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 내의 분위기는 바로 가벼워졌다.“지금 우리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회사 스트리머들의 안전 문제입니다. 이렇게 계속되면 다른 것은 몰라도 회사의 방송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없을 것입니다.”소지안은 미간을 찌푸리며 걱정스럽게 말했다.그 깡패들은 말로만 괴롭히고 에워싸서 떠나지 못하게 할 뿐 실제로 신체적인 피해를 입히지는 않았고 경찰에 신고하더라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매일 엄진우가 스트리머들을 출퇴근 시켜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그 문제라면 나에게 해결할 방법이 있어.”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순간 소지안은 놀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어떤 방법이죠?”“우리 회사 옆에 있는 그 아파트 건물 지성그룹이 개발한 프로젝트 아니었어? 지성그룹에서 그 건물을 얻어오면 돼.”엄진우는 마치 그게 건물이 아니라 빵이나 만두인 양 가볍게 말했다.“예전이라면 회사의 보유 현금과 은행과 좋은 관계로 그 건물을 사들이는 것도 문제없었겠죠. 하지만 지금 불야성 프로젝트의 자금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그 프로젝트를 유지하기도 어려운데 그 건물을 살 여유 자금이 어디 있겠어요?”소지안은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내가 언제 사겠다고 했어? 내가 말한 건 ‘얻는다’ 는 거야.”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순간 회의실에서는 소란스러운 논의가 일어났다.그건 건물 한 채인데! 비담 컴퍼니가 그 정도의 체면이 있을 리가?“지성그룹이 우리 본사이긴 하지만 재무는 분리되어 있어서 그 건물을 무상으로 우리에게 빌려줄 가능성은 전혀 없어요. 설령 예 대표님이 동의한다 해도, 그룹 이사회가 동의할 리가 없잖아요.”엄진우의 출처 없는 자신감에 소지안은 이해할 수 없어 차분히 설명했다.“걱정 마. 내 이 얼굴을 봐서라도 지성그룹이 거절하지 못할 거야. 문제는 하나씩 해결하자고. 내일 회사의 스트리머들에게 하루 쉬라고 하고 모레 정상 출근하게 해! 회의 끝.”엄진우는 더 이상 그들에게 의문을 제기할 기회를 주지 않고 자신만만한 모습으
“진심이야?” 엄진우의 눈에 순간 빛이 반짝였다. “진심이면 뭐 어쩔 건데? 포기해. 그건 불가능해! 그 가격에 너한테 팔더라도 이사회는 쉽지 않을 거야.” 예우림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그건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내일 이사회 열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 엄진우는 자신감 있게 웃으며 말했다.“지난번 이사회에서 남긴 위신을 빌미로 모두를 강요하려는 거라면 포기해. 얼마 전 회사에 새로운 이사가 들어왔는데 상대는 제경 대가문의 직계 자손이야. 그런 사람이 당신을 두려워할 리 없어.” 예우림은 혹시라도 엄진우가 이사회에서 소동을 일으킬까 봐 불안한 마음에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대가문? 얼마나 큰 가문인데?” 엄진우는 살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상대 가문이 용국 국민의 모든 의식주를 책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이 정도면 얼마나 큰지 이해할 수 있지?” 예우림이 말했다. “그렇게 대단한 2세가 왜 지성그룹 이사로 온 걸까? 다른 음모가 있는 건 아니고?”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예우림의 설명으로 인해 그는 대충 상대가 어느 가문의 자제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걸 누가 알아? 하지만 많은 이사가 물러났고 나는 모든 주식을 인수할 능력이 없었는데 마침 그 사람이 나타나서 회사 운영에는 절대 간섭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 내 입장에선 거절할 이유가 없었지.” 예우림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녀 역시 엄진우가 말한 점도 고려했지만 상대를 거절하면 당분간 새로운 자본을 찾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정당한 이유로 모두를 설득하려는 거야. 어느 가문의 자제든 상관없어. 이사회 날짜 정해지면 알려줘. 할 일이 있으니 먼저 가볼게.” 말을 마친 엄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엄진우는 곧 약국에 도착했다. “총각, 원하는 약재가 있어?” 졸린 눈을 비비며 한 노인이 진료대에서 엄진우를 훑어보며 물었다. “제가 약재를 구한다는 건 어떻게 아셨죠? 병 보러 올 수도 있잖아요.” “허허,
