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아,” 소연이 돈을 꺼내자 가현이 말했다. “아빠가 어젯밤에 말씀하셨어. 이 돈은 네가 가지라고. 금방 회사 차렸을 때 돈 쓸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야!” 남지훈은 머리를 저었다. “그래도 부모님 드려. 회사 쪽은 이젠 돈이 그렇게 필요하지 않아. 나한테 있는 돈도 아껴 쓰면 내년까지도 쓸 수 있어.” 사실 남지훈한테는 돈이 얼마 남아있지 않았다. 남지훈은 퇴원하고 싶었으나 소연은 허락하지 않았다. 남지훈은 어쩔 수 없이 병상에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지루했던 남지훈은 이현수에게 전화를 걸어 S그룹과 T그룹의 네트워크 업그레이드 개조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물어보기로 했다. 양쪽 기계실들은 인테리어를 하고 있고 장치들은 이미 설치 중이라고 했다. “이러실 필요 없다니까요.” 남지훈은 진성철이 직접 병문안을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진성철은 웃으며 말했다. “네가 어제 쓰러진 탓에 아직 채 말 못한 일들이 있어.” 그는 병실을 한번 훑더니 물었다. “어째 병실이 예전에 내가 보던 것과 많이 다른 것 같은데. 비싸지?”이 병실이 하루에 얼마인지 모르고 있었던 남지훈은 소연을 바라보았다.“아!”정신을 차린 소연이 대답했다. “하루에 180만 원 정도요.”“180만 원?”남지훈과 진성철은 동시에 큰소리로 되물었다. 아마도 두 사람 다 매우 놀란 듯했다.전에 아빠가 입원했을 때 남지훈은 2,000만 원 정도를 내고 더는 지불하지 않았었다. 심지어 퇴원할 때 몇십만 원을 돌려받기까지 했었다.그래서 남지훈은 이렇게나 비쌀 줄은 상상도 못 했다다.일반 병실은 하루에 기껏해야 삼만 원 정도나 하는데, 180만 원은 이미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비... 비싼거야?” 소연은 눈치를 보며 말했다.남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발끈했다. “그럼 안 비싸?”“딱히 비싸진 않은 것 같은데!” 소연은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할 말을 잃어버린 남지훈은 진성철을 보면서 말했다. “이장님, 오늘 그저 저를 보기 위해 오
“지훈아,” 소연이 말했다. “전엔 네가 다른 사람 밑에서 일했었지만 지금은 달라. 네가 사장이야. 심지어 다른 사람과 함께 동업 중이고.” “네가 현수 씨와 사이가 좋은 건 알겠지만 함께 동업할 때 상대방의 이익을 서로 건드리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해. 특히는 돈 문제가 가장 중요하지.” “많은 일들은 차차 깨닫게 될 거야. 이천사백만 원, 네가 내서는 안 돼.” 남지훈은 의아하다는 듯이 소연을 바라보았다. 그는 소연처럼 이렇게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인 것 같았다. S그룹은 그렇다 치고, 대승 테크에서 T그룹과 프로젝트를 해낼 수 있었던 건 온전히 남지훈 덕분이었다. 남지훈이 고향에 이천사백만 원을 기부한다 해도 이현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소연이 말한 것처럼 회사는 두 사람이 동업하여 운영해 나가는 것이고 이천사백만 원이나 기부해 버린다면 이현수의 이익을 건드리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렇게 보지 마.” 소연은 말했다. “네가 내키지 않는다면 우리 한 사람이 천만 원씩 내기로 해. 그리고 내가 먼저 너를 대신해서 돈을 내고 네가 돈이 생기면 다시 갚아. 대승 테크의 돈은 잠시 건드리지 않기로 해.” 그녀는 S 그룹의 명의로 할지도 생각해 보았지만 딱히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았다. 고작 이천사백만 원 가지고 굳이 S그룹의 이름을 이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이름과 남지훈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았다. 진성철은 잠시 황당해하더니 허허 웃었다. 그는 원래 남지훈이 조금 기부하고 남지훈이 또 친구들을 모아 기부하면 좋겠다는 뜻이었다. 금액은 상관없었지만 사람이 많다면 이천사백만 원은 충분히 모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저 어제 남지훈이 마을로 데리고 온 예쁜 아가씨가 한 번에 해결해 줄 줄은 생각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는 실실 웃으며 소연을 바라보았다. “아가씨는 지훈이 여자친구지? 이놈이 아가씨와 결혼한다면 전생에 분명 큰 공을 세웠을 거야!”
