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수가 조유진한테 어떻게 입는지 물어보다니?어떻게 입냐고? 어떻게 입는지 배현수가 모를 리가 없다.조유진은 얼굴과 귀가 빨개진 채로 옷방으로 걸어갔다.배현수는 더 놀리지 않고 예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어디서 물어온 거야?”예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야옹~”“잘했어.”...옷방 안.조유진이 치마를 입으면서 등 뒤에 있는 지퍼를 급하게 잠가 천이 끼여 올라가지 않았다.배현수가 문을 열고 들어와서 물었다.“내가 도와줄까?”신사행세를 하다니.이렇게 물어봤지만 손가락은 이미 조유진의 치마 지퍼를 잠가주고 있었다.조유진이 옷을 다 입고 외투를 하나 골라 나가려고 할 때 배현수가 앞길을 막았다.배현수가 조유진을 보며 말했다.“사용하고는 사람을 무시해?”배현수는 손가락으로 진주 옷에 있는 진주를 만지작거렸다.“오늘 밤에 어떻게 있는지 시범해 줄래?”그 말투는 마치 아주 진지한 일을 말하는 것 같았다.조유진은 얼굴이 뜨거워 터질 것만 같았다.배현수의 손에서 진주 옷을 뺏어왔다.배현수가 가까이 다가오며 말했다.“유진아, 왜 말을 안 해?”조유진이 배현수를 째려봤다.“어떻게 입는지 알고 싶다고 하니까 가르쳐줄게요.”이 옷을 여자만 입을 수 있다고 규정한 사람은 없다.조유진은 배현수가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보고 웃었다.“왜 아무 말도 안 해요?”배현수와 조유진의 다툼의 패자는 배현수로 끝이 났다.육씨 가문의 고택에 도착하니 이미 손님들로 가득했다.배현수가 도착하자마다 일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러 육성일의 서재에 갔다.육지율도 갔다.조유진은 육씨 가문의 친척들을 잘 모른다.한 사람이 조유진에게 다가와 인사했다.“보지 못하던 얼굴인데 육씨 가문의 어느 쪽의 친척이신가요?”조유진이 웃으며 대답했다.“저는 육씨 가문의 친척이 아니라 남초윤의 친구예요.”남초윤의 친구라는 말을 듣자 그 중년여성의 눈빛은 순간 변했다. 호기심으로부터 싫어하기까지 말투도 비아냥이 가득했다.“인맥을 쌓으러 온 거군요.”조유진은
남초윤은 조유진을 데리고 마당으로 가려고 했다.조유진이 남초윤의 팔을 뿌리치고 그 여성에게 말했다.“고모님께서 말하신 게 맞아요. 사람은 끼리끼리라고요. 할아버님처럼 기품이 넘치는 분이 어떻게 고모님 같은 이런 저질스러운 친척이 있는 걸까요?”조안미는 당황했다. 조유진이 육씨 가문의 구역에서 이렇게 말할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나한테 욕한 거예요?”조유진이 말했다.“아니요, 그저 궁금했을 뿐이에요.”남초윤은 말을 하지 못하는 조안미를 보고 슬그머니 웃고 조유진을 데리고 갔다.두 사람은 옆에 있는 마당에 갔다. 분수가 있었는데 디자인이 예뻤고 물소리가 들려왔다.조유진과 남초윤이 그네를 탔다.내려가서 말을 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공 하나가 남초윤의 등에 맞혔다.말썽꾸러기, 조안미의 손자, 육정혁이었다.육정혁이 교만한 태도로 남초윤을 쳐다봤다.“내려와요, 내가 그네 놀 거예요!”남초윤은 자리를 비키지 않았다.“자리를 비켜 달라고 하는 사람이 공으로 나를 때려? 누가 그렇게 버릇없게 가르쳤어? 나는 네 작은숙모야.”“우리 할머니가 말했어요. 이제 곧 작은삼촌이랑 이혼 한다고. 이혼하고 나면 육씨 가문의 사람도 아니잖아요. 근데 내가 왜 작은숙모라고 불러야 하냐고요. 작은삼촌은 곧 아줌마를 버릴 텐데.”말을 하고 남초윤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남초윤은 화가 났다.“너까지 나를 괴롭히는 거야? 내 할머니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어도 너 하나쯤 어쩌지 못하겠어?”“메롱, 나 때려봐요! 날 때리면 작은삼촌한테 나 괴롭힌다고 이를 거예요.”남초윤이 쫓아갔다.육정혁은 자리가 빈 그네로 달려가 앉았다.“메롱, 속았지요. 바보!”남초윤은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이 녀석이…”조유진은 땅에 굴러떨어진 공을 주워 육정혁에게 힘껏 뿌렸다.육정혁은 머리를 쥐고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감히 나한테 뿌려요?”조유진은 다시 공을 주워 육정혁한테 뿌렸다.“넌 어른한테도 뿌리는데 내가 어른으로서 너한테 뿌리는 게 뭐 어때서?”“저 사
