슉!옹동철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그들에게 쏠렸다. 하나같이 눈빛이 살벌했고 먹잇감을 노리듯 호시탐탐 노렸다. 현장에 본투비 레벨 고수가 수두룩하여 반경 100m 안의 인기척은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들켰어요!”한예슬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선배들, 인제 어떡해요?”“뭘 그렇게 당황해? 내가 있는 한 아무 일 없을 거야. 나 따라와!”심호중은 옷에 묻은 흙을 툭툭 털면서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걸어갔다.상대 세력에 고수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벽하파도 절대 만만하지 않았다. 일대일로 싸운다면 이길 자신이 있었다.“가자, 가서 저들을 만나자.”심연수는 손을 흔들며 한 무리 후배들을 이끌고 모습을 드러냈다. 숲속에 숨어서 가만히 지켜볼 생각이었는데 이렇게나 빨리 들킬 줄은 생각지 못했다.“다 모인 것 같은데 인제 어떻게 처리할까?”옹동철이 검을 어깨에 메고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일단 다 같이 손을 잡는 게 어때? 보물을 찾은 다음에 공평하게 나눠 가지는 거야. 그럼 서로에게도 다 좋잖아.”심호중이 갑자기 제안을 건넸다. 사실 그는 딱히 욕심이 없었다. 보물을 조금만 손에 넣어도 만족할 수 있었다.“기우 씨, 어떻게 생각해요?”금강파 큰 제자 진용이 물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 설기우가 가장 두려운 상대였다.“나눠 가지는 건 괜찮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요.”설기우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섬뜩하게 말했다.“한 사람만 더 적으면 좋을 텐데.”“한 사람요? 그게 누구죠?”옹동철이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넷이서 나누는 것보다 셋이 나누면 더 많이 나눠가질 수 있었다.“천학문, 금강파, 벽하파는 명문 파벌이지만 사해파만 도적 집단이야. 그럼 누굴 없애는 게 좋을까?”설기우가 웃을 듯 말 듯 했다.그의 말에 세 제자의 시선이 전부 옹동철에게 쏠렸고 하나같이 살벌했다.“네?”옹동철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기우 씨, 무사라면 다 몫이 있어요. 그건 좀 아니지 않나요?”“너같이 극악무도한 도적이 우리와 한 팀이 될 자격이 있다고
약한 자를 괴롭히는 건 심호중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설기우, 이 X발 놈아!”옹동철이 분노를 터뜨렸다. 하지만 결국 버티지 못하고 설기우의 검에 가슴을 찔려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단 몇 분 사이에 사해파 제자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싹 다 처리해버렸다.“도적놈 주제에 감히 우리에게 덤벼? 제 주제도 모르는 놈!”설기우가 장검을 휙 휘두르자 시뻘건 피가 사방에 튀었다.“저기요! 방금 벽하파는 왜 꿈쩍도 안 했어요?”진용이 고개를 돌려 보니 심호중 일행이 요지부동으로 서 있었다. 몸에 피 한 방울 묻지 않고 깨끗한 걸 보면 방금 싸우지 않은 게 분명했다.“사해파 하나 처리하는데 금강파와 천학문이 나서도 충분하잖아요. 굳이 나까지 나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심호중이 덤덤하게 말했다. 별다른 뜻은 없는 말이었지만 금강파와 천학문이 듣기에는 점잔을 빼는 것 같았다.“우리가 사람을 죽이는 걸 보면서도 가만히 있었다고요? 벽하파는 어부지리로 보물을 얻겠다는 건가요?”진용의 태도가 별로 좋지 않았다.“오해입니다. 절대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심연수가 바로 설명했다.“방금 너무 빨리 끝났어요. 우리가 반응하기도 전에 사해파를 싹 다 처리했더라고요.”사람들의 싸늘한 시선에 심연수는 불안하기만 했다.“흥! 우리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요?”진용이 호시탐탐 노려보았다.“진용 씨, 아무래도 벽하파가 우리와 같은 마음이 아닌 것 같아요. 손잡고 벽하파부터 해결하고 우리끼리 나눠 갖는 건 어때요?”설기우가 갑자기 제안했다.“하하... 나도 마침 그 생각이에요.”진용이 씩 웃었다. 셋이서 나누는 것보다 둘이 나누는 게 더 좋은 건 사실이었다.“경고하는데 함부로 하지 마!”두 사람이 손을 잡자 심호중은 바로 칼을 뽑아 들고 더는 예를 갖추지 않았다.“우리 벽하파는 사해파처럼 너희들이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싸우기 시작하면 쌍방 다 죽어!”“다 죽는다고? 흥! 웃기고 있네.”진용이 싸늘하게 웃었다.“나와 기우 씨가 손을
