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구를 엄명월의 머리에 댔다.엄명월은 도대체 지난 생에 무슨 죄를 지어 이렇게 많은 망나니들을 알게 된 건지 하고 생각했다.배현수가 엄명월을 데리고 흑교회 안으로 들어갔다.붉은 십자가 아래에 검은 큰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이 뒷모습을 자세히 생각해 보니 김 씨의 뒷모습과 똑같았다.배현수가 총구로 엄명월의 태양혈을 누르며 불쌍한 척을 하라고 암시했다.엄명월은 알아듣고 급히 비명을 질렀다.“김 씨 살려줘!”뒤돌아선 모습은 새로운 얼굴이었다.김 씨의 얼굴이 아니고 재오의 얼굴도 아닌 새로운 마스크였다.배현수가 말했다.“살리고 싶으면 조유진하고 바꿔.”재웅이 웃었다.“재웅은 내가 잡아 온 게 아니고 드래곤 파 어르신이 잡아 온 거야. 조유진을 잡아 온 목적이 뭔지는 나도 몰라. 조유진은 지금 내 손에 없고 어르신의 손에 있어.”“그럼 내 어머니 예지은은? 네가 잡아 온 게 아니야?”“아니야.”백소미가 말하기로는 드래곤 파에는 두 개의 세력이 있는데 하나는 어르신을 대표로 하는 오래된 세력이고 다른 하나는 재웅을 우두머리로 하는 새로운 세력이다. 이념과 우두머리가 달라 두 세력은 자주 다툼이 일어난다고 한다.어르신은 재웅을 처리하고 싶어 하는 동시에 재웅이 고분고분 말을 들어 순종해서 자신을 위해 쓰이기를 바란다.하지만 어린 호랑이도 결국에는 숲속의 왕이 되는 법이다. 배현수가 말했다.“너랑 엄명월씨가 하늘 보육원에서 알았던 사이인 걸 알아. 오늘 날 이 자리에 부른 게 바로 엄명월 씨가 당신 맘에 어느 정도의 비중은 있다는 거지. 조유진을 구해주면 엄명월씨를 풀어줄게.”재웅이 파식 웃으며 말했다.“배 대표, 내가 바보로 보이나? 내가 조유진을 구해내지 않아도 엄명월을 죽이지 않을 걸 알아.”김 씨가 이렇게도 매정하게 나오다니!배현수는 썩소를 지으며 총알을 장전했다.“셋을 셀게. 대답하지 않으면 쏠 거야. 내가 죽이는지 안 죽이는지 한번 봐봐.”배현수의 말투는 진지했고 연기가 아닌 것 같았다.엄명월은 심히 놀랐다. “
재웅은 작은 여우같이 붉어진 눈을 보고 마음이 나른해 났다.“내가 마스크는 찢을 테니 나랑 손을 잡고 어르신을 무너뜨리고 난 조유진을 구하는 데 돕지. 그리고 서로 각자 갈 길을 가자고!”배현수가 짧게 말했다.“찢어.”재웅이 손을 들고 얼굴에 있던 마스크를 한층 찢었다. “지금 내 진짜 모습을 봤으니 앞으로 전 세계 수배령을 내려 날 체포하는 건 쉬울 거야.”배현수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아직도 솔직하지 않군. 그렇다면 총을 쏠수밖에...”“배, 현, 수!”배현수가 예리한 눈빛으로 재웅을 바라보며 명령했다.“더 찢어!”재웅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하나를 더 찢었다.“이젠 믿겠지!”배현수가 말했다.“얼굴에 있는 마스크가 세 개는 되어 보이는데 찢지 그래!”엄명월은 놀랐다. 한 사람의 얼굴에 마스크를 세 개나 하고 있다니!재웅은 참... 신중하고도 교활한 사람이었다.재웅은 그 자리에 서서 잠깐 고민했다.마지막 한 층까지 찢어내면 실제 얼굴을 폭로하게 되어 돌아갈 길이 없다.은독이 낮은 소리로 말렸다.“보스, 배현수는 지금 떠보는 거예요. 만약 폭로가 되면 어르신을 처리하고 두 번째로 처리하는 사람이 보스가 될 거예요.”재웅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었다.“내 이 목숨은 원래부터 주워 온 거였어. 지금까지 살아있는 건 하늘이 내려주신 거지.”말이 끝나고 주황색 눈동자는 엄명월을 바라봤다.무슨 결정을 내린 듯했다.재웅이 손을 들어 마지막 한층을 찢었다.참 준미하고도 사악함을 느낄수 있는 얼굴이었다. 오관에서 안정희의 모습을 얼추 보아낼 수 있었다. 이게 바로 재웅의 진짜 모습이다.엄명월은 그 얼굴을 보고 놀랐다.김 씨 본인은 이런 얼굴을 갖고 있었다는 건가?이 세계가 혼란스럽게 느껴졌다.배현수가 총을 거두고 웃으며 말했다.“진작에 이랬으면 좋았잖아!”쌍방이 서로 마주 앉아 “화기애애”하게 담판을 나누었다.반 시간 후, 담판이 끝났다.배현수는 엄명월을 데리고 떠났다.헬리콥터를 타고 안전하게 흑교회에서 나갔
기지, 지하 감옥 문 앞.재웅이 턱을 올리들며 말했다.“문 열어, 들어가서 제대로 된 놈 몇 명 골라야겠어.”문을 지키고 있는 고용병은 아랑곳하지 않았다.“어르신께서 특별히 당부하셨습니다. 어르신 말고는 그 누구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 보스, 저희도 명령대로 행동하는 거니 난처하게 하지 마십시오.”재웅이 주먹을 쥐며 장난을 쳤다.“내가 요즘 손이 근질근질해서 복싱 좀 해보고 싶은데 스파링 상대가 없어서 말이지. 들어가면 안 된다? 그래, 그럼 네가 내 스파링 상대가 되면 되겠네.”고용병의 낯빛이 미묘하게 변했다.지금 어르신은 기지에 없다.만약 재웅을 불쾌하게 만들면 언제든지 숲속에 조용히 처리할 수 있다.