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수는 육지율을 한눈 째려보고 말했다.“어느 쪽 눈으로 어린아이를 괴롭히는 걸 봤는데?”육지율이 웃었다.“당연히 두눈으로 똑똑히 봤지.”조유진은 항상 두 얼굴을 가진 사람이었다.배현수의 앞에서는 연약한 모습으로 사람 마음을 아프게 한다.배현수가 없는 곳에서는 말로 사람의 기를 채우고 손으로는 따귀를 날린다.연못에 있던 육정혁은 구세주를 찾았다.연못 곁에 있는 조유진과 남초윤을 짚으며 말했다.“작은삼촌! 이 두 사람이 짜고 날 연못에 밀었어요! 날 연못에 눌러 죽이겠다고 했어요!”남초윤이 말했다.“무슨 소리야! 우리가 언제 널 눌러 죽이겠다고 했어!”막장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게 아닌가?배현수가 빠른 걸음으로 조유진의 곁이 갔다.조유진이 흠뻑 젖은 것을 보고 외투를 벗어 조유진의 어깨에 걸쳐줬다. 조유진을 안으며 말했다.“먼저 옷부터 갈아입자.”육지율은 육정혁을 연못에서 올려왔다. 조카가 어떤 성격인지 알고 있었다.“말해봐, 어떻게 된 거야?”육정혁이 먼저 말했다.“저기 그네가 두 개 있었는데 작은 숙모하고... 이 사람은 누구예요?”육지율이 대답했다.“이모라고 불러.”육정혁이 이어 말했다.“한 사람이 그네를 하나씩 차지했는데 제가 공을 저쪽에서 오래 놀아서 그네 하나를 놀게 해주면 안 되냐고 했는데 작은숙모가 싫다고 해서 좀 말다툼이 있었어요.”육지율이 계속 물었다.“그리고?”“그리고… 그리고 어디서 나타난 지 모르는 이모가 작은숙모 대신 화풀이를 해주겠다고 달려와서 절 때렸어요! 제가 반격하다가 잘못하고 연못에 밀었는데 절대로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이 이모가 올라오자마자 절 연못에 밀고 작은숙모대신 가르치겠다고 했어요! 이 이모도 절 올려오지 않았고 작은숙모가 절 도와주려는 것도 막았어요! 완전 악독한 이모예요.”어이가 없었다.거짓을 눈 깜빡하지 않고 말하는 반응 능력은 역시 육씨 가문 사람이다.조유진이 육정혁을 보며 말했다.“그래서 네가 먼저 날 연못에 민 건 인정하는 거지?”육정혁이 반격했다
“난 그냥 공 던져서 한 번 맞췄을 뿐이야! 그런데 너는 공을 두 번이나 던져서 날 맞췄잖아! 누가 더 심해?” 조유진은 다시 조안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 손자가 먼저 시비를 걸었다고 스스로 인정했잖아요. 저는 정당방위였을 뿐이에요.” 어린 녀석은 황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라고? 내 말을 따라 하다니!” 그러자 옆에서 육지율이 웃음을 참으려다 목을 긁적이며 말했다. “크흠.” 배현수는 육지율을 흘겨보며 말했다. “넌 맨날 구경만 하고 있냐?” 육지율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뭐, 별일도 아닌데 좀 떠들게 놔둬. 오늘 사람도 많고 재밌잖아. 근데 너 혹시 아내가 걱정되냐?” 배현수는 날카롭게 쏘아보며 말했다. “물에 빠진 건 내 아내야. 내가 안 걱정하면 네가 걱정해줄 거냐?” 육지율은 그제야 배현수의 턱에 난 상처를 발견하고는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그 턱 상처, 조유진이 낸 거야? 에휴, 아직 혼인 신고도 안 했는데 벌써 네 얼굴에 손을 대네. 앞으로는 더 심해지겠는데?” 배현수는 짜증 섞인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네가 뭘 알아? 이건 우리만의 재미라고.” “재미? 너희 부부만의 놀이는 서로 때리면서 노는 거냐?” 육지율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배현수는 일부러 그를 자극하듯 말했다. “침대에서 칼 노는 거, 해본 적 있어?” “...칼에 베이고도 이렇게 좋아할 수 있다니. 배현수, 너 참 변태구나!” “해보면 알겠지. 하지만 너는... 안타깝게도 함께 놀아줄 사람이 없네.” 한편, 조안미는 화난 얼굴로 조유진을 쏘아보며 말했다. “어른이 애를 물에 빠뜨리다니, 말이 되니? 우리 손자한테 사과해!” 배현수는 더 이상 육지율과 말다툼을 이어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는 조유진 옆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당신 손자가 내 아내한테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당신이 왜 큰 소리예요?” 조안미는 배현수를 알지 못했기에 비웃으