서재에서 육성일은 배현수와 육지율하고 레비아단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육성일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진짜 사령관은 아마 죽은 지 오래됐을 거야. 그 레비아단은 아마도 섞여 들어온 거고. 하지만 지금 폭로 됐으니 719에 간첩도 처리돼서 다행이야.”배현수는 이해가 안 됐다.“마스크를 쓰고 다른 사람으로 위장을 하는 건 본 적이 있어요. 마스크를 아무리 잘 만들었다고 해도 당사자를 아는 사람이라면 자세히 쳐다보면 구분할 수 있어요. 사령관님하고 오래된 전우신데 만약 그 사령관님이 위장을 한 사람이라면 저희를 속인 거는 그렇다고 쳐도 어떻게 할아버님도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게 할 수 있었죠?”육성일이 말했다.“아마도 요 몇 년간 만난 적이 별로 없어서 내가 소홀했나 봐. 또 다른 가능성은 레비아탄이 사령관의 쌍둥이 동생일수 있어.”배현수와 육지율은 놀랐다.사령관님한테 쌍둥이 동생이 있었다고?“이 일을 아는 사람은 몇 명 없어. 나도 어쩌다가 알게 된 거야. 동생은 사령관 하고 똑같게 생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개인 실력도 사령관 못지 않고. 하지만... 동생은 욕심이 많고 승부욕이 강했어.”말이 끝나자마자 서재 밖에서 어린아이의 비명이 들려왔다.연못 옆.조유진이 올라온 후 육정혁을 연못으로 밀었다.육정혁은 흙물을 마시고 소리를 질렀다.“미쳤어요? 감히 나를 밀어요?”조유진은 어이가 없었다.“먼저 나를 민건 너 아니었었나? 너만 다른 사람을 밀 수 있고 다른 사람은 널 밀면 안돼? 네가 내려가서 연못 안에 물이 얼마나 차가운지 느껴 보지 않으면 다음에도 이런 짓을 할 거고. 다음에는 네 작은숙모를 밀어 빠지게 할지 누가 알아. 할머니가 너한테 사람 된 도리를 가르치지 않았으면 나 이 외부인이 간섭해서 어떻게 작은숙모를 존중해야 하는지 가르쳐 줄게.”육정혁은 온몸을 떨며 조유진을 째려보며 명령했다.“날 잡아 올려다줘요!”조유진이 웃었다.“뭐라고 불러야지?”육정혁이 소리쳤다.“나쁜 아줌마!”“너 이 어린애가... 아직도 정신이
배현수는 육지율을 한눈 째려보고 말했다.“어느 쪽 눈으로 어린아이를 괴롭히는 걸 봤는데?”육지율이 웃었다.“당연히 두눈으로 똑똑히 봤지.”조유진은 항상 두 얼굴을 가진 사람이었다.배현수의 앞에서는 연약한 모습으로 사람 마음을 아프게 한다.배현수가 없는 곳에서는 말로 사람의 기를 채우고 손으로는 따귀를 날린다.연못에 있던 육정혁은 구세주를 찾았다.연못 곁에 있는 조유진과 남초윤을 짚으며 말했다.“작은삼촌! 이 두 사람이 짜고 날 연못에 밀었어요! 날 연못에 눌러 죽이겠다고 했어요!”남초윤이 말했다.“무슨 소리야! 우리가 언제 널 눌러 죽이겠다고 했어!”막장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게 아닌가?배현수가 빠른 걸음으로 조유진의 곁이 갔다.조유진이 흠뻑 젖은 것을 보고 외투를 벗어 조유진의 어깨에 걸쳐줬다. 조유진을 안으며 말했다.“먼저 옷부터 갈아입자.”육지율은 육정혁을 연못에서 올려왔다. 조카가 어떤 성격인지 알고 있었다.“말해봐, 어떻게 된 거야?”육정혁이 먼저 말했다.“저기 그네가 두 개 있었는데 작은 숙모하고... 이 사람은 누구예요?”육지율이 대답했다.“이모라고 불러.”육정혁이 이어 말했다.“한 사람이 그네를 하나씩 차지했는데 제가 공을 저쪽에서 오래 놀아서 그네 하나를 놀게 해주면 안 되냐고 했는데 작은숙모가 싫다고 해서 좀 말다툼이 있었어요.”육지율이 계속 물었다.“그리고?”“그리고… 그리고 어디서 나타난 지 모르는 이모가 작은숙모 대신 화풀이를 해주겠다고 달려와서 절 때렸어요! 제가 반격하다가 잘못하고 연못에 밀었는데 절대로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이 이모가 올라오자마자 절 연못에 밀고 작은숙모대신 가르치겠다고 했어요! 이 이모도 절 올려오지 않았고 작은숙모가 절 도와주려는 것도 막았어요! 완전 악독한 이모예요.”어이가 없었다.거짓을 눈 깜빡하지 않고 말하는 반응 능력은 역시 육씨 가문 사람이다.조유진이 육정혁을 보며 말했다.“그래서 네가 먼저 날 연못에 민 건 인정하는 거지?”육정혁이 반격했다
