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일은 너무 잔혹했던 게 분명했다! 조안미는 육지율에게는 감히 화를 내지 못하고 대신 조유진에게 화풀이를 했다. “어디서 굴러온 외부인이 우리 육씨 집안 일을 왈가왈부해? 너야말로 어머니만 있고 교육은 못 받은 애겠지!” 조유진은 살짝 찡그리며 물었다. “뭐라고 하셨어요?” 조안미는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며 다시 말했다. “너, 어머니만 있고 교육은 못 받은 애라니까!” 조유진은 바로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어머니 없이 자란 제가 당신처럼 하루 종일 이간질하고 손자를 망치는 사람은 아니에요!” 조안미는 그 한 대에 멍해졌다. 여기는 육씨 집안이었다.이 여자가 대체 어떤 용기로 그녀의 뺨을 때린 거지? 살기 싫은 건가! 조안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소리쳤다. “경비! 경비 어디 있어! 당장 이 여자를 쫓아내!” 밖에서 듣고 있던 경비들은 무슨 소란이 벌어진 줄 알고 달려와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배현수는 조유진을 뒤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누가 감히 유진이를 건드려?” 육지율도 배현수 편을 들며 경비들에게 말했다. “이 노파를 당장 쫓아내.” 경비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노파요? 변호사님, 누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육지율은 눈을 반쯤 뜨며 귀찮다는 듯 대답했다. “숙모 외에 누가 있겠어. 할아버지 팔순 잔칫날에 기분 좋은 날을 다 망쳐놨잖아! 당장 끌어내!” 경비는 조안미를 향해 예의를 차리며 물었다. “스스로 나가시겠습니까, 아니면 저희가 끌어내야겠습니까?” 다른 경비가 제안했다. “스스로 나가시는 게 체면을 지키는 일입니다.” 힘들게 사람을 끌어내는 수고를 덜자는 것이었다. 조안미는 어이없어 외쳤다. “너, 너희들?!!” 그녀의 조카인 육지율이 외부인을 위해 자신을 쫓아내겠다고? “육지율! 난 너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어른이야! 네가 어른을 무시하는구나! 내가 네 할아버지를 불러서 너를 혼내주게
육성일은 육정혁이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는 모습을 보고는 말했다. “아이들이 잘못을 저지르는 건 흔한 일이지. 하지만 잘못을 깨닫고 고칠 수 있다면 여전히 좋은 아이다. 정혁아, 네가 물에 빠뜨린 이 이모가 너의 증조할아버지의 소중한 손님이라는 걸 알았니?” “몰랐어요.” “그럼 이 이모께 사과해라.” 이 말을 들은 조안미는 불만을 터뜨렸다. “큰 아버님, 우리 정혁이도 저 여자 때문에 물에 빠졌단 말이에요. 만약 사과를 해야 한다면, 저 여자가 우리 정혁이한테 먼저 사과해야죠!” 조안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육성일이 어떻게 남을 더 챙긴단 말인가? 육정혁도 분명 육 씨 집안의 아이인데! 어르신은 차가운 눈빛으로 조안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내 생일 잔치에서 소란을 일으키고 내 손님을 모욕했어. 내가 너에게 사과를 요구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너의 체면을 살려주는 거다. 더 떠들면 네가 손자 대신 사과하게 될 거다.” “큰 아버님, 저...” “닥쳐!” 조안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육정혁은 입을 삐죽거리며 마지못해 조유진에게 작은 목소리로 사과했다. “죄송해요.” 조유진은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정혁아, 뭐라고 말했니? 이모가 제대로 들은 건지 모르겠구나.” 조안미는 이를 악물고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참, 갈수록 뻔뻔해지는군.” 육성일은 다시 조안미에게 눈을 흘기며 육정혁에게 말했다. “아이야, 사과는 진심으로 해야지. 네 할머니처럼 교활하게 굴지 마라.” 조안미는 그 말을 듣고 당황했지만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육정혁은 목소리를 조금 더 크게 내며 말했다. “죄송해요!” 조유진은 웃으며 물었다. “너 누구한테 죄송하다는 거니?” “이모, 죄송합니다.” 이제서야 육정혁이 진심으로 사과하는 듯했다. 조유진은 더 이상 그를 난처하게 만들지 않으며 말했다. “사과할 마음이 있다면 여전히 착한 아이구나. 그런데