재웅은 고용병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요즘 잡아 온 여자애들 중에 예쁜 애가 있다며? 여기엔 다 남자밖에 없어서 참 답답하다니까. 남자 생리 욕구 너도 알지? 들어가서 고르게 해줘. 빨리 들어갔다가 나올 테니까 걱정 말고.”고용병은 순간 이해했다.“보스, 이 뜻 이었군요. 그럼 일찍 말하시지 그러셨습니까. 7번 방에 요물 하나가 어제 갓 들어왔는데 순정하면서 또 섹시하다니깐요. 하지만 어르신께서 이 여자는 건드리면 안 된다고 분부하셨습니다. 보스, 이 여자는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재웅이 대답했다.“역시 눈치가 빨라.”고용병은 먼저 재웅을 들여보내고 몸으로 뒤에 있던 은독을 막았다.“당신 들어갈 수 없으십니다.”은독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나도 남자예요, 참느라고 속 터질 거 같다고요! 조심해요, 남녀 안 가리고 당신도 해버릴 수 있어요!’재웅이 웃으며 말했다.“너 조심해, 쟤 남녀 안 가리고 다 돼.”은독은 고용병을 옆으로 밀고 재웅을 따라 감옥으로 들어갔다.고용병은 어쩔 수 없었다. 그저 재촉했다.“그럼 빨리 처리하고 나오세요!”지하감옥의 흑연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안은 음산하고 어두웠다.감옥은 아주 컸는데 방이 가득했다. 안에는 많은 사람이 갇혀있었는데 남녀 다 있었고 심지어 어린애
배현수는 마음이 약해졌다.하지만 지금, 조유진을 구하는 것이 우선이다.배현수는 재웅을 따라 감옥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갔다.7번 방, 조유진이 안에 있는 작은 침대에 누워 낯빛은 창백했고 아직도 혼미 상태였다.한쪽 팔은 힘없이 축 떨어졌는데 하얀 피부에는 선명한 바늘구멍이 있었다.배현수의 가슴은 칼로 휘젓는 것 같았다.그 짐승만도 못한 자식들이 한 짓이라는 걸 생각하니 가슴이 너무나도 아파왔다.“문 열어!”재웅이 도구로 문을 땄다.배현수가 달려 들어가 조유진을 안았다.“유진아, 정신 좀 차려봐!’재웅이 말했다.“그냥 마대에 넣어서 들고 가. 보아하니 단기간에 깨어날 거 같지 않아.”두 사람은 조유진을 마대에 넣었다.배현수가 마대를 어깨에 들어 올리고 재웅과 함께 신속히 떠났다.다시 16번 방을 지나갈 때.배현수는 마음이 약해졌다.“이 아이도 데려가야겠어.”“꽤 선심이 넘치네?”재웅은 번거롭다고 생각했지만 문을 따줬다.여자아이는 재웅의 바지를 잡고 고개를 들고 순수한 두 눈으로 재웅을 보며 말했다.“아저씨, 밖에 나가게 도와주세요!’재웅은 마대를 열고 말했다.“들어와, 좀 있다 절대로 아무 소리도 내서는 안 돼! 알았지?”여자아이가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한 사람당 마대를 하나씩 들고 당당하게 지하 감옥을 나갔다.흑연 대문이 다시 열렸다.고용병은 두 사람이 진짜 사람을 두 명을 고른 것을 보고 말했다.“보스와 은독 형제는 참 풍류적이시네요.”재웅이 말했다.“이 일을 마구 내뱉어서는 안 돼. 기지에 이 많은 형제들이 다 날 따라 배우면 질서가 흐트러져!”“네, 압니다!”재웅과 배현수가 떠나려고 할 때.재웅의 어깨에 있는 마대에서 갑자기 재채기 소리가 들려왔다.“에취!”고용병이 그 소리를 듣고 이맛살을 찌푸리며 불렀다.“잠시만요!”배현수와 재웅은 고용병을 등지고 멈칫했다.배현수는 한 손으로 사람을 들고 다른 한 손은 이미 코트 안쪽 주머니에 있는 총을 쥐었다.고용병이 쫓아와 이상한 눈빛으로 마대를
배현수와 재웅은 여자아이를 안고 벽 뒤에 숨었다.덫에 걸렸다!지하 감옥에서 들고 온 여자는 이미 재웅이 쏜 총에 맞아 마대 옆에 쓰러졌다.지하감옥에서 어둡고 사람을 구하겠다는 마음이 급해 실수를 했다.이때, 밖에는 똑같게 생긴 여자가 6명이 있었다.몸매, 헤어스타일, 옷차림, 그리고 얼굴까지 조유진과 똑같았다.진짜 조유진이 안에 섞여 있어서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재웅이 벽 뒤에 있는 배현수에게 물었다.“어느 게 진짜 조유진이야!’배현수는 한번 쳐다보고 확신 있게 말했다.“진짜 유진이는 없어.”“확실해? 그럼 다 죽일 거야! 만에 하나 잘못 죽이면...”“펑! 펑!’배현수가 먼저 총을 쐈다.재웅이 그 모습을 보고 밖으로 향해 총을 쐈다.밖에 잠복해 있던 6명의 여고용병들은 4명이 죽었고 2명은 총을 쥐고 달려왔다.재웅은 아이를 안고 위층으로 올라가 한 고용병을 유인해 옥상으로 올라가게 했다.배현수는 홀로 고용병과 싸우다가 손에 있던 총을 뺴앗았다.총구는 조유진과 거의 똑같게 생긴 얼굴을 향했고 배현수가 물었다.“진짜 조유진은 어디에 있어!”“내가 바로 유진이잖아, 현수 씨...”여고용병은 두 손으로 총구를 잡고 유혹해 보려고 했다.“펑!”한 방에 끝냈다.피가 튕기며 배현수의 얼굴에 묻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위층에서도 총소리가 들려왔다.재웅이 여고용병을 처리하고 여자아이를 안고 내려왔다.“그 늙은이가 만든 덫일 거야!”어르신이 일부러 순리롭게 지하감옥에 들어가게 해 가짜 조유진을 구해 나오게 하고 고용병을 시켜 그들을 죽이라고 시킨 것이다.배현수가 물었다.“드래곤 파의 어르신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어?”“그 늙은이의 행적은 괴이해. 몇 년간 미국 국회의원들하고 거래가 빈번해서 드래곤 파를 이용해 국제 분쟁을 만들어 미국과 함께 이득을 얻으려는 게 아닌가 하고 의심을 하고 있어.”만약 국제관계와 연루가 되여 있다면... 드래곤 파 어르신이 한 모든 비인간적인 행위는 합리적으로 된다.인체 실험은 아마도