“난 그냥 공 던져서 한 번 맞췄을 뿐이야! 그런데 너는 공을 두 번이나 던져서 날 맞췄잖아! 누가 더 심해?” 조유진은 다시 조안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 손자가 먼저 시비를 걸었다고 스스로 인정했잖아요. 저는 정당방위였을 뿐이에요.” 어린 녀석은 황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라고? 내 말을 따라 하다니!” 그러자 옆에서 육지율이 웃음을 참으려다 목을 긁적이며 말했다. “크흠.” 배현수는 육지율을 흘겨보며 말했다. “넌 맨날 구경만 하고 있냐?” 육지율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뭐, 별일도 아닌데 좀 떠들게 놔둬. 오늘 사람도 많고 재밌잖아. 근데 너 혹시 아내가 걱정되냐?” 배현수는 날카롭게 쏘아보며 말했다. “물에 빠진 건 내 아내야. 내가 안 걱정하면 네가 걱정해줄 거냐?” 육지율은 그제야 배현수의 턱에 난 상처를 발견하고는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그 턱 상처, 조유진이 낸 거야? 에휴, 아직 혼인 신고도 안 했는데 벌써 네 얼굴에 손을 대네. 앞으로는 더 심해지겠는데?” 배현수는 짜증 섞인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네가 뭘 알아? 이건 우리만의 재미라고.” “재미? 너희 부부만의 놀이는 서로 때리면서 노는 거냐?” 육지율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배현수는 일부러 그를 자극하듯 말했다. “침대에서 칼 노는 거, 해본 적 있어?” “...칼에 베이고도 이렇게 좋아할 수 있다니. 배현수, 너 참 변태구나!” “해보면 알겠지. 하지만 너는... 안타깝게도 함께 놀아줄 사람이 없네.” 한편, 조안미는 화난 얼굴로 조유진을 쏘아보며 말했다. “어른이 애를 물에 빠뜨리다니, 말이 되니? 우리 손자한테 사과해!” 배현수는 더 이상 육지율과 말다툼을 이어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는 조유진 옆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당신 손자가 내 아내한테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당신이 왜 큰 소리예요?” 조안미는 배현수를 알지 못했기에 비웃으
조안미는 조유진을 노려보며 속으로 말했다.‘또 연기하네. 계속해 봐, 지켜볼 거야.’ 그때 배현수는 조유진이 미열이 난다는 말을 듣고는 즉시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를 짚으며 물었다. “많이 힘들어?” 조유진이 대답도 하기 전에 조안미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른인 네가 아이보다 더 약한 척 하겠다는 거야? 내 손자는 연못에 빠져서 흙탕물까지 삼켰어. 지금도 기침을 멈추지 못하고 있는데 네가 겪은 게 뭐 대단하다고!” 그러면서 조안미는 손자에게 눈짓을 보냈고 어린 녀석은 즉시 몇 번 기침을 하며 얼굴이 벌게질 정도로 연기를 했다. 방 안의 사람들은 이 상황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조안미의 말은 배현수의 귀에 매우 불쾌하게 들렸다. 그는 조유진을 품에 안고 조안미에게 쏘아붙였다. “아주머니,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당연히 제 아내가 당신 손자보다 더 약하죠.” “뭐?” 조안미는 눈을 크게 뜨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배현수를 바라보았다.‘지금 눈뜨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거야?’조안미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표정을 다듬으며 말했다. “내 손자는 겨우 열 살이야. 그런데 네 아내는 성인이잖아! 어느 집안에서 어른이 아이를 괴롭히는 게 당연하다고 여긴단 말이야? 도대체 너희들 예의범절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조유진은 냉정하게 말했다. “아주머니는 참 예의범절을 잘 아시네요. 그래서 당신 손자가 작은 숙모를 욕하게 가르친 거군요.” 육지율은 그제서야 아이를 바라보며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 “육정혁, 네가 작은 숙모를 욕했어?” “아, 아니에요! 저 여자가 거짓말하는 거예요!” 조유진은 한 마디를 더 보탰다. “욕하는 정도야 뭐, 할 수 있죠. 당신 손자가 할머니에게서 무례함을 배웠으니까요. 그런데, 육 변호사님, 당신 조카가 당신들 이혼하라고 빌던데요!” 육지율은 남초윤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러나 누구나 알다시피, 육씨 집안 남자들은 이혼이라는 말을 가장 싫어했다.
