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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2화

조안미는 조유진을 노려보며 속으로 말했다.

‘또 연기하네. 계속해 봐, 지켜볼 거야.’

그때 배현수는 조유진이 미열이 난다는 말을 듣고는 즉시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를 짚으며 물었다.

“많이 힘들어?”

조유진이 대답도 하기 전에 조안미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른인 네가 아이보다 더 약한 척 하겠다는 거야? 내 손자는 연못에 빠져서 흙탕물까지 삼켰어. 지금도 기침을 멈추지 못하고 있는데 네가 겪은 게 뭐 대단하다고!”

그러면서 조안미는 손자에게 눈짓을 보냈고 어린 녀석은 즉시 몇 번 기침을 하며 얼굴이 벌게질 정도로 연기를 했다.

방 안의 사람들은 이 상황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조안미의 말은 배현수의 귀에 매우 불쾌하게 들렸다. 그는 조유진을 품에 안고 조안미에게 쏘아붙였다.

“아주머니,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당연히 제 아내가 당신 손자보다 더 약하죠.”

“뭐?”

조안미는 눈을 크게 뜨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배현수를 바라보았다.

‘지금 눈뜨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거야?’

조안미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표정을 다듬으며 말했다.

“내 손자는 겨우 열 살이야. 그런데 네 아내는 성인이잖아! 어느 집안에서 어른이 아이를 괴롭히는 게 당연하다고 여긴단 말이야? 도대체 너희들 예의범절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조유진은 냉정하게 말했다.

“아주머니는 참 예의범절을 잘 아시네요. 그래서 당신 손자가 작은 숙모를 욕하게 가르친 거군요.”

육지율은 그제서야 아이를 바라보며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

“육정혁, 네가 작은 숙모를 욕했어?”

“아, 아니에요! 저 여자가 거짓말하는 거예요!”

조유진은 한 마디를 더 보탰다.

“욕하는 정도야 뭐, 할 수 있죠. 당신 손자가 할머니에게서 무례함을 배웠으니까요. 그런데, 육 변호사님, 당신 조카가 당신들 이혼하라고 빌던데요!”

육지율은 남초윤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러나 누구나 알다시피, 육씨 집안 남자들은 이혼이라는 말을 가장 싫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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