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현은 자기 집안의 땅이 줄어든 것을 발견하고 급해 어쩔 바를 몰라 했다. “토지소유증에서는 분명 685평이었는데 왜 당신들이 재니까 줄어드는 거예요!” “우리한텐 이것도 결코 적은 돈이 아니라고요.” 김계현이 한마디하자 옆에 있던 놈들도 함께 떠들어댔다. 다들 오 팀장의 측정기가 정확하지 못하다고 말이다. 오 팀장은 어쩔 수 없이 해명했다. “토지 측정기가 얼마로 나오면 얼마죠. 저희도 다 올려보내서 저장해 둬야 하는데 어떻게 우리 마음대로 하겠냐고요!” 허나 마을주민들은 이러한 해명을 들을 리가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가장 근본적인 이익이 달린 일이었기 때문이다. 오 팀장은 할 수 없이 남용진에게 측정기 사용법을 알려준 후 직접 재보게 하였다. 사용법은 아주 간단했다. 버튼을 누르고 한 바퀴 돌면 되는 일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용진은 밖으로 크게 한 바퀴 걷고 돌아왔다. 측정 결과를 본 남용진은 넋이 나갔다. 여전히685평이였던 것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남용진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오 팀장이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죠. 당신 집에 땅이 또 있지 않나요? 그럼 그걸 먼저 재고 오는 건 어떤가요?” 오 팀장은 남용진 가족으로 인해 계획에 차질을 빚고 싶지 않았다. 뒤에 아직도 열 몇 가구나 재야 하는데 말이다. 남용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째 땅을 측정하자 20평이나 더 크게 나왔다. 남용진은 너무 기쁜 나머지 더는 따지지 않기로 했다. 그는 지훈을 힐끗 보더니 입꼬리를 올렸다. 아마 남지훈네 땅은 오늘 내로 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아무리 속도가 빨라도 오늘 내로 토지소유증을 재발급받지 못한다면 이번 일은 망한 거와 다름없었다. 오 팀장은 다른 사람을 데리고 계속하여 측량했다. 다른 집이 얼마 나오든 남지훈은 관심이 없어 소연과 집에 돌아와 집을 정리했다. “내 생각엔 도둑도 일부러 한 짓인 것 같아.” 소연이 말했다. “저렇게
남지훈의 손에 들린 토지소유증을 본 남용진과 김계현 부부는 서로 눈이 마주쳤다. 남용진은 김계현의 등을 떠밀며 “계현아, 얼른 가서 아직도 있는지 봐봐!” 김계현은 급히 달려갔다. 마지막 집을 측정한 오 팀장은 다시 돌아와 남지훈의 땅을 측정했다. 2200평, 남용진이 측정했을 때보다 한참이나 더 많이 나왔다. 결과를 본 남지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돈을 누나인 가현과 나누고 난 뒤 나머지는 부모님의 노후에 쓰이기엔 충분했다. 이때 남용진과 김계현이 다가왔다. 남용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남지훈을 바라보았다. “어때? 무척이나 즐겁지?” 남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늘 작은아빠의 행동으로 인해 남지훈은 무척이나 가증스러웠다. “몇천만 원이나 될 텐데!” 남용진은 구시렁댔다. “내 저 집도 그냥 몇천만 원이 들었을 뿐인데 뭐. 그런데 지훈아, 그 몇천만 원 넌 어차피 쓰지도 못할 텐데 그냥 이 작은아빠한테 주는 게 어떠냐. 그럼 내가 너희 엄마아빠가 죽으면 좋은 무덤 자리라도 알아봐 줄 텐데!” “남용진!” 진성철이 발끈 화를 냈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쓰지도 못하다니? 그리고 용걸네 노후는 지훈이가 끝까지 알아서 하는 것이지 자네랑 무슨 상관이야?” 남용진이 말했다. “이장님, 제가 틀린 말을 했나요? 지훈이는 제 형이 주워 온 아이라고요. 혹시 누가 아나요? 어디서 늑대 새끼라도 데려왔을지? 과연 이 돈을 우리 형한테 주기나 할까요?” “만약에 안 주면요? 우리 형이 죽으면 어차피 저와 용민이가 묻어야 할 텐데요?” “못된 놈!” 진성철은 외마디 욕을 내뱉고는 머리를 돌려 남지훈을 바라보았다. “지훈아, 네 작은아빠가 하는 얘기 듣지도 말거라. 정신이 제대로 나갔어! 아무 신경 쓰지 말아.” 남지훈은 그 자리에 굳어있었다. 소연이가 아무리 흔들어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남지훈의 머릿속은 그저 백지장이었다. 내가 아버지가 주워 온 자식이라고? “이... 이장님
