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진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게 말로만 듣던 생존 본능인가?...다음날 오전, 찻집.이 찻집의 주인은 육지율로 환경의 비밀성이 매우 좋다.조유진과 주명은이 룸에 마주 앉아 중간중간 차를 끓이고 있었고 차 향기가 모락모락 났다.주명은은 참지 못하고 룸 입구를 여러 번 쳐다보면서 말했다.“어젯밤 배 대표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다며? 그런데 배 대표님은 왜 안 오셨어? 조유진, 너 지금 거짓말한 거야?”조유진은 찻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물어봤는데 필요 없대.”주명은은 독이 오른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배 대표가 원하지 않는 게 아니라 네가 원하지 않는 거겠지.”조유진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본인 아이가 아닌데 왜 필요하겠어?”“뭐라고?”처음에는 어리둥절하던 주명은은 이내 승리를 확신하고 득의양양하게 웃기 시작했다.“조유진, 미운 오리 새끼 같은 주명은이 언젠가 너의 약혼자와 잘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지? 그래서 내 뱃속의 아이가 배현수의 것이라고 믿고 싶지 않은 것이고!”조유진은 집요한 척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말했다.“그 남자와 언제 사귄 거야? 임신한 지 얼마나 됐어?”주명은은 입꼬리를 올렸다.“네가 립스틱을 돌려준 다음 날, 배 대표가 술을 마시고 한밤중에 직접 우리 집 문을 두드렸어. 네가 단속이 너무 심하다고 몰래 나를 찾아올 수밖에 없다고 했어.”잠깐 멈칫한 주명은은 계속 말했다.“그리고 배 대표님이 그러는데 네가 매일 차가운 얼굴로 있어서 재미없대. 침대에서 나무처럼 딱딱하고 전혀 흥미롭지 않다고 했어! 나 같은 여자가 좋다고 했어!”조유진은 담담한 얼굴로 욕을 내뱉었다.“너 같은 걸 좋아한다고? 너처럼 남자 뒤나 찾아다니는 사람?”“조유진! 너!”늘 덤덤하고 차분한 조유진이 욕설을 내뱉는 경우는 드물었다.하지만 지금 최악의 욕을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위협을 느껴 화가 났다는 뜻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주명은은 이내 입을 열었다.“조유진, 배 대표님이 그날 밤 나와 몇 번이나
“주명은, 네가 속았어. 그날 밤 당신과 함께 있었던 사람은 배현수가 아니야.”하지만 그 말을 들을 주명은이 아니었다.“조유진, 또 거짓말하네! 알아. 배 대표님이 너와 결혼한 게 아니라는 것을. 내가 혹시라도 너의 사모님 자리를 빼앗을까 봐 두려운 거잖아! 항상 고상하고 우아한 척했잖아. 그럼 나와 공정하게 배현수를 놓고 경쟁할 수 있어?”조유진은 피식 웃었다.“내 대답보다 배현수 본인이 그럴 의향이 있는지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니야?”주명은은 조롱하듯 말했다.“내 몸속에서 죽어도 된다고 했어. 그런데 어떻게 원하지 않을 수 있어? 조유진, 믿기 싫으시면 내가 동영상을 보내줄게.”그날 밤, 그녀는 배현수가 술을 마셔 취한 상태에 인정하지 않을까 봐 몰래 촬영했다.이것들은 모두 중대한 증거이다.조유진이 정말 강요한다면 그 증거들을 차곡차곡 내놓을 것이다.