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연은 의도적으로 남지훈의 집중력을 흩트리려 했다. 남지훈이 두 다리에만 집중할수록 오히려 더 못 버틸 거라는것을 소연은 알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나라서 다행인 줄 알아. 우리 사부님이셨으면 20분부터 시작일걸?” “스쿼트 끝나고 조금 쉬고는 2킬로미터까지 달려야 해.” “그런데 네가 하는 걸 보니까 오늘은 1킬로미터면 충분할 것 같아.” “뭐?” 남지훈은 비명을 지르고는 바닥에 털썩 드러누웠다. 이제 고작 12분밖에 안 지났는데! “못 해, 못 해......” 남지훈은 바닥에 누워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 “두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닌 것 같아. 난 더는 못 하겠어.” “고작 이걸로?” 소연이 비웃었다. “어제 누가 두 시간을 한다고 했었는데? 고작 12분 버텨놓고 못 하겠다고?” “그럼 이러도록 해. 난 그렇게 어려운 사람도 아니고. 네가 그랬잖아. 그냥 우리 둘이 대충 지내보자고. 너한테 기회를 줄게. 3년, 3년 뒤에 네가 나를 이기면 계속 우리 둘이 만나는 걸로.” 이 말을 들은 남지훈은 갑자기 힘이 솟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남지훈의 곁에는 다른 사람이 없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 스쿼트를 다시 시작했다. 두 다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지만 적지 않은 힘이 생긴 것 같았다. 남지훈이 말했다. “네가 먼저 얘기한 거야! 절대 번복해서는 안 돼!” 소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좋아!” 남지훈은 너무나도 즐거웠다. 그러다 갑자기 묻고 싶은 것이 생겼다. “너는 무술을 한 지 얼마나 됐어?” 소연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5살 때부터 지금까지 했어, 그냥 요즘 한 달 안 했지. 그럼 몇 년이나 되는 거지?” 남지훈은 할 말을 잃었다. “......” 고작 몇 년 정도일 줄 알았는데 20여 년이라니! 남지훈은 3년으로 그녀의 20여 년을 이길 수 있을까? 아마도 불가능한 일인 것 같았다. “포기하고 싶어?” 소연은 남지훈을 힐끔 보고는 말했다. “그
대승 테크. 남지훈이 회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전 10시 경이었다. 이때까지도 남지훈의 두 다리는 후들거리고 있었다. “어?” 남지훈이 출근한 것을 본 이현수는 급하게 달려와 말했다. “왜 벌써 출근했어요? 조금 더 쉬어야죠! 지금 걷는 것도 불편해 보이는데...” 남지훈은 손을 내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다친 것 때문이 아니에요.” 이현수는 갑자기 깨달았다는 듯이 엄지를 내밀며 말했다. “형님, 대단하신데요?” 남지훈은 인상을 쓰며 말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 그런 것도 아니에요. 오늘부터 무술을 배우기로 했거든요.” “무술이요?” 이현수는 의아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지훈 씨도 그 책을 보셨군요?” “그 책이라뇨?” 남지훈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현수는 더 말하지 않고 서랍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이 책이요!” 그 책을 본 남지훈은 멍해졌다. 표정도 점차 구겨졌다. 남지훈은 말했다. “요 며칠 야시장에 다녀왔죠? 노점에서 대충 주워 온 거 아니에요?” “주워 오다뇨?” 이현수는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제가 인터넷에서 6만 원이나 주고 산거라고요! 그 사람이 그러는데 저와 인연이래요!” 남지훈은 낡아빠진 책 표지를 한번 보고는 말했다. “, 이딴 것도 믿어요? 무슨 인연이라 그랬는데요? 그냥 6만 원이나 주는 돈줄이겠죠!” 이현수는 웃으며 말했다. “있는 것은 믿을지언정 없는 것은 믿지 마라! 얼마 전에 우리나라 무술 협회에서 발표한 거 봤죠? 이제는 무술 규범도 다 나왔는데 호흡법이 있는 것도 말이 되긴 하잖아요?” “제가 잘 알아 못 보겠어서 그러는데 지훈 씨한테 이틀 정도 빌려드릴게요!” 남지훈은 무술만 보면 골치가 아팠다. 그는 말을 돌렸다. “최근 시공에는 아무 문제가 없나요?” 이현수는 대답했다. “자잘한 문제들이 많긴 한데 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에요. 큰 문제는 없고요. 장치들은 테스트 중이니, 그것도 문제없어요. 그
