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이야?” 엄진우의 눈에 순간 빛이 반짝였다. “진심이면 뭐 어쩔 건데? 포기해. 그건 불가능해! 그 가격에 너한테 팔더라도 이사회는 쉽지 않을 거야.” 예우림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그건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내일 이사회 열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 엄진우는 자신감 있게 웃으며 말했다.“지난번 이사회에서 남긴 위신을 빌미로 모두를 강요하려는 거라면 포기해. 얼마 전 회사에 새로운 이사가 들어왔는데 상대는 제경 대가문의 직계 자손이야. 그런 사람이 당신을 두려워할 리 없어.” 예우림은 혹시라도 엄진우가 이사회에서 소동을 일으킬까 봐 불안한 마음에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대가문? 얼마나 큰 가문인데?” 엄진우는 살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상대 가문이 용국 국민의 모든 의식주를 책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이 정도면 얼마나 큰지 이해할 수 있지?” 예우림이 말했다. “그렇게 대단한 2세가 왜 지성그룹 이사로 온 걸까? 다른 음모가 있는 건 아니고?”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예우림의 설명으로 인해 그는 대충 상대가 어느 가문의 자제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걸 누가 알아? 하지만 많은 이사가 물러났고 나는 모든 주식을 인수할 능력이 없었는데 마침 그 사람이 나타나서 회사 운영에는 절대 간섭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 내 입장에선 거절할 이유가 없었지.” 예우림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녀 역시 엄진우가 말한 점도 고려했지만 상대를 거절하면 당분간 새로운 자본을 찾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정당한 이유로 모두를 설득하려는 거야. 어느 가문의 자제든 상관없어. 이사회 날짜 정해지면 알려줘. 할 일이 있으니 먼저 가볼게.” 말을 마친 엄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엄진우는 곧 약국에 도착했다. “총각, 원하는 약재가 있어?” 졸린 눈을 비비며 한 노인이 진료대에서 엄진우를 훑어보며 물었다. “제가 약재를 구한다는 건 어떻게 아셨죠? 병 보러 올 수도 있잖아요.” “허허,
“어르신은 약성 조합만 알 뿐, 각 약재의 비율이 달라지면 최종 약성도 달라진다는 것은 전혀 모르는군요. 그렇다면 어르신도 단지 자만에 빠져 눈만 높고 실력은 부족한 사람에 불과해요.” 엄진우는 싸늘한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저으며 처방을 집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거기 서!” 노인은 화가 나서 얼굴이 붉게 상기된 채 소리를 질렀다. “무슨 일이시죠?” 엄진우는 뒤돌아보며 담담하게 물었다. “자네가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이 정도 간단한 것을 내가 모를 리 없지! 하지만 나한테는 쉬운 지식이 자네 같은 풋내기 애송이한테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지 않겠나? 무식한 건 무섭지 않지만 자네처럼 실력도 없으면서 떠벌리고 다니는 자들이 더 무서운 법이야! 한약은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것인데 어찌 자네가 함부로 다룰 수 있단 말인가!” 노인은 탁자를 내리치며 소리를 질러댔다. “왜 제가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시죠?” 엄진우가 물었다. 노인은 화가 나서 웃음을 터뜨리며 경멸의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내가 이 처방으로 어떻게 좋은 약을 만들어낼지 한번 보여줄까? 만약 내가 해낼 수 없다면, 자네는 평생 한의학에 손을 대지 않겠다고 맹세할 수 있겠나?” “만약 제가 해낸다면요?” 엄진우가 다시 물었다. “만약 자네가 해낸다면 난 자네에게 성공의 길을 열어줄 거야. 내 못난 아들이 바로 강남성 의약청 청장이거든!” 노인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 말에 엄진우의 눈이 밝게 빛났다. “그렇다면 제가 시범을 보여드리죠. 잘 보세요. 한 번만 보여드릴 테니까.” 엄진우는 약방으로 들어가 처방전에 적힌 약재들을 손으로 직접 집어들기 시작하더니 저울도 없이 각 약재를 손으로 대충 집어서 약 바구니에 담았다. “아주 장난으로 아는군!” 그 행동에 노인은 엄진우를 비웃었다. 손으로 대충 집어서 양을 정확히 맞출 수 있다고? 누굴 속이려고! “정말 그럴까요?” 엄진우는 약 바구니를 탁자 위에 던지며 말했
