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아가 물었다.“아저씨, 저흰 인여궁 제자가 아닌데, 그래도 절해야 해요?”“예는 갖춰야지.”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인에 대한 존중은 필수였다.“네.”황은아는 짧게 대답하고는 관 앞에서 세 번 깊이 절했다.콰르릉!이때 석판이 흔들리더니 천천히 밑으로 내려앉다가 사라졌다. 동시에 정교한 나무상자가 그 자리에 나타났다.“아저씨! 여기 뭔가 있어요!”황은아는 눈을 반짝이며 상자를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금색 구슬이 들어있었는데, 몹시도 눈부시게 반짝였다. 그 안의 금색 액체는 자동으로 돌아가며 회오리처럼 주변의 기운을 빨아들이고 있었다.“헐! 천영 구슬이야?”설연홍이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언제나 담담하던 유진우도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상자 안의 물건이 말로만 듣던 무림계의 보물, 천영 구슬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천영 구슬? 그게 뭔데요?”황은아가 고개를 갸웃했다.‘그냥 예쁜 구슬 아니야? 이렇게 놀랄 것까지야 있어?’설연홍이 뛸 듯이 기뻐하며 말했다.“은아야! 이건 돈 주고도 구하기 어려운 거야! 천영 구슬은 무림계의 3대 보물 중 하나야, 이거 하나 가지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어. 이 구슬의 가장 큰 효능은 수련 속도를 올려주는 거야, 그것도 열 배, 백 배씩이나! 이것만 있으면 아무 능력 없는 사람도 최고의 무사가 될 수 있어! 물론 천재가 이 구슬을 가진다면 그 효과는 상상을 초월하지. 천영 구슬이 세상에 나타난다면 이걸 차지하기 위한 피바람이 몰아칠 거야!”설연홍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것만 있으면 개천에서도 용이 날 수 있었다! 누가 탐내지 않겠는가?“네? 그 정도예요?”황은아가 놀란 듯 물었다. 장신구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좋은 물건일 줄이야.“은아야, 잘 들어. 이 일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 그렇지 않으면 그 결과는 나도 못 책임져!”유진우가 진지하게 말했다. 이런 보물은 그에게도 유혹적인 존재였다.“아저씨, 이건 너무 귀중해요. 아저씨가 갖고 있는 게 낫겠어요.”황은아는 무서운 듯 천영
“둘 다 안 가질 거면, 나 주지 그래요?”두 사람의 실랑이를 지켜보던 설연홍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만에 하나 정말 그녀에게 준다면?“저리 가요!”유진우는 고개를 돌려 설연홍을 째려보고는 천영 구슬을 억지로 황은아의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잘 가지고 있어. 이건 네 물건이야. 계속 양보하면 정말 화낼 거야!”“음... 그럼 그렇게 하죠. 얼마간 쓰고 다시 돌려줄게요.”황은아는 망설임 끝에 구슬을 몸에 지니는 쪽을 택했다. 자신이 강해지면 유진우에게도 더욱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었다.천영 구슬이 피부에 닿자, 그녀는 시원한 기운이 몸에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 기운은 그녀의 단전에 흘러들어 힘을 강화하고 있었다.이대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번 능력이 강화될 것이었다. 놀라운 속도였다!“됐어. 먼저 검은 꽃무릇을 찾아보자.”유진우는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사방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이 묘실에는 무기, 비법서, 특이한 장신구 등 보물이 많이 숨겨져 있었다. 아무 물건 하나만 가지고 나가도 여생을 풍족하게 살 수 있을 터였다.하지만 이런 것들은 모두 유진우의 관심 밖이었다. 오히려 설연홍이 보물에 정신이 팔려있었다.묘실을 모두 뒤졌는데도 그들은 검은 꽃무릇을 발견하지 못했다. 뒤질 곳은 이제 청동관 안쪽만 남았다.“선배님, 실례합니다!”유진우는 관을 향해 깊이 허리를 숙인 뒤 관뚜껑을 힘껏 밀었다.끼익!금속 마찰음과 함께 관이 천천히 열리며 먼지가 날렸다. 유진우는 관 안쪽을 확인하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 안에는 화려한 차림을 한 남자 시체가 들어있었다. 시체의 가슴 쪽에 아름다운 꽃이 피어있었는데, 검은색의 꽃잎 주위로 음산한 빛이 맴돌았다. 신비하고 처량했지만, 너무도 아름다웠다. 한 번 보아도 금세 매혹될 것 같은 게, 마치 다른 세계에서 온 것 같았다.이 꽃이 바로 유진우가 애타게 찾던 검은 꽃무릇이었다!“역시 여기 있었어!”유진우의 안색이 밝아지며 호흡이 저도 모르게 가빠졌다. 이 꽃만 있으면 조선