조안미는 조유진을 노려보며 속으로 말했다.‘또 연기하네. 계속해 봐, 지켜볼 거야.’ 그때 배현수는 조유진이 미열이 난다는 말을 듣고는 즉시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를 짚으며 물었다. “많이 힘들어?” 조유진이 대답도 하기 전에 조안미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른인 네가 아이보다 더 약한 척 하겠다는 거야? 내 손자는 연못에 빠져서 흙탕물까지 삼켰어. 지금도 기침을 멈추지 못하고 있는데 네가 겪은 게 뭐 대단하다고!” 그러면서 조안미는 손자에게 눈짓을 보냈고 어린 녀석은 즉시 몇 번 기침을 하며 얼굴이 벌게질 정도로 연기를 했다. 방 안의 사람들은 이 상황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조안미의 말은 배현수의 귀에 매우 불쾌하게 들렸다. 그는 조유진을 품에 안고 조안미에게 쏘아붙였다. “아주머니,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당연히 제 아내가 당신 손자보다 더 약하죠.” “뭐?” 조안미는 눈을 크게 뜨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배현수를 바라보았다.‘지금 눈뜨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거야?’조안미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표정을 다듬으며 말했다. “내 손자는 겨우 열 살이야. 그런데 네 아내는 성인이잖아! 어느 집안에서 어른이 아이를 괴롭히는 게 당연하다고 여긴단 말이야? 도대체 너희들 예의범절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조유진은 냉정하게 말했다. “아주머니는 참 예의범절을 잘 아시네요. 그래서 당신 손자가 작은 숙모를 욕하게 가르친 거군요.” 육지율은 그제서야 아이를 바라보며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 “육정혁, 네가 작은 숙모를 욕했어?” “아, 아니에요! 저 여자가 거짓말하는 거예요!” 조유진은 한 마디를 더 보탰다. “욕하는 정도야 뭐, 할 수 있죠. 당신 손자가 할머니에게서 무례함을 배웠으니까요. 그런데, 육 변호사님, 당신 조카가 당신들 이혼하라고 빌던데요!” 육지율은 남초윤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러나 누구나 알다시피, 육씨 집안 남자들은 이혼이라는 말을 가장 싫어했다.
육성일은 너무 잔혹했던 게 분명했다! 조안미는 육지율에게는 감히 화를 내지 못하고 대신 조유진에게 화풀이를 했다. “어디서 굴러온 외부인이 우리 육씨 집안 일을 왈가왈부해? 너야말로 어머니만 있고 교육은 못 받은 애겠지!” 조유진은 살짝 찡그리며 물었다. “뭐라고 하셨어요?” 조안미는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며 다시 말했다. “너, 어머니만 있고 교육은 못 받은 애라니까!” 조유진은 바로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어머니 없이 자란 제가 당신처럼 하루 종일 이간질하고 손자를 망치는 사람은 아니에요!” 조안미는 그 한 대에 멍해졌다. 여기는 육씨 집안이었다.이 여자가 대체 어떤 용기로 그녀의 뺨을 때린 거지? 살기 싫은 건가! 조안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소리쳤다. “경비! 경비 어디 있어! 당장 이 여자를 쫓아내!” 밖에서 듣고 있던 경비들은 무슨 소란이 벌어진 줄 알고 달려와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배현수는 조유진을 뒤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누가 감히 유진이를 건드려?” 육지율도 배현수 편을 들며 경비들에게 말했다. “이 노파를 당장 쫓아내.” 경비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노파요? 변호사님, 누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육지율은 눈을 반쯤 뜨며 귀찮다는 듯 대답했다. “숙모 외에 누가 있겠어. 할아버지 팔순 잔칫날에 기분 좋은 날을 다 망쳐놨잖아! 당장 끌어내!” 경비는 조안미를 향해 예의를 차리며 물었다. “스스로 나가시겠습니까, 아니면 저희가 끌어내야겠습니까?” 다른 경비가 제안했다. “스스로 나가시는 게 체면을 지키는 일입니다.” 힘들게 사람을 끌어내는 수고를 덜자는 것이었다. 조안미는 어이없어 외쳤다. “너, 너희들?!!” 그녀의 조카인 육지율이 외부인을 위해 자신을 쫓아내겠다고? “육지율! 난 너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어른이야! 네가 어른을 무시하는구나! 내가 네 할아버지를 불러서 너를 혼내주게