얼마 지나지 않아 소한진이 도착했다. 듬직한 체형에 잘생긴 외모까지, 남지훈마저도 자꾸 눈길이 갔다. 남자가 봐도 잘생겼으니, 여자들은 오죽하겠는가. 여기까지 생각이 든 남지훈은 소연을 힐끔 보았다. “남 사장님,” 소한진은 미소를 띠며 남지훈을 바라보았다. “나한테는 무슨 일로?” 남지훈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S그룹의 성북개발 구역에 관한 일로 찾아 뵙게 되었습니다.” “그래?” 소한진은 깜짝 놀라 동생인 소연을 바라보았다. 동생이 말한 걸까? 아니면 왜 이 얘기를 갑자기 꺼내는 거지? 남지훈이 말했다. “부대표님께서 저와 T그룹 대표의 사이를 모르실 수도 있겠죠. 소연이는 저와 S그룹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들에 관해서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저도 송 대표와 이야기 했었고요. 송대표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답니다.” 남지훈은 마음이 가벼워졌다. 요즘 들어 소연은 남지훈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소연에게 아무런 보답을 하지 않기에는 남지훈의 마음이 불편했다. “말해봐.” 소한진은 테이블을 두드렸다. 동생 소연의 낯빛을 보아하니 이 일은 동생이 이야기한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남지훈이 말했다. “송 대표의 조건은 간단합니다. 첫째, 소연을 S그룹의 고위직 임원 자리에 앉힐 것, 둘째, S 그룹의 성북 개발 프로젝트는 소연이가 책임지게 할 것.” 남지훈은 잠깐 멈칫하더니 계속하여 말했다. “그리고 모르셨겠지만, 소연이 제 와이프입니다.” 이 말은 선전포고의 의미가 크게 담겨 있었다. 소연이마저도 이 말을 듣고는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남지훈을 바라보았다. 이렇게나 갑작스럽게 얘기하다니! 겁이 없기도 하지! 결혼 계약서에 쓰여있던 것들을 다 까먹기라도 한 걸까? 소한진은 남지훈의 뜻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남 대표의 뜻을 잘 알겠어. 당신의 두 조건 다 들어줄게. 그러나 송 대표 쪽은...” “제가 해볼게요!” 남지훈은 몸을 일으켰다. “소식 기다리세
소한진은 소연을 바라보았다. 소연이 아무 말도 못 하자 소한진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지훈 씨가 자기 와이프가 누군지 말 안 하던가요?” 송태수는 흠칫 놀랐다. 송태수는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확실히 남지훈이 얘기한 적이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입장은 확고했다. “제수씨 이름은 모르겠으나 제수씨가 오지 않으면 우린 이 일을 성사할 수 없어. 그만 돌아가!” 송태수는 속으로 이 소 씨 남매를 얕보고 있었다. 동생도 데리고 오지 않고 자기들끼리만 누리려고! 흥! 어디에 그런 공짜가 있겠어? 소한진은 피식 웃었다. 남지훈과 그렇게 친해져 놓고 남지훈의 아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다니. 정말 의외였다. 소한진이 말했다. “더는 숨기지 않겠습니다만, 남지훈의 와이프, 그러니까 당신의 제수씨가 바로 제 동생 소연입니다.” “뭐라고?” 송태수는 두 눈을 크게 부릅떴다. 적지 않게 놀란 듯 했다. 동생의 아내가 S그룹 대표, 소 씨 가문의 장녀인 소연이라고? 송태수는 혼란스러웠다. 남지훈은 자기 아내가 S그룹의 관리팀 팀장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송태수는 소연을 바라보았다. 이 일은 소연이 직접 인정해야지 소한진의 말만 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 그게...” 소연은 하얗게 질려있었다. “ 말하자면 길어요. 하지만 저와 남지훈이 부부 사이인 건 확실해요.”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특히는 송태수에게 자신과 남지훈이 부부 사이임을 인정해보이다니, 소연은 어딘가 기분이 묘했다. 그러나 남지훈이 그렇게 큰 노력을 들여 S그룹을 위해 토지를 따내 왔는데 소연은 남지훈의 그 노력이 물거품이 되게 할 수 없었다. 송태수가 여기까지 알아버린 이상 소연은 모든 게 들켜버릴 것만 같았다. 소연은 어떻게 둘러대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송태수는 말했다. “옳은지 아닌지는 내가 동생한테 전화를 걸어서 물어봐야지, 너희들 딱 기다려.” 그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 남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
송태수는 너무나도 화가 났다. 남지훈의 과거는 송태수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소연이가 남지훈한테 신분을 숨기는 건 남지훈이 소씨 가문의 재산을 탐내할까 봐 그러는 게 아닌가? 그는 소씨 가문이 너무나도 영악하다고 생각했다. “됐어.” 송태수는 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너희 부부 사이에서 있는 일들은 너희들끼리 알아서 해. 난 신경 쓰기도 싫어.” “난 또 제수씨가 S그룹의 관리팀 팀장이라길래 고위직까지 승진시켜 주려 했건만!” “S그룹의 대표일 줄은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이만 돌아가. 조금 있다가 비서한테 말해서 계약서 넘길게. 인맥은 인맥이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대로 해야지. 저번에 네가 우리 아빠와 말한 면적과 가격대로 하지.” “감사해요, 아저씨. 