황은아는 깜짝 놀라 급히 설연홍의 뒤에 숨어 몸을 덜덜 떨었다. 담력이 작은 편은 아니었지만 유독 귀신은 무서워했다.“누구십니까?”유진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굳은 얼굴로 물었다. 급습이었지만 그를 물러서게 했다는 것은 상대의 실력을 충분히 증명하고도 남았다. 이 사람은 아마 대 마스터일 것이었다!“여긴 내 묘인데, 내가 누구일 것 같아?”인영 주변의 안개가 천천히 걷히더니 동안의 얼굴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아름다운 외모의 여자였다. 비록 백발이 성성했지만, 얼굴은 젊은 모습 그대로였다. 그녀의 두 눈만이 모든 것을 읽었다는 듯 빛나고 있었다.유진우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당신의 묘라고요? 설마 당신이... 고영은 선배님?”“고영은!”그 말을 들은 황은아와 설연홍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고영은은 50년 전에 죽은 거 아닌가? 왜 아직 살아있는 거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내 명성을 알고도 감히 묘를 파러 오다니, 죽고 싶은 거야?”고영은의 말은 담담했지만, 사람의 마음을 파고드는 힘이 있었다.유진우가 해명했다.“선배님, 그게 아니라, 검은 꽃무릇을 구하러 왔습니다. 급히 살릴 사람이 있어서요.”“그렇게 귀중한 물건을 내가 왜 너희들에게 줘야 해?”“조건이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최대한 맞춰드리겠습니다.”“조건? 하, 내 남편을 살려주면 이 꽃을 줄게.”“너무하시네요. 죽은 사람을 무슨 수로 살려냅니까?”유진우가 옅게 인상을 썼다. 관 속의 사람은 뼈만 남은 시체였다. 그 누가 와도 살려낼 수 없었다.“그래, 잘 아네. 죽은 사람은 못 살려내. 그럼, 꽃무릇을 가지겠다는 건 접어두고 그만 가. 예의 있게 행동한 걸 봐서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선배님! 저희는 꼭 꽃무릇을 가져가야 합니다!”“그래? 그럴 능력은 있고?”“한 번 해보겠습니다.”“죽는 게 무섭지도 않나 봐?”“죽어도 꽃무릇은 가져가고 죽을 겁니다!”“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고영은은 화가 난 듯 훌쩍 뛰어올라 유진우를 내리쳤다.
휙!유진우가 강제로 경지를 돌파할 때, 고영은의 주먹은 이미 유진우의 앞에 다다랐다. 유진우는 피할 틈도 없이 주먹을 뻗어 수비하는 수밖에 없었다.펑!두 주먹이 맞닿을 때, 유진우는 저 멀리 튕겨가 벽에 부딪혔다. 묘실 전체가 흔들리며 돌들이 떨어졌다.“풉!”유진우가 창백한 얼굴로 시뻘건 피를 뿜어냈다.“아저씨!”황은아가 그를 도우려 했지만 설연홍에게 저지당했다. 이 정도 급의 전투에 그들이 낄 자리는 없었다.고영은은 50년 전 이미 천하를 제패했다. 오랜 시간의 수련을 거친 지금은 더욱더 대적할 자가 없었다.이런 실력자에 맞선 유진우가 당장에 맞아 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대단한 일이었다.“실력은 괜찮네, 단 한 가지 아쉽다면 너무 젊어. 그만 가, 나도 널 죽이고 싶지 않아.”고영은이 담담하게 말했다.20대의 나이에 이 정도 실력을 갖춘 것도 이미 엄청난 일이었다. 20대 시절의 고영은에게는 절대 밀리지 않을 실력이었다.“쿨럭...”유진우는 기침을 토해내며 안간힘을 다해 기어 나왔다. 온몸이 부서질 것 같았다. 실력 차이가 너무나도 컸다!비밀 기술을 동원해 억지로 대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 하더라도 고영은에게는 역부족이었다. 그녀와 맞설 능력조차 없었다.“꼭, 검을 꽃무릇을 가져갈 겁니다.”유진우는 입가의 피를 닦고는 비틀거리며 걸어갔다.“이래봤자 죽기밖에 못 해!”고영은이 차가운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제게 다른 선택지는 없습니다.”유진우는 조금도 무서워하는 기색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고집스러운 눈빛이 청동관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어리석긴!”고영은이 다시 한번 손을 내리쳤다.훅!금색의 손자국이 엄청난 힘을 싣고 유진우의 몸을 가격했다.펑!유진우는 다시 뒤로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그는 다시 피를 뿜어냈다. 치명타를 두 번씩이나 맞은 그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유진우는 이를 악물고 애써 몸을 세우고는 휘청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 피로 얼룩진 발자국이 새겨