“그게 어려운 일인가요?”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장난하는 거야? 이 처방을 약으로 만드는 건 나조차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어!” 노인은 단로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해봐. 자네가 정말 실력이 있는 건지, 아니면 허풍인지 내가 직접 확인해 봐야겠어!” “단로요? 전 연단할 때 이런 물건은 쓰지 않아요!” 엄진우는 단로를 한 번 보더니 경멸스럽게 말하고 이내 탁자를 세게 내리쳤다. 신기한 것은 탁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지만, 바구니 속의 약재들은 전부 공중으로 떠 올랐다. “이건... 천녀산화! 이 연단법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은 온 용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지!”깜짝 놀란 노인은 목소리가 떨렸다. “이건 시작에 불과해요.” 엄진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손을 크게 휘저었다. 그러자 공중에 흩어진 약재들이 하나로 모이기 시작했다. “취사청탑! 이건 또 다른 고대의 전승 연단법이야!” 노인의 두 눈은 당장이라도 빠져나올 것 같았다. 약재들은 계속 회전하며 마찰을 일으키더니 마침내 불꽃이 피어올랐다. 엄진우가 손가락을 뻗어 불꽃을 찌르자 붉은색 불꽃은 백금색 단화로 변했다. “ 점석성금! 이건... 이미 실전한 기술이 아닌가?” 잔뜩 흥분한 노인은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약재들은 불꽃 속에서 빠르게 녹아들며 서서히 액체로 변하기 시작했다. 엄진우는 큰 손짓으로 그 액체들을 수십, 수백 가닥으로 나누었고 단화도 흩어져 액체들을 계속해 달구었다. “단이 완성됐네요.” 엄진우가 말했다. 점점 응집된 액체는 하나로 뭉치더니 단화가 폭발했고 작은 단약 하나가 그의 손바닥에 떨어졌다. 순간 노인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너무 흥분하여 온몸의 힘이 빠져버린 것이다. 엄진우의 연단 과정은 노인에게 크나큰 계시와도 같았다. “이... 이게 바로 백단성단의 손법인가?” 노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맞아요. 안목은 괜찮네요.” 엄진우도 다소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노인은 지나치게 고집스럽
순간 노인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러더니 한참이나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오늘 선생을 만나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보잘것없는 수준인지 깨닫게 됐다네.” 사실 노인의 실력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지금의 한의학계에서는 그의 실력이 최상위에 속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주 소수의 사람만이 이 작은 한약국에 앉아 있는 주인이 바로 전임 용국 한의악 협회 회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만 이 업계의 더러움을 너무 많이 본 탓에 그는 회의감에 빠져 은퇴를 결심했던 것이다. “선생이 제조한 이 최고급 단약은 어떤 효능이 있는가?” 부끄럽게도 엄진우가 바로 눈앞에서 처방을 공개했음에도 노인은 이 단약의 용도를 전혀 분석해 낼 수 없었다. “복용 후, 두 시간 동안 신체 능력을 두 배로 향상시킬 수 있죠.” 엄진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노인은 순간 얼어붙었다. 신체 능력을 두 배로 향상시킨다고? 그렇다면 나이가 많은 사람도 두 시간 내에 전성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인가?이런 효능을 지닌 단약은 들어본 적도 없었다. “믿기 어려우시다면 한 번 시도해 보세요.”엄진우는 손에 있던 단약을 노인에게 던졌다. 노인은 마치 보물이라도 얻은 듯한 표정으로 다급히 단약을 받아서 들었다. 단약을 삼키는 순간, 단약이 입안에서 따뜻한 기운으로 변하며 즉시 그의 사지로 퍼져 나갔다. 이 순간, 노인은 자기 몸이 변하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비록 그 힘이 강하지는 않지만 분명 심장이 더 강력하게 뛰기 시작했고 뇌는 빠르게 회전하며 마치 무한한 에너지를 지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런 느낌은 60세 이후로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이때 노인의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선생, 이 단약... 성생활에도 도움이 되는가?”그는 더듬거리며 물었다. “물론이죠. 이 단약은 체력을 향상시키지는 않지만 기관을 회복시키니까요.” 엄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그러자 노인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 날 오전 10시.