“어르신은 약성 조합만 알 뿐, 각 약재의 비율이 달라지면 최종 약성도 달라진다는 것은 전혀 모르는군요. 그렇다면 어르신도 단지 자만에 빠져 눈만 높고 실력은 부족한 사람에 불과해요.” 엄진우는 싸늘한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저으며 처방을 집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거기 서!” 노인은 화가 나서 얼굴이 붉게 상기된 채 소리를 질렀다. “무슨 일이시죠?” 엄진우는 뒤돌아보며 담담하게 물었다. “자네가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이 정도 간단한 것을 내가 모를 리 없지! 하지만 나한테는 쉬운 지식이 자네 같은 풋내기 애송이한테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지 않겠나? 무식한 건 무섭지 않지만 자네처럼 실력도 없으면서 떠벌리고 다니는 자들이 더 무서운 법이야! 한약은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것인데 어찌 자네가 함부로 다룰 수 있단 말인가!” 노인은 탁자를 내리치며 소리를 질러댔다. “왜 제가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시죠?” 엄진우가 물었다. 노인은 화가 나서 웃음을 터뜨리며 경멸의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내가 이 처방으로 어떻게 좋은 약을 만들어낼지 한번 보여줄까? 만약 내가 해낼 수 없다면, 자네는 평생 한의학에 손을 대지 않겠다고 맹세할 수 있겠나?” “만약 제가 해낸다면요?” 엄진우가 다시 물었다. “만약 자네가 해낸다면 난 자네에게 성공의 길을 열어줄 거야. 내 못난 아들이 바로 강남성 의약청 청장이거든!” 노인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 말에 엄진우의 눈이 밝게 빛났다. “그렇다면 제가 시범을 보여드리죠. 잘 보세요. 한 번만 보여드릴 테니까.” 엄진우는 약방으로 들어가 처방전에 적힌 약재들을 손으로 직접 집어들기 시작하더니 저울도 없이 각 약재를 손으로 대충 집어서 약 바구니에 담았다. “아주 장난으로 아는군!” 그 행동에 노인은 엄진우를 비웃었다. 손으로 대충 집어서 양을 정확히 맞출 수 있다고? 누굴 속이려고! “정말 그럴까요?” 엄진우는 약 바구니를 탁자 위에 던지며 말했
“그게 어려운 일인가요?”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장난하는 거야? 이 처방을 약으로 만드는 건 나조차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어!” 노인은 단로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해봐. 자네가 정말 실력이 있는 건지, 아니면 허풍인지 내가 직접 확인해 봐야겠어!” “단로요? 전 연단할 때 이런 물건은 쓰지 않아요!” 엄진우는 단로를 한 번 보더니 경멸스럽게 말하고 이내 탁자를 세게 내리쳤다. 신기한 것은 탁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지만, 바구니 속의 약재들은 전부 공중으로 떠 올랐다. “이건... 천녀산화! 이 연단법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은 온 용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지!”깜짝 놀란 노인은 목소리가 떨렸다. “이건 시작에 불과해요.” 엄진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손을 크게 휘저었다. 그러자 공중에 흩어진 약재들이 하나로 모이기 시작했다. “취사청탑! 이건 또 다른 고대의 전승 연단법이야!” 노인의 두 눈은 당장이라도 빠져나올 것 같았다. 약재들은 계속 회전하며 마찰을 일으키더니 마침내 불꽃이 피어올랐다. 엄진우가 손가락을 뻗어 불꽃을 찌르자 붉은색 불꽃은 백금색 단화로 변했다. “ 점석성금! 이건... 이미 실전한 기술이 아닌가?” 잔뜩 흥분한 노인은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약재들은 불꽃 속에서 빠르게 녹아들며 서서히 액체로 변하기 시작했다. 엄진우는 큰 손짓으로 그 액체들을 수십, 수백 가닥으로 나누었고 단화도 흩어져 액체들을 계속해 달구었다. “단이 완성됐네요.” 엄진우가 말했다. 점점 응집된 액체는 하나로 뭉치더니 단화가 폭발했고 작은 단약 하나가 그의 손바닥에 떨어졌다. 순간 노인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너무 흥분하여 온몸의 힘이 빠져버린 것이다. 엄진우의 연단 과정은 노인에게 크나큰 계시와도 같았다. “이... 이게 바로 백단성단의 손법인가?” 노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맞아요. 안목은 괜찮네요.” 엄진우도 다소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노인은 지나치게 고집스럽