유진우의 몸이 공중에 떠올랐다가 다시 땅에 처박혔다. 그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괴이한 호선을 그렸다.“아저씨!”황은아는 붉어진 두 눈으로 처량하게 유진우를 불렀다. 그녀의 얼굴은 분노와 슬픔으로 얼룩졌다. 당장이라도 가서 그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설연홍이 그녀를 단단히 끌어안은 탓에 이 광경을 보고만 있어야 했다.“조금만... 조금만 더... 선미 씨가 날 기다리는데... 여기서 쓰러지면 안 돼!”유진우는 이를 악물고 휘청거리며 천천히 일어섰다. 그는 폭풍우 속의 촛불처럼 언제 어디서든 쓰러질 것 같았다.“아저씨! 그만해요! 꽃무릇 필요 없어요. 이대로 가다간 아저씨 정말 죽어요!”황은아가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유진우는 이제 정말 한계였다. 한 번만 더 맞았다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다.뚝, 뚝, 뚝...유진우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휘청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끊임없이 땅에 떨어지는 피가 마치 꽃처럼 번졌다.“유진우 씨! 그만해요! 여자 한 명 때문에 이러는 거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당신이 죽으면 그 여자도 못 살 거예요!”설연홍이 소리쳤다. 그녀도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유진우를 이해할 수도 없었다. 세상에 정말 자신의 목숨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 있단 말인가?그녀는 유진우의 눈빛에 감동되었다. 조선미를 질투하기도 했다. 그녀를 위해 목숨도 바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니.“왜? 왜 이렇게 죽으려고 하는 건데?”고영은은 복잡한 표정으로 인상을 썼다. 유진우의 의지력은 정말 박수칠 만 했다. 특히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달려드는 모습에서 과거의 자신이 보이기도 했다.“꽃무릇... 꽃무릇을 가질 겁니다... 그 사람을 꼭 구할 거예요!”유진우가 중얼거렸다. 그의 발걸음은 힘겨웠지만 강인했다. 죽지만 않는다면 그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었다.고영은이 멍해졌다. 유진우의 고집에서 그녀는 오래 전의 자신을 보아냈다.그 시절 그녀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지 않았던가?하지만 그 결과는 어땠던가? 그녀가
검은 꽃무릇을 건넨 후 고영은은 눈을 감고 그 자리에 굳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기억을 되살리는 것 같기도, 깊은 생각에 빠진 것 같기도 했다.“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럼, 이만.”유진우는 고영은을 건드리지 않고 그녀에게 정중하게 인사한 후 비틀거리며 자리를 떴다.고영은은 필살기를 쓰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유진우는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 고영은의 실력은 이미 대 마스터의 경지를 넘어섰다. 하늘 아래 그 누구도 당해낼 수 없을 것이었다.“아저씨, 괜찮아요?”황은아가 눈물을 매달고 유진우를 부축했다. 방금은 너무 아슬아슬했다. 고영은의 마음이 약해지지 않았다면 유진우는 당장에 죽어버렸을 것이었다.“괜찮아, 몇 군데 부러진 것뿐이야. 안 죽어.”유진우는 단약 한 알을 꺼내 입에 넣고는 천천히 회복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유진우의 실력이 강하고, 고영은이 그를 봐주지 않았다면 걷지도 못했을 것이었다.“아저씨, 방금은 고집이 너무 셌어요. 꽃무릇이 없으면 다른 방법을 생각하면 될 것을, 왜 그렇게 고집스럽게 굴어요?”“시간이 얼마 없어, 이렇게라도 해봐야지.”유진우가 고개를 저었다.조선미는 생명이 위독한 상태였다.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정말 늦어버릴지도 모른다.“여자 한 명을 위해 목숨도 버리다니, 멍청한 건지 사랑에 눈이 먼 건지 모르겠네요.”설연홍이 농담조로 말했다. 자신을 위해 목숨도 내놓는 남자를 만난다면 틀림없이 그 사람 하나만을 보고 살 것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남자에게는 임자가 있었다.“시간이 됐어요, 인제 그만 돌아가요.”조금 숨을 돌린 후 유진우 일행은 왔던 길을 따라 되돌아가기 시작했다.얼마나 걸었을까, 땅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콰르릉!굉음과 함께 먼지가 떨어지며 동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벽이 갈라지며 동굴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로워졌다.“지진이에요! 어서 피해요!”유진우 일행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급히 밖으로 뛰어나갔다. 이곳