육성일은 너무 잔혹했던 게 분명했다! 조안미는 육지율에게는 감히 화를 내지 못하고 대신 조유진에게 화풀이를 했다. “어디서 굴러온 외부인이 우리 육씨 집안 일을 왈가왈부해? 너야말로 어머니만 있고 교육은 못 받은 애겠지!” 조유진은 살짝 찡그리며 물었다. “뭐라고 하셨어요?” 조안미는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며 다시 말했다. “너, 어머니만 있고 교육은 못 받은 애라니까!” 조유진은 바로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어머니 없이 자란 제가 당신처럼 하루 종일 이간질하고 손자를 망치는 사람은 아니에요!” 조안미는 그 한 대에 멍해졌다. 여기는 육씨 집안이었다.이 여자가 대체 어떤 용기로 그녀의 뺨을 때린 거지? 살기 싫은 건가! 조안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소리쳤다. “경비! 경비 어디 있어! 당장 이 여자를 쫓아내!” 밖에서 듣고 있던 경비들은 무슨 소란이 벌어진 줄 알고 달려와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배현수는 조유진을 뒤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누가 감히 유진이를 건드려?” 육지율도 배현수 편을 들며 경비들에게 말했다. “이 노파를 당장 쫓아내.” 경비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노파요? 변호사님, 누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육지율은 눈을 반쯤 뜨며 귀찮다는 듯 대답했다. “숙모 외에 누가 있겠어. 할아버지 팔순 잔칫날에 기분 좋은 날을 다 망쳐놨잖아! 당장 끌어내!” 경비는 조안미를 향해 예의를 차리며 물었다. “스스로 나가시겠습니까, 아니면 저희가 끌어내야겠습니까?” 다른 경비가 제안했다. “스스로 나가시는 게 체면을 지키는 일입니다.” 힘들게 사람을 끌어내는 수고를 덜자는 것이었다. 조안미는 어이없어 외쳤다. “너, 너희들?!!” 그녀의 조카인 육지율이 외부인을 위해 자신을 쫓아내겠다고? “육지율! 난 너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어른이야! 네가 어른을 무시하는구나! 내가 네 할아버지를 불러서 너를 혼내주게
육성일은 육정혁이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는 모습을 보고는 말했다. “아이들이 잘못을 저지르는 건 흔한 일이지. 하지만 잘못을 깨닫고 고칠 수 있다면 여전히 좋은 아이다. 정혁아, 네가 물에 빠뜨린 이 이모가 너의 증조할아버지의 소중한 손님이라는 걸 알았니?” “몰랐어요.” “그럼 이 이모께 사과해라.” 이 말을 들은 조안미는 불만을 터뜨렸다. “큰 아버님, 우리 정혁이도 저 여자 때문에 물에 빠졌단 말이에요. 만약 사과를 해야 한다면, 저 여자가 우리 정혁이한테 먼저 사과해야죠!” 조안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육성일이 어떻게 남을 더 챙긴단 말인가? 육정혁도 분명 육 씨 집안의 아이인데! 어르신은 차가운 눈빛으로 조안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내 생일 잔치에서 소란을 일으키고 내 손님을 모욕했어. 내가 너에게 사과를 요구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너의 체면을 살려주는 거다. 더 떠들면 네가 손자 대신 사과하게 될 거다.” “큰 아버님, 저...” “닥쳐!” 조안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육정혁은 입을 삐죽거리며 마지못해 조유진에게 작은 목소리로 사과했다. “죄송해요.” 조유진은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정혁아, 뭐라고 말했니? 이모가 제대로 들은 건지 모르겠구나.” 조안미는 이를 악물고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참, 갈수록 뻔뻔해지는군.” 육성일은 다시 조안미에게 눈을 흘기며 육정혁에게 말했다. “아이야, 사과는 진심으로 해야지. 네 할머니처럼 교활하게 굴지 마라.” 조안미는 그 말을 듣고 당황했지만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육정혁은 목소리를 조금 더 크게 내며 말했다. “죄송해요!” 조유진은 웃으며 물었다. “너 누구한테 죄송하다는 거니?” “이모, 죄송합니다.” 이제서야 육정혁이 진심으로 사과하는 듯했다. 조유진은 더 이상 그를 난처하게 만들지 않으며 말했다. “사과할 마음이 있다면 여전히 착한 아이구나. 그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