순간 노인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러더니 한참이나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오늘 선생을 만나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보잘것없는 수준인지 깨닫게 됐다네.” 사실 노인의 실력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지금의 한의학계에서는 그의 실력이 최상위에 속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주 소수의 사람만이 이 작은 한약국에 앉아 있는 주인이 바로 전임 용국 한의악 협회 회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만 이 업계의 더러움을 너무 많이 본 탓에 그는 회의감에 빠져 은퇴를 결심했던 것이다. “선생이 제조한 이 최고급 단약은 어떤 효능이 있는가?” 부끄럽게도 엄진우가 바로 눈앞에서 처방을 공개했음에도 노인은 이 단약의 용도를 전혀 분석해 낼 수 없었다. “복용 후, 두 시간 동안 신체 능력을 두 배로 향상시킬 수 있죠.” 엄진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노인은 순간 얼어붙었다. 신체 능력을 두 배로 향상시킨다고? 그렇다면 나이가 많은 사람도 두 시간 내에 전성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인가?이런 효능을 지닌 단약은 들어본 적도 없었다. “믿기 어려우시다면 한 번 시도해 보세요.”엄진우는 손에 있던 단약을 노인에게 던졌다. 노인은 마치 보물이라도 얻은 듯한 표정으로 다급히 단약을 받아서 들었다. 단약을 삼키는 순간, 단약이 입안에서 따뜻한 기운으로 변하며 즉시 그의 사지로 퍼져 나갔다. 이 순간, 노인은 자기 몸이 변하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비록 그 힘이 강하지는 않지만 분명 심장이 더 강력하게 뛰기 시작했고 뇌는 빠르게 회전하며 마치 무한한 에너지를 지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런 느낌은 60세 이후로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이때 노인의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선생, 이 단약... 성생활에도 도움이 되는가?”그는 더듬거리며 물었다. “물론이죠. 이 단약은 체력을 향상시키지는 않지만 기관을 회복시키니까요.” 엄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그러자 노인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 날 오전 10시.지성그룹에서 이사회가 열렸다. 이사들은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최근 그룹의 모든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갑자기 이사회를 소집한 이유가 뭘까? 회의실 안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오늘 이사회 주제를 아는 분 있어요?” “글쎄요! 정보가 가장 빠른 윤 대표님도 모른단 말씀이세요?” “들은 게 없어요.” 소란 속에서 엄진우와 예우림이 나란히 회의실에 들어왔다. 예우림 옆에 앉아 있는 20대 중후반의 남자는 그 모습에 미간을 찌푸렸다. 회의실에 있던 많은 이사는 엄진우를 보자마자 잠시 멍해졌다. 그날의 피비린내 나는 끔찍한 장면을 떠올리니 그들은 저도 몰래 몸이 떨려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엄진우 님도 오셨네요!” “엄진우 님, 좋은 아침입니다!” 모두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다들 편히 앉으세요.” 웃으며 대답하는 엄진우의 모습은 마치 이 자리의 주인과도 같았다. “내가 알기론 우리 회사 이사들 중 저런 사람은 없었는데?” 이때, 유일하게 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가 싸늘하게 말했다. 그러자 그룹 이사들은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이 사람이 바로 제경 윤씨 가문의 도련님, 윤세명이다. 이사들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윤 이사님, 이분은 비록 이사가 아니지만 지사인 비담 컴퍼니의 대표로서 규정에 따라 이사회에서 보고할 자격이 있어요.” 굳어진 분위기에 예우림이 대신 설명했지만 그 말에 윤세명의 표정은 오히려 더 어두워졌다. “그렇다면 보고나 끝내고 빨리 꺼지라고 하세요. 개나 소나 다 나와 같은 회의실에 앉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윤세명은 한쪽 입꼬리를 올린 채 손을 휘저으며 엄진우를 무시했다. 엄진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화를 내려는데 예우림이 그의 손을 잡아당겼다. “오늘 목적 잊지 마.” 그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엄진우는 윤세명을 싸늘하게 쳐다보더니 자리에 앉았다. “지금부터 엄 대표님의 보고를 들을게요.” 예우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엄진우가