조유진은 그녀가 집착하는 것을 보고는 더 이상 타이르려 하지 않고 의자 등 뒤로 기대어 차분하게 주명은을 바라보았다.“그런 것들은 눈 따가워서 보고 싶지 않아. 만약 온라인 전체에 너를 보여주고 싶다면 공개해, 말리지 않을게. 너는 배 속의 아이는 진짜 친아버지를 찾아가야지 배현수에게 매달릴 게 아니야.”배현수를 그렇게 오랫동안 사모해온 주명은은 이제 겨우 관계를 맺게 되었기에 진작 이성을 잃었다.그는 조유진의 이런 말이 전혀 들리지 않은 듯 손가락만 쥐어짜며 말했다.“조유진, 배현수가 아직도 너를 사랑하는 줄 알아? 열여덟 살부터 같이 있으면서 몇 년이나 지났는데 진작 너에게 열정과 흥미를 잃었어! 남자들은 다 새로움을 찾는 거야...”가방을 들고 나가려던 조유진은 주명은의 말에 걸음을 멈췄다.“너에게 충격을 주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네. 너는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아이를 임신했어. 너무 충분해. 그런데 굳이 스스로 천한 여자가 되고 싶다면 똑똑히 말할게. 그날 밤 진짜 배현수는 내 옆에서 자고 있었어. 배현수와 몇 번을 잤는데 그 사람 몸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내가 너보다
넋을 잃은 배현수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다가와 눈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유진아, 방금 뭐라고 했어?”“뽀뽀 안 할 거면 됐고.”조유진이 몸을 돌려 차를 타려고 하자 배현수가 그녀의 팔을 잡아당기더니 품에 안았다.고개를 들자 이내 배현수가 고개를 숙였고 두 사람은 입술이 아플 정도로 키스했다.조유진이 살짝 물러서려 하자 배현수는 그녀를 문 옆에 깔고 입술과 혀를 철저히 침범했다.분명히 그렇게 많은 키스를 했지만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배현수는 그녀를 품에 안고 말했다.“룸메이트가 너를 괴롭혔어?”“아니.”그녀가 주명은을 한바탕 괴롭혔다.한편 위층에서 이를 지켜보던 주명은은 손끝에 잡힌 커튼을 꽉 잡았다.그날 밤 그녀와 함께 있었던 것은 분명 배현수였다!세상에 어떻게 똑같은 얼굴이 두 개 있을 수 있단 말인가?배현수에게 쌍둥이 형제도 없다.조유진이 주명은의 임신으로 인해 자신의 지위가 위협받을까 봐 거짓말을 한 것이 틀림없다.배현수는... 그녀와 관계를 가졌으니 절대 이대로 끝낼 수 없다....주명은과 ‘맞짱’을 뜬 후 배현수는 조유진을 데리고 719부대로 향했다.부대는 교외에 있고 그들은 중간에 세 대의 차량을 바꿔탔다. 한 구간에서는 전 과정에 카메라와 모니터링이 없었다.이 기지는 내비게이션에서도 전혀 찾을 수 없다.조유진은 한 번 와봤지만 배현수의 안내가 없으면 다시 찾을 수 없을 것이다.기지에 들어가기 전, 늘 그렇듯 안전 검사를 했다.눈치가 빠른 보안검색대 경호원은 조유진을 한 번 훑어본 뒤 바로 인사했다.“형수님, 안녕하세요.”조유진도 멋쩍게 대답했다.“... 안녕하세요.내부 수비가 삼엄한 이곳은 아주 넓다.배현수는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며 말했다.“내 손을 놓지 마. 이따가 용의자로 잡힐 거야.”조유진은 그의 손을 ‘탁’치며 말했다.“손을 잡고 싶으면 바로 말해요.”“사모님, 역시 눈치가 빠르네.”배현수는 그녀의 손을 잡더니 깍지를 끼고 그녀를 사