“한 할아버지였어요.”여자아이는 다른 특징을 말해내지 못했다.말을 한다고 해도 그건 마스크를 했을 가능성이 높아 진짜 얼굴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버지니아주에 가기 전 배현수는 사람을 불러 엄명월과 여자아이를 성남에 돌려보냈다.엄명월을 아이를 볼 시간이 없어 여자아이의 부모님을 찾기 전까지 엄씨 사댁에 맡겼다.배현수는 조유진이 드래곤 파에 잡혀간 사실을 잠시 엄준에게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엄명월은 아이가 부모님을 잃어버려 데리고 왔다고 말하고 엄창민더러 부모님을 찾아주라고 했다.같이 놀 친구가 생겨 배선유는 아주 기뻐했다.여자아이는 내성적이라 엄씨 사댁에 갓 도착했을 때에는 별로 말을 하지 않았다.배선유가 여자아이 주변을 3, 4바퀴 돌았지만 계속 말을 할 생각이 없어 보여 먼저 주동적으로 물었다.“넌 이름이 뭐야? 몇 살이야?”“내 이름은 정민아고 8살이야.”배선유는 좀 답답했다.“그래, 나보다 한 살 많네.”정민아가 말했다.“날 언니라고 불러야지.”옆에 있던 엄준이 물었다.“민아야, 네가 어디 사람이었는지 기억이 나니?”정민아가 고개를 저었다.“기억이 안 나요.”배선유는 믿지 않았다.“어떻게 자기가 어디 사람인지도 기억을 못 할 수 있어요? 나는 원래 대제주시 사람이었는데 아빠, 엄마가 날 볼 시간이 없어서 할아버지한테 보내서 지금은 성남사람이에요.”엄준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래, 네 이름은 기억하지만 어디 사람인지는 기억이 안 난다는 말이지?”정민아가 말했다.“많은 일이 기억이 안 나요.”배선유가 걱정했다.“그럼 어떡해요? 아빠, 엄마가 계속 찾지 못하면 조급해할 거예요.”엄준이 엄창민에게 말했다.“먼저 신고부터 해. 이 아이의 부모님이 찾고 있을지도 몰라.”엄창민이 고개를 끄덕였다.“네.”배선유가 정민아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걱정마요, 우리 할아버지랑 삼촌이 꼭 빨리 언니 아빠, 엄마 찾아주실 거예요. 할아버지랑 삼촌도 못 찾으면 우리 아빠더러 찾아달라고 할게요.”“정말이야?”배선
루루의 목에는 큰 골든 종이 두 개가 달려 있었는데 소리가 달랑달랑 나고 있었다.정민아는 그 소리를 듣고 낯빛이 하얘지더니 갑자기 눈빛이 돌변하고 배선유를 땅에 밀어 눕히고 목을 졸랐다.루루는 신속하게 뛰어 정민아를 눕히고 정민아를 물려고 했을 때…배선유가 숨을 가삐 쉬면서 말렸다.“루루! 멈춰!”빨리, 아래층에 있던 어른들이 소리를 듣고 올라갔다.루루가 정민아를 놓자마자 정민아는 다시금 주술에 걸린 것처럼 배선유를 덮쳤다.배선유가 도망쳐 엄창민의 다리에 부딪혔다.“삼촌, 살려줘요!”정민아는 두 눈이 빨개져 마치 미친 것 같았다.엄창민이 급히 정민아를 제지시켰다.조금 지난 후, 정민아는 정서가 격렬했다가 몸이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배선유는 엄창민의 정장 바지를 잡고 뒤에 숨어서 머리를 내밀어 쳐다봤다.“삼촌, 민아 언니 왜 그러는 거예요?”“아까 뭘 한 거야?”배선유가 말했다.“민아 언니가 갑자기 날 들이덮히고 내 목을 졸랐어요! 그리고 루루가 언니를 덮쳤고요!”엄준이 말했다.“이 아이에게 문제가 있어 보이니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자꾸나.”…고급 사립 병원 내.전문가가 정민아에게 전신 검사를 했지만 아무런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정민아는 깨어나고 머리가 아프다고 했지만 머리 CT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엄준이 이상해서 엄명월에게 전화를 쳐 상황을 말했다.조금 뒤 병실로 돌아왔다.“최면을 할 줄 아는 심리 의사를 불러야 할것 같아요. 민아는 아마도 최면이 걸려 부분적인 기억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이 병원은 엄씨 가문이 투자를 해서 개설을 한것이고 높은 연봉으로 최정상 의사들을 선입해 의료자원은 평범한 대학병원을 뛰어넘었다.심리의사와 정신과의 팀이 병실에 와서 정민아와 말을 나눴다.반 시간 후, 의사들이 병실에서 나왔다.제일 앞에 있는 의사가 배신유의 옆에 있는 루루를 보며 말했다.“아마도 강아지몸에 있는 종소리가 최면을 할 때 컨트롤을 한 물건과 비슷해서 대뇌를 자극해 이성을 잃게 한 것 같습니다.”이
