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수 일행은 어쩔 바를 몰랐다. 그 천하의 엄건호가 직접 그들에게 사과를 했으니 말이다.“아들 교육 똑바로 해요, 그러지 않았다가 큰 사고라도 치면 그땐 후회해도 소용없어요.”유진우가 차갑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몇백 쌍의 눈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유진우를 바라보고 있었다.‘X발! 이 자식 미쳤나? 감히 엄건호에게 이런 말을 하다니, 죽는 게 무섭지 않은 건가?’“죽고 싶은 거예요? 그만 말해요!”심호중이 깜짝 놀라 말했다. 엄홍수를 그렇게 때려놓고 아무 일 없는 것도 이미 하늘이 도운 일인데, 그런 줄도 모르고 이제 엄건호를 지적하다니.“어서 엄 장문님한테 사과해요!”옆에 선 심연수가 유진우에게 눈치를 주었다. 유진우의 행동에 그녀도 머리가 지끈거렸다.모든 사람들이 마음 졸이고 있던 그때, 엄건호가 옅게 웃더니 대답했다.“옳으신 말씀입니다. 제가 잘 교육해서 절대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또다시 놀랐다. 일은 계속해서 그들의 생각을 비껴갔다. 엄건호가 언제부터 이렇게 친절했던가? 지적당하고도 웃으며 받아들이다니, 정말 이상했다.“네, 그게 좋겠네요.”유진우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식사 중에 죄송합니다. 그럼.”엄건호는 다시 한번 사과하고는 무사들을 이끌고 도망치듯 식당을 빠져나갔다.“다행이다! 이제 안전해요!”한예슬이 숨을 크게 내쉬었다.“웬일이지? 장문님 좀 이상하지 않아?”심호중이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엄건호는 확실히 평소와 달랐다.“먼저 잘못하기도 했고, 보는 눈도 많으니 그런 거겠죠.”심연수는 머리를 짜내 그럴듯한 설명을 덧붙였다.“어찌 됐든 아무 일 없으니 됐어요.”한예슬이 활짝 웃었다. 심호중은 팔짱을 끼고 차가운 눈길로 유진우를 쳐다보며 말했다.“흥! 장문님 마음이 넓으시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지 몰라! 어이! 경고하는데 앞으로는 함부로 하지 마요. 당신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지만 우리까지 끌어들이지 말란 말이에요!”“맞아
다음 날 새벽.유진우 일행은 아침 일찍 일어나 블랙 숲으로 향했다. 길이 험해 차가 다닐 수 없기에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어제부터 많은 사람들이 블랙 숲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숲이 너무도 큰 탓에 들어간 사람들은 보물을 찾기는커녕 모두 길을 잃어 우왕좌왕했다.반 시간 뒤 유진우 일행은 블랙 숲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 들어가는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보였다.“무덤 위치 정확히 알아요?”유진우가 갑자기 물었다. 심연수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그건 아직 몰라요. 지금 블랙 숲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다들 운에 맡기는 거예요. 운 좋은 사람이 보물을 찾는 거죠.”바다에서 바늘 찾기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들은 무주 사람들이라 블랙 숲에 대해 잘 알기에 많은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었다.유진우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이렇게나 큰데, 그냥 찾는다면 언제 찾을지 몰라요.”“다른 방법이 있는 거예요?”심연수가 물었다.“솔직하게 말할게요. 인여궁에 아는 사람이 있어요. 절 믿으신다면 제가 앞장설게요.”“정말요? 너무 잘됐어요!”심연수가 활짝 웃었다. 유진우가 이런 쓸모가 있을 줄은 몰랐다.심호중이 반신반의하며 물었다.“허풍 떠는 거 아니죠?”“믿기 싫으면 믿지 마요.”유진우는 더 이상 말하기 싫다는 듯 앞장섰다.인여궁 사람들은 한 시간 전 블랙 숲에 들어섰다. 홍청하가 길에 표식을 해뒀다 했으니, 그대로 가면 무덤을 찾을 수 있을 것이었다.“갑시다.”심연수가 앞으로 가자는 제스처를 취하며 사람들을 이끌었다.“건방지기는, 블랙 숲에 왔으면 결국 내가 보호해 줘야 하잖아?”심호중은 그런 유진우를 보며 불만스러운 듯 땅에 침을 퉤 뱉었다. 이 팀의 리더는 심호중이었고, 지휘해야 할 사람도 그였다. 그런데 외지인 주제에 그 자리를 뺏는다니? ‘건방지게!’블랙 숲에 들어서자 주위가 어두워지며 온도가 급격히 내려갔다. 숲이 온통 안개로 가득했다. 게다가 어둡기까지 해 시야가 급격히 좁아졌다.유진우는 팀의 맨