“내게 총부리를 겨눠서 만약 오발이라도 나면 네 남은 평생의 행복은 누가 책임질까.”조유진은 조롱했다.“나중에 또 날 속이면 이 총으로 겨눌게요. 무섭죠?”배현수는 입꼬리를 올렸다.“무서워. 한 방 쏘고 반동을 느껴봐.”펑!총알이 날아가 과녁 한가운데 적중했다.처음 총을 쏘는 조유진이라 손목에 힘이 부족해서 반동력 때문에 손목에 무리가 갔다.배현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손목이 이렇게 흔들리면 어떻게 해. 연습할 겸 밤에 벌을 줘야겠어.”조유진이 깜짝 놀라 물었다.“어떻게 연습해요?”남자의 목소리는 침착했지만 농담임을 알 수 있었다.“간단해. 총을 잡고 연습하면 되지.”조유진 왠지 모르게 귀가 뜨거워졌다.배현수는 이미 웃음을 거두고 그녀의 손을 잡고 다시 과녁을 겨누었다.“세 발 쏘면서 가르쳐줄게, 반동력에 습관이 되어야 해. 네 번째 발은 혼자 연습해.”펑!두 번째 총을 쏘자 조유진은 손목뼈가 후줄근해지는 것을 느꼈다. 찌릿찌릿한 느낌이 들었다.배현수는 일부러 그녀를 혼냈다.“오늘 목표는 과녁을 맞히지 못하면 밤에 무릎 꿇고 계속하는 거야.”조유진은 ‘흥’하고 콧방귀를 뀌고는 말했다.“감사하네요. 선생님.”“천만의 말씀. 엄한 스승이 훌륭한 제자를 배출하니까.”멀지 않은 곳.짙은 검은 눈동자가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고 이곳의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배현수에게 총을 겨누며 웃는 조유진을 바라보는 그의 눈가에 매서운 빛이 스쳐 지났다.한 부하가 지나가면서 그에게 인사를 했다.“사령관님 안녕하세요.”한편 조유진은 네 번째로 총을 쏠 준비를 하고 있었다.사령관은 두 손을 뒤로 한 채 다가와 말했다.“총이 재미있어요?”조유진이 어리둥절해 하며 물었다.“이분은?”배현수가 대답했다.“사령관님이야. 여기는 조유진.”사령관의 시선이 조유진을 스쳐 지나갔다.“이분이 당신을 공해에서 구사일생으로 구했다는 사람이에요?”심지어 그녀를 위해 719 대장의 자리를 넘겨받았다.배현수는 조유진을 끌
기지에서 돌아간 후 조유진은 손목에 파스를 붙였다.산성 별장에 도착하니 선유가 물었다.“엄마, 손목이 왜 그래? 다쳤어?”배현수는 가볍게 웃었다.“어머니가 총을 다루지도 못하면서 굳이 하려고 해서 그래.”조유진도 한마디 했다.“아니. 엄마가 개와 싸우다가 손목을 삐었어.”선유는 눈을 돌려 루루를 의심했다.“루루! 감히 내 말을 안 들어! 맞아!”저녁.배현수는 휴대전화는 쉴 새 없이 울려 휴대폰을 켜보니 카톡 메시지가 곧 폭발할 것 같았다.엄창민의 메시지다.[배현수! 감히 환희에게 이렇게 대하다니! 기다려! 내일 아침 대제주시로 환희 데리러 갈 테니!]엄준의 메시지도 있었다.[환희를 너에게 맡겼는데 어떻게 환희에게 그럴 수 있어? 너무 실망이야!]처제 엄명월의 메시지도 있었다.[배 대표님, 너무 잘 노네요. 몸매도 좋고요! 하지만 이건 평가하기 어려워요! 성공하시길 바랍니다.]육지율의 메시지도 있었다.[배현수, 안 놀면 그만이라더니 예전에는 내가 너를 얕봤어! 조유진이 뭐라고 안 해? 대단해!]서정호에게서도 메시지가 왔다.[배 대표님, 큰일 났어요! 빨리 답장 좀!]배현수는 이런 두서없는 정보들을 보며 멍해졌다.무슨 큰 죄를 지었는지 이 사람들은 거의 같은 시간에 메시지가 왔다.아마 주명은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짐작한 배현수는 SNS에 접속했다.인기 검색어가 하늘 높이 걸려 있었다.[SY그룹.][베드신.]샤워하고 욕실에서 나온 조유진은 안색이 어두운 배현수를 보고 다가와 물었다.“왜?”“주명은이 사진을 공개해 화제가 되고 있어.”조유진은 의외가 아니라고 생각했다.주명은은 분명 이런 방법을 써서 배현수를 핍박하여 배 속의 아이를 보게 할 줄 알았다.휴대전화를 들고 댓글을 뒤적이니 누리꾼들이 의논이 분분했다.심지어 댓글 창에는 조햇살을 부르는 누리꾼도 있었다.[하하하! 조햇살! 너의 강적이 드디어 나타났어!][아니, SY그룹이 조햇살을 좋아하는 것은 그렇다 쳐. 적어도 조햇살은 예쁘잖아.][SY그룹이
