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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0화

노인은 사람들의 부축을 받고서야 영안실을 떠날 수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단 한 방울의 눈물도 없었지만 대신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마도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으면서 이미 메말라 버렸을지도 모른다.

영안실 밖으로 나온 노인은 계단에 털썩 주저앉은 채 재킷 주머니에서 담뱃대를 꺼냈다.

담배를 조금 집어넣고 다시 주머니 안에 넣은 다음 라이터를 꺼내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 모든 순간에 노인의 손은 심히 떨리고 있었다.

담배를 한 모금 깊이 들이마신 후 그는 이 마른 담배가 이미 맛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손자는 그의 옆에 꼭 붙어 있었다.

노인은 담뱃재를 툭툭 털고 손에 든 담뱃대를 보더니 갑자기 고개를 파묻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는 바로 올해 70세가 된 권 이모님의 동반자 진삼용이었다.

곧 칠순을 바라볼 만큼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또 이런 견디기 힘든 시련이 닥쳤던 것이었다.

남지훈과 소연은 할아버지와 손자 옆에 다가가 묵묵히 서있었다.

진삼용의 흐느끼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면서 남지훈과 소연을 더욱 슬프게 했다.

운명이라는 것은 공평하면서도 또 불공평했는데 적어도 바로 눈앞에 있는 두 사람에게만큼은 너무나도 불공평했다.

진삼용의 낡아빠진 옷차림을 보면 평소에 줄곧 검소하게 생활한 것이 분명했다.

아내가 너무 고생하는 것이 원치 않았거나 아니면 훗날 손자의 여윳돈을 남겨두고 싶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유야 어떻든 진씨 집안의 유일한 수입원이 끊긴 건 마찬가지였다.

10여분이 지난 후, 소연은 할아버지와 손자 앞에 쪼그리고 앉아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저희는 권 이모님의 친구예요. 권 이모님이 계실 때 저희를 도와 일을 해주셨습니다. 슬프지만 삼가 명복을 빕니다.”

그녀는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든 그 노인을 위로해야 할 것 같았다.

진삼용이 빨개진 눈으로 고개를 들어 말했다.

“당신들도 오셨군요… 우리 집사람 전화로 두 분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두 분께서 집사람을 아주 잘해 주셨다고. 두 분이 이렇게 와주신 걸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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