쿵!바닥에 떨어진 진용의 머리를 본 순간 사람들은 전부 넋이 나갔다. 설기우가 이토록 잔인한 사람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조금 전까지 실실 웃으며 전우라고 하더니 돌아서자마자 머리를 잘라버렸다. 정말 극악무도하기 짝이 없었다.“선배!”놀라움도 잠시 금강파 제자들이 노발대발했다. 그런데 그들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진작 준비를 마친 천학문 제자들이 학살을 벌이기 시작했다.처참한 비명이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고 눈 깜짝할 사이에 금강파 제자 대부분이 바닥에 쓰러졌다. 나머지 제자들도 설기우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뭐야?”잔인하기 그지없는 천학문 제자들을 보며 벽하파도 바로 경계하기 시작했다. 저마다 칼을 뽑아 들고 공격할 준비를 마쳤다.“설기우, 너 이렇게 비겁한 놈일 줄은 몰랐어. 감히 기습을 해?”심호중은 눈살을 찌푸리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천학문은 그래도 명문 파벌인데 이런 비겁한 수단을 쓰다니, 정말 파렴치하기 짝이 없었다.“허허... 이기면 충신이고 지면 역적이랬어. 마지막에 웃을 수만 있다면 수단이 비겁한들 뭐 어때?”설기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조금 전 자신의 행동은 수치스러운 게 아니라 영광스럽다고 여겼다.세간은 원래 약육강식인 곳이다. 보물을 위해서 사람 좀 죽이는 게 뭐가 대수라고.“이기면 충신이고 지면 역적이다? 흥, 네가 이긴 것 같아? 나도 여기 있어!”심호중이 무섭게 호통쳤다.“너?”설기우의 얼굴에 하찮음이 가득했다.“네까짓 게 뭔데? 이류 파벌 제자가 무슨 배짱으로 내 앞에서 큰소리쳐?”“무엄하다!”“감히 우리 선배님을 무시해? 죽고 싶어?”그의 말에 벽하파 제자들이 펄쩍 뛰었다. 천학문이 강하긴 했지만 그들도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그리고 큰 선배까지 있어 아예 이길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설기우, 적당히 나대. 재간 있으면 나와 일대일로 붙어보든가. 내가 제대로 보여줄게.”심호중이 사납게 몰아붙였다.“일대일? 좋아, 네 재주가 어떤지 한번 봐야겠어.”설기우는 경멸 섞인 표정으로 손가
“이대로 더 싸웠다간 당신네 선배가 져요.”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진우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단지 충고의 한마디였지만 벽하파 제자들의 반발만 일으키고 말았다.“헛소리 집어치워요. 우리 선배의 실력이 얼마나 강하고 검법도 얼마나 대단한데 어떻게 져요?”“그러게 말이에요. 두 눈 똑바로 뜨고 봐요. 아까는 분명 우리 선배가 이기고 있었다고요.”“흥! 어떻게 상대의 기세를 북돋우고 우리 편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어요? 아무것도 모르면 그냥 가만히 있어요. 헛소리하지 말고.”사람들은 너도나도 한마디씩 하며 유진우를 질책하기 시작했다.누가 봐도 지금은 심호중이 이기고 있는 상황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승리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유진우는 심호중을 응원해주지 못할망정 초 치는 소리만 하고 있었다. 말이 씨가 되면 어쩌려고!“진우 씨 아직 우리 선배를 잘 몰라서 그래요.”한예슬이 자랑스럽게 소개했다.“선배의 실력은 무주의 젊은 세대 중에서도 3위 안에 들 정도예요. 예전에 적지 않은 무도 고수를 이겼으니 설기우를 상대하는 것쯤은 문제가 아닐 겁니다.”“맞아요. 선배가 어떻게 적을 이기는지 잘 보기나 해요.”벽하파 제자들은 전혀 두려움이라곤 없었고 하나같이 자신만만해 보였다.유진우는 고개만 내저을 뿐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 사람들 너무 무모해.’시간이 흐름에 따라 전투가 점점 치열해졌다.심호중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듯했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벽하 검법!”심호중은 이를 악물고 필살기를 꺼냈다. 그가 장검을 빠르게 휘두르자 눈 부신 빛이 사방에 흩날렸고 광풍이 휘몰아치면서 먼지와 돌이 마구 날렸다. 반경 3m 이내가 검의 빛으로 뒤덮였고 그 위력이 실로 대단했다.“저기 봐! 선배가 필살기를 꺼냈어.”“하하... 벽하 검법을 쓰면 설기우는 무조건 죽을 거야.”“유진우, 두 눈 똑바로 뜨고 봐. 우리 선배가 얼마나 대단한지.”벽하파 제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승기를 손에 쥐었다고 확신