유설영은 말을 돌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차라리 지율이가 이 선물을 받아주면 어떨까요? 저와 지율이 예전 관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선물이 오직 할아버지께 드리는 효도일 뿐, 다른 의도가 없다는 걸 알 거예요.” 육성일은 웃으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결정을 손자에게 넘겼다. “지율아, 설영 양은 지금 너와 사업적으로 얽혀있고, 또 네 고객이니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 육지율은 나서서 말했다. “할아버지 말씀이 맞습니다. 현재 제 고객이니 이 선물은 받기가 어렵습니다. 만약 받는다면 할아버지를 통해 부탁하려고 저희 로펌에 의뢰한 것처럼 보일 테니까요.” 이렇게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는 상황을 아주 교묘하게 넘겼다. 유설영도 더는 선물을 강요할 수 없었다. 다시 선물을 내민다면 오히려 규칙을 모르는 사람으로 비칠 테니 그만하는 것이 현명했다. 그녀는 적당한 선에서 멈추며 미소를 지었다. “그럼 오늘은 빈손으로 할아버지의 잔치에 참여하는 거네요. 제 탓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육성일은 당연히 환한 얼굴로 자신을 찾아온 손님을 꾸짖지 않았다. 게다가 이번 일은 손자가 끌어들인 사람이니, 아무 일 없다는 듯 넘어가는 게 최선이었다. 유설영은 몸에 딱 맞는 하얀 정장을 입고 있었고 가슴에 꽂힌 엘리자베스 에메랄드 브로치는 눈길을 사로잡았다. 식사 중 누군가가 유설영에게 말을 걸었다. “설영 씨, 저 브로치 참 독특하고 아름답네요! 어디 브랜드인가요? 저도 브로치를 하나 사려고 했거든요.” 유설영은 브로치를 가볍게 만지며 남초윤을 한번 힐끗 본 후 미소를 지었다. “눈썰미가 좋으시네요. 하지만 이와 같은 제품을 구입하긴 힘들 거예요.” “설마 전 세계 한정판이라고 해도 단 하나뿐이겠어요?” 유설영은 설명했다. “이 브로치는 제가 영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지율이가 영국까지 날아와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낙찰받은 거예요.” “오래된 앤티크였군요. 그래서 이렇게 고풍스럽고 독특한 느낌이 나는 거네요. 가격
그 기름진 느낌이 마치 위에서부터 목구멍까지 차오르듯이 끔찍했다. 남초윤은 입을 막고 빠르게 식탁을 벗어나 후원 화단 쪽으로 달려가서 참을 수 없는 구역질을 해댔다. 실제로 토한 건 없었지만 몸이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바로 그때 한 잔의 물이 눈앞으로 내밀어졌다. “헹궈요.” 남초윤은 멍하니 물을 받아들며 말했다. “고마워요.” 유설영은 그녀를 살피며 경계하는 눈빛을 보냈다. “혹시 임신한 건 아니겠죠?” 남초윤은 얼굴을 찌푸리며 대꾸했다. “당신들 말을 듣고 역겨워서 그런 거예요.” 유설영은 화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 “자신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 뭐가 나쁜가요? 당신은 어때요? 지율이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왜 곁에 남아 있죠? 당신의 그 첫사랑이 돌아왔잖아요. 지율이랑 이혼하고 김성혁에게 돌아가요. 그렇게 하면 각자 제자리를 찾는 셈이죠.” ‘각자 제자리?’ 이미 엇나간 인생인데 억지로 돌려놓는다고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까? “설영 씨, 만약 지율 씨가 정말로 당신을 사랑한다면 당신이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지율 씨가 결국 당신에게 돌아올 거예요. 설령 그 길이 아무리 험난하더라도요. 하지만 지율 씨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내가 이혼하더라도 그 사람은 당신 것이 아니에요.” 유설영은 남초윤과 싸우고 있지만 싸울 상대를 잘못 잡았다. 육지율은 원래부터 유설영의 것이 아니었고 남초윤은 육지율을 넘겨줄 자격조차 없었다. 육지율은 육지율일 뿐, 그는 언제나 자기 자신이었고 남초윤은 그를 통제할 수 없었다. 그를 누구에게 양보하느냐는 애초에 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유설영은 숨을 깊이 들이쉬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혼 후 지율이가 내 사람이 되든 말든 그건 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에요. 지율이 같은 남자는 원래 누구의 것도 아니에요. 나는 지율이가 내 곁에 자발적으로 머무는 것만 원해요. 한 가지만 묻겠어요. 당신, 이혼하고 싶어요?