그럼 저흰 이만.” 소한진이 말했다. 송태수는 손을 내젓다가 무언가가 떠오른 듯 다시 입을 열었다. “제수씨, 내 친구가 송이버섯을 가져왔는데 저녁에 퇴근하고 동생이랑 와서 먹는 게 어때? 술도 마실 것 같은데.” “좋아요, 아저씨!” 송태수는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 “말했잖아, 이젠 아주버님이라고 부르라고!” 소연은 해맑게 웃더니 송태수한테 감사하다고 전한 후 소한진과 자리를 떴다. S그룹에 돌아오는 길에서 소한진은 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동생아, 땅도 가져왔는데 난 왜 하나도 기쁘지 않은 걸까?” 소연도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오빠, 한 걸음씩 천천히 내딛기로 해. 내가 적절한 때가 오면 지훈이와 다 말할게.” 소연은 남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송태수가 S그룹에 땅을 넘기기로 한 것과 오후에 함께 송태수네 집에 가서 저녁을 먹자는 것들을 이야기했다. 남지훈은 너무나도 기뻤다. T그룹에서 나온 남지훈은 매형 신정우와 이미연이 웃으며 돌아오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신정우도 남지훈을 보았다. 신정우는 남지훈을 피하지 않았을뿐더러 이미연을 데리고 남지훈 앞으로 걸
남지훈은 퇴근하고 소연을 데리고 송씨 가문을 방문했다. 남지훈은 송 씨네 집이 얼마나 비싼지는 알 수 없었지만 송 씨 가문이 사는 곳이라면 어느 정도 짐작은 할 수 있었다. 높은 대문이며, 관리가 잘 된 잔디와 장치들, 그리고 으리으리한 건축 외관까지 곳곳에서 돈의 향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송씨 가문이 살고 있는 곳은 하나의 정원이라고도 말할 수 있었다. 이러한 조건을 가진 곳은 온 J도시에 딱 두 곳뿐이었는데 다른 하나는 소씨 가문의 것이었다. 송기헌이 대문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아직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송태수가 먼저 집에 도착하여 송씨 집안의 중요한 사람들을 모아놓고 한 가지 심각한 소식을 전한 것이었다. 그건 바로 남지훈의 아내가 S그룹의 대표이고 소씨 가문인 장녀 소연이라는 것이었다. 송태수는 송씨 가문 사람들더러 평소처럼 대하고 소연 앞에서 절대 그녀의 신분에 관해 이야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소연도 자기 신분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자신이 소 씨 집안 장녀임을 티 내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남지훈은 차 안에서 감탄하며 말했다. “역시 돈이 최고야! 이런 곳에서 다 살다니!” “그러니까, 돈을 벌어야지. 돈이 있으면 정말 뭐든지 다 할 수 있어!” 소연이 말했다. 남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지훈은 애초에 이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인생은 항상 예기치 못한 병, 재난, 풍파를 겪게 된다. 이 모든 것을 남지훈은 알고 있었다. 열심히 돈을 벌어야만 자신과 가족이 떳떳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적어도 가족이 입원했을 때 이천만 원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 없을 거란 말이다. 주차를 끝내자 송기헌이 달려왔다. 남지훈과 소연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본 송기헌이 말했다. “형님, 작은엄마, 아빠가 기다리고 계세요.” 작은엄마라는 호칭이 소연은 아직 너무 어색했다. 소연과 기헌은 사실은 동년배였었는데 지금은 작은 엄마라고 불리니, 너무 어색했다. 송
어르신의 질문에 깜짝 놀란 소연은 밥그릇마저 떨어뜨릴 뻔했다. 다행히 송태수와 남지훈은 술을 마시느라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송태수와 남지훈은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하느라 9시가 되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쉬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이 소연은 너무나도 대단하게 느껴졌다. 남지훈과 소연이 돌아가려 하자 소 씨 집안 네 사람은 남지훈과 소연을 입구까지 바래다주었다. 멀어지는 차를 보면서 진미령은 물었다. “태수 씨, 지훈 씨 아내가 소연이란걸 알고 있었나요?” 송태수는 얼굴을 붉히며 웃었다.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 그저 동생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어르신도 구해주고.” “그냥 동생이 제수씨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을 뿐 난 전혀 그게 소연일 거라 생각 못 했어. 기껏해야 한 달 전에 한 결혼이니.” “자세한 건 나도 몰라. 그런데 지훈 동생은 좋은 집안 배경도 없는데 어떻게 소연이와 결혼한 거지?” 