남지훈은 사람 간의 차이를 느꼈다. 이천사백만 원, 그가 김명덕 아래에서 이년 반을 일해야 벌 수 있던 돈이었다. 그가 계속하여 말했다. “우리 매형도 T그룹 팀장 정도 되는데 이렇게 돈이 많지 않았어!” 소연은 옅게 웃어 보였다. “첫째, 이천사백만 원은 좋은 일에 쓰이는 거잖아. 좋은 일에 쓰이는 거라면 더 고민할 필요가 없지.” “둘째, 중간 직급이라 해도 안에서 또 나뉘어. 어떤 팀에서는 높은 직급이라 해도 기본 월급만 있고 보너스가 적다면 수입도 낮은 편이야.” “셋째, 너희 매형이 일 년에 얼마를 버는지 너한테 알려준 적이 있기나 해?” 매형 신정우의 수입은 그저 누나인 가현한테서 한번 스쳐 들었을 뿐이었다. 듣고 보니 구체적인 수입은 누나도 모를게 뻔했다. 심지어 요즘 들어 매형네가 조금 여유로워진 것 같기도 했다. 남편인 신정우의 얘기가 들렸으나 가현은 하나도 개의치 않았다. “알 게 뭐야. 알아서 하겠지. 나한테 차려지는 것이 있으면 자기 부모한테도 차려지는 게 있을 텐데 뭐.” 신정우가 부모님 두 분을 도시에 데려오면서 모든 일을 가현이 전부 떠맡게 되었다. 가장 화나는 것은 신정우가 부모님을 데려온 후 며칠씩 집에 돌아오지 않는 것이었다. 오후가 되자 가현은 아이들을 데리러 병원을 떠났다. 남지훈은 소연을 힐끔 보았다. 무언가 통하기라도 했는지 소연이 말했다. “나는 그들이 스카이팰리스에 살아도 상관없어. 하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히 해. 우리 사이 절대 얘기해서는 안돼. 그냥 잠시 같이 사는 룸메이트 사이라고 하면 돼.” “내가 생각하기엔 언니는 반대할 게 분명해. 정우 씨가 부모님을 모셔 왔으니, 이미 둘 사이가 틀어진 거야.” “누가 이기는지를 떠나서 너희 누나는 절대 너희 부모님을 보내지 않으실 게 분명해.” 남지훈은 소연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찰나, 남지훈은 소연의 태도가 더는 그렇게 차갑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후 며칠 동안 남지훈은 건강
남지훈은 숨을 길게 들이마시고 소연의 행동을 따라 했다. 남지훈이 웃으며 말했다. “쉬운데?” 소연은 남지훈을 흘겨보며 말했다. “이미 여기서부터 틀렸거든.” 소연은 남지훈의 두 발을 차며 말했다. “발 더 벌리고, 어깨는 아래로 더 눌러야 해.” 몇 발짝 뒤로 물러서서 남지훈을 보던 소연은 만족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좀 괜찮네. 계속 해.” 그러고는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 “일단 아침밥을 시켜야겠어.” 남지훈은 웃으며 말했다. “아침을 왜 시켜? 이거 다 하고 내가 아침 준비 할게.” “나중에 다 알게 될 거야.” 소연은 남지훈을 힐끔 보고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 소연은 남지훈의 아침을 시키고 말했다. “무술은 힘든 거야. 게다가 나이도 있으니까, 일단 기본적인 것부터 하기로 해.” “네가 기본적인 것들을 제대로 하면 다른 것도 가르쳐줄게. 네가 꾸준히 할 수 있냐 없냐에 달렸어. 꾸준히만 한다면 일 년 뒤에 두세 사람 정도는 거뜬히 제압할 수 있을걸?” “그리고, 이렇게 고생하는데 당연히 보상은 있어야지. 몸을 튼튼히 하는 외에 너의 그 연약한 마음도 변화가 있을 거야. 더욱 강해질 거라구!” 이 말을 들은 남지훈은 어이가 없었다. 연약하다고? 나를 너무 얕보는 거 아니야? 그러나 몇분이 지나자 남지훈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왜... 왜 이렇게 어려워?” 남지훈은 마른침을 삼켰다. 보기에는 너무나도 쉬워 보였으나 고작 몇분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남지훈은 힘들기 시작했다. “이젠 어려운 줄 알겠어?” 소연의 가벼운 웃음소리에 조롱도 곁들어 있었다. “난 다섯 살 때부터 무술을 배웠어. 그때는 나도 오 분밖에 못 했었어.” “그리고 열일곱 여덟 되는 애들도 금방 시작했을 때는 십 분 정도 밖에 못 버텨. 물론, 내가 얘기하는 건 정말 올바른 스쿼트 자세를 유지했을 때 한정이지.” “그런데 너를 봐선 정말 길게 쳐줘도 한 15분 정도 버틸 것 같