송지연이 말했다.“알았어, 어린이가 어떻게 사람 명령하는 건 똑같은지. 먼저 나가봐. 나랑 민아 두 사람이 말 좀 할게.”…한 헬리콥터가 무성한 숲과 푸른 바다를 지나 버지니아주에 도착했다.버지니아주는 완전히 독립된 섬이다.스페인 국경에 가까이 있지만 스페인에 속하지 않고 미국에 속하지도 않는다. 이곳은 전쟁이 빈번하고 여러 세력의 고용병이 이곳에서 피를 튀기는 것이 일상이 된 지역이다.이곳은 아주 번화로울 수도 있고 한 차례의 전쟁하게 순식간에 빈곤이 처할 수도 있다.지하 카지노, 지하 경매장, 인구매매… 이런것들이 남발한다.드래곤 파 어르신이 이 곳에서 거래를 하자는 것은 죄행과 신분을 감추려는 것이다.헬리콥터가 착륙했다.백소미가 문자를 받았다.“배 대표, 드래곤 파 어르신이 보낸 문자예요.”“뭐라고 하는데요?”“오늘 밤, 버지니아주에서 재웅을 죽이면 조유진을 넘겨주겠다고 하네요. 그리고 재웅이 배 대표의 어머니를 죽였다고 해요!”이건 이간질을 하는 말인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재웅이 예지은을 죽였다는 말은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배현수가 말했다.“먼저 허락하세요.”예지은이 재웅의 손이 죽었으면 배현수가 제대로 돌려받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급한 건 조유진을 구해내는 것이다.…다른 한편, 재웅도 버지니아주에 도착했다.재웅은 어르신이 보낸 전화를 받았다.전화에서 기계음이 들렸다.“배현수는 언젠간 네가 자신의 어머니를 죽였다는 걸 알게 될 거야. 네가 배현수와 손을 잡고 날 해결하고 내 자리에 앉으려고 하는 걸 알아. 하지만 재웅아, 넌 내가 직접 키운 아이잖니. 만약 배현수와 함께 말 처리해 내가 죽으면 드래곤 파의 세력은 절반이 줄 것이고 그때가 되면 배현수가 복수를 하는 건 식은 죽 먹기란다.”재웅이 말했다.“친애하는 의부님, 제가 어떻게 해야 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요?”“오늘 밤, 버지니아주에서 배현수를 죽이면 난 드래곤 파에서 나와 내 자리를 넘겨주마.”재웅이 웃었다.“그 왕관을 제게 넘겨주셔도 괜찮
육성일의 압도적인 기운은 전화 너머에서도 남초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말을 하지 않아도 그 묵직한 압박감은 느껴졌다. 그때 어떻게 그런 용기를 냈는지, 어떻게 육씨 집안에 시집갔는지 스스로도 의아했다. 만약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차라리 구걸을 하더라도 절대 육씨 집안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남초윤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할아버지, 부탁드려요. 저희가 약속했던 건 두 달 전이었잖아요. 아직 두 달이 채 안 지났고, 제가 지금 아기를 가졌다고 해도 확인이 안 될 수도 있어요.” 그 말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기에 육성일도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할아버지의 전화를 겨우 넘겼지만 전화를 끊자마자 다시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렸다. 이번엔 ‘개자식’ 육지율이었다. “...” 할아버지와 손자는 통화 시간까지 맞춘 것처럼 기가 막히게 연달아 전화를 걸어온다. 그녀는 냉랭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왜요?” 육지율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무슨 폭탄이라도 먹었어요?” 육지율이 자신의 책을 내리게 만들고, 지난달과 이번 달 원고료도 다 날려버린 상황에서 그녀가 전화를 받아준 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아직 유지 중이었고 필요한 것도 있으니 남초윤은 결국 목소리를 가다듬고 좀 더 부드럽게 말했다. “지율 오빠, 무슨 일이에요?” “... 뭐라고 불렀어요?” “지~율~오~빠~” 그녀는 유설영의 말투를 흉내 내며, 아니, 오히려 더 능숙하게 말했다. 육지율은 순간 닭살이 돋았다. “제발 평소처럼 말해요. 저녁에 내 친구가 귀국하는데 같이 식사해요. 6시에 잡지사로 데리러 갈게요.” 남초윤은 단번에 거절했다. “난 안 갈래요.” “저녁에 뭐 다른 약속 있어요?” 남초윤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결혼한 지 3년 됐지만 당신은 나한테 친구 한 명도 소개해 준 적 없잖아요.” 그리고 이제 곧 이혼할 텐데 친구를 만날 필요는 더 없었다.이혼하고 나서 친구들이