진미령은 웃으며 대답했다. “이게 바로 인연이죠. 당신도 이젠 더는 S그룹과 싸우려 들지 말아요. 이미 한 가족이나 다름없는걸요!” “그만...” 송태수는 눈을 흘겼다. 송태수는 온 하루 고민하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서 소씨 가문은 큰 위협이었다. 소씨 가문에서 남지훈을 속이고 송씨 가문을 위협할지는 모를 일이었다. 송태수는 좀처럼 확신이 서지 않았다. 늦은 저녁, 남지훈은 침대에 누웠다. 스카이 팰리스에 돌아온 소연은 남지훈과 너무 많이 마셨다고 말하며 얼른 누워 쉬라고 당부했다. 물론 소연의 침대에 누우란 뜻은 없었다. 남지훈은 천장을 바라보며 멍때렸다. 갑자기 점심에 본 이 생각났다. 그는 아까 보았던 방법을 그대로 따라 했다. 역시나 배 안에서 따뜻한 열기가 느껴졌다. 미세한 열기였지만 충분히 느껴졌다. 점차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이른 아침, 남지훈은 일찍 일어났다. 어제 술을 많이 마신 탓인지 남지훈은 너무나도 잘 잔 것 같았다.소연도 일찍 일어나
스카이팰리스에도 보기 좋은 구경거리가 생겼다. 흰 트레이닝복을 입은 예쁜 여자와 그 옆에 평범한 남자가 함께 달리고 있었다. 남지훈은 이번에도 전에 보았던 기본 호흡법으로 호흡을 조절했다. 남지훈은 인내력이 전보다 많이 좋아진 것 같았다. 소연은 달리면 달릴수록 이상했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배워왔지만 한번도 이런 인내력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남지훈은 스쿼트까지 20분 했으니. 어제까지만 해도 고작 10몇분 버티고 힘들어하던 남지훈이가 오늘은 20분에 일 킬로 달리기까지 했는데도 포기하지 않는다고? “왜, 힘들어?” 소연이 자꾸 힐끔힐끔 보자 남지훈이 말했다. “힘들면 조금 쉬다가 달릴까?” “풉!” 소연은 비웃듯이 말했다. “한 번 더 내기할래? 네가 나 따라오면 네가 이긴 걸로 하고 못 따라오면 네가 짖는 걸로?” 남지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기요, 안 할 건데요?” 남지훈은 아예 내기 신청을 거절했다. 이 킬로를 달린 남지훈은 더는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러나 소연은 아직도 쌩쌩해 보였다. 남지훈은 소연이가 대단해 보였다. 소연은 전혀 연약한 여자로 보이지 않았다. 남지훈이 소연이가 자신을 업고 달리는 것을 보기라도 했다면 더욱 심란해질 것이 뻔했다. “대단하네.” 소연은 남지훈을 힐끔 보고는 말했다. “둘째 날부터 이렇게 잘하다니, 일 년 반 정도만 지나면 하체는 문제없겠어. 힘들면 쉬어. 아니면 돌아가서 아침 준비 하던가. 난 조금 더 달리고 가게.” 남지훈은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나 소연은 아직 한계에 도달하지 못했던 것이다. 집으로 돌아온 남지훈은 샤워를 마치고 아침까지 준비해 놓았다. 소연도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 돌아왔다. 마주 앉은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눴다. “무술에도 요령 같은 게 있어? 티브이에서 봤는데 태극권이며 검도며, 진짜로 있는 거야 아니면 그냥 그렇게 찍은 거야?” “진짜로 있지!” 소연은 말했다. “그러나 권법이나 검
임성수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남지훈과 백지의 탈출은 호랑이를 산으로 풀어준 것과 같았다.전천행의 지도 아래 남지훈은 반드시 이 문제를 철저하게 조사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생각에 잠겨 있을 때쯤, 흑포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부사령관님은 역시 저를 실망시키지 않으셨군요, 이제는 임 장군님이라고 불러야겠네요.”“흑포! 어딜 도망가려고? 너도 도망치지 못해!”그렇게 말한 후 그는 곧장 흑포를 향해 공격했다.그는 전부 장군 자리에 앉고 싶었을 뿐만 아니라 흑포를 무너뜨려 큰 공을 세워 만 천하에 자기 업적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그때가 되면 전부 장군으로서의 그의 입지는 산처럼 굳건해질 것이다.쾅!흑포는 이미 전천행에 의해 이미 중상을 입은 상태였고 임성수도 전설급이니, 흑포는 단 한 방을 맞고 바로 뒷걸음질 쳤다.“어떻게 감히….”흑포가 얼굴을 찌푸린 채 연신 피를 토해냈다.그는 자기 모든 계획이 뜻밖에도 임성수를 위해 성사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전천행이 전부 사람들의 통제를 받는 가운데 이 현장에서 가장 상태가 좋은 사람은 놀랍게도 임성수였다.“닥쳐!”임성수가 소리 지르면서 흑포를 향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흑포는 이 모든 계획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흑포를 죽이면 그 증거도 자연스럽게 없어지게 될 것이다.전천행이 흑포에게 중상을 입히면서 그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흑포가 화를 버럭버럭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젠장, 심만우! 얼른 와서 나를 도와줘, 지금 죽이지 않으면 우리 둘 다 죽어!”심만우는 중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 전투에 가담했다.그는 이미 임성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 뒤에는 전부 사람들까지 버티고 서 있었다.그런데도 심만우는 임성수를 향해 일격을 가했다.그러나 뜻밖에도 그의 등 뒤에서 흑포의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임성수! 아무 때든 내가 너를 죽이는 날이 올 것이다!”그 말만 내뱉고 흑포도 서둘러 도망쳤다.같이 죽이자고 할 때는 언제고, 그는 놀랍게도