육성일은 육정혁이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는 모습을 보고는 말했다. “아이들이 잘못을 저지르는 건 흔한 일이지. 하지만 잘못을 깨닫고 고칠 수 있다면 여전히 좋은 아이다. 정혁아, 네가 물에 빠뜨린 이 이모가 너의 증조할아버지의 소중한 손님이라는 걸 알았니?” “몰랐어요.” “그럼 이 이모께 사과해라.” 이 말을 들은 조안미는 불만을 터뜨렸다. “큰 아버님, 우리 정혁이도 저 여자 때문에 물에 빠졌단 말이에요. 만약 사과를 해야 한다면, 저 여자가 우리 정혁이한테 먼저 사과해야죠!” 조안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육성일이 어떻게 남을 더 챙긴단 말인가? 육정혁도 분명 육 씨 집안의 아이인데! 어르신은 차가운 눈빛으로 조안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내 생일 잔치에서 소란을 일으키고 내 손님을 모욕했어. 내가 너에게 사과를 요구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너의 체면을 살려주는 거다. 더 떠들면 네가 손자 대신 사과하게 될 거다.” “큰 아버님, 저...” “닥쳐!” 조안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육정혁은 입을 삐죽거리며 마지못해 조유진에게 작은 목소리로 사과했다. “죄송해요.” 조유진은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정혁아, 뭐라고 말했니? 이모가 제대로 들은 건지 모르겠구나.” 조안미는 이를 악물고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참, 갈수록 뻔뻔해지는군.” 육성일은 다시 조안미에게 눈을 흘기며 육정혁에게 말했다. “아이야, 사과는 진심으로 해야지. 네 할머니처럼 교활하게 굴지 마라.” 조안미는 그 말을 듣고 당황했지만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육정혁은 목소리를 조금 더 크게 내며 말했다. “죄송해요!” 조유진은 웃으며 물었다. “너 누구한테 죄송하다는 거니?” “이모, 죄송합니다.” 이제서야 육정혁이 진심으로 사과하는 듯했다. 조유진은 더 이상 그를 난처하게 만들지 않으며 말했다. “사과할 마음이 있다면 여전히 착한 아이구나. 그런데
유설영은 말을 돌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차라리 지율이가 이 선물을 받아주면 어떨까요? 저와 지율이 예전 관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선물이 오직 할아버지께 드리는 효도일 뿐, 다른 의도가 없다는 걸 알 거예요.” 육성일은 웃으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결정을 손자에게 넘겼다. “지율아, 설영 양은 지금 너와 사업적으로 얽혀있고, 또 네 고객이니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 육지율은 나서서 말했다. “할아버지 말씀이 맞습니다. 현재 제 고객이니 이 선물은 받기가 어렵습니다. 만약 받는다면 할아버지를 통해 부탁하려고 저희 로펌에 의뢰한 것처럼 보일 테니까요.” 이렇게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는 상황을 아주 교묘하게 넘겼다. 유설영도 더는 선물을 강요할 수 없었다. 다시 선물을 내민다면 오히려 규칙을 모르는 사람으로 비칠 테니 그만하는 것이 현명했다. 그녀는 적당한 선에서 멈추며 미소를 지었다. “그럼 오늘은 빈손으로 할아버지의 잔치에 참여하는 거네요. 제 탓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육성일은 당연히 환한 얼굴로 자신을 찾아온 손님을 꾸짖지 않았다. 게다가 이번 일은 손자가 끌어들인 사람이니, 아무 일 없다는 듯 넘어가는 게 최선이었다. 유설영은 몸에 딱 맞는 하얀 정장을 입고 있었고 가슴에 꽂힌 엘리자베스 에메랄드 브로치는 눈길을 사로잡았다. 식사 중 누군가가 유설영에게 말을 걸었다. “설영 씨, 저 브로치 참 독특하고 아름답네요! 어디 브랜드인가요? 저도 브로치를 하나 사려고 했거든요.” 유설영은 브로치를 가볍게 만지며 남초윤을 한번 힐끗 본 후 미소를 지었다. “눈썰미가 좋으시네요. 하지만 이와 같은 제품을 구입하긴 힘들 거예요.” “설마 전 세계 한정판이라고 해도 단 하나뿐이겠어요?” 유설영은 설명했다. “이 브로치는 제가 영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지율이가 영국까지 날아와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낙찰받은 거예요.” “오래된 앤티크였군요. 그래서 이렇게 고풍스럽고 독특한 느낌이 나는 거네요. 가격