“말도 안 돼!”피를 토하며 쓰러진 벽하파 제자들을 보며 심연수와 한예슬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조금 전 제자들이 두 사람을 지켜주려고 가장 안쪽에 밀어 넣어서 미처 도와주지 못했다.그리고 곧이어 충격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십여 명의 벽하파 엘리트들이 설기우의 검 한방에 전부 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말았다. 실로 무서운 실력이 아닐 수 없었다.“쓸모없는 것들. 고작 이 실력으로 나에게 덤벼? 제 주제는 좀 알아야지.”설기우는 장검을 든 채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 심호중과 싸운 건 정말 재미 삼아 잠깐 놀아줄 생각이었다. 이젠 재미도 다 봤겠다, 끝을 맺을 때도 되었다.“선배의 실력은 역시 따라올 자가 없습니다. 정말 대단하세요.”“흥! 이류 파벌 주제에 나한테 덤벼? 죽으려고 환장한 거지.”천학문 제자들이 의기양양해 하며 크게 웃었다. 벽하파를 해결했으니 보물은 전부 그들의 것이 될 것이다.“선배, 저기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 있잖아요. 그냥 죽이기엔 아까운데 우리가 좀 데리고 놀아도 될까요?”한 천학문 제자가 갑자기 심연수 등 몇몇을 가리키며 음흉하게 웃었다.“그러고 싶어?”설기우는 재밌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괜찮은 여자들이네. 즐기려면 얼른 즐겨. 시간 너무 끌지 말고.”“하하. 감사합니다, 선배.”천학문 제자들은 흥분하면서 펄쩍 뛰었다. 하나같이 오랜 시간 굶주린 짐승처럼 두 눈에서 빛이 다 났다.“연수야, 내가 잡고 있을 테니까 얼른 도망쳐!”상황이 심상치 않자 심호중이 이를 깨물고 겨우 일어섰다. 동생이 천학문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면 어떤 일을 당할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이 짐승들은 이미 인간성이라곤 없었다.“죽어도 같이 죽어. 절대 오빠 혼자 내버려 두지 않아.”심연수는 죽음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듯 천천히 검을 들었다.“제발 말 들어! 얼른 도망가!”심호중이 고개를 돌려 소리쳤다. 동생만 무사하다면 목숨 하나 내놓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예슬아, 진우 씨 데리고 얼른 가. 여긴 나
“어이! 내 검을 세 번 버티면 목숨은 살려줄게.”설기우는 사정없이 유진우를 조롱하며 장검을 천천히 들었다.“그래? 그럼 네 검이 얼마나 센지 한번 봐야겠는데.”유진우는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앞으로 걸어 나갔다.“진우 씨.”심연수의 표정이 급변하더니 유진우의 손목을 다급하게 잡으며 말렸다.“설기우의 실력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요. 진우 씨 상대가 아니니까 얼른 도망쳐요.”“네, 진우 씨. 저 사람 무서운 사람이에요. 덤벼봤자 달걀로 바위 치기라고요.”한예슬도 나서서 말렸다.“진우 씨, 여기서 소란 피우지 말고 얼른 애들 데리고 가요. 진우 씨가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요.”심호중이 참다못해 언성을 높였다.“맞아요. 우리 선배마저 설기우의 상대가 안 되는데 당신이 무슨 수로 역전시켜요? 얼른 가요!”이젠 벽하파 제자들마저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유진우가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죽게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다들 긴장해 하지 말아요. 설기우 따위 난 안중에도 둔 적이 없어요.”유진우는 여전히 차분한 표정으로 아무렇지 않게 앞으로 걸어 나갔다.“진우 씨.”심연수는 말리고 싶었지만 천학문 제자들이 이미 유진우를 빼곡하게 둘러싸고 있었다.“망했어... 이젠 아무도 진우 씨를 못 구해.”한예슬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시신이 된 유진우의 모습이 눈에 훤한 듯했다.“정말 제 주제도 모르는 놈이야!”심호중은 한스러워 원망을 쏟아냈다.“사람 말을 아예 듣질 않아. 고집불통이야, 아주!”벽하파 제자들은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흥! 네까짓 게 감히 우리 선배한테 덤벼? 이따가 어떻게 죽는지 보자.”천학문 제자들은 코웃음을 치며 재미나는 구경거리를 기대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마음껏 덤벼봐.”유진우는 한 손은 뒷짐 지고 다른 한 손을 내밀어 손가락을 까딱였다. 상대를 대놓고 업신여기는 도발적인 행동이었다.“그렇게 죽고 싶다면 내가 그 소원 들어주지.”설기우는 흉악스럽게 웃으며 발
