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초윤은 한밤중이 되어서야 소정 별장으로 돌아왔다.밖에서는 가랑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다. 택시를 잡아타고 돌아온 그녀는 별장 입구에서부터 집 안까지 마당을 지나며 뛰어 들어와야 했다. 그 때문에 온몸은 안개에 뒤덮인 듯 촉촉한 이슬이 맺혀있었다.별장 안은 어둡고 조용했다.남초윤은 불도 켜지 않고 조용히 2층으로 걸어 올라가더니 샤워를 하기 위해 잠옷을 들고 욕실로 향했다.그 순간, 등 뒤에서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더니 단단한 가슴이 그녀의 몸에 닿았다.그 감촉에 남초윤의 등이 뻣뻣하게 굳었다.등 뒤에서 육지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을 덜 깬 그의 목소리는 낮게 잠겨 있었다.“왜 이제 들어오는 거예요?”순간적으로 헛숨을 들이쉰 남초윤은 들고 있던 잠옷을 바닥에 툭 떨어뜨렸다.그녀는 몸을 돌려 육지율의 목을 끌어안더니 어둠 속에서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 육지율과 혀를 섞으며 남초윤은 흐릿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보고 싶었어요.”“…”그 말에 육지율이 적잖이 놀란 듯 멈칫했다.하지만 곧 다시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밤중에 도둑이라도 든 줄 알았잖아요.”남초윤이 원한다면 육지율도 거절할 리 없었다.남자의 큰 손이 남초윤의 허리를 꼭 끌어안더니 더 진하게 입을 맞추며 그녀의 옷을 천천히 벗겨내기 시작했다.“꿀이라도 먹었어요? 오늘따라 왜 이렇게 달콤하지?”남초윤도 천천히 육지율의 잠옷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육지율은 급한듯한 남초윤의 손을 잡더니 낮게 웃음을 흘렸다.“이럴 생각이었어요? 얼마나 원했는지 한 번 볼까요?”남초윤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녀는 어둠 속에서 육지율에게 더 가까이 달라붙었다.그 작은 접촉에도 두 사람은 빠르게 달아올랐다.육지율은 한 손으로 남초윤의 움직임을 통제하더니 그녀를 침대 가장자리로 데리고 갔다.그러고는 다른 한 손으로 침대 옆 서랍을 열어 콘돔을 찾기 위해 손으로 더듬어 보았지만 찾지 못했다.남초윤은 그런 육지율의 팔을 끌어당기더니 숨을 몇 번 고르고는 그의 귓가에 나지
…반응을 지켜보던 조유진은 커뮤니티를 나가려던 찰나, 주명은에게서 온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배현수 못 만나게 하면, 동영상 공개해 버릴 거야.“반협박 어린 말투로 보아 인내심이 바닥 난 모양이었다.하지만 조유진은 차분하게 대답했다.[정말 모든 인터넷이 네 19금 이야기에 대해 알아주길 바라는 거야? 그런 거라면 올리든지.]어차피 영상 속의 남자는 배현수가 아니었으니 잃을 것도 없었다.아무렇지도 않은 조유진의 반응에 주명은은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조유진은 주명은과의 대화 내용을 캡처해 남초윤에게 전송했다.[네 실적 올려줄게. 나 대신 이거 좀 폭로해줄래?]조유진의 메시지를 받은 남초윤은 충격적인 소식에 곧장 조유진에게 전화를 걸었다.뒤늦게 상황 파악을 마친 남초윤은 대화 내용 캡처본을 들고 본격적으로 일을 하러 갔다.오후가 되자 상황이 예상대로 흘러갔다.지금 실시간 인기검색어는 대화 내용 캡처였다.네티즌들의 반응이 폭발했다.“그거 봐! 내가 반전이 있을 거라고 했잖아! 결국, 이 여자가 계획적으로 SY 꼬신 거라니까! 올린 글에는 SY가 먼저 꼬셨다고 했으면서!”“동영상도 있다고?? ㅇ이 여자 진짜 대단하네! 그 순간에 영상을 찍은 거야??”“헐! SY는 왜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지? 그냥 영상 공개하라고 하는데??”“SY랑 저 여자 못 만나게 하는 사람은 또 누구야? 저 사람 누가 봐도 진짜 본처잖아!”“설마 SY 약혼녀 아니야? 그 엄씨 가문 아가씨.““미친! 조햇살도 이렇게까지 무모한 짓은 안 했어! SY가 조햇살을 얼마나 대놓고 밀어줬는데, 저런 식으로 인터넷에서 대놓고 협박한 적 없었어. 저 여자는 대체 뭐길래 저런 자신감이 생겨난 거지?”“이 사건 점점 재밌어지네…”…주명은은 조유진이 자신과 사적으로 나눈 채팅 내용을 이런 식으로 무례하게 공개해버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하지만 주명은은 포기하지 않고 배현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보내기 전, 그녀는 수십 번이고 내용을 수정하고 또 수정했다.
