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저편에 있는 사람은 엄진우가 며칠 전에 연락했던 인물이었다.이 노인은 용국이 현대에 접어들면서 한의학을 구하고 그 기틀을 마련한 사람이다.전쟁의 혼란 속에서 그는 자기의 전 재산을 쏟아부어 소중한 한의학 서적들을 지켜냈다.평생 한의학 연구에 헌신한 그는 현대에 들어서 한의학이 쇠퇴하는 상황에서 아낌없이 귀중한 고서와 처방을 공개하며 자기의 모든 의술을 많은 한의사들에게 가르쳤다.그가 강의를 할 때 전쟁 중 파괴된 의학 고서를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렸던 적이 있었는데 당시 엄진우도 그 자리에 있었다.그의 헌신적인 태도에 감동한 엄진우는 강의가 끝난 후 이 유명한 노인을 찾아갔다.엄진우의 어린 얼굴을 본 그는 전혀 깔보지 않고 오히려 동등한 태도로 대화를 나눴다.엄진우는 그가 평생 동안 갖고 있던 아쉬움을 해결해 주었다.그가 지켜내지 못한 의학 고서들이 이제는 영원히 사라진 줄 알았는데 엄진우가 그것을 복원해 준 것이다.그 후 두 사람은 나이를 초월한 친구가 되었다.며칠 전 엄진우가 그에게 전화를 건 이유는 바로 이번 한의학 포럼의 발기인이 되어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였다.그의 명성과 의술이면 수많은 한의사가 호응할 것이 분명했고 일정제약에서 개최하는 한의학 포럼은 자연스럽게 초라해질 것이다.“영감님, 무슨 어려움이라도 있나요?”엄진우가 물었다.“어려운 건 없네. 내 몸이 허락하지 않을 뿐이야.”진 영감이 웃으며 말했다.“몸이요? 지난번에 뵀을 때는 건강하셨잖아요? 병이라도 생긴 건가요?”엄진우가 급히 물었다.진 영감은 용국 의학의 큰 보물 같은 존재이다.“우리 한의학에서는 병을 예방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지. 내가 이 나이에 병에 걸린다면 이 업계는 희망이 없어!”진 영감은 익살스럽게 농담하며 말했다.“매일 오금희를 하고, 수십 년 동안 꾸준히 건강을 관리해 왔으니 병에 걸릴 리는 없어. 다만, 생로병사의 자연스러운 이치에 따라 수명이 다 된 것뿐이지. 하지만 지금 용국 한의학에는 네가 있으니 내가 오늘 죽더라도 아무런
엄진우는 약간 의아했다.이 시간이면 이미 밤 9시가 넘었는데, 진 영감의 집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진 영감은 나이가 많고 현재 건강 상태도 좋지 않으니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할 때였다.의아함을 안고 엄진우는 문을 두드렸다.진 영감은 한의계에서 제자를 수없이 양성한 인물이고 한의학의 태산북두라고 불릴 만큼 존경받는 존재였지만 생활은 매우 검소했고 집에는 하인 하나 없었다.그의 손자가 문을 열었다.사실 진 영감은 돈을 적지 않게 벌어들였었다.이 동안 그는 여러 부유층 환자의 병을 치료했었고 그들은 거금을 아낌없이 내놓았다. 진 영감은 거절하지 않고 그 돈을 그대로 받았지만 그 돈은 모두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 쓰였다.정부에서 여러 차례 진 영감을 인터뷰하고 그에게 명예를 수여하며 공개적으로 표창하려 했지만 진 영감은 이를 모두 거절했다.그는 집도 있고 노후도 잘 보내고 있으며 생활이 풍족하고 행복한데 무엇을 찬양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영감님의 건강은 어떠신가요?”엄진우는 진 영감의 손자를 본 적이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다만 진 영감의 손자는 엄진우에 대해 별다른 인상이 없는 듯했으며 그저 그를 진 영감의 제자 중 한 명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통화하시고는 바로 잠드셨어요.”진 영감의 손자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를 들은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집 안에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영감님께서 이미 주무신다면 왜 이렇게 시끄럽죠?”엄진우가 물었다.“괜찮아요.”진 영감의 손자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요즘 할아버지께서는 잠에 빠지시면 거의 혼수상태처럼 깨어나지 못하세요. 지금 하루에 깨어 있는 시간이 네 시간도 채 안 돼요.”엄진우의 표정은 더욱 무거워졌다.진 영감의 몸이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의 신체 장기가 이미 거의 다 쇠약해져서 최대한 오래 버티기 위해 자동으로 휴면 상태에 들어간 것이었다.어쩌면 이번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그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진 영감의 한의학계에서의 위치와 실력을 고려하고 그들이 진 영감의 제자라고 자칭하며 진 영감을 치료한다면 곧 스승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아 단번에 한의계의 떠오르는 인물로 주목받을 것이다.