조유진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학교에서 누가 너 괴롭히진 않았어?” 배선유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응, 나 괴롭히는 사람 없어. 할아버지가 우리 학교에 엄청난 돈을 기부하셔서 선생님들도 항상 나한테 잘해주시고 많이 관심 해주셨어. 그래서 나도 함부로 장난칠 수가 없어. 혹시 선생님이 할아버지한테 이르실까 봐.” 배현수는 이 말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배선유는 작은 악동처럼 말이 많았고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는 아이였다. 배현수의 말에도 자주 대꾸를 하니, 만약 동급생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면 벌써부터 떠벌렸을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남을 괴롭히는 쪽에 더 가까웠다. 성남에서 엄준은 배선유를 엄청나게 아끼며 키웠고, 그래서인지 아이는 주눅이 들지 않고 활발하게 자랐다.조유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다행이네. 우리 선유가 공부를 게을리할 걱정은 없겠어.” 배현수는 딸을 겁주듯 말했다. “너 공부 안 하고 일찍 연애라도 시작하면, 널 대제주에 데려와서 24시간 동안 지켜볼 거야.” 배선유는 입술을 내밀며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이건 너무 심해요! 나 혹시 쓰레기통에서 주워 온 거 아니에요?” 배현수는 코웃음을 치며 엄격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말했다. “공부 안 하면 좋은 날은 없을 거야.” 잠시 후, 학교 종이 울릴 시간이 가까워졌다. 배선유는 전화를 끊으려다가 친구가 그린 결혼사진 두 장을 영상 속으로 건네받았다. “선유야! 너랑 지우의 결혼사진 내가 그려놨어! 한 번 봐봐!” 배선유가 물었다. “한 장에 얼마야?” “너니까 공짜로 해줄게! 대신 다음번엔 나랑 결혼해 줄 수 있어?” “생각해볼게!” “...” 이 속도로라면 그들 부부는 도대체 몇 명의 사위를 맞이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한편, 스타라이트 매거진에서.남초윤이 사이트 편집자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그녀의 책은 예상대로 플랫폼에서 삭제되었고 이달 원고료는 한 푼도 들어오지 않
[합법적 부부] 함께 올라온 사진엔 결혼반지를 낀 두 손이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었다. 이 게시글이 올라가자마자 마치 깊은 바다에 떨어진 폭탄처럼 큰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들어 반응했다. 육지율: [8년의 여정 끝에 드디어 자랑할 수 있네!] 송하진: [어! 전 두 사람 목숨 구해준 은인이에요. 제가 아니었으면 두 사람이 어떻게 혼인신고까지 했겠어요? 당장 절 주빈으로 식사 대접해요!] 남초윤: [아아아아! 유진이를 결혼이라는 무덤 속으로 끌어들이다니! 대표님 너무하세요!] 엄창민: [내 여동생한테 잘해요. 혹시라도 괴롭히면 내 주먹이 용서 못 해요!] 엄명월: [형부! 이렇게 좋은 일에 저희한테 뭐라도 사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강이찬: [축하해, 결국 원하는 대로 됐네.] 심미경: [백년해로하세요. 행복하길 기원합니다!] 서정호: [대표님, 일 다 끝냈으면 빨리 돌아오세요. 의사 선생님이 여기서 엄청 화내고 있어요. 저 더는 못 버틸 것 같아요!] 학교 가기 싫어: [와! 아빠랑 엄마가 드디어 결혼했네요! 헤헷, 아빠, 나도 오늘 결혼했어요!] 배현수는 배선유의 댓글을 보고 순간 검은 눈동자가 흔들렸다. 조유진이 운전하며 그의 미세한 변화를 눈치채고 물었다. “왜 그래요?” “선유가 결혼했다는데.” “뭐라고요?” 조유진은 깜짝 놀라 차를 도로 옆에 세우고 급히 배선유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저쪽에서 배선유는 학교에 있었는데 마침 쉬는 시간이었다. 외국어 학교라 분위기가 자유로워 아이들은 평소에도 부모님과 연락을 하기 위해 휴대폰을 가지고 다녔다. 배선유는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을 카메라 앞으로 들이밀었다. “엄마, 아빠! 나 사진 보고 싶어!” 조유진은 그녀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나서 물었다. “선유야, 아까 결혼했다고 했잖아. 누구랑 결혼한 거야?” “우리 반 한지우랑! 엄마, 나 오늘 엄청 많은 축의금을 받았어! 내가 다 적어 놨어!”
