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43화

전화 저편에 있는 사람은 엄진우가 며칠 전에 연락했던 인물이었다.

이 노인은 용국이 현대에 접어들면서 한의학을 구하고 그 기틀을 마련한 사람이다.

전쟁의 혼란 속에서 그는 자기의 전 재산을 쏟아부어 소중한 한의학 서적들을 지켜냈다.

평생 한의학 연구에 헌신한 그는 현대에 들어서 한의학이 쇠퇴하는 상황에서 아낌없이 귀중한 고서와 처방을 공개하며 자기의 모든 의술을 많은 한의사들에게 가르쳤다.

그가 강의를 할 때 전쟁 중 파괴된 의학 고서를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렸던 적이 있었는데 당시 엄진우도 그 자리에 있었다.

그의 헌신적인 태도에 감동한 엄진우는 강의가 끝난 후 이 유명한 노인을 찾아갔다.

엄진우의 어린 얼굴을 본 그는 전혀 깔보지 않고 오히려 동등한 태도로 대화를 나눴다.

엄진우는 그가 평생 동안 갖고 있던 아쉬움을 해결해 주었다.

그가 지켜내지 못한 의학 고서들이 이제는 영원히 사라진 줄 알았는데 엄진우가 그것을 복원해 준 것이다.

그 후 두 사람은 나이를 초월한 친구가 되었다.

며칠 전 엄진우가 그에게 전화를 건 이유는 바로 이번 한의학 포럼의 발기인이 되어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명성과 의술이면 수많은 한의사가 호응할 것이 분명했고 일정제약에서 개최하는 한의학 포럼은 자연스럽게 초라해질 것이다.

“영감님, 무슨 어려움이라도 있나요?”

엄진우가 물었다.

“어려운 건 없네. 내 몸이 허락하지 않을 뿐이야.”

진 영감이 웃으며 말했다.

“몸이요? 지난번에 뵀을 때는 건강하셨잖아요? 병이라도 생긴 건가요?”

엄진우가 급히 물었다.

진 영감은 용국 의학의 큰 보물 같은 존재이다.

“우리 한의학에서는 병을 예방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지. 내가 이 나이에 병에 걸린다면 이 업계는 희망이 없어!”

진 영감은 익살스럽게 농담하며 말했다.

“매일 오금희를 하고, 수십 년 동안 꾸준히 건강을 관리해 왔으니 병에 걸릴 리는 없어. 다만, 생로병사의 자연스러운 이치에 따라 수명이 다 된 것뿐이지. 하지만 지금 용국 한의학에는 네가 있으니 내가 오늘 죽더라도 아무런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