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경악했다. 유진우가 정말 엄홍수를 때릴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치 못했다. 상대는 엄홍수였다! 무주 최고의 무림고수 엄건호의 아들! 마왕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사람!그런 사람을 날려버리다니, 죽고 싶은 건가?“미쳤어? 구정파 도련님도 때리는 거야?”심호중이 길길이 날뛰며 소리쳤다. 방금의 수치스러움도 참았는데, 유진우 이 자식이 뺨을 때려버렸다. 이제 유진우뿐만 아니라 벽하파 사람들도 봉변당할 것이었다.“망했다!”심연수의 표정이 변했다. 그렇게 경고했는데도 참기는커녕 직격타를 날렸다. 구정파가 보복한다면 모두 참변을 당할 것이다.“무엄하다! 감히 도련님께 손을 대? 죽여버릴 거야!”얼마 뒤 구정파 무사들이 칼을 뽑아 유진우에게 달려들었다.“제가 할게요!”황은아가 자신이 가지고 온 금속 구 막대기를 들고 무사들에게 맞섰다. 그녀의 재능과 유진우의 교육 덕에 황은아는 이미 후천 대성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특히 이 타법은 그 누구와도 대적할 수 있을 만큼 엄청난 숙련도를 자랑했다.펑, 펑, 펑...얼마 뒤 황은아는 구정파 무사 두 명을 모두 때려눕혔다. 그들 또한 엄홍수의 곁에서 입만 나불댈 뿐 별 실력은 없었다.“이까짓 실력으로도 건방지게 굴었던 거야? 맞아도 싸!”황은아는 금속 구 막대기를 어깨에 걸친 채 코를 긁적이며 이소룡을 따라 했다. 그 얼굴에는 약간의 새침함마저 묻어있었다.“미친 거 아니야? 구정파를 상대로 이래도 되는 거야?”“엄 장문님이 오신 뒤엔 어떻게 하나 보자!”무사들 사이에서 의논이 분분했다. 무주에서 구정파를 상대로 싸움을 벌이다니, 죽고 싶은 건가?“가... 감히 날 때려?”엄홍수는 겨우 기어 일어났다. 얼굴은 퉁퉁 부었고 코는 비뚤어졌으며, 입을 벌리자, 치아가 후드득 떨어졌다.“미친놈! 감히 날 때려? 너희 다 죽었어!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정신을 차린 엄홍수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짝!유진우가 다시 한번 엄홍수의 뺨을 때리며 조곤조곤 말했다.“이건 상황 파악도 하지
엄홍수는 유진우에게 맞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 되었다. 하지만 엄홍수는 고귀한 신분이었다. 누구도 감히 그를 건드리지 못했다.‘이 자식 미친 건가? 어떻게 감히?’“멈춰요! 당장 멈춰요!”심연수가 급히 유진우를 제지했다. 하지만 엄홍수는 이미 피떡이 되어있었다.“유진우 씨, 큰 사고 쳤어요!”심연수는 한숨을 쉬고는 급히 엄홍수를 부축해 약을 먹이고 혈자리를 누르며 그를 깨우려 했다.엄홍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유진우뿐만 아니라 벽하파 전체가 엄건호의 미친 듯한 보복을 받게 될 것이다.“애초에 당신과 같이 앉지 말았어야 했어, 우리도 당하게 생겼잖아!”심호중은 화가 나기도 했고, 당황스럽기도 했다.‘젠장! 왜 이런 미친놈을 만났지? 엄홍수의 지위는 신경 쓰지도 않고, 구정파의 힘도 무시하고 이런 짓을 저지르다니, 정말 미쳤어!’“유진우 씨! 곧 보복당할 거예요. 어서 도망치세요, 어서요!”한예슬은 긴장한 표정으로 유진우의 팔을 잡고 밖으로 끌었다. 하지만 유진우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누가 내 아들을 때렸어?”이때 문밖에서 호통 소리가 들렸다. 이어 풍채 있는 중년 남자가 무사 한 무리를 이끌고 위풍당당하게 걸어들어왔다. 바로 구정파 장문, 무주 최고의 무사 엄건호였다.“망했다! 엄 장문님이 오셨어!”“엄 장문님이 화내시면 무주에서 아무도 대적할 사람이 없을 거야!”“흥! 도련님을 때리다니, 이제 어떡하나 보자!”엄건호의 출현에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구경꾼들은 불똥이 튈세라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고소하다는 눈빛, 곧 죽을 사람을 보는 눈빛으로 유진우를 쳐다보았다.“망했다! 이제 도망치지도 못해...”한예슬이 절망했다. 유진우를 위해 마지막 기회를 만들어주려 했지만 이제 늦었다.“어휴... 할 수 있는 게 없네.”심연수가 동정 어린 눈빛으로 한숨을 쉬었다. 엄건호가 직접 온 이상 유진우는 이제 죽은 목숨이었다.“불행을 몰고 오는구먼!”심호중이 씁쓸하게 고개를 저었다. 유진우가 죽는 건 그렇다