조유진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갈게요.” 그가 환자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이번 한 번은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 다음 날 이른 아침. 서정호가 산성 별장에서 두 벌의 정장과 결혼 서류를 준비해왔다. 조유진은 오랜만에 풀 메이크업을 하고 머리도 고데기로 말았다. 그녀는 하얀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고 사진에 잘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신경 썼다. 그녀는 한동안 이렇게까지 꾸미지 않았는데 하이힐을 신고 배현수 앞에 서니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조금 어색해졌다. 그래서 물었다. “나 어때요?” “아름다워. 넌 언제나 아름다워.” 배현수는 전혀 망설임 없이 그녀를 칭찬했다. 조유진은 웃음을 참으며 옆에 있던 넥타이를 집어 들고 배현수에게 매어주었다. 배현수는 그녀의 손길에 고개를 숙이며 협조했다. 조유진은 평소와 다르게 더 복잡하고 정중한 ‘엘드리지 매듭’으로 넥타이를 맸는데 배현수는 평소에 간단한 윈저 매듭만 했었다. “이 매듭은 좀 생소하네.” 조유진은 넥타이를 다 매고 나서 그의 셔츠와 정장 재킷의 깃을 정리해 주었다. “이게 엘드리지 매듭이라고 해요. 중요한 자리에서 어울리는 방식이죠. 어때요, 괜찮아요?” “멋져. 하지만 여보, 우리 서둘러야 해. 조금 있으면 의사가 올 거야.” 웃으며 농담하듯 이야기하던 배현수는 조유진의 외투를 챙겨 그녀의 어깨에 걸쳐 주고, 그녀를 한 손으로 감싸 병실을 몰래 빠져나갔다. 두 사람은 마치 도망치듯 병원을 빠져나와 차에 올랐다. ... 그들이 빠져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의사가 병실에 회진을 왔다. 하지만 환자와 보호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그곳에는 ‘무관한 사람’만 남아 있었다. 의사는 엄숙한 표정으로 서정호를 보며 물었다. “환자는 어디 갔죠? 튜브까지 다 뽑다니, 누가 뽑았습니까?” 서정호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환자 본인이 뽑았습니다.” “도대체 어디 간 겁니까? 팔을 정말 망가지게 할 작정인가요
배현수의 가슴이 떨렸다. 그는 조유진과 이마를 맞대며 낮게 속삭였다. “그때 난 네 옆에 있진 않았지만 네 뒤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어. 그런데 왜 울었어?” “현수 씨 생각이 났어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펐거든요. 내가 이렇게 좋은 남자를 잃어버린 것 같아서, 그게 너무 아쉽고 후회스러웠죠. 그래서 울었어요.” 지금 이렇게 그를 바라보고 있으니 잃어버렸다가 다시 되찾은 느낌이었다. 조유진의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눈물은 슬픔이나 후회 때문이 아니었다. 감동과 감사함 때문이었다. 운명이 그들을 온갖 고난 속에서도 끝끝내 묶어 놓았고, 그들 사이에선 이제 더 이상 헤어질 수 없는 깊은 연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배현수는 긴 손가락을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천천히 끼워 넣으며 손을 꼭 맞잡았다. 순간 그들의 손바닥에서 따뜻함이 퍼져나갔다. 그는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진아, 넌 한 번도 날 잃은 적 없어. 우리가 몇 번을 떨어져도, 얼마나 오랫동안 떨어져 있더라도 난 결국 널 찾아내서 꼭 안고 말해줄 거야. 사랑한다고. 오직 너만 사랑한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조유진은 배현수의 유일한 선택이었고 그 선택은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 조유진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현수 씨, 우리 영원히 함께할 수 있을까요?” “그럼.” 그의 대답은 8년 전과 똑같았다. 짧지만 확고했으며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조유진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손목에 걸린 달콤한 연녹색 비취 팔찌를 내려다보았다. “상처가 나으면 우리 같이 아주머니를 위한 좋은 묘지를 고르러 가요. 그분을 위한 의관묘라도 만들어 드리는 게 어때요?” “아직도 ‘아주머니’라고 불러?” 조유진은 순간 얼굴이 뜨거워지며 말투를 바꿨다. 배현수는 그녀의 팔찌를 손가락으로 살며시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풍수 좋은 곳을 따로 고를 필요는 없어. 어머니께