“이 정도면 될까요.” 엄진우는 작은 상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는데 상자에는 비뚤비뚤하게 ‘용호단’이라고 적혀 있었다. 윤세명은 잠시 멍한 표정으로 상자를 바라보더니 이내 폭소를 터뜨렸다, “예 대표님, 우리 지성그룹에 재능 있는 사람이 많다는 건 알았지만 이런 사기꾼까지 대표라고 불릴 줄은 몰랐네요! 이곳까지 와서 사기를 치려고 하다니, 참 아주 대단한 인물입니다!” 윤세명은 웃음을 멈출 수 없다는 듯 배를 끌어안고 웃어댔다. “그렇게 웃겨요?” 이때 엄진우는 또 다른 서류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아침에 한약국 노인이 사람이 시켜 보내준 ‘용호단’의 판매 허가서인데 용호단은 건강 보조 식품으로서 복용 후 두 시간 내에 신체 기능을 100% 향상시킬 수 있다고 확실하게 명시되어 있었다. 윤세명은 여전히 비웃으며 말했다. “요즘 사기꾼들은 정말 프로야. 서류 위조하면 그 죄명이 뭔지 알아? 이 허가증 하나로 널 감옥에 처넣어 4~5년은 썩게 할 수도 있어.” “엄진우, 빨리 치워.” 예우림은 순간 긴장해졌다. 말도 안 돼! 두 시간 안에 신체 기능이 100% 향상된다는 건 전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그녀의 상식으로는 이 세상에 그런 약물이 존재할 리 없었다. 그래서 그녀 역시 엄진우가 들고 있는 이 허가증도 분명 위조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게 진짜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죠?” 엄진우가 웃으며 반문했다. “진짜라면 내가 이걸 먹어버릴게.” 윤세명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 윤 이사님. 진짜인 것 같은데요.” 이때 한 이사가 조심스럽게 말하며 휴대폰을 건넸다. 휴대폰에는 그가 공식 웹사이트에서 조회한 결과가 나와 있었다. 용호단은 판매 승인 절차를 마친 후 이미 인터넷에 등록되었다. 윤세명은 안색이 확 변하더니 화가 난 듯 휴대폰을 부숴버렸다. 상대 이사는 말문이 막혔지만 결국 고개를 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짜라고 해서 뭐가 달라져? 보나 마나 돈 찔러주고 만든 거겠지.” 윤세명이 화를 내며 말했
그러자 그룹 이사들은 금세 흔들리기 시작했다. 만약 허가증에 적힌 내용이 사실이라면 용호단은 지성그룹의 대표 제품이 될 것이 분명했다. 비록 단기간에 그룹에 8천억 이상의 이익을 가져오지는 못하더라도 지성그룹에 가져다줄 무형의 이익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였다. 어쨌든 두 시간 동안 신체 기능을 100% 향상시킬 수 있다는 건 전 세계 고위 인사들이 늘 꿈꾸던 것이었으니까. “엄 대표님, 이 허가증에 적힌 효능이 진짜라는 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죠?” 이때 한 이사가 물었다. “사실 여부는 직접 시험해 보면 되지 않겠어요?” 엄진우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저 서로 눈치만 볼 뿐 아무도 시도하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 용호단의 출처를 알지 못하고 또 그 부작용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누가 감히 시험해요? 죽을지도 모르는데요.” 이때 한 중년 남자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상대는 바로 지성그룹의 다섯 번째 대주주인 진동성이었다. “윤 이사님 말이 맞아요. 이 허가증을 어떤 비열한 수단으로 얻은 것인지, 또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우리는 모르죠. 여러분, 이런 저속한 유혹에 속지 마세요. 이런 사기꾼은 그냥 경찰에 신고해서 잡아야죠!” 그 말에 망설이고 있던 이사들은 생각을 완전히 접어버렸다. 윤세명은 입꼬리를 올리고 진동성에게 칭찬의 눈빛을 보냈다. 그러자 진동성은 싱글벙글 웃으며 윤세명에게 꼬리를 흔들어댔다. 그의 가문은 비록 창해시에 있지만 전에는 제경 대가문의 일원이었다. 그러다 분가로 인해 그와 그의 측계 가족은 창해시로 오게 된 것이다. 윤세명을 설득하고 그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윤씨 가문의 말 한마디로 그의 가족은 곧바로 다시 제경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하여 엄진우와 윤세명이 서로 적대적인 관계에 서자 그는 자연스럽게 윤세명을 도우려 한 것이다. 회의실은 다시 한번 침묵에 빠졌다. 이때 진동성의 전화가 울렸는데 발신자는 바로 그의 어머니였다. “동성아, 네 아버지 곧 돌아가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