그중 한 명은 적국의 총사령관이었고, 나머지 사람은 놀랍게도 전천행이었고, 그리고 그 옆에는 남지훈이 서 있었다.화면의 음성이 매우 낮았지만 그래도 선명하게 들렸다.“그때 가서 국경 수비대가 100리 정도 퇴각할 때 당신들이 기회를 잡고 밀고 나가 기정사실로 하면 그 땅은 당신들 땅이 될 것입니다!”적군의 총사령관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장군님, 부사령관님, 두 분, 정말 감사합니다, 두 분의 은혜를 꼭 잊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의 몫은 제가 한 푼도 빠짐없이 넉넉하게 챙겨드리겠습니다!”이러한 장면을 보고 이러한 말까지 들으니 전부 요원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그들 사이에서 벌써 작은 속삭임이 들려오기 시작했다.“이 사람들…. 정말 적과 내통해서 나라를 팔아먹은 거야?”이 말은 마치 메마른 풀밭에 불씨를 붙인 것처럼 삽시간에 활활 타올랐다.임성수가 의기양양해서 외쳤다.“이들을 잡아라! 그리고 백지, 백 부사령관도 잡아라! 백지는 전천행의 수제자로 이 작전의 총책임을 맡고 있다, 절대 용서해서는 안 된다!”그의 말에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어찌 됐든 전천행은 전부의 장군이었고, 제거해야 할 다른 두 사람 모두 전부의 부사령관이었다.전부 요원들도 모두 정의로운 사람들로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그럼에도 눈에 띄는 누군가가 나서서 전천행과 남지훈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고 외쳤다.“장군님, 부사령관님, 움직이지 마세요, 비록 우리는 당신들이 결백하다고 믿지만, 증거가 이렇게 확실하니….”이내 다시 돌아서서 전부 요원들을 바라보며 외쳤다.“형제들, 얼른 장군님과 남 부사령관님, 백 부사령관님을 전부로 모셔라!”저벅저벅 저벅!마침내 전부 요원들이 한 걸음 내디뎠다.이런 장면은 남지훈도 당황스러워서 문득 전천행을 바라보았는데, 전천행 역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전천행이 입을 열었다.그는 아무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남지훈은 전천행의 입을 통해 알아차렸다.전천행은 임성수의 계획을 알아차리고 그에게 백지를 데리고 먼저
“전설?”심만우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크게 외쳤는데 그를 상대할 수 있는 건 역시 전설뿐이었다.그리고 임성수가 나서지 않는다는 것은 곧 전부에는 전설급이 세 명이라는 사실을 의미했다.“흑포님!”심만우가 전천행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흑포를 향해 외쳤다.“큰일 났습니다!”흑포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전천행의 무술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고 심지어 흑포보다 한 수 위였다.이 사람이 바로 전부의 최고 장군, 전천행이었다.아무리 상대가 레드 조직의 이인자와 맞붙어도 그는 이길 확률이 훨씬 더 높았다.쾅!강력한 펀치와 함께 흑포는 전천행에 의해 뒤로 물러났다.남지훈 또한 심만우와 서로 주먹을 주고받았다.이 전투가 끝난 후에야 심만우는 남지훈이 얼마나 강력한 솜씨인지 깨달았다.그는 남지훈의 주먹 한 방에 그대로 뒷걸음질을 쳤고 가슴에서 피 한 방울이라도 터져 나오지 않도록 꾹꾹 참고 있었다.“너…. 넌 또 뭔데?”그의 안색이 급격히 변했다.단 한 번의 펀치만으로 그는 남지훈의 강력함을 느끼고 본인이 남지훈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남지훈이 심만우를 빤히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저요? 전부 부사령관, 남지훈입니다!”뭐라고!순간, 흑포도 흠칫 놀라 시선을 돌렸다.그는 그동안 남지훈을 그저 전부의 조력자 정도로만 생각했지, 남지훈이 전부 부사령관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흑포가 곧바로 임성수를 사납게 노려보았다.이 순간 임성수도 자신의 정체를 들킬까 봐 숨죽이고 있었다.“누가 도망친다, 모두 잡아라! 반항하는 자는 그 자리에서 즉시 사살하라!”이 외침에도 흑포는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전천행이 지금 그를 향해 돌진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자신이 전천행과는 상대가 전혀 안 된다는 사실과 자신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또 다른 사람, 남지훈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흑포의 마음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자칫 오늘 밤 심씨 가문에서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장군님, 전부에 스