그러고는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다들 뒤처지지 말고 바짝 따라붙어.”심연수는 한 마디 소리 지르고는 바로 따라붙었다. 유진우가 혹시라도 눈이 돌아 적의 함정에 빠질까 걱정되었다.사람들이 10분 정도 질주한 끝에 드디어 광활한 지대가 나타났다. 축구장 크기만 한 공터였는데 잔디 같은 생명체라곤 없이 전부 흙과 돌뿐이었다. 그리고 맨 가운데는 묘의 깊은 구멍이 있었다.칠흑같이 어두운 구멍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었고 안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 시각 구멍 주변에는 이미 막강한 실력의 무사들이 가득했다. 무사들은 혹시라도 다른 이가 다가올까 주변을 경계하며 구멍을 지켰다.“설마 저게 바로 고영은의 묘야?”나무 뒤에 숨어서 칠흑같이 어두운 구멍을 보고 있던 심호중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적어도 이곳에 보름 정도 있어야만 보물이 있는 장소를 찾을 줄 알았는데 반나절 만에 찾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역시 하늘도 그의 편인 모양이다.“상황을 보니까 저기인 것 같아. 그런데 금강파 제자들이 먼저 선수 쳤어.”미간을 찌푸린 심연수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금강파는 담주의 최고 파벌이다. 비록 구정파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거의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다. 만약 제대로 붙는다면 그들에게 좋을 게 없었다.“선배, 저 사람들 인여궁 제자 두 명을 잡아갔어요. 아무래도 나올 때까지 기다릴 건가 봐요.”한예슬이 바로 이상한 점을 캐치했다.금강파 제자들이 전부 묘의 구멍을 지키고 있고 게다가 인질까지 잡고 있었다. 인여궁 사람들이 나온다면 무조건 공격할 게 뻔했다.“이미 사부님께 연락했으니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켜보면서 지원 기다리자.”심연수는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지금 그들의 힘으로는 절대 금강파를 상대할 수 없었고 사부가 직접 나서야만 했다.“그때까지 못 기다릴 것 같아요.”유진우가 두 눈을 가늘게 떴다.“주변에 얼마나 많은 세력이 몰렸나 봐봐요.”“네?”심연수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니나 다를
슉!옹동철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그들에게 쏠렸다. 하나같이 눈빛이 살벌했고 먹잇감을 노리듯 호시탐탐 노렸다. 현장에 본투비 레벨 고수가 수두룩하여 반경 100m 안의 인기척은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들켰어요!”한예슬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선배들, 인제 어떡해요?”“뭘 그렇게 당황해? 내가 있는 한 아무 일 없을 거야. 나 따라와!”심호중은 옷에 묻은 흙을 툭툭 털면서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걸어갔다.상대 세력에 고수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벽하파도 절대 만만하지 않았다. 일대일로 싸운다면 이길 자신이 있었다.“가자, 가서 저들을 만나자.”심연수는 손을 흔들며 한 무리 후배들을 이끌고 모습을 드러냈다. 숲속에 숨어서 가만히 지켜볼 생각이었는데 이렇게나 빨리 들킬 줄은 생각지 못했다.“다 모인 것 같은데 인제 어떻게 처리할까?”옹동철이 검을 어깨에 메고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일단 다 같이 손을 잡는 게 어때? 보물을 찾은 다음에 공평하게 나눠 가지는 거야. 그럼 서로에게도 다 좋잖아.”심호중이 갑자기 제안을 건넸다. 사실 그는 딱히 욕심이 없었다. 보물을 조금만 손에 넣어도 만족할 수 있었다.“기우 씨, 어떻게 생각해요?”금강파 큰 제자 진용이 물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 설기우가 가장 두려운 상대였다.“나눠 가지는 건 괜찮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요.”설기우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섬뜩하게 말했다.“한 사람만 더 적으면 좋을 텐데.”“한 사람요? 그게 누구죠?”옹동철이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넷이서 나누는 것보다 셋이 나누면 더 많이 나눠가질 수 있었다.“천학문, 금강파, 벽하파는 명문 파벌이지만 사해파만 도적 집단이야. 그럼 누굴 없애는 게 좋을까?”설기우가 웃을 듯 말 듯 했다.그의 말에 세 제자의 시선이 전부 옹동철에게 쏠렸고 하나같이 살벌했다.“네?”옹동철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기우 씨, 무사라면 다 몫이 있어요. 그건 좀 아니지 않나요?”“너같이 극악무도한 도적이 우리와 한 팀이 될 자격이 있다고