그러니 처음에 경계의 눈빛으로 바라본 것이었고 방 안의 분위기가 이렇게 긴장되어 있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이들은 오랜 세월 진심으로 진 영감을 걱정했던 것이 아니었다.그들의 마음에는 오직 돈, 명예, 그리고 지위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진 영감의 손자가 그들에게 차가운 태도를 보이는 것도 당연했다.아마 그 또한 이를 알아챘을 것이다.다만, 할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 때문에 그들을 내쫓지 못한 것이었다.혹시나 이들 중 정말 할아버지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때문에.아무리 작은 희망이라도 그는 포기하지 않으려 했다.“환자 방은 조용하고 환기가 잘되어야 한다는 것도 모르나요?”열 명 넘는 사람들이 방 안에 모여 있으니 공기 중에는 땀 냄새가 가득했다.엄진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그들에게 질책했다.“영감님이 지금 이런 상태인데 그게 뭐가 중요해? 치료하지 못하면 다 소용없어.”한 중년 남자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며칠이나 이곳에 머물렀으면서도 별다른 방법을 찾지 못해 속이 타들어 갔지만 그래도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언젠간 영감이 떠오르면 해결책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맞아! 그리고 여기가 너 같은 사람이 나설 자리는 아니잖아?”또 다른 중년 남자가 차가운 목소리로 꾸짖었다.진 영감이 이미 백 세를 넘었고 그의 수업을 들었던 사람 중 가장 젊은 사람도 이미 50세가 넘었다.이들은 지금 한의계에서 전문가로 불리는 사람들이기에 자연히 엄진우와 같은 젊은이를 깔보았다.어쨌든 한의학은 나이와 경험이 쌓여야 하는 학문이니까.“실력은 별로인데 성깔만 대단하군요. 당신들 그렇게 대단한데 지금까지 방법 하나라도 생각해 냈어요? ”엄진우는 콧방귀를 뀌고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네가 뭘 안다고! 안석아, 어서
엄진우의 말을 듣고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의 얼굴이 붉어졌다.“네가 뭔데 짖어대는 거야? 우리는 너 같은 무식한 놈과 한방에 있는 게 부끄러울 뿐이야!””맞아! 맞아!”사람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외쳤다.“당신들 전문가라면서 도대체 무슨 방법을 생각해 낸 건데요? 만약 당신들이 아무 방법이 없다면 나 같은 무식한 놈과 다를 바 없는데, 무슨 자격으로 나를 내쫓아낸다는 거죠?”엄진우rk 비웃으며 말했다.“누가 방법이 없다고 했어? 우리는... 우리는 영감님이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거야!”그들은 언성을 높이며 외쳤다.여기서 그들이 아무 방법이 없다고 인정한다면 그건 곧 엄진우와 다를 바 없다는 걸 시인하는 셈이니까.“오? 역시 전문가네요! 이렇게 빨리 방법을 생각해 내다니요. 그럼, 어떤 방법인지 좀 말해봐요. 무식한 나도 배워보게.”엄진우는 눈을 크게 뜨고 일부러 놀란 척했다.진안석도 눈빛이 반짝이며 기대 어린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마침내 방 안에서 가장 나이 많은 의사가 입을 열었다.“내가 그럼 아낌없이 가르쳐주지. 잘 들어라...”그는 어렵고 복잡하게 이리저리 돌려가며 말했다. 황제내경에서부터 상한론, 고대 무의까지 이야기하다가 한서의학 융합까지 얘기를 돌렸다.엄진우는 듣고 나서 한마디로 요약할 수밖에 없었다.말도 안 되는 개소리!그런데도 방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그에게 연신 칭찬을 늘어놓았다.다른 사람들도 연이어 자기들의 견해를 늘어놓았다.엄진우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당신들의 치료 방안이 그렇게나 대단한데 지금 당장 영감님을 깨워서 치료를 시작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엄진우는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허튼소리 하지 마! 영감님은 지금 휴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태야. 깨우면 안 돼!”사람들은 안색이 변하며 급히 말했다.사실 그들은 진 영감을 깨울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알고는 있네요. 그런데도 영감님이 쉬고 있는 동안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 건데요?”