심지어 심씨 가문은 비밀리에 레드 조직의 국내 작전을 쭉 도와 왔었다.“흑포님!”심만우가 소리쳤다.“심씨 가문이 지금 위급한 상황인데 왜 아직도 안 나타나? 이러다 내가 전부의 포로가 되겠어!”그는 패닉에 빠졌다.게다가 전부까지 나선 마당에 그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흑포뿐이었다.“허허!”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흑포가 나타났다.그의 옆에는 몇몇 고수가 동행했지만 그들은 단지 무술 종사일 뿐 전설의 수준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흑포를 보자마자 전천행이 눈을 지끈 감았다.“레드 조직 이인자, 본명 만인적, 일명 흑포! 이제야 실물을 영접했군!”전천행이 흑포와 직접 대면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전천행 역시 흑포를 나름 인물이라고 인정했는데 전부에서의 철통 포위 속에서도 흑포가 심씨 가문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한 실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과찬입니다, 오히려 전부에 뛰어난 인재가 많아서 여기저기서 우리를 쫓아다니느라 정말 수고가 많네요. 하지만 그런 날은 오늘부로 이제 없을 겁니다.”그는 매우 자신만만했다.전부에는 남지훈이라는 용맹한 장수가 있었지만, 그에게도 비장의 카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전천행의 이마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그는 흑포라는 상대를 매우 높이 샀다. 흑포가 전부 각 부대의 포위망을 뚫고 무사히 도망칠 수 있다는 것은 그도 결국 실력이 어느정도 있다는것을 증명하는 셈이었다.흑포가 이제 그런 날은 이미 지나갔다고 호언장담하는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었다.하지만 흑포의 그런 근자감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분명 자신이 남지훈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 그는 추측할 수 없었거니와 추측할 필요도 없었다.전천행이 씩 웃었다.“허세인가? 이 수법이 나한테는 통하지 않는 게 유감이군!”그러면서 고개를 돌려 백지를 바라보았다.“흑포는 나한테 맡기고 너는 심만우를 맡아, 성수 씨는 나머지 사람을 감시하고 누구든 도망치려 하면 즉시 사살하라!”임무를 배정한 후
심씨 가문.전천행의 예상대로 심씨 가문은 정말 텅텅 비어 있었다.무술 종사도 몇 명 남아 있지 않았다.30명 남짓한 무술 종사 중 30명을 잃은 것도 심씨 가문에는 큰 타격이었다.심만지가 흑포에게 속았다.작전이 시작되기 전, 흑포는 고작 두 일류 재벌 가문에 불과하다고 심씨 가문의 철권을 절대 막을 수 없다고 호언장담했다.심만지는 그제야 비로소 안심하고 부하들을 내보냈다.심씨 가문 무술 종사를 하나쯤을 잃는 것은 흑포에게는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전부 사람들이 쳐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심만지의 안색은 끔찍하도록 어두워졌다.“전 장군님! 무슨 일로 우리 심씨 가문까지 찾아오셨어요? 곧바로 얼굴에 미소를 띠며 평정심을 되찾았다.“우리 심씨 가문은 항상 법을 준수해왔고 불법적인 일을 한 적이 없는데요. 우리 심씨 가문은 모두 선량한 시민이란 말입니다.”심만지가 전부 사람들 보자마자 그런 말을 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전천행은 주위를 쓱 훑어보고는 심씨 가문이 이미 텅 비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러고는 태연자약하게 자리에 앉더니 말을 꺼냈다.“가주님, 남들에게 알려지기 싫으면 애초에 그런 일을 하지 말았어야죠. 심씨 가문이 어떤 사람인지 굳이 제가 말 안 해도 본인이 더 잘 알지 않나요?”심만지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그는 전부의 법 집행 방식에 대해서도 들은 적이 없었다.만약 전부에서 뭔가 파악하지 않았다면 전천행이 그 많은 전부 병력을 심씨 가문에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다,전부 장군인 전천행이 왔고 두 부사령관인 백지와 임성수도 함께 동행했다.심만지는 이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일이 커졌음을 직감했다.‘젠장! 흑포가 분명 안전하다고 했는데 전부에서 어떻게 알고 온 거지?’심만지는 마음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하지만 이내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장군님, 잘못 아신 거 아니에요? 심씨 가문이 하는 일은 모두 합법적인 사업입니다.”“허! 가주님, 지금 저랑 장난하자는 겁니까? 심씨 가문이