그 기름진 느낌이 마치 위에서부터 목구멍까지 차오르듯이 끔찍했다. 남초윤은 입을 막고 빠르게 식탁을 벗어나 후원 화단 쪽으로 달려가서 참을 수 없는 구역질을 해댔다. 실제로 토한 건 없었지만 몸이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바로 그때 한 잔의 물이 눈앞으로 내밀어졌다. “헹궈요.” 남초윤은 멍하니 물을 받아들며 말했다. “고마워요.” 유설영은 그녀를 살피며 경계하는 눈빛을 보냈다. “혹시 임신한 건 아니겠죠?” 남초윤은 얼굴을 찌푸리며 대꾸했다. “당신들 말을 듣고 역겨워서 그런 거예요.” 유설영은 화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 “자신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 뭐가 나쁜가요? 당신은 어때요? 지율이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왜 곁에 남아 있죠? 당신의 그 첫사랑이 돌아왔잖아요. 지율이랑 이혼하고 김성혁에게 돌아가요. 그렇게 하면 각자 제자리를 찾는 셈이죠.” ‘각자 제자리?’ 이미 엇나간 인생인데 억지로 돌려놓는다고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까? “설영 씨, 만약 지율 씨가 정말로 당신을 사랑한다면 당신이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지율 씨가 결국 당신에게 돌아올 거예요. 설령 그 길이 아무리 험난하더라도요. 하지만 지율 씨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내가 이혼하더라도 그 사람은 당신 것이 아니에요.” 유설영은 남초윤과 싸우고 있지만 싸울 상대를 잘못 잡았다. 육지율은 원래부터 유설영의 것이 아니었고 남초윤은 육지율을 넘겨줄 자격조차 없었다. 육지율은 육지율일 뿐, 그는 언제나 자기 자신이었고 남초윤은 그를 통제할 수 없었다. 그를 누구에게 양보하느냐는 애초에 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유설영은 숨을 깊이 들이쉬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혼 후 지율이가 내 사람이 되든 말든 그건 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에요. 지율이 같은 남자는 원래 누구의 것도 아니에요. 나는 지율이가 내 곁에 자발적으로 머무는 것만 원해요. 한 가지만 묻겠어요. 당신, 이혼하고 싶어요?
이 내기에서 이제 남초윤과 육성일만 남았고 사실 육지율은 아무 상관도 없다. 굳이 관련이 있다고 한다면, 육지율의 역할은 단지 ‘작은 올챙이’를 제공하는 정도일 뿐이다. 남초윤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무엇을 얻게 될지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지율 씨를 사랑하든 말든, 그건 당신과 상관없는 일이죠. 어쨌든, 저와 지율 씨는 아직 이혼하지 않았어요. 유설영 씨가 계속 지율 씨를 붙잡고 있으면 남의 남자를 빼앗는 ‘진정한’ 제3자가 될 텐데, 지율 씨와 육씨 집안이 정말 당신을 위해 체면을 버릴까요?” “하지만 당신은 결국 지율이와 이혼하게 될 거잖아요. 그러니 저를 위해서도, 당신 자신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빨리 이혼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당신은 김성혁을 좋아한다면서요. 김성혁이 돌아온 건 당신 때문일지도 모르는데, 그 사람을 기다리게 할 수 있겠어요?” 유설영은 뉴욕에서 돌아온 이유가 바로 육지율과 다시 잘해보려는 것이었다. 남초윤은 첫사랑과 다시 이어지고 싶은 마음이 없을까? 남초윤은 말했다. “맞아요, 제가 육씨 집안 같은 명문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 사실이에요. 이혼은 아마도 시간 문제겠죠. 하지만 적어도 지금 전 지율 씨 아내에요. 유설영 씨, 당신과 저는 달라요. 저는 명예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파파라치라서 잃을 것도 없어요. 그런데 유설영 씨는요? 당신의 명예가 산산조각 나는 게 과연 가치 있는 일일까요?” 유설영은 잠시 망설였다. 곧 그녀는 남초윤의 손을 놓고 차갑게 눈빛을 돌렸다. 남초윤은 원래 가던 길을 따라 걷다가 육지율과 마주쳤다. 남초윤은 뒤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유설영 씨가 저쪽에 있어요.” 육지율은 웃으며 말했다. “내가 그 여자를 왜 찾아요? 난 당신을 찾으러 왔어요.” 남초윤은 잠시 멍하니 서서 물었다. “저를요? 저를 왜요?” 육지율은 손에 든 생수병을 따서 건넸다. “아까 토할 뻔했잖아요.” “아, 그냥 위가 좀 안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