“일이 복잡하게 됐네.”차가운 표정의 유진우를 본 엄건호의 등에 식은땀이 돋았다.‘운이 지지리도 없지, 유진우를 마주치다니. 오늘 맞아 죽진 않겠지?’“아빠, 뭐 해요? 빨리 때려요! 때려죽여요! 달걀로 바위를 쳤다는 걸 보여줘요!”“닥쳐!”엄건호는 호통을 치고는 엄홍수의 뺨을 내리쳤다.짝!얼마 남지도 않은 치아가 튕겨 나오고, 안 그래도 부어있던 얼굴은 더욱 못 볼 꼴이 되었다.“아빠? 절... 절 왜 때려요?”엄홍수가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어릴 적부터 그는 어화둥둥 자라왔다. 꾸중 한 번 하지 않던 아빠였는데, 오늘은 모든 사람 앞에서 그의 뺨을 때렸다.‘웬일이지? 미쳤나?’“왜 때리면 안 되는데? 네가 맞을 짓을 한 거잖아. 내 지위를 턱 대고 밖에서 함부로 싸다니며 내 명성을 망치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오늘 한 번 제대로 교육해야겠다!”엄건호는 욕을 내뱉으며 다시 주먹을 휘둘러 엄홍수를 땅에 때려눕혔다. 그러고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이젠 발길질까지 하기 시작했다. 원수지간이기라도 한 듯 엄건호의 행동에는 자비가 없었다. 엄홍수가 연신 비명을 질렀다.“응?”갑작스러운 상황에 모두가 경악했다. 그들의 생각대로라면 엄건호는 엄홍수의 편에 서 유진우를 벌해야 했다. 그런데 지금 자기 아들을 때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이렇게나 세게.“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무슨 일이지? 약을 잘못 먹었나?”“글쎄? 아들 사랑으로 소문나신 분인데, 오늘은 웬일이지?”“너무 잔인해! 이건 훈육이 아니라 화풀이잖아!”“...”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며 속닥거렸다. 놀라움, 경악, 약간의 연민이 들어있는 대화였다.유진우에게 그렇게 맞은 것도 모자라 이젠 자기 아빠에게까지 맞다니, 너무 처참했다.이상한 점은, 엄건호는 평소 아들 사랑으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누구라도 그의 아들을 건드리면 손발을 자르는 건 기본이고 당장 죽여버리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인지 아들을 호되게 혼내고 있었다.
심연수 일행은 어쩔 바를 몰랐다. 그 천하의 엄건호가 직접 그들에게 사과를 했으니 말이다.“아들 교육 똑바로 해요, 그러지 않았다가 큰 사고라도 치면 그땐 후회해도 소용없어요.”유진우가 차갑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몇백 쌍의 눈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유진우를 바라보고 있었다.‘X발! 이 자식 미쳤나? 감히 엄건호에게 이런 말을 하다니, 죽는 게 무섭지 않은 건가?’“죽고 싶은 거예요? 그만 말해요!”심호중이 깜짝 놀라 말했다. 엄홍수를 그렇게 때려놓고 아무 일 없는 것도 이미 하늘이 도운 일인데, 그런 줄도 모르고 이제 엄건호를 지적하다니.“어서 엄 장문님한테 사과해요!”옆에 선 심연수가 유진우에게 눈치를 주었다. 유진우의 행동에 그녀도 머리가 지끈거렸다.모든 사람들이 마음 졸이고 있던 그때, 엄건호가 옅게 웃더니 대답했다.“옳으신 말씀입니다. 제가 잘 교육해서 절대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또다시 놀랐다. 일은 계속해서 그들의 생각을 비껴갔다. 엄건호가 언제부터 이렇게 친절했던가? 지적당하고도 웃으며 받아들이다니, 정말 이상했다.“네, 그게 좋겠네요.”유진우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식사 중에 죄송합니다. 그럼.”엄건호는 다시 한번 사과하고는 무사들을 이끌고 도망치듯 식당을 빠져나갔다.“다행이다! 이제 안전해요!”한예슬이 숨을 크게 내쉬었다.“웬일이지? 장문님 좀 이상하지 않아?”심호중이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엄건호는 확실히 평소와 달랐다.“먼저 잘못하기도 했고, 보는 눈도 많으니 그런 거겠죠.”심연수는 머리를 짜내 그럴듯한 설명을 덧붙였다.“어찌 됐든 아무 일 없으니 됐어요.”한예슬이 활짝 웃었다. 심호중은 팔짱을 끼고 차가운 눈길로 유진우를 쳐다보며 말했다.“흥! 장문님 마음이 넓으시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지 몰라! 어이! 경고하는데 앞으로는 함부로 하지 마요. 당신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지만 우리까지 끌어들이지 말란 말이에요!”“맞아