하지만 그 20명의 무술 종사는 이 말을 듣고 초조해졌다.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했다.전부에서 공격하기 전에 종종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았다.그들이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남지훈은 이미 적을 물리쳤다.쾅!주먹이 날아가자, 무술 종사 하나가 응수하며 날아가더니, 바닥에 떨어진 후 바로 전투력을 상실했다.유씨 가문 경호원들은 남지훈이 직접 손을 쓰는 것을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이미 본 사람들도 단지 남지훈과 손 어르신이 스파링하는 모습을 본 것이 전부였다.그때 남지훈은 이미 손 어르신을 조금 앞지르고 있었고 지금은 더욱 강해져서 무술 종사도 그의 주먹을 막아낼 수 없었다.남지훈이 공격하는 동시에 유씨 가문의 경호원과 전부 요원도 함께 공격에 가세했다.윤호는 유씨 가문의 대문을 지키며 독 안에 든 쥐를 잡으려는 듯 아무도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남지훈은 속전속결로 끝내고 싶어서 거침없이 공격했고 그와 싸우던 무술 종사 중 그의 공격을 막아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전부 요원은 그보다 훨씬 더 전투적이었다.그들은 날카로운 나이프를 손에 숨기고 있었고 그들과 맞서 싸웠던 대부분의 사람은 큰 패배를 겪어야 했다.남지훈과 전부의 합류로 전투는 일방적인 전부의 승리로 전개되었다.무술 종사 20명은 놀랍게도 10분도 채 되지 않아 모두 바닥에 힘없이 쓰러져 통곡하고 있었다.“데려가라!”전부 팀장이 손짓하자 그가 데려온 부하들이 일제히 뛰쳐나와 개를 끌고 가듯 20명의 무술 종사를 유씨 가문 저택 대문 밖으로 끌어냈다.“부사령관님, 전 장군님과 백 부사령관님, 임 부사령관님도 이미 심씨 가문으로 갔으니 일단 우리는 이 사람들을 전부로 데려다 놓고 다시 심씨 가문으로 가서 지원하겠습니다!”“그래, 그렇게 해!”남지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심씨 가문 쪽을 바라보았다.유씨 가문과 L 가문은 아직 정보를 전달받지 않은 상태였고 아마 전천행 측에서도 아직 움직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전천행은 먼저 남지훈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움직여야
남지훈은 먼저 유승조, 유지아, 소연, 그리고 나머지 유씨 가문 일가와 도우미들을 배치했다.20명의 무술 종사는 그다지 강력하지 않았지만 모든 일에는 항상 만일을 대비해야 했다.준비를 마치자 유씨 가문 전체가 불이 모두 켜지면서 저택은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다.유씨 가문의 대문도 활짝 열렸다.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는 무술 종사들에게는 유씨 가문의 문이 아니라 지옥의 문이었다.오늘 밤하늘이 뿌옇고 구름이 낮게 깔린 걸로 보아 큰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윤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하늘도 우리 편이군, 30분 안에 폭우가 쏟아질 것 같은데 그때 모든 흔적이 빗물에 다 씻겨 내려가겠다!”폭우가 쏟아지는 것은 도로에 보행자가 적다는 것을 의미했다.보행자가 적다는 것은 오늘 밤의 충돌 현장을 목격할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게다가 전부가 배후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까지 더해져 지구는 여전히 그대로 돌고 태양은 여전히 떠오르며 서울 역시 그대로일 것이다.오늘 밤 20명의 무술 종사가 유씨 가문에 묻힐 줄은 그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L 가문까지 합치면 오늘 밤에 총 30명의 무술 종사가 사라지게 되는데 그것 또한 더더욱 모를 것이다.지하 밀실 안에는 유승조 일행이 숨어 있었다.밖에는 두꺼운 방폭 문이 있었는데 안에서 자발적으로 열지 않으면 폭탄으로도 문을 열 수 없었다.일류 재벌가인 만큼 반드시 방어 수단을 갖추고 있었을 것이다.소연은 안절부절못했다.무예에 능하지만 이제 겨우 무술 종사의 문턱에 들어선 그녀는 무술 종사의 위력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전설급이 아직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없기에 전설이 과연 얼마나 많은 무술 종사와 싸울 수 있는지는 몰랐다.유지아가 소연의 손을 꼭 잡아주며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지훈이와 유씨 가문 경호원, 전부 병력까지 합쳐서 우리도 쪽수는 20명 정도 되니까 분명 괜찮을 거야.”사실 그녀도 남지훈의 안위가 걱정되었다.하지만 남자라면 당연히 최전방에서 자기 여자와
