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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4화

엄진우는 약간 의아했다.

이 시간이면 이미 밤 9시가 넘었는데, 진 영감의 집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진 영감은 나이가 많고 현재 건강 상태도 좋지 않으니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할 때였다.

의아함을 안고 엄진우는 문을 두드렸다.

진 영감은 한의계에서 제자를 수없이 양성한 인물이고 한의학의 태산북두라고 불릴 만큼 존경받는 존재였지만 생활은 매우 검소했고 집에는 하인 하나 없었다.

그의 손자가 문을 열었다.

사실 진 영감은 돈을 적지 않게 벌어들였었다.

이 동안 그는 여러 부유층 환자의 병을 치료했었고 그들은 거금을 아낌없이 내놓았다. 진 영감은 거절하지 않고 그 돈을 그대로 받았지만 그 돈은 모두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 쓰였다.

정부에서 여러 차례 진 영감을 인터뷰하고 그에게 명예를 수여하며 공개적으로 표창하려 했지만 진 영감은 이를 모두 거절했다.

그는 집도 있고 노후도 잘 보내고 있으며 생활이 풍족하고 행복한데 무엇을 찬양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영감님의 건강은 어떠신가요?”

엄진우는 진 영감의 손자를 본 적이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다만 진 영감의 손자는 엄진우에 대해 별다른 인상이 없는 듯했으며 그저 그를 진 영감의 제자 중 한 명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통화하시고는 바로 잠드셨어요.”

진 영감의 손자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를 들은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집 안에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영감님께서 이미 주무신다면 왜 이렇게 시끄럽죠?”

엄진우가 물었다.

“괜찮아요.”

진 영감의 손자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요즘 할아버지께서는 잠에 빠지시면 거의 혼수상태처럼 깨어나지 못하세요. 지금 하루에 깨어 있는 시간이 네 시간도 채 안 돼요.”

엄진우의 표정은 더욱 무거워졌다.

진 영감의 몸이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의 신체 장기가 이미 거의 다 쇠약해져서 최대한 오래 버티기 위해 자동으로 휴면 상태에 들어간 것이었다.

어쩌면 이번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그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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