약한 자를 괴롭히는 건 심호중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설기우, 이 X발 놈아!”옹동철이 분노를 터뜨렸다. 하지만 결국 버티지 못하고 설기우의 검에 가슴을 찔려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단 몇 분 사이에 사해파 제자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싹 다 처리해버렸다.“도적놈 주제에 감히 우리에게 덤벼? 제 주제도 모르는 놈!”설기우가 장검을 휙 휘두르자 시뻘건 피가 사방에 튀었다.“저기요! 방금 벽하파는 왜 꿈쩍도 안 했어요?”진용이 고개를 돌려 보니 심호중 일행이 요지부동으로 서 있었다. 몸에 피 한 방울 묻지 않고 깨끗한 걸 보면 방금 싸우지 않은 게 분명했다.“사해파 하나 처리하는데 금강파와 천학문이 나서도 충분하잖아요. 굳이 나까지 나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심호중이 덤덤하게 말했다. 별다른 뜻은 없는 말이었지만 금강파와 천학문이 듣기에는 점잔을 빼는 것 같았다.“우리가 사람을 죽이는 걸 보면서도 가만히 있었다고요? 벽하파는 어부지리로 보물을 얻겠다는 건가요?”진용의 태도가 별로 좋지 않았다.“오해입니다. 절대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심연수가 바로 설명했다.“방금 너무 빨리 끝났어요. 우리가 반응하기도 전에 사해파를 싹 다 처리했더라고요.”사람들의 싸늘한 시선에 심연수는 불안하기만 했다.“흥! 우리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요?”진용이 호시탐탐 노려보았다.“진용 씨, 아무래도 벽하파가 우리와 같은 마음이 아닌 것 같아요. 손잡고 벽하파부터 해결하고 우리끼리 나눠 갖는 건 어때요?”설기우가 갑자기 제안했다.“하하... 나도 마침 그 생각이에요.”진용이 씩 웃었다. 셋이서 나누는 것보다 둘이 나누는 게 더 좋은 건 사실이었다.“경고하는데 함부로 하지 마!”두 사람이 손을 잡자 심호중은 바로 칼을 뽑아 들고 더는 예를 갖추지 않았다.“우리 벽하파는 사해파처럼 너희들이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싸우기 시작하면 쌍방 다 죽어!”“다 죽는다고? 흥! 웃기고 있네.”진용이 싸늘하게 웃었다.“나와 기우 씨가 손을
쿵!바닥에 떨어진 진용의 머리를 본 순간 사람들은 전부 넋이 나갔다. 설기우가 이토록 잔인한 사람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조금 전까지 실실 웃으며 전우라고 하더니 돌아서자마자 머리를 잘라버렸다. 정말 극악무도하기 짝이 없었다.“선배!”놀라움도 잠시 금강파 제자들이 노발대발했다. 그런데 그들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진작 준비를 마친 천학문 제자들이 학살을 벌이기 시작했다.처참한 비명이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고 눈 깜짝할 사이에 금강파 제자 대부분이 바닥에 쓰러졌다. 나머지 제자들도 설기우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뭐야?”잔인하기 그지없는 천학문 제자들을 보며 벽하파도 바로 경계하기 시작했다. 저마다 칼을 뽑아 들고 공격할 준비를 마쳤다.“설기우, 너 이렇게 비겁한 놈일 줄은 몰랐어. 감히 기습을 해?”심호중은 눈살을 찌푸리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천학문은 그래도 명문 파벌인데 이런 비겁한 수단을 쓰다니, 정말 파렴치하기 짝이 없었다.“허허... 이기면 충신이고 지면 역적이랬어. 마지막에 웃을 수만 있다면 수단이 비겁한들 뭐 어때?”설기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조금 전 자신의 행동은 수치스러운 게 아니라 영광스럽다고 여겼다.세간은 원래 약육강식인 곳이다. 보물을 위해서 사람 좀 죽이는 게 뭐가 대수라고.“이기면 충신이고 지면 역적이다? 흥, 네가 이긴 것 같아? 나도 여기 있어!”심호중이 무섭게 호통쳤다.“너?”설기우의 얼굴에 하찮음이 가득했다.“네까짓 게 뭔데? 이류 파벌 제자가 무슨 배짱으로 내 앞에서 큰소리쳐?”“무엄하다!”“감히 우리 선배님을 무시해? 죽고 싶어?”그의 말에 벽하파 제자들이 펄쩍 뛰었다. 천학문이 강하긴 했지만 그들도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그리고 큰 선배까지 있어 아예 이길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설기우, 적당히 나대. 재간 있으면 나와 일대일로 붙어보든가. 내가 제대로 보여줄게.”심호중이 사납게 몰아붙였다.“일대일? 좋아, 네 재주가 어떤지 한번 봐야겠어.”설기우는 경멸 섞인 표정으로 손가