시신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갈기갈기 찢어진 설기우를 보며 사람들은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하나같이 제자리에 굳은 채, 마치 귀신을 본 듯 경악했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은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였다.꿈이 아니라면 이런 말도 안 되는 광경을 어찌 믿을 수 있단 말인가?천학문 큰 제자이자 경주에서 공인한 검도 천재, 그리고 벽하파 제자들을 한 방에 제압하는 강력한 존재가 한낱 이름도 없는 녀석에게 졌다고?아니, 진 것뿐만이 아니라 정확하게는 유진우의 주먹에 터져버리고 말았다. 단 일격에 검과 사람 모두 형체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갈기갈기 찢어졌다.이게 정말 인간이란 말인가? 괴물 아니고?“말... 말도 안 돼. 선배가... 죽었어?”피로 흥건한 바닥을 보며 천학문 제자들은 잿빛이 된 얼굴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들의 눈빛에 경악과 공포뿐이었다.검도 천재라 불리던 설기우가 유진우의 손에 순식간에 죽었다는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말만 들어도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내...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진우 씨가 이겼어?”심호중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설기우가 검을 빼 들었을 때 유진우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고 확신했었다.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결과는 정말 충격 그 자체였다.“세상에나, 내가 저런 괴물을 데려왔다고?”심연수는 놀란 얼굴로 침을 꼴깍 삼켰다.“주먹 한 방에 설기우를 해결했어. 진우 씨 너무 대박인데?”한예슬은 놀라면서도 기쁜 나머지 자리에서 펄쩍 뛸 뻔했다. 조금 전까지 유진우가 설기우의 검에 찔려 죽으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인제 보니 괜한 걱정이었다.‘잘생긴 얼굴에 마음까지 따뜻한 진우 씨가 실력을 숨긴 고수였구나.’“괴물이야!”벽하파 제자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듯했다.조금 전까지 유진우를 무시하고 하찮게 여겼던 자신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그들이 이번엔 사람을 잘못 본 게 맞다고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흥, 이건 아무
암석과 흙으로 만들어진 바닥에 손 모양의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구멍 안에 천학문 제자 십여 명이 떨어졌는데 어떤 이는 중상을 입고 피를 토했고 어떤 이는 즉사하고 말았다.단 일격에 제자들이 거의 전멸했다. 실로 무서운 한방이 아닐 수 없었다.“사부님!”노인을 보자 벽하파 제자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믿을만한 사람이라도 되는 듯 재빨리 달려갔다.그 노인이 바로 벽하파 오너 한중섭이었다.“아빠, 드디어 오셨네요. 우리 아까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요.”한예슬은 한중섭에게 다가가 그렁그렁한 두 눈으로 울상을 지었다.“너 이 녀석, 평소 훈련 좀 하라고 했을 때 그렇게 듣지 않더니 위험이 닥치니까 인제야 무서워?”한중섭은 뒷짐을 진 채 한예슬을 꾸짖었다.“아빠, 적이 너무 강했어요. 선배마저 상대가 안 되는데 저라고 무슨 수가 있었겠어요?”한예슬은 억울한지 입을 삐죽거렸다.“맞아요, 사부님. 천학문 제자들이 정말 강하더라고요. 이번에 진우 씨가 아니었더라면 정말 위험할 뻔했어요.”심연수는 말하면서 유진우를 힐끗 보았다. 모든 공로를 유진우에게 돌리는 듯했다.“응, 방금 다 봤어.”한중섭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유진우를 보며 덤덤하게 말했다.“젊은이, 실력이 괜찮은 것 같은데 사부님이 누구신가?”“파벌도 없고 사부님도 없습니다.”유진우가 대답했다.“그래? 그럼 독학이란 말이야?”한중섭은 놀란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유진우를 벽하파로 끌어들이려 했다.“젊은이의 천부적인 재능이 아주 뛰어나. 파벌이 없으면 날 사부로 삼는 건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든든한 힘이 되어줄 수 있는데.”“죄송하지만 전 아직 사부를 모실 생각은 없습니다.”유진우가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기회 없어. 무주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내 제자가 되려고 찾아오는지 알아? 다들 아무리 빌어도 자격 미달이라 거절당했어. 그 사람들에 비하면 젊은이는 운이 좋은 거야.”한중섭이 의기양양해 하며 말했다.“맞아요, 진우 씨. 우리 사부님은 반보 마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