이 내기에서 이제 남초윤과 육성일만 남았고 사실 육지율은 아무 상관도 없다. 굳이 관련이 있다고 한다면, 육지율의 역할은 단지 ‘작은 올챙이’를 제공하는 정도일 뿐이다. 남초윤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무엇을 얻게 될지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지율 씨를 사랑하든 말든, 그건 당신과 상관없는 일이죠. 어쨌든, 저와 지율 씨는 아직 이혼하지 않았어요. 유설영 씨가 계속 지율 씨를 붙잡고 있으면 남의 남자를 빼앗는 ‘진정한’ 제3자가 될 텐데, 지율 씨와 육씨 집안이 정말 당신을 위해 체면을 버릴까요?” “하지만 당신은 결국 지율이와 이혼하게 될 거잖아요. 그러니 저를 위해서도, 당신 자신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빨리 이혼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당신은 김성혁을 좋아한다면서요. 김성혁이 돌아온 건 당신 때문일지도 모르는데, 그 사람을 기다리게 할 수 있겠어요?” 유설영은 뉴욕에서 돌아온 이유가 바로 육지율과 다시 잘해보려는 것이었다. 남초윤은 첫사랑과 다시 이어지고 싶은 마음이 없을까? 남초윤은 말했다. “맞아요, 제가 육씨 집안 같은 명문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 사실이에요. 이혼은 아마도 시간 문제겠죠. 하지만 적어도 지금 전 지율 씨 아내에요. 유설영 씨, 당신과 저는 달라요. 저는 명예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파파라치라서 잃을 것도 없어요. 그런데 유설영 씨는요? 당신의 명예가 산산조각 나는 게 과연 가치 있는 일일까요?” 유설영은 잠시 망설였다. 곧 그녀는 남초윤의 손을 놓고 차갑게 눈빛을 돌렸다. 남초윤은 원래 가던 길을 따라 걷다가 육지율과 마주쳤다. 남초윤은 뒤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유설영 씨가 저쪽에 있어요.” 육지율은 웃으며 말했다. “내가 그 여자를 왜 찾아요? 난 당신을 찾으러 왔어요.” 남초윤은 잠시 멍하니 서서 물었다. “저를요? 저를 왜요?” 육지율은 손에 든 생수병을 따서 건넸다. “아까 토할 뻔했잖아요.” “아, 그냥 위가 좀 안 좋아
육지율과 남초윤이 막 자리에 앉자 유설영이 급히 돌아왔다. 그녀는 다소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 “제 브로치를 본 사람 있나요? 방금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그 사이에 브로치가 사라졌어요.” 어떤 손님이 물었다. “그 80억짜리 에메랄드 브로치 말인가요?” “맞아요, 혹시 본 사람 없나요? 사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그 브로치는 저에게 너무나 특별한 의미가 있어요. 잃어버리면 너무 안타까워요.” 조안미는 과하게 웃으며 의도적으로 말했다. “브로치를 옷에 단 거면 잘 떨어질 리 없을 텐데, 어떻게 갑자기 없어졌을까요? 설영 씨, 혹시 앤티크 브로치를 탐낸 누군가가 일부러 훔쳐간 게 아닐까요?” 그 말을 하면서 그녀는 남초윤을 곁눈질로 슬쩍 쳐다보았다. 남초윤도 그 눈빛을 알아차리고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조유진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너무 섣불리 나서지 마. 일단 저 여자가 뭘 하려는지 지켜봐.” 이건 분명한 함정이었다. 유설영이 명백하게 함정을 파놓고 남초윤이 실수를 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변명하는 순간 남초윤은 자신이 도둑임을 증명하는 셈이 될 테니. 유설영은 결국 입을 열었다. “아까 화장실과 정원을 다 뒤져봤는데 못 찾았어요. 초윤 씨, 아까 초윤 씨도 정원에 있었잖아요. 혹시 본 적 있어요?” “본 적 없어요. 잘 챙기지 그랬어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어요?” 유설영은 조유진을 잠깐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지난번 초윤 씨 친구 유진 씨가 이 브로치 때문에 경매장에서 나랑 치열하게 입찰 경쟁을 했잖아요. 160억까지 부르면서 말이에요. 유진 씨가 이 브로치를 그렇게 좋아했던 거 아니에요?” 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의 손님들은 일제히 남초윤과 조유진을 ‘용의자’로 지목하는 눈빛을 보냈다. 경매장에서 160억까지 부를 만큼 이 브로치를 좋아했다면 어쩌면 욕심이 생겼을 수도 있다는 합리적인 추측이었다. 조안미는 남초윤과 조유진이 못마땅했는지 재빨리 말했다. “그렇게 비싼 물