“누... 누가 그랬는데?” 가현은 넋이 나간 듯했다. 소연은 그제야 그 말이 진짜였음을 짐작했다. 소연이 대답했다. “지훈이 작은아빠요.” “하...” 가현이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숨겨왔는데 알려지게 되다니... 지훈이가 자신이 친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이렇게 된 거야?” 소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물었다. “왜 지훈에게 미리 알려주지 않았어요? 만약 일찍 알려줬더라면 오늘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잖아요.” 가현도 어이가 없었다. 그녀는 대답했다. “그 해 부모님이 나를 데리고 J 도시에 갔다가 눈밭에서 동생을 발견했어. 그때 동생은 얼어서 새파랗게 질려있었고 바로 죽을 것만 같았어.” “부모님은 마지못해 동생을 데리고 집에 돌아왔고 오랫동안 지훈을 친아들처럼 키워왔어. 그 뒤 엄마는 여러번 임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부 포기했지. 그저 지훈이한테만 집중하고 싶으셨던 거야.” “그때 아빠는 지훈이를 데리고 오고 나서 모든 마을 사람과 얘기했었어. 평생 지훈이에게 이 사실을 숨기기로. 그런데 작은아빠가 어떻게......” “작은아빠는 정말 나쁜 사람인 것 같아요.” 소연이 말했다. “지훈이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었을 뿐만 아니라 언니네 소와 말을 팔고 받은 돈까지 탐하려 했다니까요? 전 지금 토지소유증도 그분이 훔쳐간거라 생각해요.” 소연은 남용진이 죽도록 미웠다. 그때 의사가 응급실에서 나왔다. “남지훈 님 가족 계시나요?” 소연과 가현이 급히 달려갔다. 의사가 말했다. “최근 환자분이 큰 충격을 받을 만하신 일이 있었나요?”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의사는 계속해서 말했다. “저희가 지금 할 방법이라곤 강제로 열을 내리는 방법밖에 없어요. 그리고 환자분 상처가 감염 우려도 있고요. 오늘 밤이 고비입니다. 저희도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선생님!” 가현은 의사의 손을 붙들고 말했다. “제발 제 동생을 살려주세요!” 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을 겁
“지훈아,” 소연이 돈을 꺼내자 가현이 말했다. “아빠가 어젯밤에 말씀하셨어. 이 돈은 네가 가지라고. 금방 회사 차렸을 때 돈 쓸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야!” 남지훈은 머리를 저었다. “그래도 부모님 드려. 회사 쪽은 이젠 돈이 그렇게 필요하지 않아. 나한테 있는 돈도 아껴 쓰면 내년까지도 쓸 수 있어.” 사실 남지훈한테는 돈이 얼마 남아있지 않았다. 남지훈은 퇴원하고 싶었으나 소연은 허락하지 않았다. 남지훈은 어쩔 수 없이 병상에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지루했던 남지훈은 이현수에게 전화를 걸어 S그룹과 T그룹의 네트워크 업그레이드 개조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물어보기로 했다. 양쪽 기계실들은 인테리어를 하고 있고 장치들은 이미 설치 중이라고 했다. “이러실 필요 없다니까요.” 남지훈은 진성철이 직접 병문안을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진성철은 웃으며 말했다. “네가 어제 쓰러진 탓에 아직 채 말 못한 일들이 있어.” 그는 병실을 한번 훑더니 물었다. “어째 병실이 예전에 내가 보던 것과 많이 다른 것 같은데. 비싸지?”이 병실이 하루에 얼마인지 모르고 있었던 남지훈은 소연을 바라보았다.“아!”정신을 차린 소연이 대답했다. “하루에 180만 원 정도요.”“180만 원?”남지훈과 진성철은 동시에 큰소리로 되물었다. 아마도 두 사람 다 매우 놀란 듯했다.전에 아빠가 입원했을 때 남지훈은 2,000만 원 정도를 내고 더는 지불하지 않았었다. 심지어 퇴원할 때 몇십만 원을 돌려받기까지 했었다.그래서 남지훈은 이렇게나 비쌀 줄은 상상도 못 했다다.일반 병실은 하루에 기껏해야 삼만 원 정도나 하는데, 180만 원은 이미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비... 비싼거야?” 소연은 눈치를 보며 말했다.남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발끈했다. “그럼 안 비싸?”“딱히 비싸진 않은 것 같은데!” 소연은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할 말을 잃어버린 남지훈은 진성철을 보면서 말했다. “이장님, 오늘 그저 저를 보기 위해 오