육지율은 그 필명이 어딘가 익숙하다고 느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기억해 냈다. “이 자식! 기억났어! 이 녀석이 책에서 날 모욕하지 않았나? 내 명성을 망가뜨렸잖아?” 남초윤은 급하게 말했다. “잘못 본 거 아니에요? 비엘 작가가 주인공을 모욕할 리가 없어요! 그러면 밥숟가락 들고 욕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어요?” “나를 ‘수’로 묘사한 게 모욕이 아니고 뭐예요? 왜 항상 배현수가 공이냐고?” 남초윤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는 그 부분을 신경 쓰고 있었던 거였다.남초윤은 그가 진짜 작가를 고소할까 봐 걱정되었다. 그래서 변명하듯 말했다. “다음번엔 지율 씨가 공이고, 배 대표님이 수가 될 수도 있잖아요. 원래 BL 소설에서는 공수 구분이 모호해요. 겉보기에 수 같아도 사실은 공일 수도 있다고요!” 조유진은 살짝 의문을 제기했다. “난 현수 씨가 수 같지는 않았는데. 만약 현수 씨가 진짜 수라면 캐릭터 붕괴지. 차라리 육 변호사님이 수인 게 더 어울려. 자유롭고, 매력적이고, 다정하잖아.”“?”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육지율은 얼굴이 시커멓게 변하며 조유진에게 따졌다. “아니, 조유진. 내가 약해 보이는 수 같은 느낌을 준다고?” “...” 배현수는 차갑게 말했다. “유진이가 쓴 것도 아닌데 왜 화내? 그럴 시간 있으면 작가나 고소해.” 남초윤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그냥 재미로 쓴 거지 무슨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니잖아요? 작가를 고소하면 너무 쪼잔해 보일 거예요!” 하지만 육지율은 이성을 잃고 이를 악물었다. “쪼잔해 보이든 말든, 그 책을 하차할 거예요!” 자신이 소설 속에서 수 역할로 묘사되었고, 그것도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있다는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조유진은 객관적으로 말했다. “사실 책 내용은 나쁘지 않아요. 꽤 재미있고 독자도 많아요.” “독자가 몇 명인데?”“몇만 명 정도?” “뭐?”‘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날 수로 상상했
병실에서 조유진은 그가 누워있는 침대 옆에 앉아 있다가 잠들었다. 잠에 들어서도 손가락이 배현수의 손에 살짝 얽혀 있었는데 다정하고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진은 완전히 남자 친구 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입원 생활이 지루하다고 하다니.육지율이 댓글을 남겼다. “뭐야, 입원했어? 혹시 가정 폭력이라도 당한 거야?” 댓글을 남기고 나서 육지율은 차에 시동을 걸며 남초윤에게 말했다. “과일 바구니 좀 사서 병문안이나 가요. 친구가 입원했어요.” “친구? 설마 배 대표님이세요? 어디 아파요?” 육지율은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진짜 아플 수도 있고 그냥 꾀병일 수도 있고.” 혹시 모른다. 꾀병일지도....병원에서는 조금 전 장은숙이 산성 별장에서 저녁 식사를 가져왔다. 수술 후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밤은 죽 같은 유동식만 먹어야 했다. 배현수는 오른손을 쓸 수 없었기에 조유진이 죽 그릇을 들고 숟가락으로 그에게 먹여주고 있었다. 첫 숟가락을 그의 입 앞에 가져가자 배현수는 뜨겁다고 투덜댔다. 조유진이 후후 불어 온도를 맞춘 후 말했다. “이제 적당히 식었어요.” 배현수는 그제야 죽을 한 입 삼켰다. 그 순간 병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장난스러운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며칠 못 본 사이에 아기로 됐네? 밥도 혼자 못 먹고, 조유진이 널 너무 오냐오냐한 거 아냐?” 조유진이 놀라서 뒤돌아보니, 육지율과 남초윤이 병실에 들어와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설명했다. “오른쪽 어깨에 부상을 입었어요. 의사 선생님이 며칠 동안 오른손은 쓰지 말라고 하셨어요. 상처가 더 심해질 수 있거든요.” 그러자 육지율은 다짜고짜 그의 오른쪽 어깨를 툭 쳤다. “진짜야?” 배현수는 고통에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미친놈아!” 조유진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변호사님, 진짜로 다쳤다니까요! 어깨에 구멍이 났다고요, 함부로 건드리지 마세요!