조안미가 틈을 노려 남초윤을 자극했다. “너희들이 안 훔쳤다면 왜 몸수색을 두려워해? 몸수색을 하면 브로치가 너희들 몸에 없다는 걸 증명할 수 있잖아?” 조유진이 나서서 말했다. “아주머니, 그 말씀은 잘못됐어요. 몸수색은 사람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에요. 설령 귀중한 물건을 잃어버렸다고 해도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용의자가 될 수 있으니, 그건 경찰이 와서 해야 할 일이지 당신이 누구 몸을 수색할지 결정할 문제가 아니에요.” 육지율 역시 몸수색에 동의하지 않았다. “여긴 육씨 집안이고, 초윤 씨는 육씨 집안의 며느리에요. 초윤 씨의 몸을 수색하는 건 육씨 집안의 명예를 깎아내리는 일이기도 하고요.” 남초윤은 잠시 멍해졌다. 이 개 같은 남자가 유설영과 자신 사이에서 자기 편을 들게 될 줄 몰랐던 것이다. 육지율은 경호원들에게 모든 구석구석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경호원들이 한참을 찾다가 거실로 돌아와 보고했다. “육 변호사님, 잔디밭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브로치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자 조안미가 즉시 말했다. “땅에서 못 찾았다면 사람 몸에 있을 가능성이 크겠죠! 조유진이 여기 있는 모두가 용의자라 했으니 저야 떳떳하니까 몸수색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어요. 지율아, 경호원들에게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을 수색하게 하는 게 공정하지 않겠어?” 그 말에 일부 손님들은 찬성했고 일부는 반대했다. 조안미는 먼저 자신의 가방과 주머니를 뒤집으며 결백을 증명하려 했다. 그 브로치는 가격이 매우 비싸서 경찰에 신고할 만한 상황이긴 했다. 하지만 여긴 육씨 집안이었다. 육씨 집안에서 귀중한 물건을 잃어버렸다는 소문이 나면 그 누구에게도 좋을 리 없었다. 육지율이 말했다. “여기 있는 분들은 모두 귀한 손님이십니다. 몸수색은 적절하지 않아요. 유설영 씨가 브로치를 육씨 집안에서 잃어버린 것이니 삼일 내로 찾지 못하면 육씨 집안에서 보상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유설영은 불만스러워하며 말했다. “지율아, 그건
조유진의 말이 떨어지자 손님들은 모두 상황을 눈치챘다. 실제로 도둑이 있는 게 아니라 누군가 일부러 일을 꾸미고 있다는 것을. 자신의 혐의를 벗으려면 먼저 이 혼란을 키워야 한다는 계산이었다. 그때 이성적인 손님 한 명이 나서서 공정하게 말했다. “오늘은 어르신의 생신잔치인데 이런 일로 분위기를 망치는 건 좀 무례하지 않나요? 주인집의 체면도 생각해야 하니까 오늘은 일단 이쯤에서 끝내고 진짜 잃어버린 물건이 있으면 나중에 따로 해결하는 게 어떨까요? 만약 찾지 못하면 육씨 집안에서 책임지고 보상해 줄 겁니다!” 조유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 다이아몬드 귀걸이는 천천히 찾아도 되니 괜찮아요. 근데 설영 씨는 아까부터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하니 아마 어르신의 체면이나 기분은 고려하지 않는 모양이네요.” 이 말은 상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태도로 보였다. 유설영이 계속 이 문제를 물고 늘어진다면 그녀가 눈치 없는 사람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 모임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규칙을 정하는 사람들이지만 정작 자신들은 그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서도 남이 규칙을 어기는 것은 싫어한다. 여기 있는 모두가 육씨 집안의 손님인 만큼, 주인집과 사이가 나빠지는 건 아무도 원치 않았다. 육씨 집안과 조금이라도 연이 닿아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눈치가 빠르고 상황을 잘 파악하는 사람들이었다. “어르신의 80번째 생신인데, 경찰에 신고한다니 참 불길하네요!” “생신잔치에서 도둑 이야기가 나오면 소문나서 웃음거리가 될 테니 이건 그만둬야죠!” “잔치 끝나고 나서 알아서 해결해요!” “어르신께서 연극 무대까지 준비하셨으니 저흰 공연이나 보러 가자고요. 이 소란스러운 연극은 그만 봐요!” 구경하던 손님들은 하나둘씩 뒤뜰로 가서 진짜 연극을 보기 시작했고, 더 이상 이 시시한 소동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유설영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는데 조유진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이 다정해 보이는 조유진이 이렇게 교활하고 치밀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