소연은 의도적으로 남지훈의 집중력을 흩트리려 했다. 남지훈이 두 다리에만 집중할수록 오히려 더 못 버틸 거라는것을 소연은 알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나라서 다행인 줄 알아. 우리 사부님이셨으면 20분부터 시작일걸?” “스쿼트 끝나고 조금 쉬고는 2킬로미터까지 달려야 해.” “그런데 네가 하는 걸 보니까 오늘은 1킬로미터면 충분할 것 같아.” “뭐?” 남지훈은 비명을 지르고는 바닥에 털썩 드러누웠다. 이제 고작 12분밖에 안 지났는데! “못 해, 못 해......” 남지훈은 바닥에 누워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 “두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닌 것 같아. 난 더는 못 하겠어.” “고작 이걸로?” 소연이 비웃었다. “어제 누가 두 시간을 한다고 했었는데? 고작 12분 버텨놓고 못 하겠다고?” “그럼 이러도록 해. 난 그렇게 어려운 사람도 아니고. 네가 그랬잖아. 그냥 우리 둘이 대충 지내보자고. 너한테 기회를 줄게. 3년, 3년 뒤에 네가 나를 이기면 계속 우리 둘이 만나는 걸로.” 이 말을 들은 남지훈은 갑자기 힘이 솟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남지훈의 곁에는 다른 사람이 없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 스쿼트를 다시 시작했다. 두 다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지만 적지 않은 힘이 생긴 것 같았다. 남지훈이 말했다. “네가 먼저 얘기한 거야! 절대 번복해서는 안 돼!” 소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좋아!” 남지훈은 너무나도 즐거웠다. 그러다 갑자기 묻고 싶은 것이 생겼다. “너는 무술을 한 지 얼마나 됐어?” 소연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5살 때부터 지금까지 했어, 그냥 요즘 한 달 안 했지. 그럼 몇 년이나 되는 거지?” 남지훈은 할 말을 잃었다. “......” 고작 몇 년 정도일 줄 알았는데 20여 년이라니! 남지훈은 3년으로 그녀의 20여 년을 이길 수 있을까? 아마도 불가능한 일인 것 같았다. “포기하고 싶어?” 소연은 남지훈을 힐끔 보고는 말했다. “그
대승 테크. 남지훈이 회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전 10시 경이었다. 이때까지도 남지훈의 두 다리는 후들거리고 있었다. “어?” 남지훈이 출근한 것을 본 이현수는 급하게 달려와 말했다. “왜 벌써 출근했어요? 조금 더 쉬어야죠! 지금 걷는 것도 불편해 보이는데...” 남지훈은 손을 내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다친 것 때문이 아니에요.” 이현수는 갑자기 깨달았다는 듯이 엄지를 내밀며 말했다. “형님, 대단하신데요?” 남지훈은 인상을 쓰며 말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 그런 것도 아니에요. 오늘부터 무술을 배우기로 했거든요.” “무술이요?” 이현수는 의아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지훈 씨도 그 책을 보셨군요?” “그 책이라뇨?” 남지훈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현수는 더 말하지 않고 서랍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이 책이요!” 그 책을 본 남지훈은 멍해졌다. 표정도 점차 구겨졌다. 남지훈은 말했다. “요 며칠 야시장에 다녀왔죠? 노점에서 대충 주워 온 거 아니에요?” “주워 오다뇨?” 이현수는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제가 인터넷에서 6만 원이나 주고 산거라고요! 그 사람이 그러는데 저와 인연이래요!” 남지훈은 낡아빠진 책 표지를 한번 보고는 말했다. “, 이딴 것도 믿어요? 무슨 인연이라 그랬는데요? 그냥 6만 원이나 주는 돈줄이겠죠!” 이현수는 웃으며 말했다. “있는 것은 믿을지언정 없는 것은 믿지 마라! 얼마 전에 우리나라 무술 협회에서 발표한 거 봤죠? 이제는 무술 규범도 다 나왔는데 호흡법이 있는 것도 말이 되긴 하잖아요?” “제가 잘 알아 못 보겠어서 그러는데 지훈 씨한테 이틀 정도 빌려드릴게요!” 남지훈은 무술만 보면 골치가 아팠다. 그는 말을 돌렸다. “최근 시공에는 아무 문제가 없나요?” 이현수는 대답했다. “자잘한 문제들이 많긴 한데 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에요. 큰 문제는 없고요. 장치들은 테스트 중이니, 그것도 문제없어요. 그