그런데 그들이 묘에서 나왔을 때 수많은 파벌이 막아서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정말 도망칠 빈틈조차 없었다.“한 오너, 벽하파가 독식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다 같이 나누는 건 어때?”“한중섭, 시대의 흐름을 잘 아는 사람이야말로 똑똑하고 유능한 인물이야. 당신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물건들이니 나눠 가지는 게 좋지 않겠어? 누이 좋고 매부 좋고.”“어이! 보물들을 당장 내놔. 내놓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어.”몇몇 오너들이 큰소리치며 갖은 협박을 해댔다. 하나같이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았다.고영은은 무수히 많은 보물을 모았다. 아무 보물이나 내놓아도 충분히 사람을 흥분하게 했다.“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우린 아무것도 못 건졌는데 나눠줄 보물이 어디 있어?”한중섭이 단칼에 잘라버렸다. 힘들게 고생해서 얻은 보물을 어찌 공짜로 나눠줄 수 있단 말인가?“흥, 아직도 변명이야? 방금 저 묘에서 뛰쳐나오고선 아무것도 못 건졌다고?”“그러게 말이야! 우리가 바보인 줄 아나. 두어 마디 말로 대충 넘어가려는 수작이야?”“한중섭, 한 번 더 기회를 줄게. 지금 당장 보물을 내놓지 않으면 절대 가만 안 둬!”사람들은 기세등등하게 몰아붙였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보물을 빼앗을 기세였다.“내가 없다고 하면 없는 거야!”한중섭이 어두운 목소리로 호통쳤다.“다들 그래도 명문 파벌인데 이렇게 마구잡이로 빼앗는다는 게 말이 돼?”“한중섭, 우리 천학문 제자들을 죽이고선 무사할 것 같아? 죽은 제자들을 위하여 복수하고 말 테다!”그때 한 노인이 갑자기 훌쩍 뛰어오르면서 가장 먼저 공격에 나섰다.“죽여!”몇몇 오너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다가 동시에 우르르 달려들었다. 수백 명에 달하는 엘리트 무사들과 함께 벽하파에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쪽수로 밀어붙이겠다?”한중섭은 이를 꽉 깨물고 신력단 한 알을 꺼내 단숨에 꿀꺽 삼켰다.신력단은 고영은의 묘에서 찾은 보물이다. 복용하면 단시간 내에 실력과 힘이 대폭 상승하여 약한
환골탈태한 한중섭을 보며 오너들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마치 강적을 만난 듯 선뜻 나서지 못했다.만약 예전이었더라면 식은 죽 먹기로 한중섭을 제압했을 것이다. 그런데 한중섭이 이젠 진정한 무도 마스터가 되었다. 양측의 실력 차이가 순식간에 엄청나게 벌어졌다.비록 그들도 마스터가 되려면 단 반보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 반보 차이가 뛰어넘을 수 없는 장애와도 같았다.넘어서면 실력이 껑충 뛰지만 넘어서지 못한다면 여전히 남들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여러분, 인제 어떡하죠?”천학문 오너가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다. 한중섭이 무도 마스터가 됐다는 걸 진작 알았더라면 절대 총대를 메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싸워봤자 이길 가망도 없고 도망치려고 해도 도망칠 수조차 없었다.“그냥 맞서 싸워보는 건 어떨까요? 단약을 먹어서 잠깐 돌파했을 뿐이에요. 우리가 힘을 합친다면 이길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지금 장난해요? 무도 마스터라고요. 우리 중에 한중섭의 상대가 될만한 사람이 있어요? 덤벼봤자 고생만 사서 하는 격이에요.”“그냥 포기합시다. 보물 때문에 목숨까지 내놓을 필요는 없잖아요.”몇몇 오너들은 수군거리면서 슬슬 물러설 준비를 했다.“대체 뭐라 숙덕거리는 거야? 덤비지 않겠다면 내 공격을 받아!”한중섭은 두말없이 심호흡하더니 다시 한번 손바닥을 앞으로 밀었다.쿵!커다란 손바닥 자국 두 개가 순식간에 나타나면서 마치 큰 트럭처럼 오너들을 덮쳤다. 도적을 잡으려면 먼저 우두머리를 잡으라고 했다.신력단의 약효가 30분밖에 유지되지 않기에 반드시 그 시간 내에 해결해야 했다.“빨리 철수해!”천학문 오너는 한중섭의 상대가 안 된다는 걸 깨닫고 연신 뒤로 물러섰다. 다른 사람들도 감히 나서지 못하고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다.“어딜 도망가?”전혀 멈출 생각이 없었던 한중섭은 땅을 힘껏 밟으며 미친 듯이 쫓아갔다.“이런 경거망동한 놈을 봤나, 아주 미쳐 날뛰는구나!”그때 숲속에서 자색 옷차림의 누군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