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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9화

조유진은 그의 목을 껴안고 남자의 얇은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배 대표님이 자꾸 상기시키는데 그깟 혼인신고 정도는 뭐가 두려워요?”

두렵냐고?

배현수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더니 웃으며 말했다.

“도망칠까 봐 무섭다면?”

“그런데 오늘 구청이 문을 열지 않네요.”

게다가 그녀에게 줄 ‘선물’은 반드시 혼인신고서를 받기 전에 서명해야 했다.

조유진은 은은한 술 냄새를 맡으며 오늘 밤 그에게 줬던 미션을 떠올렸다.

“참, 육 변호사의 생각은 어때요? 처음 집에 이렇게 큰일이 생겼는데 상황을 알고 있었어요?”

“남초윤에게 기대하지 말라고 일러두는 게 좋을 거야.”

배현수는 딱 잘라 말하지 않고 주의만 주었다.

그 뜻을 알아차린 조유진은 육지율이 생각보다 덤덤하다고 생각했다.

“결혼한 지 3년이나 됐는데 정이 하나도 없어요?”

지독한 사람이다.

배현수는 담담한 얼굴로 대답했다.

“돈이 전부니까. 육지율은 돈과 권력을 제일 좋아해. 이 세 가지 중에서 하나만 선택하라면 주저 없이 권력을 선택하고 돈과 사랑을 포기할 거야.”

조유진은 몇 초를 생각하다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당신은요?”

생각지도 못한 반문에 배현수는 잠시 멍해졌지만 이내 말했다.

“나는 육지율과 달라. 권력에 대한 갈망은 가문에서 비롯됐으니 그는 평생 위해 가문을 저버리지 못할 거야. 어느 날 권력보다 더 탐나는 것을 찾아내지 않는 한 말이야. 하지만 나는 권력에 대한 갈망이 전적으로 조유진이라는 사람에게서 나와. 조유진을 포기하면 권력을 쫓을 동력이 없어져.”

어찌 보면 조유진이 배현수를 만든 셈이다.

조유진은 일부러 배현수에게 난처한 질문을 던졌지만 오히려 그녀가 감동을 받았다.

권력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극한의 권력은 거의 모든 것을 의미한다.

육지율은 가문에서 권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들었을 것이다. 따라서 권력을 갈망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권력이 가져다주는 우월함을 너무 많이 누렸다. 그러다 보니 감정에 있어서 대수롭지 않았다.

그는 영원히 가족을 등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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