“지훈아,” 소연이 말했다. “전엔 네가 다른 사람 밑에서 일했었지만 지금은 달라. 네가 사장이야. 심지어 다른 사람과 함께 동업 중이고.” “네가 현수 씨와 사이가 좋은 건 알겠지만 함께 동업할 때 상대방의 이익을 서로 건드리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해. 특히는 돈 문제가 가장 중요하지.” “많은 일들은 차차 깨닫게 될 거야. 이천사백만 원, 네가 내서는 안 돼.” 남지훈은 의아하다는 듯이 소연을 바라보았다. 그는 소연처럼 이렇게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인 것 같았다. S그룹은 그렇다 치고, 대승 테크에서 T그룹과 프로젝트를 해낼 수 있었던 건 온전히 남지훈 덕분이었다. 남지훈이 고향에 이천사백만 원을 기부한다 해도 이현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소연이 말한 것처럼 회사는 두 사람이 동업하여 운영해 나가는 것이고 이천사백만 원이나 기부해 버린다면 이현수의 이익을 건드리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렇게 보지 마.” 소연은 말했다. “네가 내키지 않는다면 우리 한 사람이 천만 원씩 내기로 해. 그리고 내가 먼저 너를 대신해서 돈을 내고 네가 돈이 생기면 다시 갚아. 대승 테크의 돈은 잠시 건드리지 않기로 해.” 그녀는 S 그룹의 명의로 할지도 생각해 보았지만 딱히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았다. 고작 이천사백만 원 가지고 굳이 S그룹의 이름을 이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이름과 남지훈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았다. 진성철은 잠시 황당해하더니 허허 웃었다. 그는 원래 남지훈이 조금 기부하고 남지훈이 또 친구들을 모아 기부하면 좋겠다는 뜻이었다. 금액은 상관없었지만 사람이 많다면 이천사백만 원은 충분히 모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저 어제 남지훈이 마을로 데리고 온 예쁜 아가씨가 한 번에 해결해 줄 줄은 생각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는 실실 웃으며 소연을 바라보았다. “아가씨는 지훈이 여자친구지? 이놈이 아가씨와 결혼한다면 전생에 분명 큰 공을 세웠을 거야!”
남지훈은 사람 간의 차이를 느꼈다. 이천사백만 원, 그가 김명덕 아래에서 이년 반을 일해야 벌 수 있던 돈이었다. 그가 계속하여 말했다. “우리 매형도 T그룹 팀장 정도 되는데 이렇게 돈이 많지 않았어!” 소연은 옅게 웃어 보였다. “첫째, 이천사백만 원은 좋은 일에 쓰이는 거잖아. 좋은 일에 쓰이는 거라면 더 고민할 필요가 없지.” “둘째, 중간 직급이라 해도 안에서 또 나뉘어. 어떤 팀에서는 높은 직급이라 해도 기본 월급만 있고 보너스가 적다면 수입도 낮은 편이야.” “셋째, 너희 매형이 일 년에 얼마를 버는지 너한테 알려준 적이 있기나 해?” 매형 신정우의 수입은 그저 누나인 가현한테서 한번 스쳐 들었을 뿐이었다. 듣고 보니 구체적인 수입은 누나도 모를게 뻔했다. 심지어 요즘 들어 매형네가 조금 여유로워진 것 같기도 했다. 남편인 신정우의 얘기가 들렸으나 가현은 하나도 개의치 않았다. “알 게 뭐야. 알아서 하겠지. 나한테 차려지는 것이 있으면 자기 부모한테도 차려지는 게 있을 텐데 뭐.” 신정우가 부모님 두 분을 도시에 데려오면서 모든 일을 가현이 전부 떠맡게 되었다. 가장 화나는 것은 신정우가 부모님을 데려온 후 며칠씩 집에 돌아오지 않는 것이었다. 오후가 되자 가현은 아이들을 데리러 병원을 떠났다. 남지훈은 소연을 힐끔 보았다. 무언가 통하기라도 했는지 소연이 말했다. “나는 그들이 스카이팰리스에 살아도 상관없어. 하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히 해. 우리 사이 절대 얘기해서는 안돼. 그냥 잠시 같이 사는 룸메이트 사이라고 하면 돼.” “내가 생각하기엔 언니는 반대할 게 분명해. 정우 씨가 부모님을 모셔 왔으니, 이미 둘 사이가 틀어진 거야.” “누가 이기는지를 떠나서 너희 누나는 절대 너희 부모님을 보내지 않으실 게 분명해.” 남지훈은 소연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찰나, 남지훈은 소연의 태도가 더는 그렇게 차갑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후 며칠 동안 남지훈은 건강