지성그룹에서 이사회가 열렸다. 이사들은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최근 그룹의 모든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갑자기 이사회를 소집한 이유가 뭘까? 회의실 안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오늘 이사회 주제를 아는 분 있어요?” “글쎄요! 정보가 가장 빠른 윤 대표님도 모른단 말씀이세요?” “들은 게 없어요.” 소란 속에서 엄진우와 예우림이 나란히 회의실에 들어왔다. 예우림 옆에 앉아 있는 20대 중후반의 남자는 그 모습에 미간을 찌푸렸다. 회의실에 있던 많은 이사는 엄진우를 보자마자 잠시 멍해졌다. 그날의 피비린내 나는 끔찍한 장면을 떠올리니 그들은 저도 몰래 몸이 떨려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엄진우 님도 오셨네요!” “엄진우 님, 좋은 아침입니다!” 모두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다들 편히 앉으세요.” 웃으며 대답하는 엄진우의 모습은 마치 이 자리의 주인과도 같았다. “내가 알기론 우리 회사 이사들 중 저런 사람은 없었는데?” 이때, 유일하게 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가 싸늘하게 말했다. 그러자 그룹 이사들은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이 사람이 바로 제경 윤씨 가문의 도련님, 윤세명이다. 이사들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윤 이사님, 이분은 비록 이사가 아니지만 지사인 비담 컴퍼니의 대표로서 규정에 따라 이사회에서 보고할 자격이 있어요.” 굳어진 분위기에 예우림이 대신 설명했지만 그 말에 윤세명의 표정은 오히려 더 어두워졌다. “그렇다면 보고나 끝내고 빨리 꺼지라고 하세요. 개나 소나 다 나와 같은 회의실에 앉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윤세명은 한쪽 입꼬리를 올린 채 손을 휘저으며 엄진우를 무시했다. 엄진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화를 내려는데 예우림이 그의 손을 잡아당겼다. “오늘 목적 잊지 마.” 그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엄진우는 윤세명을 싸늘하게 쳐다보더니 자리에 앉았다. “지금부터 엄 대표님의 보고를 들을게요.” 예우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엄진우가
“이 정도면 될까요.” 엄진우는 작은 상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는데 상자에는 비뚤비뚤하게 ‘용호단’이라고 적혀 있었다. 윤세명은 잠시 멍한 표정으로 상자를 바라보더니 이내 폭소를 터뜨렸다, “예 대표님, 우리 지성그룹에 재능 있는 사람이 많다는 건 알았지만 이런 사기꾼까지 대표라고 불릴 줄은 몰랐네요! 이곳까지 와서 사기를 치려고 하다니, 참 아주 대단한 인물입니다!” 윤세명은 웃음을 멈출 수 없다는 듯 배를 끌어안고 웃어댔다. “그렇게 웃겨요?” 이때 엄진우는 또 다른 서류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아침에 한약국 노인이 사람이 시켜 보내준 ‘용호단’의 판매 허가서인데 용호단은 건강 보조 식품으로서 복용 후 두 시간 내에 신체 기능을 100% 향상시킬 수 있다고 확실하게 명시되어 있었다. 윤세명은 여전히 비웃으며 말했다. “요즘 사기꾼들은 정말 프로야. 서류 위조하면 그 죄명이 뭔지 알아? 이 허가증 하나로 널 감옥에 처넣어 4~5년은 썩게 할 수도 있어.” “엄진우, 빨리 치워.” 예우림은 순간 긴장해졌다. 말도 안 돼! 두 시간 안에 신체 기능이 100% 향상된다는 건 전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그녀의 상식으로는 이 세상에 그런 약물이 존재할 리 없었다. 그래서 그녀 역시 엄진우가 들고 있는 이 허가증도 분명 위조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게 진짜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죠?” 엄진우가 웃으며 반문했다. “진짜라면 내가 이걸 먹어버릴게.” 윤세명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 윤 이사님. 진짜인 것 같은데요.” 이때 한 이사가 조심스럽게 말하며 휴대폰을 건넸다. 휴대폰에는 그가 공식 웹사이트에서 조회한 결과가 나와 있었다. 용호단은 판매 승인 절차를 마친 후 이미 인터넷에 등록되었다. 윤세명은 안색이 확 변하더니 화가 난 듯 휴대폰을 부숴버렸다. 상대 이사는 말문이 막혔지만 결국 고개를 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짜라고 해서 뭐가 달라져? 보나 마나 돈 찔러주고 만든 거겠지.” 윤세명이 화를 내며 말했