다음 날 새벽.유진우 일행은 아침 일찍 일어나 블랙 숲으로 향했다. 길이 험해 차가 다닐 수 없기에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어제부터 많은 사람들이 블랙 숲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숲이 너무도 큰 탓에 들어간 사람들은 보물을 찾기는커녕 모두 길을 잃어 우왕좌왕했다.반 시간 뒤 유진우 일행은 블랙 숲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 들어가는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보였다.“무덤 위치 정확히 알아요?”유진우가 갑자기 물었다. 심연수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그건 아직 몰라요. 지금 블랙 숲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다들 운에 맡기는 거예요. 운 좋은 사람이 보물을 찾는 거죠.”바다에서 바늘 찾기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들은 무주 사람들이라 블랙 숲에 대해 잘 알기에 많은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었다.유진우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이렇게나 큰데, 그냥 찾는다면 언제 찾을지 몰라요.”“다른 방법이 있는 거예요?”심연수가 물었다.“솔직하게 말할게요. 인여궁에 아는 사람이 있어요. 절 믿으신다면 제가 앞장설게요.”“정말요? 너무 잘됐어요!”심연수가 활짝 웃었다. 유진우가 이런 쓸모가 있을 줄은 몰랐다.심호중이 반신반의하며 물었다.“허풍 떠는 거 아니죠?”“믿기 싫으면 믿지 마요.”유진우는 더 이상 말하기 싫다는 듯 앞장섰다.인여궁 사람들은 한 시간 전 블랙 숲에 들어섰다. 홍청하가 길에 표식을 해뒀다 했으니, 그대로 가면 무덤을 찾을 수 있을 것이었다.“갑시다.”심연수가 앞으로 가자는 제스처를 취하며 사람들을 이끌었다.“건방지기는, 블랙 숲에 왔으면 결국 내가 보호해 줘야 하잖아?”심호중은 그런 유진우를 보며 불만스러운 듯 땅에 침을 퉤 뱉었다. 이 팀의 리더는 심호중이었고, 지휘해야 할 사람도 그였다. 그런데 외지인 주제에 그 자리를 뺏는다니? ‘건방지게!’블랙 숲에 들어서자 주위가 어두워지며 온도가 급격히 내려갔다. 숲이 온통 안개로 가득했다. 게다가 어둡기까지 해 시야가 급격히 좁아졌다.유진우는 팀의 맨
그러고는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다들 뒤처지지 말고 바짝 따라붙어.”심연수는 한 마디 소리 지르고는 바로 따라붙었다. 유진우가 혹시라도 눈이 돌아 적의 함정에 빠질까 걱정되었다.사람들이 10분 정도 질주한 끝에 드디어 광활한 지대가 나타났다. 축구장 크기만 한 공터였는데 잔디 같은 생명체라곤 없이 전부 흙과 돌뿐이었다. 그리고 맨 가운데는 묘의 깊은 구멍이 있었다.칠흑같이 어두운 구멍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었고 안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 시각 구멍 주변에는 이미 막강한 실력의 무사들이 가득했다. 무사들은 혹시라도 다른 이가 다가올까 주변을 경계하며 구멍을 지켰다.“설마 저게 바로 고영은의 묘야?”나무 뒤에 숨어서 칠흑같이 어두운 구멍을 보고 있던 심호중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적어도 이곳에 보름 정도 있어야만 보물이 있는 장소를 찾을 줄 알았는데 반나절 만에 찾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역시 하늘도 그의 편인 모양이다.“상황을 보니까 저기인 것 같아. 그런데 금강파 제자들이 먼저 선수 쳤어.”미간을 찌푸린 심연수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금강파는 담주의 최고 파벌이다. 비록 구정파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거의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다. 만약 제대로 붙는다면 그들에게 좋을 게 없었다.“선배, 저 사람들 인여궁 제자 두 명을 잡아갔어요. 아무래도 나올 때까지 기다릴 건가 봐요.”한예슬이 바로 이상한 점을 캐치했다.금강파 제자들이 전부 묘의 구멍을 지키고 있고 게다가 인질까지 잡고 있었다. 인여궁 사람들이 나온다면 무조건 공격할 게 뻔했다.“이미 사부님께 연락했으니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켜보면서 지원 기다리자.”심연수는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지금 그들의 힘으로는 절대 금강파를 상대할 수 없었고 사부가 직접 나서야만 했다.“그때까지 못 기다릴 것 같아요.”유진우가 두 눈을 가늘게 떴다.“주변에 얼마나 많은 세력이 몰렸나 봐봐요.”“네?”심연수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니나 다를