예지은이 실종된 지 거의 일주일이 지났다. 이제 와서 단서가 발견된 것은 좋은 일이었다.하지만 조유진은 배현수의 이번 출국이 어딘가 걱정되었다.“만약 드래곤 파가 현수 씨를 협박하기 위해서 어머님을 납치한 거라면요? 그렇다면 그 사람들도 분명 현수 씨가 올 걸 예상하고 함정을 파놨을 거예요.”배현수는 그런 조유진의 마음을 이해했다.“내가 안 갔으면 좋겠어?”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인 법이다. 예지은이라면 조유진에게 엄청 중요한 존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배현수는 조유진의 인생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존재나 마찬가지였다.조유진은 그런 배현수의 말을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현수 씨 친어머니니까, 현수 씨가 그렇게 몸을 사리지 않는 걸 이해할 수는 있어요. 저도 현수 씨를 막을 자격은 없죠. 그냥 제가 걱정되는 건…”배현수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배현수가 조유진의 손을 잡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약속했다.“무사히 돌아올게.”하지만 조유진은 배현수를 바라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조유진을 너무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던 배현수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안 돌아오면 내가 너랑 결혼을 어떻게 하겠어?”“…”조유진은 눈을 살짝 내리깔며 애써 달아오르는 눈시울을 숨겼다.그녀는 배현수의 셔츠 단추를 만지작거리며 아쉬운 듯 말했다.“선유가 방학에 엄마 아빠랑 여행 가고 싶다고 했었는데, 또 계획 틀어지게 생겼네요. 현수 씨가 나중에 직접 가서 설명할래요?”일전, 배현수와 조유진은 이미 선유에게 같이 놀러 갈 거라는 약속을 한 상태였다. 이번에 또 약속을 어긴다면 아이가 화를 낼 게 뻔했다.배현수는 조유진의 손을 잡아 가볍게 몇 번 쥐더니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응, 내가 가서 다 얘기할게. 주명은 일은…”“주명은 일은 내가 알아서 다 처리할게요. 현수 씨는 신경 쓰지 말아요.”배현수는 조유진을 꼭 끌어안더니 자신의 턱을 그녀의 머리 위에 가볍게 괴고는 옅은 한숨을 쉬었다.“유진아, 이번이 마지막이야. 널 이렇게 걱
배현수는 팔을 벌려 선유를 꼭 끌어안아 주었다.아빠가 자리를 뜨고… 아이의 방문이 닫혔다.선유는 곧장 영어사전을 저 멀리 던져 버리고는 다시 태블릿을 쥔 채 침대에서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다.“랄랄라! 랄랄라! 나는 꼬마 신문 배달부… 아빠 출장 따위는 기다리지 않지…”“찰칵.”아이의 방문이 다시 열렸다.선유는 민첩하게 침대에 엎드려 이불 속에 고개를 묻고는 서럽게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아이의 울음소리에 놀라 달려온 조유진이 물었다.“선유야, 왜 그래? 아빠한테 혼났어?”엄마의 목소리에 선유는 곧바로 이불 속에서 기어 나왔다.“아, 엄마였구나! 깜짝 놀랐잖아요! 엄마, 내일 아빠 출장 가시면 우린 어디 놀러 가요?”“…”대단한 녀석이다.조유진은 혹시라도 딸이 슬퍼할까 봐 걱정했건만, 배현수와 자신만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던 셈이었다.…서재.계약서를 작성하던 배현수가 조유진을 보며 물었다.“선유는 아직도 기분 안 좋대?”이걸… 뭐라고 대답해줘야 할까?조유진은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조금요.”하지만 아주 조금.아이는 이미 혼자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그 말에 배현수의 마음이 갑자기 약해지더니 어딘가 모를 죄책감이 들면서도 또 약간의 안도감을 느꼈다.“이제 선유가 정말 사랑스러운 내 딸이 됐네. 내가 돌아오면 같이 디즈니랜드 가자고 전해줘.”선유는 사랑스러운 딸이 맞았다. 어딘가 나사 빠진 딸이어도 사랑스러운 딸이었다.조유진이 가까스로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그 말 들으면 선유 진짜 좋아하겠어요.”배현수는 손에 들고 있던 계약서를 조유진에게 건네며 말했다.“이거 좀 봐봐.”“이게 뭔데요?”계약서를 건네받아 확인한 조유진의 표정이 묘해졌다.배현수가 펜을 꺼내며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추가할 거 없으면 여기에 사인하면 돼. 그럼 내가 변호사한테 보내서 공증까지 끝낼게.”배현수가 내민 것은 재산 양도 계약서였다.배현수는 자신이 소유한 모든 개인 자산을 조유진에게 양도하며 자발적으로 증여한다는 내용