그녀를 겨우 한 번 데리러 온 김에 출퇴근길의 불편함을 느끼고는 아예 차를 사서 해결하려고 하다니, 정말 육지율 다운 방식이었다.이 4S 매장에서 파는 차들은 모두 포르쉐였고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가장 저렴한 모델도 수천억 원대였다. 남초윤은 이미 남씨 집안이 육지율에게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었기에, 그가 차를 선물해 주겠다고 해도 받을 수 없었다.남초윤은 차분히 말했다. “앞으로는 출퇴근 길에 당신을 귀찮게 하지 않을 테니, 굳이 차를 선물할 필요는 없어요.”육지율은 순간 멈칫했다가 살짝 비웃으며 말했다. “차 한 대 선물한다고 귀찮다는 딱지가 붙어요? 이런 확산적 사고방식은 참 대단하네.”“....”정말 그런 게 아니란 말인가?평소에도 성격이 불 같았던 육지율은 차를 주겠다고 하면서도 그녀를 달래는 상황이 우스웠는지 어이없어 웃었다. 둘 중 누가 더 성격이 나쁜지 모를 일이었다.영업 직원은 남초윤을 육지율이 외부 애인으로 오해했고, 이 큰 거래가 깨질까 봐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가씨, 변호사님께서 차를 사주시는 건 출퇴근 시간을 줄여서 그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더 쉴 수 있게 해주려는 마음이 아닐까요?”남초윤은 더 이상 그의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이미 갚을 수 없는 빚이 너무 많았고 계속해서 더 쓴다면 두 아이를 낳아야 겨우 그 빚을 다 갚을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러나 육지율은 그 여느 때처럼 행동했다. 그는 VIP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빨리 골라요. 차 안 사면 집에 못 돌아가요.”남초윤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여자 영업 직원이 다가와 다양한 모델을 소개할 때, 그저 듣기만 했다. 그 직원은 미소를 띠며 말도 아주 달콤하게 했다. “변호사님은 저희 매장의 단골이세요. 그런데 여자를 데리고 온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변호사님이 정말로 많이 아끼시는 것 같아요. 비싼 차를 고르시면 아마 더 기뻐하실 거예요.”역시, 판매왕이었다.감정적 가치를 제공하는 법을 너무나 잘 아는 직원이었다. 하지만 남초윤은 그저 외부의
남초윤은 결혼 상태를 한 번도 업데이트한 적이 없었다. 동료들 눈에는 여전히 미혼으로 보였다.처음 그녀와 육지율의 스캔들이 터졌을 때 온 세상이 떠들썩했지만 사실 모두 육지율의 매력적인 외모 때문이었다. 아무도 남초윤처럼 작고 평범한 존재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육지율이 그녀와 결혼하기로 결정했을 때 그들의 침대 사진이 언론이나 남재원에게 유출되지 않은 것도 기적이었다. 사람들은 그저 육지율이라는 유명한 바람둥이가 ‘함정'에 빠져 순진한 여자와 관계를 맺은 후, 마지못해 결혼했다는 소문만 믿고 있었다.육지율이 연예계 인물이 아닌 만큼 동료들 중에서도 아무도 그 사건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육지율이 ‘좋은 집안의 아들’ 이라는 사실만 기억하고 그의 결혼 상대가 누군지에는 무관심했다. 그녀는 어디에도 크게 드러나지 않았고 언론에서도 그의 곁에 서는 일이 거의 없었다. 남초윤은 그렇게 세상 사람들의 눈에 숨겨져 있었다.동료들은 그저 그녀가 조금 집안 배경이 있는 부유한 여자인 줄로만 알았고 육지율의 아내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어쨌든 육지율의 아내라면 아무리 상황이 나빠도 그들과 같이 일하며 고생할 일은 없을 테니까. 설령 과거에 파파라치 일을 했더라도 그렇게 높은 곳에 시집갔다면 육씨 집안이 그녀를 계속 그 일을 하도록 놔두지 않았을 거라고 여겼다.비록 세상은 모두 직업의 평등을 외치고 있지만 상류 사회에는 여전히 그들만의 규칙이 있었다. 체면과 명예가 그들의 신분과 존엄을 상징했다. 파파라치라는 직업은 육씨 집안에게 있어 절대 자랑스러울 수 없는 일이었으니, 육지율과 강란희가 그녀에게 좀 더 체면 있고 유망한 직업들을 제안했지만 남초윤은 그들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그렇게 시간을 보낸 끝에 동료들은 하나둘씩 퇴근하고 남초윤만 남았다. 한 시간이 흐른 뒤 남초윤은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 저녁 7시가 되었다. 그녀는 통화 기록을 훑어보고 다시 한 번 메시지를 확인했지만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