”시작합시다!”그렇게 말하면서 흑포는 태블릿을 꺼내서 임성수에게 건넸다.“이것 좀 보세요. 이 정도면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요?”임성수의 얼굴이 상기되었다.한참을 바라보던 그의 얼굴에는 격동의 빛이 떠올랐다.“충분해! 충분하다마다!”흑포는 뿌듯한 표정을 드러내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도 전설급이니까 뒤에 결전이 일어나면 당신이 남지훈이나 전천행을 막아줘야 해요. 안 그러면 그 전설급 두 명만으로 우리를 충분히 담그고 남을 수도 있어요.”그는 전천행보다는 남지훈을 걱정했다.오늘 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서울 전체가 흔들릴 것이 분명했다.그때 전부가 출동하면 남지훈도 필연적으로 이 작전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다.흑포의 계획은 매우 간단했다. 임성수를 통해 기습 공격을 감행하여 단숨에 전천행, 백지와 남지훈을 쓰러뜨리는 것이었다.이 세 사람을 무너 뜨린 후 그의 손에 든 약점으로 임성수를 자기 꼭두각시로, 레드 조직의 꼭두각시로 만들려고 했다.그때가 되면 전 세계가 레드 조직의 세상이 될 것이다.만약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임성수가 영상을 다 확인한 후 흑포는 태블릿을 도로 가져와 임성수의 놀란 시선 속에서 태블릿을 마구 망가뜨렸다.“뭐 하는 거야?”임성수는 급한 마음에 흑포를 때려죽이고 싶었다.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임성수가 더 높은 지위에 올라갈 수 있는 중요한 것이 담겨있었다.“왜 그렇게 당황해요?”흑포가 싸늘하게 웃으며 태블릿을 각을 뜯고 내부의 하드 디스크를 꺼내 임성수에게 건넸다.“항상 조심하는 것이 좋아요. 전천행이 전부의 장군인 건 다 이유가 있어요. 전천행이 당신이 이미 배신을 때렸다는 걸 알게 되면 그때는 어떻게 그들을 놀라게 해요?”임성수는 흑포가 정말 신중하다고 생각하며 뜨거운 입김을 내뱉었다.‘내가 이래 봬도 전부 부사령관인데 전천행이 뭐 내 몸을 수색하기라도 하겠어?’흑포가 말을 이어갔다.“오늘 밤에 작전을 시작할 거예요. 심씨 가문 사람들이 이
유씨 가문에 살면서 소연은 불편한 점이 전혀 없었다.다만 조금 걱정스러운 듯했다.“지훈아, L 가문이 힘이 좀 달리는데 별일 없겠지?”몇 년 전만 해도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이 조금 우스꽝스럽게 생각했을 것이다.L 가문이 어떻게 세력이 약하다고 여겼지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는 실제로 그런 상황이었다.결국 재벌 가문이었고 과거 L 가문 역시 고수들이 많았다. 비록 탑급 가문인 하씨 가문, 백씨 가문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나름 자기방어 면에서는 상당히 충분했다.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이러한 방어 세력은 모두 이선호에 의해 거의 소모되었고 이미 세력이 약해졌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남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와 이선우는 겨우 몇 번 만난 사이였고 제대로 된 말도 몇 마디 나눈 적이 없었다.부자간이 함께 보낸 시간이 없는데 부자간의 정은 얼토당토않은 말이었다.남지훈은 이선우가 죽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지금까지 이선우는 남지훈에게 걱정하는 말 한마디 한 적이 없었다.아무 감정이 없는 부자간의 정은 전부 공허한 말뿐이었다.남지훈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소연이가 말을 계속 이어갔다.“다른 뜻은 없어. 난 단지 네가 후회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야. 어쨌든 이선우가 네 생부라는 건 변함이 없어.”소연은 이렇게 사려 깊었다.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부자 사이에도 반드시 유대 관계가 있기 마련이다.만약 이선우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남지훈이 평생 후회할까 봐 걱정했다.남지훈은 여전히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소연은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면서 남지훈과 이선우 사이의 응어리가 영원히 풀리지 않을까 걱정했다.남지훈의 말에도 이선우에 대한 절대적인 반감이 드러나진 않았다.하지만 오늘날까지도 이선우는 먼저 남지훈과의 만남을 시도하지 않았다.이선우가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니 소연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남지훈은 이선우뿐만 아니라 L 가문도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전부에서 병력을 L 가문으로 보내 L 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