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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6화

그 기름진 느낌이 마치 위에서부터 목구멍까지 차오르듯이 끔찍했다.

남초윤은 입을 막고 빠르게 식탁을 벗어나 후원 화단 쪽으로 달려가서 참을 수 없는 구역질을 해댔다.

실제로 토한 건 없었지만 몸이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바로 그때 한 잔의 물이 눈앞으로 내밀어졌다.

“헹궈요.”

남초윤은 멍하니 물을 받아들며 말했다.

“고마워요.”

유설영은 그녀를 살피며 경계하는 눈빛을 보냈다.

“혹시 임신한 건 아니겠죠?”

남초윤은 얼굴을 찌푸리며 대꾸했다.

“당신들 말을 듣고 역겨워서 그런 거예요.”

유설영은 화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

“자신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 뭐가 나쁜가요? 당신은 어때요? 지율이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왜 곁에 남아 있죠? 당신의 그 첫사랑이 돌아왔잖아요. 지율이랑 이혼하고 김성혁에게 돌아가요. 그렇게 하면 각자 제자리를 찾는 셈이죠.”

‘각자 제자리?’

이미 엇나간 인생인데 억지로 돌려놓는다고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까?

“설영 씨, 만약 지율 씨가 정말로 당신을 사랑한다면 당신이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지율 씨가 결국 당신에게 돌아올 거예요. 설령 그 길이 아무리 험난하더라도요. 하지만 지율 씨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내가 이혼하더라도 그 사람은 당신 것이 아니에요.”

유설영은 남초윤과 싸우고 있지만 싸울 상대를 잘못 잡았다.

육지율은 원래부터 유설영의 것이 아니었고 남초윤은 육지율을 넘겨줄 자격조차 없었다.

육지율은 육지율일 뿐, 그는 언제나 자기 자신이었고 남초윤은 그를 통제할 수 없었다. 그를 누구에게 양보하느냐는 애초에 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유설영은 숨을 깊이 들이쉬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혼 후 지율이가 내 사람이 되든 말든 그건 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에요. 지율이 같은 남자는 원래 누구의 것도 아니에요. 나는 지율이가 내 곁에 자발적으로 머무는 것만 원해요. 한 가지만 묻겠어요. 당신, 이혼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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