진 영감이 깨어나자 방 안의 모든 사람이 침대 옆으로 몰려들었다.“영감님, 이 녀석이 무례하게 영감님을 깨웠습니다. 절대 화내지 마세요. 영감님의 몸은 지금 화를 감당할 수 없어요.”“맞아요. 우리가 이 녀석을 쫓아낼게요.”“걱정 마세요. 우리는 이미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어요. 아마 영감님의 몸이 다시 좋아질 수 있을 거예요.”그들은 서로 얘기를 쏟아냈다.진 영감의 얼굴에는 실망감과 약간의 자책이 떠올랐다. 그는 평생 한의학을 위해 무엇을 배양했던가?“다들 나가. 얘만 있으면 돼.”진 영감이 한숨을 쉬며 담담하게 말했다.그 말이 나오자 방 안은 순간 조용해졌다.믿어지지 않았다.설마 진 영감이 이 녀석을 더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인가?“영감님, 이 녀석이 영감님을 깨웠다고 해서 그의 의술이 뛰어난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사실 이건 오히려 배움이 부족하다는 증거입니다. 저희처럼 한의학에 몰두한 사람들은 영감님 같은 상태에서는 절대 깨워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그들은 서둘러 말했다.만약 엄진우가 진 영감을 치료하게 된다면 그들은 얼굴이 깍일 게 뻔하다.전문가인 그들이 엄진우에게 밀릴 수는 없었다.설사 진 영감이 죽더라도 이 녀석에게 치료받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다.이것이 그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들끓고 있는 생각이었다.“괜찮아요, 영감님. 이 사람들이 여기 있든 말든 그냥 두세요. 이 사람들도 알아야죠. 수준이 한의학 문턱도 넘지 못했다는 걸. 정신 차릴 때도 됐죠.”엄진우는 웃으며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너 무슨 소리야? 어디 새파란 놈이 까불긴, 까불어?”“진짜 버릇없는 놈이네!”“절대 네가 영감님을 치료하는 걸 허락하지 않을 거야!”“영감님은 우리의 스승이야! 한의학의 살아있는 화석이지. 네가 영감님에게 손끝이라도 댄다면 가만두지 않을 테니 그렇게 알고 있어!”“비록 우리가 나이는 많지만, 힘을 합치면 너 같은 애송이 하나는 쉽게 처리할 수 있어.”그들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진 영감이 엄진우에
황제칠십이천명침은 무의 시대에서 기원한 것이다.현대에 와서는 이미 전해지지 않게 되었지만 황제 씨족은 여전히 그 기술을 이어가고 있었다. 다만 그들은 외부인에게 이를 절대 드러내지 않았으며 황제 씨족도 이미 쇠퇴하여 이 침법의 진수를 깨우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그들이 황제칠십이천명침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고대 서적에 남겨진 기록과 황제 씨족 사람들이 전한 설명뿐이었다.그러나 그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은 엄진우가 이 침법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이 침법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던 이유는 황제칠십이천명침을 구사할 때, 마치 먼 고대에서 울려 퍼져오는 장엄한 속삭임과 왕의 기운이 흘러넘치기 때문이었다.이 순간 방 안에는 신비한 고대의 저음 속삭임이 울려 퍼졌고 이는 천지에서부터 나오는 소리였다.엄진우의 손짓 하나하나에 왕의 기운이 흘러넘쳐 사람들은 저절로 경외감을 느끼며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황제칠십이천명침은 전설 속에서 천지와 수명을 다투고 귀신과 맞서는 침법으로 알려져 있었다.한 차례 침법을 마치고 나자 엄진우는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깊게 숨을 몇 번 들이마셨다.“제 능력이 부족해서 황제칠십이천명침의 고대 위력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없습니다. 그저 영감님이 마지막 여정을 건강하게 보내도록 도울 수 있을 뿐입니다.”엄진우는 한숨을 쉬며 무력하게 고개를 저었다.즉 황제칠십이천명침도 진 영감의 수명을 연장할 수는 없었다. 다만 수명을 유지하면서 건강 상태를 평상시처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었다.사실 이는 엄진우의 학문 부족 때문이 아니었다.현대의 천지는 이미 고대와 크게 달라졌으며 고대 무의학 시대에 황제가 사용한 은침은 만 년 이상 된 천재지변으로 연마한 것이었고 또한 고대의 기이한 짐승들의 피와 고기를 약재로 사용해야 최대한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그러나 현대에서는 엄진우가 어디서도 그런 것들을 구할 수 없었다.진 영감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정도면
