는 눈을 부릅뜨고 분노를 터뜨리며 계속 공격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사철수는 상황이 급박해지자 두 손으로 인을 그렸고 발을 힘껏 구르자 갑자기 그의 몸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한 무더기의 옷만 남았다. 이건 분명히 기문둔술이었다. “와!” 사철수가 도망친 뒤 유진우는 거칠게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그는 흔들리며 쓰러질 듯한 몸을 지탱했다. 전 상처가 아물지 않았고 몸은 독에 중독되었으며 가슴을 관통한 그 칼이 여전히 그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었다. 이제 유진우는 죽음 직전까지 다가갔고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전하!” 손도운은 절망하며 소리를 질렀지만 중상을 입은 상태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진우 형님!” 왕현 역시 비틀거리며 일어설 수 없었다. 세 사람의 상황은 점점 더 나빠졌고 게다가 호룡각의 킬러들이 여전히 주변에 많았다. “왕현 씨! 손도운을 데리고 먼저 가요!” 유진우는 부서진 몸을 힘겹게 지탱하며 어떻게든 쓰러지지 않으려고 했다. 칼이 몸에서 뽑지 않는 한 대략 한 시간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진우 형님! 그럼 형님은요?” 왕현은 당황스러워하며 물었다. 세 사람 중 유진우의 부상이 가장 심각했다. “걱정하지 마요. 저는 수련이 깊으니 죽지 않아요.” 유진우는 겨우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만 떠들고 손도운 데리고 가요!” 왕현은 계속 말하려 했지만 유진우의 호통에 말을 잇지 못하고 결국 손도운을 부축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호룡각의 킬러들은 두 사람을 쫓지 않고 오히려 유진우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들의 목표는 분명했다. 다른 두 명
유진우는 혼란스러웠다. 갑자기 자신을 습격한 사철수를 보며 순간적으로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그는 내통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을 의심해 왔다. 왕현, 유공권 등도 그중 하나였지만 유독 사철수만은 의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사철수는 그동안 자신을 위해 목숨을 걸었고 왕부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다. 그래서 그는 사철수에 대해 항상 죄책감을 느껴왔고 그랬기에 아까 전심을 다해 치료해 주었던 것이다. 자신이 독에 걸리고 상처를 입어도 사철수를 구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하지만 그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왕부의 결사대원이었고 마치 가족처럼 여기던 사철수가 뒤에서 칼을 꽂을 줄은... ‘도대체 왜? 왜 이런 일이 생긴 거지?’ “아저씨? 뭐 하시는 거예요?” 유진우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장혁아, 미안하다. 이렇게 해야만 했어.” 사철수의 얼굴은 복잡해 보였고 그 눈빛에는 죄책감이 섞여 있었다. “예전에 내가 말했지. 그때의 진실을 조사하지 말라고. 그런 건 죽음을 부를 위험이 크다고. 그런데 왜? 왜 너는 그걸 듣지 않았니? 너는 잘 살 수 있었는데 왜 이렇게 스스로 죽으려 드는 거야?” “당신... 도대체 누구야?” 유진우는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나 사철수는 서경 중군 부장이지만 그전에 내 진짜 신분은 호룡각의 밀사였다.” 사철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호룡각의 밀사?” 유진우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사철수가 호룡각에서 보낸 첩자라는 사실을. ‘그렇다면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들이 그를 습격한 것은 사철수가 미리 정보로 전달했기 때문일까? 그리고 그때 터졌던 검은 독기 역시 사철수의 짓이라고?’ 사철수는 일부러 자신을 독에 중독시켜 유진우에게 독을 풀게 하면서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가 공격할 기회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렇게 얽힌 계략은 그를 완벽하게 속여왔고 지금까지 아무런 의심 없이 믿고 있던 것들이 전부 거
두 손이 맞붙으며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유진우는 몸을 한 번만 움찔했을 뿐인데 모든 힘을 가볍게 막아냈다. 반면,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유진우의 한 손에 의해 수십 미터나 날아가며 땅에 떨어졌고 코와 입에서 피를 토하며 온몸의 경락이 반쯤 부서져버렸다. “너... 너 어떻게 이렇게 강한 거지?”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가슴을 움켜잡았고 얼굴에는 놀람과 두려움이 가득했다. 유진우는 분명 독에 중독되었고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런데 어떻게 단순한 한 방으로 나를 이렇게 쉽게 물리친 거지? 우리의 실력 차이가 이렇게 컸던 건가?’ “내가 기습당하기 전에 내 실력을 조사하지 않았나?” 유진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입가에는 검은 피가 묻어 있었다. 사철수 몸속의 독은 이미 모두 빠져나갔고 목숨에 지장은 없었다. 유진우 자신은 부상을 입고 독에 중독되었지만 깊은 수련 덕분에 당장 쓰러지지는 않았다. “넌 아무리 강해도 결국 그냥 무도 마스터에 불과하다. 우리는 충분히 널 죽일 수 있어!”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큰 소리로 외쳤다. 호룡각이 파괴된 날, 그곳의 고위 인물들은 대부분 죽임을 당했다. 남은 사람들은 각자 흩어져 싸웠고 사실상 더 이상 조직을 구성할 수 없었다.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는 잘 모르지만 서경 왕부의 음모였고 유진우가 그 모든 일의 주범이라고 알고 있었다. 오늘 그는 유진우가 서경 왕부의 밀사를 만나러 온다는 비밀 정보를 받고 이곳으로 온 것이다. 복수를 꿈꿨지만 상대가 이토록 강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흥! 