그러자 그룹 이사들은 금세 흔들리기 시작했다. 만약 허가증에 적힌 내용이 사실이라면 용호단은 지성그룹의 대표 제품이 될 것이 분명했다. 비록 단기간에 그룹에 8천억 이상의 이익을 가져오지는 못하더라도 지성그룹에 가져다줄 무형의 이익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였다. 어쨌든 두 시간 동안 신체 기능을 100% 향상시킬 수 있다는 건 전 세계 고위 인사들이 늘 꿈꾸던 것이었으니까. “엄 대표님, 이 허가증에 적힌 효능이 진짜라는 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죠?” 이때 한 이사가 물었다. “사실 여부는 직접 시험해 보면 되지 않겠어요?” 엄진우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저 서로 눈치만 볼 뿐 아무도 시도하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 용호단의 출처를 알지 못하고 또 그 부작용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누가 감히 시험해요? 죽을지도 모르는데요.” 이때 한 중년 남자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상대는 바로 지성그룹의 다섯 번째 대주주인 진동성이었다. “윤 이사님 말이 맞아요. 이 허가증을 어떤 비열한 수단으로 얻은 것인지, 또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우리는 모르죠. 여러분, 이런 저속한 유혹에 속지 마세요. 이런 사기꾼은 그냥 경찰에 신고해서 잡아야죠!” 그 말에 망설이고 있던 이사들은 생각을 완전히 접어버렸다. 윤세명은 입꼬리를 올리고 진동성에게 칭찬의 눈빛을 보냈다. 그러자 진동성은 싱글벙글 웃으며 윤세명에게 꼬리를 흔들어댔다. 그의 가문은 비록 창해시에 있지만 전에는 제경 대가문의 일원이었다. 그러다 분가로 인해 그와 그의 측계 가족은 창해시로 오게 된 것이다. 윤세명을 설득하고 그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윤씨 가문의 말 한마디로 그의 가족은 곧바로 다시 제경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하여 엄진우와 윤세명이 서로 적대적인 관계에 서자 그는 자연스럽게 윤세명을 도우려 한 것이다. 회의실은 다시 한번 침묵에 빠졌다. 이때 진동성의 전화가 울렸는데 발신자는 바로 그의 어머니였다. “동성아, 네 아버지 곧 돌아가
“한심한 사람들, 저런 엉터리 사기꾼에게 희망을 걸다니!” 항상 그의 편에 섰던 진동성이 엄진우에게 애원하자 윤세명은 온몸을 떨며 분노에 차서 그들을 비웃었다. 하지만 지금 진동성은 윤세명의 감정 따위는 전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는 계속해서 전화를 걸어 집사와 가정의에게 아버지를 지성그룹으로 옮겨달라고 재촉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몇 명의 경호원이 들것을 메고 회의실로 뛰어 들어왔다. 들것 위에는 진동성의 아버지가 누워 있었다. 진동성의 아버지는 창백한 안색으로 입술을 미세하게 떨고 있었는데 이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심지어 눈조차도 뜨지 못했다. “진 이사님, 저희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함께 온 의사는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진동성은 슬픔에 잠긴 얼굴로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아무리 의학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아버지가 이미 회생 불가능하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다만 그는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이 이뤄지기를 바랄 뿐이다. “엄 대표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진동성은 엄진우에게 간절히 애원했다. 전세기는 이미 준비되어 있어 언제든 제경으로 출발할 수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창해시에서 제경으로 날아가는 시간뿐이었다. “약속만 잊지 마세요.” 엄진우는 담담하게 말하며 용호단을 들고 진동성의 아버지에게 다가갔다. 이사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용호단의 효능이 허가증에 적힌 그대로라면, 바보가 아닌 이상 거절할 리가 없었다. 엄진우는 상자에서 용호단을 꺼내더니 진동성 아버지의 굳게 닫힌 입을 벌리려 했다. “지금 뭐 하시는 거죠?” 이때 의사가 엄진우의 손목을 잡고 화를 내며 말했다. “진 이사님, 어르신의 생명은 여기까지입니다. 제발... 포기하세요. 마지막 가시는 길을 평화롭게 보내주세요. 이 약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사람을 살리거나 생명을 연장시킨다는 약 대부분은 흥분제나 중금속을 함유하고 있어 환자를 더욱 고통스럽게 할 뿐입니다.” 의사는 미간을 찌푸린 채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자 엄진우는 동작을 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