“앞으로는 밖에서 내 제자라고 자칭하지 말고 스스로를 잘 돌보거라.”말을 마치고 진 영감은 손을 흔들었다.사람들은 입을 열어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진 영감이 눈을 감고 있어 아무도 말을 할 수 없었고 모두 조용히 방을 떠났다.“할아버지, 그 사람들이 다 떠났어요.”진안석은 문을 닫고 진 영감의 침대 곁에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진 영감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눈을 떴다.“엄진우, 내가 유일하게 마음에 걸리는 건 이 아이뿐이야.”진 영감은 진안석의 손을 잡으며 엄진우에게 말했다.사실 진안석도 이미 서른이 넘었다.“할아버지, 저는 이미 가정을 이루고 자리도 잡았는데 무슨 걱정을 더 하십니까?”진안석은 할아버지가 유언을 남기는 듯한 어조를 들으며 눈가가 붉어졌고 얼굴에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가정을 이루고 자리도 잡았다고? 네가 한의학 협회에 들어가 작은 직책이라도 맡을 수 있었던 것은 내 체면을 봐준 덕분이지 않느냐? 내가 떠나면 누가 내 체면을 보고 네게 힘을 써주겠느냐?”진 영감은 눈을 부릅뜨며 가차 없이 꾸짖었다.“휴, 내가 평생 공정하고 사심 없이 살아왔지만 죽을 때쯤 되니 역시 자식들을 위해 무언가를 마련해 주고 싶은 욕심이 드는구나. 엄진우, 안석은 불쌍한 아이야! 이 아이의 아버지는 젊었을 때 내가 군대에 보냈는데 그곳에서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결혼해 이 아이를 낳았어. 그런데 이 아이는 태어난 후부터 부모와 함께할 수 없었고 나만 따라다녔어. 그러다 미션을 수행하던 중 부모를 영원히 잃고 말았지. 그래서 말인데, 내가 이 늙은 얼굴을 내밀고 자네에게 부탁하면 안 될까. 이 아이가 큰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한 도울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최대한 도와주게나.”진 영감은 진지하게 엄진우에게 말했다.엄진우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걱정 마세요. 제가 반드시 도울 겁니다.”엄진우는 마음만 먹으면 진안석을 단숨에 출세하게 할 수 있다.“만약 이 아이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억지로 끌
“여기까지면 됐어요. 더 이상 배웅하지 않아도 돼요. 내일 또 만나겠는데요 뭐.”진안석은 엄진우를 집 앞까지 배웅했고 엄진우는 웃으며 말했다.일정제약이 후원하는 무도 대회가 2날 후 열리기에 그는 진안석과 내일 창해시로 돌아갈 비행기 표를 이미 예약해 놓았다.“엄진우 씨, 돌아갈 때 조심하세요. 내일 뵙겠습니다.”진 영감은 엄진우를 집에 하룻밤 재워주고 싶어했지만 엄진우는 할 일이 있다고 거절했다.엄진우는 진안석에게 손을 흔들며 골목으로 들어갔다.어두운 골목으로 들어서자 엄진우의 표정은 변했고 눈빛은 날카로워졌다.“나와라.”그가 음침하게 말했다.검은 그림자가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언제부터 날 알아챘어?”그 그림자는 몸집이 작고 이상한 억양으로 말했다.“영감님 집에 온 순간부터 너를 발견했어. 영화국의 형편없는 닌자술은 내 눈에는 서커스 재주와 다를 게 없어.”엄진우는 차갑게 웃으며 경멸스럽게 말했다.“죽고 싶어? 감히 우리 영화국의 위대한 닌자술을 모욕하다니!”그는 바로 영화국 닌자 미야모토 타로였다.“웃기네! 닌자술은 그저 용국의 기문둔갑을 표절한 것에 불과해. 하지만 괜찮아. 한낱 하찮은 도둑이 약간의 기술을 배웠다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니까.”엄진우는 차갑게 비웃었다.그들이 용국에서 표절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 영화국의 글자조차 없었을 것이다.“오만한 용국 사람이로구나! 네가 조각나게 되면 우리 영화국의 닌자술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게 될 거야! 용국의 기문둔갑은 그저 사기술에 불과해. 정말 그렇게 대단하다면 왜 내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못 봤겠어?”미야모토 타로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손으로 인을 그리며 몸이 허공에서 사라지더니 순간 엄진우의 뒤에 나타났다.하지만 그의 몸이 나타난 바로 그 시점에 엄진우는 이미 그의 방향으로 발을 차고 있었다.미야모토 타로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몸은 또 사라졌다.그러나 엄진우는 그림자처럼 따라가며 미야모토 타로가 나타나는 위치에 정확하게 공격을 했다.“어떻게 이럴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