“이대로 더 싸웠다간 당신네 선배가 져요.”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진우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단지 충고의 한마디였지만 벽하파 제자들의 반발만 일으키고 말았다.“헛소리 집어치워요. 우리 선배의 실력이 얼마나 강하고 검법도 얼마나 대단한데 어떻게 져요?”“그러게 말이에요. 두 눈 똑바로 뜨고 봐요. 아까는 분명 우리 선배가 이기고 있었다고요.”“흥! 어떻게 상대의 기세를 북돋우고 우리 편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어요? 아무것도 모르면 그냥 가만히 있어요. 헛소리하지 말고.”사람들은 너도나도 한마디씩 하며 유진우를 질책하기 시작했다.누가 봐도 지금은 심호중이 이기고 있는 상황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승리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유진우는 심호중을 응원해주지 못할망정 초 치는 소리만 하고 있었다. 말이 씨가 되면 어쩌려고!“진우 씨 아직 우리 선배를 잘 몰라서 그래요.”한예슬이 자랑스럽게 소개했다.“선배의 실력은 무주의 젊은 세대 중에서도 3위 안에 들 정도예요. 예전에 적지 않은 무도 고수를 이겼으니 설기우를 상대하는 것쯤은 문제가 아닐 겁니다.”“맞아요. 선배가 어떻게 적을 이기는지 잘 보기나 해요.”벽하파 제자들은 전혀 두려움이라곤 없었고 하나같이 자신만만해 보였다.유진우는 고개만 내저을 뿐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 사람들 너무 무모해.’시간이 흐름에 따라 전투가 점점 치열해졌다.심호중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듯했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벽하 검법!”심호중은 이를 악물고 필살기를 꺼냈다. 그가 장검을 빠르게 휘두르자 눈 부신 빛이 사방에 흩날렸고 광풍이 휘몰아치면서 먼지와 돌이 마구 날렸다. 반경 3m 이내가 검의 빛으로 뒤덮였고 그 위력이 실로 대단했다.“저기 봐! 선배가 필살기를 꺼냈어.”“하하... 벽하 검법을 쓰면 설기우는 무조건 죽을 거야.”“유진우, 두 눈 똑바로 뜨고 봐. 우리 선배가 얼마나 대단한지.”벽하파 제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승기를 손에 쥐었다고 확신
“말도 안 돼!”피를 토하며 쓰러진 벽하파 제자들을 보며 심연수와 한예슬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조금 전 제자들이 두 사람을 지켜주려고 가장 안쪽에 밀어 넣어서 미처 도와주지 못했다.그리고 곧이어 충격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십여 명의 벽하파 엘리트들이 설기우의 검 한방에 전부 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말았다. 실로 무서운 실력이 아닐 수 없었다.“쓸모없는 것들. 고작 이 실력으로 나에게 덤벼? 제 주제는 좀 알아야지.”설기우는 장검을 든 채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 심호중과 싸운 건 정말 재미 삼아 잠깐 놀아줄 생각이었다. 이젠 재미도 다 봤겠다, 끝을 맺을 때도 되었다.“선배의 실력은 역시 따라올 자가 없습니다. 정말 대단하세요.”“흥! 이류 파벌 주제에 나한테 덤벼? 죽으려고 환장한 거지.”천학문 제자들이 의기양양해 하며 크게 웃었다. 벽하파를 해결했으니 보물은 전부 그들의 것이 될 것이다.“선배, 저기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 있잖아요. 그냥 죽이기엔 아까운데 우리가 좀 데리고 놀아도 될까요?”한 천학문 제자가 갑자기 심연수 등 몇몇을 가리키며 음흉하게 웃었다.“그러고 싶어?”설기우는 재밌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괜찮은 여자들이네. 즐기려면 얼른 즐겨. 시간 너무 끌지 말고.”“하하. 감사합니다, 선배.”천학문 제자들은 흥분하면서 펄쩍 뛰었다. 하나같이 오랜 시간 굶주린 짐승처럼 두 눈에서 빛이 다 났다.“연수야, 내가 잡고 있을 테니까 얼른 도망쳐!”상황이 심상치 않자 심호중이 이를 깨물고 겨우 일어섰다. 동생이 천학문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면 어떤 일을 당할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이 짐승들은 이미 인간성이라곤 없었다.“죽어도 같이 죽어. 절대 오빠 혼자 내버려 두지 않아.”심연수는 죽음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듯 천천히 검을 들었다.“제발 말 들어! 얼른 도망가!”심호중이 고개를 돌려 소리쳤다. 동생만 무사하다면 목숨 하나 내놓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예슬아, 진우 씨 데리고 얼른 가. 여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