남지훈은 숨을 길게 들이마시고 소연의 행동을 따라 했다. 남지훈이 웃으며 말했다. “쉬운데?” 소연은 남지훈을 흘겨보며 말했다. “이미 여기서부터 틀렸거든.” 소연은 남지훈의 두 발을 차며 말했다. “발 더 벌리고, 어깨는 아래로 더 눌러야 해.” 몇 발짝 뒤로 물러서서 남지훈을 보던 소연은 만족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좀 괜찮네. 계속 해.” 그러고는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 “일단 아침밥을 시켜야겠어.” 남지훈은 웃으며 말했다. “아침을 왜 시켜? 이거 다 하고 내가 아침 준비 할게.” “나중에 다 알게 될 거야.” 소연은 남지훈을 힐끔 보고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 소연은 남지훈의 아침을 시키고 말했다. “무술은 힘든 거야. 게다가 나이도 있으니까, 일단 기본적인 것부터 하기로 해.” “네가 기본적인 것들을 제대로 하면 다른 것도 가르쳐줄게. 네가 꾸준히 할 수 있냐 없냐에 달렸어. 꾸준히만 한다면 일 년 뒤에 두세 사람 정도는 거뜬히 제압할 수 있을걸?” “그리고, 이렇게 고생하는데 당연히 보상은 있어야지. 몸을 튼튼히 하는 외에 너의 그 연약한 마음도 변화가 있을 거야. 더욱 강해질 거라구!” 이 말을 들은 남지훈은 어이가 없었다. 연약하다고? 나를 너무 얕보는 거 아니야? 그러나 몇분이 지나자 남지훈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왜... 왜 이렇게 어려워?” 남지훈은 마른침을 삼켰다. 보기에는 너무나도 쉬워 보였으나 고작 몇분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남지훈은 힘들기 시작했다. “이젠 어려운 줄 알겠어?” 소연의 가벼운 웃음소리에 조롱도 곁들어 있었다. “난 다섯 살 때부터 무술을 배웠어. 그때는 나도 오 분밖에 못 했었어.” “그리고 열일곱 여덟 되는 애들도 금방 시작했을 때는 십 분 정도 밖에 못 버텨. 물론, 내가 얘기하는 건 정말 올바른 스쿼트 자세를 유지했을 때 한정이지.” “그런데 너를 봐선 정말 길게 쳐줘도 한 15분 정도 버틸 것 같
소연은 의도적으로 남지훈의 집중력을 흩트리려 했다. 남지훈이 두 다리에만 집중할수록 오히려 더 못 버틸 거라는것을 소연은 알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나라서 다행인 줄 알아. 우리 사부님이셨으면 20분부터 시작일걸?” “스쿼트 끝나고 조금 쉬고는 2킬로미터까지 달려야 해.” “그런데 네가 하는 걸 보니까 오늘은 1킬로미터면 충분할 것 같아.” “뭐?” 남지훈은 비명을 지르고는 바닥에 털썩 드러누웠다. 이제 고작 12분밖에 안 지났는데! “못 해, 못 해......” 남지훈은 바닥에 누워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 “두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닌 것 같아. 난 더는 못 하겠어.” “고작 이걸로?” 소연이 비웃었다. “어제 누가 두 시간을 한다고 했었는데? 고작 12분 버텨놓고 못 하겠다고?” “그럼 이러도록 해. 난 그렇게 어려운 사람도 아니고. 네가 그랬잖아. 그냥 우리 둘이 대충 지내보자고. 너한테 기회를 줄게. 3년, 3년 뒤에 네가 나를 이기면 계속 우리 둘이 만나는 걸로.” 이 말을 들은 남지훈은 갑자기 힘이 솟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남지훈의 곁에는 다른 사람이 없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 스쿼트를 다시 시작했다. 두 다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지만 적지 않은 힘이 생긴 것 같았다. 남지훈이 말했다. “네가 먼저 얘기한 거야! 절대 번복해서는 안 돼!” 소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좋아!” 남지훈은 너무나도 즐거웠다. 그러다 갑자기 묻고 싶은 것이 생겼다. “너는 무술을 한 지 얼마나 됐어?” 소연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5살 때부터 지금까지 했어, 그냥 요즘 한 달 안 했지. 그럼 몇 년이나 되는 거지?” 남지훈은 할 말을 잃었다. “......” 고작 몇 년 정도일 줄 알았는데 20여 년이라니! 남지훈은 3년으로 그녀의 20여 년을 이길 수 있을까? 아마도 불가능한 일인 것 같았다. “포기하고 싶어?” 소연은 남지훈을 힐끔 보고는 말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