얼마 지나지 않아 소한진이 도착했다. 듬직한 체형에 잘생긴 외모까지, 남지훈마저도 자꾸 눈길이 갔다. 남자가 봐도 잘생겼으니, 여자들은 오죽하겠는가. 여기까지 생각이 든 남지훈은 소연을 힐끔 보았다. “남 사장님,” 소한진은 미소를 띠며 남지훈을 바라보았다. “나한테는 무슨 일로?” 남지훈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S그룹의 성북개발 구역에 관한 일로 찾아 뵙게 되었습니다.” “그래?” 소한진은 깜짝 놀라 동생인 소연을 바라보았다. 동생이 말한 걸까? 아니면 왜 이 얘기를 갑자기 꺼내는 거지? 남지훈이 말했다. “부대표님께서 저와 T그룹 대표의 사이를 모르실 수도 있겠죠. 소연이는 저와 S그룹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들에 관해서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저도 송 대표와 이야기 했었고요. 송대표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답니다.” 남지훈은 마음이 가벼워졌다. 요즘 들어 소연은 남지훈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소연에게 아무런 보답을 하지 않기에는 남지훈의 마음이 불편했다. “말해봐.” 소한진은 테이블을 두드렸다. 동생 소연의 낯빛을 보아하니 이 일은 동생이 이야기한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남지훈이 말했다. “송 대표의 조건은 간단합니다. 첫째, 소연을 S그룹의 고위직 임원 자리에 앉힐 것, 둘째, S 그룹의 성북 개발 프로젝트는 소연이가 책임지게 할 것.” 남지훈은 잠깐 멈칫하더니 계속하여 말했다. “그리고 모르셨겠지만, 소연이 제 와이프입니다.” 이 말은 선전포고의 의미가 크게 담겨 있었다. 소연이마저도 이 말을 듣고는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남지훈을 바라보았다. 이렇게나 갑작스럽게 얘기하다니! 겁이 없기도 하지! 결혼 계약서에 쓰여있던 것들을 다 까먹기라도 한 걸까? 소한진은 남지훈의 뜻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남 대표의 뜻을 잘 알겠어. 당신의 두 조건 다 들어줄게. 그러나 송 대표 쪽은...” “제가 해볼게요!” 남지훈은 몸을 일으켰다. “소식 기다리세
소한진은 소연을 바라보았다. 소연이 아무 말도 못 하자 소한진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지훈 씨가 자기 와이프가 누군지 말 안 하던가요?” 송태수는 흠칫 놀랐다. 송태수는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확실히 남지훈이 얘기한 적이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입장은 확고했다. “제수씨 이름은 모르겠으나 제수씨가 오지 않으면 우린 이 일을 성사할 수 없어. 그만 돌아가!” 송태수는 속으로 이 소 씨 남매를 얕보고 있었다. 동생도 데리고 오지 않고 자기들끼리만 누리려고! 흥! 어디에 그런 공짜가 있겠어? 소한진은 피식 웃었다. 남지훈과 그렇게 친해져 놓고 남지훈의 아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다니. 정말 의외였다. 소한진이 말했다. “더는 숨기지 않겠습니다만, 남지훈의 와이프, 그러니까 당신의 제수씨가 바로 제 동생 소연입니다.” “뭐라고?” 송태수는 두 눈을 크게 부릅떴다. 적지 않게 놀란 듯 했다. 동생의 아내가 S그룹 대표, 소 씨 가문의 장녀인 소연이라고? 송태수는 혼란스러웠다. 남지훈은 자기 아내가 S그룹의 관리팀 팀장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송태수는 소연을 바라보았다. 이 일은 소연이 직접 인정해야지 소한진의 말만 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 그게...” 소연은 하얗게 질려있었다. “ 말하자면 길어요. 하지만 저와 남지훈이 부부 사이인 건 확실해요.”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특히는 송태수에게 자신과 남지훈이 부부 사이임을 인정해보이다니, 소연은 어딘가 기분이 묘했다. 그러나 남지훈이 그렇게 큰 노력을 들여 S그룹을 위해 토지를 따내 왔는데 소연은 남지훈의 그 노력이 물거품이 되게 할 수 없었다. 송태수가 여기까지 알아버린 이상 소연은 모든 게 들켜버릴 것만 같았다. 소연은 어떻게 둘러대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송태수는 말했다. “옳은지 아닌지는 내가 동생한테 전화를 걸어서 물어봐야지, 너희들 딱 기다려.” 그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 남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