아래층 응접실에는 건장한 중년 남자 몇 명이 뛰어 들어왔다. 그들은 입에 담배를 물고 있고 어떤 이들은 손에 도끼와 칼을 들고 흉악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남재원은 그 얼굴들을 보자마자 염라대왕을 만난 듯 발을 빼 위층으로 뛰어갔다.우두머리가 거실 소파에 앉더니 턱을 올리자 손아랫동생이 바로 알아차리고는 달려들어 남재원을 잡아당겼다.“어딜 뛰어? 달리기는 빠르네! 이제 이 다리를 잘라야겠어! 다음에 또 무엇을 가지고 도망가는지 보자고!”그 사람은 손에 날카로운 도끼를 들고 남재원의 오른쪽 다리에 손짓을 두 번 했다.남재원은 겁에 질렸다.“형님들, 도망갈 생각 아니었어요! 위층으로 올라가서 집에 현금이 있는지 확인한 거예요. 가져와서 빚을 갚아야죠!”그 사람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진짜인 척하네.”우두머리는 이 별장을 둘러보더니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쯧쯧, 이런 집에 살면서 빚이나 지고. 그러면서 이렇게 좋은 집에 살고 있어! 주머니에 아직 돈이 있나 보네, 빚 갚기 아까운가 봐?”남재원은 서둘러 설명했다.“아니요. 이 집은 이미 법원에 넘어갔어요. 이 집이 여전히 제집이라면 당장 은행 대출을 받아서라도 형님들의 빚을 갚았겠죠. 보세요. 법원 봉인이 아직 문 앞에 있어요! 진짜 거짓말 아니에요!”그러자 제일 큰 우두머리 형님이 피식 웃었다.“그래. 무슨 뜻인지 알겠어. 갚을 돈이 없다는 거지?”“조금만 시간을 주면 안 될까요? 돈이 생기면 바로 갚을게요!”큰형님은 손을 뻗어 남재원의 얼굴을 툭툭 두드렸다.“봐달라고? 누가 널 봐줘? 이 빚은 원래 설 전에 청산해야 하는데 이제 설도 지나고 봄이 곧 다가와! 나 같은 사람들은 밥도 못 먹고 기다리고 있잖아! 네가 돈을 갚지 않으면 어디서 밥을 먹을 수 있겠어? 동생, 내 위에도 사람이 있는데 나를 곤란하게 하면 안 되지. 나도 살아야 할 거 아니야!”남재원은 놀라서 털썩하고 무릎을 꿇었다.“그런데 지금은 갚을 돈이 정말 없어요. 입구에 차가 있으니 운전해 가세요. 중고로 팔아도
“육성일! 육성일 아세요? 전에 7시 뉴스에 나왔을 거예요!”전우영은 틈만 나면 뉴스를 볼 정도로 뉴스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러니 육성일이라는 이름도 자연스럽게 들어본 적이 있었다.그는 가볍게 웃음을 흘리며 대꾸했다.“육성일이라니… 그렇게 높은 사람이 너 같은 신용불량자랑 아는 사이라는 거야? 네가 정말 황족이라면 돈을 못 갚을 이유가 없지. 안 그래? 돈 안 갚으려고 별 핑계를 다 대는구나! 점점 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늘어놓으려고 하네!”“다 끌고 가! 저놈이랑 저놈 딸내미까지 싹 다 끌고 가! 너 같은 자식은 호성시에서 설거지나 하는 게 제일 어울려!”전우영의 수하가 물었다.“형님, 저 노인네도 같이 데려갈까요?”전우영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다 데려가! 다리 하나라도 잘라서 우리 애들 기분 풀어줘야지!”그 말에 남재윤은 놀라 까무러칠 뻔했다.…깊숙한 골목에 있는 작은 집 안에서는 희미한 조명이 가까스로 어둠을 밝혀주고 있었다.전우영의 수하들이 도끼날을 날카롭게 갈고 있었다.그 광경을 보는 남재원은 혼비백산해 새하얗게 질려있었다.