만약 내가 그저 평범한 무도 마스터였다면 아마 오래전에 죽었을 거야. 지금 살아있는 게 기적이지.” 유진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대 마스터의 경지에 이른 건가?”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눈을 크게 뜨며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유진우가 겨우 20대 중반의 나이라면 이렇게 젊은 나이에 대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일이었다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빠르고 정확하게 내리쳤다. 전신의 강기를 극한까지 끌어올렸고 뒤에서 기습 공격을 한 탓에 방어할 틈이 없었다. 가장 중요한 건 유진우가 여전히 사철수를 치료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는 주변 상황을 전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긴 칼을 내리칠 때 유진우는 재빨리 호신 진기를 발동시켜 몸에 방어막을 만들었다. “쾅!”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의 긴 칼이 유진우의 호신 진기를 강하게 가격했다. 그 충격으로 잔잔한 물결처럼 진기의 파장이 퍼져 나갔다. 엄청난 반동에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의 칼은 튕겨져 나가고 그는 몸이 휘청이며 뒤로 물러섰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눈을 크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방금 자신은 전력을 다해 칼을 내리쳤고 심지어 기습 공격이었다.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유진우는 죽지는 않아도 크게 다쳤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를 보면 전혀 흔들리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오히려 자신이 밀려서 뒤로 물러섰다. ‘이 어린놈이 나보다 더 강하다고?’ “윽!” 그때, 치료 중이던 유진우가 갑자기 검은 피를 토했다. 얼굴은 온통 새카맣게 변했다. 방금 전 독기는 너무 강력해서 유진우의 몸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막을 수 없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사철수를 치료하는 데 너무 많은 진기를 소모한 탓이었다. 그로 인해 독소를 억제할 수 없었고 그대로 오장육부에 침투해버린 것이다. 게다가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의 기습에 맞서려고 무리하게 방어를 했고 그로 인한 여러 가지 충격이 겹쳐 결국 피를 토하게 된 것이다. “하하하, 결국 너도 다 죽어가고 있구나!”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유진우가 피를 토하는 모습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며 웃음을 터뜨렸다. ‘엄청 강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한 방에 바로 무너지네.’ “이번엔 너의 목숨을 가져가겠다!”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떨어진 칼을 다시 움켜잡고 유진우에게 달려들어 한 번 더 칼을 휘둘렀다. “전하!” 중상을 입
“난 너랑 시간 낭비할 생각 없어! 꺼져!”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가 분노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는 더 이상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맹렬히 공격을 시작했다. 원래 서로 비슷한 수준이던 손도운은 금세 밀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실력은 결국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전에 손도운이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와 팽팽하게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그의 뜨거운 혈기 덕분이었다. 그러나 이제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가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손도운의 그 우세는 사라졌고 남은 건 오직 순수한 실력 차이였다. 이제 싸움은 더 이상 간단한 기술이나 혈기 싸움이 아니었다. 실력의 차이가 승패를 가를 수밖에 없었다. “죽어라! 죽어라!”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며 공격을 퍼부었다. 그 공격은 점점 더 강력해지고 격렬해졌다. 손도운은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는 오직 방어할 뿐 반격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3분 내로 손도운은 완전히 패배할 것이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이 모습을 본 유진우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고 앞에 나서려는 순간 갑자기 경계심이 솟구쳤다. 아직 반응하기도 전에 ‘펑!’하는 소리와 함께 발아래에서 검은 안개가 퍼져 나갔다. 유진우는 본능적으로 호신 진기를 발동시켜 방어막을 형성했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그 검은 안개는 마치 영혼처럼 유진우의 호신 진기를 뚫고 그의 몸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더욱 기이한 것은 이 안개가 눈, 귀, 입, 코, 그리고 피부의 모든 모공을 통해 침투해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일이지?” 유진우는 깜짝 놀라며 얼굴을 찡그렸다. 그는 아무리 많은 것을 봐왔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 ‘호신 진기마저 막지 못하는 이런 괴이한 안개는 대체 뭐지?’ 생각할 여유도 없이 유진우는 곧바로 기운을 모아 독을 빼내려 했다. 비록 이 검은 안개가 매우 이상하긴 했지만 그의 실력이라면 그것을 제거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장혁아! 괜찮아? 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