슉!옹동철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그들에게 쏠렸다. 하나같이 눈빛이 살벌했고 먹잇감을 노리듯 호시탐탐 노렸다. 현장에 본투비 레벨 고수가 수두룩하여 반경 100m 안의 인기척은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들켰어요!”한예슬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선배들, 인제 어떡해요?”“뭘 그렇게 당황해? 내가 있는 한 아무 일 없을 거야. 나 따라와!”심호중은 옷에 묻은 흙을 툭툭 털면서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걸어갔다.상대 세력에 고수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벽하파도 절대 만만하지 않았다. 일대일로 싸운다면 이길 자신이 있었다.“가자, 가서 저들을 만나자.”심연수는 손을 흔들며 한 무리 후배들을 이끌고 모습을 드러냈다. 숲속에 숨어서 가만히 지켜볼 생각이었는데 이렇게나 빨리 들킬 줄은 생각지 못했다.“다 모인 것 같은데 인제 어떻게 처리할까?”옹동철이 검을 어깨에 메고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일단 다 같이 손을 잡는 게 어때? 보물을 찾은 다음에 공평하게 나눠 가지는 거야. 그럼 서로에게도 다 좋잖아.”심호중이 갑자기 제안을 건넸다. 사실 그는 딱히 욕심이 없었다. 보물을 조금만 손에 넣어도 만족할 수 있었다.“기우 씨, 어떻게 생각해요?”금강파 큰 제자 진용이 물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 설기우가 가장 두려운 상대였다.“나눠 가지는 건 괜찮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요.”설기우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섬뜩하게 말했다.“한 사람만 더 적으면 좋을 텐데.”“한 사람요? 그게 누구죠?”옹동철이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넷이서 나누는 것보다 셋이 나누면 더 많이 나눠가질 수 있었다.“천학문, 금강파, 벽하파는 명문 파벌이지만 사해파만 도적 집단이야. 그럼 누굴 없애는 게 좋을까?”설기우가 웃을 듯 말 듯 했다.그의 말에 세 제자의 시선이 전부 옹동철에게 쏠렸고 하나같이 살벌했다.“네?”옹동철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기우 씨, 무사라면 다 몫이 있어요. 그건 좀 아니지 않나요?”“너같이 극악무도한 도적이 우리와 한 팀이 될 자격이 있다고
약한 자를 괴롭히는 건 심호중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설기우, 이 X발 놈아!”옹동철이 분노를 터뜨렸다. 하지만 결국 버티지 못하고 설기우의 검에 가슴을 찔려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단 몇 분 사이에 사해파 제자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싹 다 처리해버렸다.“도적놈 주제에 감히 우리에게 덤벼? 제 주제도 모르는 놈!”설기우가 장검을 휙 휘두르자 시뻘건 피가 사방에 튀었다.“저기요! 방금 벽하파는 왜 꿈쩍도 안 했어요?”진용이 고개를 돌려 보니 심호중 일행이 요지부동으로 서 있었다. 몸에 피 한 방울 묻지 않고 깨끗한 걸 보면 방금 싸우지 않은 게 분명했다.“사해파 하나 처리하는데 금강파와 천학문이 나서도 충분하잖아요. 굳이 나까지 나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심호중이 덤덤하게 말했다. 별다른 뜻은 없는 말이었지만 금강파와 천학문이 듣기에는 점잔을 빼는 것 같았다.“우리가 사람을 죽이는 걸 보면서도 가만히 있었다고요? 벽하파는 어부지리로 보물을 얻겠다는 건가요?”진용의 태도가 별로 좋지 않았다.“오해입니다. 절대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심연수가 바로 설명했다.“방금 너무 빨리 끝났어요. 우리가 반응하기도 전에 사해파를 싹 다 처리했더라고요.”사람들의 싸늘한 시선에 심연수는 불안하기만 했다.“흥! 우리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요?”진용이 호시탐탐 노려보았다.“진용 씨, 아무래도 벽하파가 우리와 같은 마음이 아닌 것 같아요. 손잡고 벽하파부터 해결하고 우리끼리 나눠 갖는 건 어때요?”설기우가 갑자기 제안했다.“하하... 나도 마침 그 생각이에요.”진용이 씩 웃었다. 셋이서 나누는 것보다 둘이 나누는 게 더 좋은 건 사실이었다.“경고하는데 함부로 하지 마!”두 사람이 손을 잡자 심호중은 바로 칼을 뽑아 들고 더는 예를 갖추지 않았다.“우리 벽하파는 사해파처럼 너희들이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싸우기 시작하면 쌍방 다 죽어!”“다 죽는다고? 흥! 웃기고 있네.”진용이 싸늘하게 웃었다.“나와 기우 씨가 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