그는 남초윤의 손을 잡고 울부짖었다.“빨리 어르신한테 도와달라고 연락해! 아니면 변호사님한테라도! 제발 아무나 불러서 나 좀 도와줘! 나 다리 하나 잃는 것쯤은 괜찮아! 그런데 너까지 호성시 도박장에 팔아넘기려고 하잖니!”“초윤아, 내 생각은 안 해도 된다. 너를 생각해서라도 얼른 도와달라고 해야지!”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던 남초윤의 눈은 새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그녀가 이를 꽉 깨문 채 물었다.“마지막으로 물을게요. 또 도박할 거예요?”“안 할게! 다시는 도박 같은 거 안 한다! 맹세할게! 내가 다시 도박하면 저 사람들 손에 죽을게!”맹세가 끝나기 무섭게 남재윤은 남자들에 의해 끌려나갔다.여러 명이 달려들어 돼지 잡듯 남재윤을 잡아 눌렀다. 그러고는 금발 머리의 남자가 도끼를 들고 오더니 손을 높이 들어 도끼를 휘두르려 했다.그 모습에 남재윤의 눈이 커
남초윤은 한밤중이 되어서야 소정 별장으로 돌아왔다.밖에서는 가랑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다. 택시를 잡아타고 돌아온 그녀는 별장 입구에서부터 집 안까지 마당을 지나며 뛰어 들어와야 했다. 그 때문에 온몸은 안개에 뒤덮인 듯 촉촉한 이슬이 맺혀있었다.별장 안은 어둡고 조용했다.남초윤은 불도 켜지 않고 조용히 2층으로 걸어 올라가더니 샤워를 하기 위해 잠옷을 들고 욕실로 향했다.그 순간, 등 뒤에서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더니 단단한 가슴이 그녀의 몸에 닿았다.그 감촉에 남초윤의 등이 뻣뻣하게 굳었다.등 뒤에서 육지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을 덜 깬 그의 목소리는 낮게 잠겨 있었다.“왜 이제 들어오는 거예요?”순간적으로 헛숨을 들이쉰 남초윤은 들고 있던 잠옷을 바닥에 툭 떨어뜨렸다.그녀는 몸을 돌려 육지율의 목을 끌어안더니 어둠 속에서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 육지율과 혀를 섞으며 남초윤은 흐릿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보고 싶었어요.”“…”그 말에 육지율이 적잖이 놀란 듯 멈칫했다.하지만 곧 다시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밤중에 도둑이라도 든 줄 알았잖아요.”남초윤이 원한다면 육지율도 거절할 리 없었다.남자의 큰 손이 남초윤의 허리를 꼭 끌어안더니 더 진하게 입을 맞추며 그녀의 옷을 천천히 벗겨내기 시작했다.“꿀이라도 먹었어요? 오늘따라 왜 이렇게 달콤하지?”남초윤도 천천히 육지율의 잠옷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육지율은 급한듯한 남초윤의 손을 잡더니 낮게 웃음을 흘렸다.“이럴 생각이었어요? 얼마나 원했는지 한 번 볼까요?”남초윤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녀는 어둠 속에서 육지율에게 더 가까이 달라붙었다.그 작은 접촉에도 두 사람은 빠르게 달아올랐다.육지율은 한 손으로 남초윤의 움직임을 통제하더니 그녀를 침대 가장자리로 데리고 갔다.그러고는 다른 한 손으로 침대 옆 서랍을 열어 콘돔을 찾기 위해 손으로 더듬어 보았지만 찾지 못했다.남초윤은 그런 육지율의 팔을 끌어당기더니 숨을 몇 번 고르고는 그의 귓가에 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