결국, 조유진은 결혼 전 증여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다.배현수는 금고에서 호신용 전기충격기를 꺼내 조유진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 항상 이거 갖고 다녀. 충전은 이미 해뒀고. 지난번에 이거 쓰는 법 가르쳐줬는데, 기억하지?”조유진은 생각보다 무거운 전기충격기를 받아 들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기억하죠.”배현수가 다시 당부했다.“위급 상황에도 절대 마음 약해져선 안 돼. 일이 너무 커졌다 싶으면 바로 육지율 변호사 부르고.”“알겠어요, 꼭 명심할게요.”“전기충격기는 잘 숨겨둬. 내가 호신술 몇 개 더 가르쳐줄게.”“네, 좋아요.”하지만 지금 조유진이 누구보다 걱정하는 사람은 배현수였다. 지금 위험한 상황에 뛰어드는 사람은 결국 그였으니까.조유진은 배현수의 셔츠 깃을 정리해주며 그의 목젖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말했다.“현수 씨, 돌아오면 꼭 나랑 결혼해줘요.”깊은 눈으로 조유진을 바라본 배현수가 그녀를 단단히 끌어안았다. 조유진은 배현수의 품속에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지만 밀어내지 않았다.조유진은 밀어내는 대신 두 팔로 배현수의 넓은 등을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배현수는 조유진의 이마, 콧등, 입술에 차례대로 입을 맞췄다.조유진은 고개를 살짝 들어 점점 진해지는 키스를 받아들였다.…배현수가 떠난 후에도 주명은은 여전히 인터넷에서 소란을 피웠다.조유진은 그런 주명은을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녀 홀로 궁지에 몰리면 그때 확실하게 끝장을 볼 생각이었다.조유진은 선유를 데리고 대제주시 근처에서 이틀 동안 놀았다.하지만 배현수가 없는 동안 혹시라도 드래곤 파의 사람들이 그녀와 선유의 주변에 잠복해 있을까 봐 두려웠다. 결국, 조유진은 선유와 루루를 성남에 있는 엄씨 본가에 보내기로 했다.오랜만에 내려간 엄씨 본가에서 조유진은 엄준에게서 새로운 임무를 맡게 되었다.“곧 대제주 쪽에서 경매가 열릴 예정입니다. 그 경매에 저와 성행 그룹을 대표해 나가줬으면 합니다. 그 경매에 내가 관심 있는 도자기가 있거든요. 사진은
조유진은 주저 없이 바로 타투 가게에 들어갔다.가게에서 일하는 쿨한 스타일의 여자 타투이스트는 뛰어난 그림 실력을 지닌 사람이었다. 조유진은 가게 안에 걸려있는 타투를 쭉 둘러보았지만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타투이스트는 종이와 펜을 꺼내 조유진이 원하는 도안을 즉석에서 그려주었다.그렇게 탄생한 타투 도안은 연한 분홍색 불꽃 비 아래로 S가 부드럽고 밝은 분위기로 이어지는 도안이었다.그 독특하고도 로맨틱한 분위기는 조유진과도 아주 잘 어울렸다.남초윤도 그 도안을 보자마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이 도안 진짜 예쁘다. 난 타투라고 하면 다 무슨 용 문신 같은 거인 줄 알았어!”타투이스트가 물었다.“어디에 하실 거예요?”“왼쪽 가슴에 할게요.”“네, 그럼 이쪽으로 와서 누워주세요. 간단히 마취 크림부터 바르고 타투 시작하겠습니다.”타투이스트에게는 이미 익숙한 일이었다. 왼쪽 가슴에 타투를 새기는 것쯤은 흔하디흔한 일이었고 더 은밀한 부위에 타투를 해본 적도 있었다.하지만 조유진의 말에 남초윤은 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현수 씨가 이거 보면 어떡해? 완전 짐승 되는 거 아니야?”“…”한 시간가량이 지나자 타투가 완성되었다.출중한 실력의 타투이스트 덕에 완성된 타투는 조금 전 종이에 그렸던 타투 도안과 일치했다.조유진도 자신의 타투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배현수가 돌아오면 깜짝 선물로 보여줄 계획이었다.…3일 후, 박람회 센터.그곳에서는 국제 경매가 진행되고 있었다.남초윤은 조유진의 팔짱을 낀 채 안으로 들어섰다. 경매장에는 다양한 골동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경매 시작 전, 남초윤은 휴대폰을 들고 골동품들을 찍으며 말했다.“부자 친구 두니까 이런 것도 보고 좋네. 유진아, 이 부채 조개로 만들어진 거래! 정말 대단하지 않아?”행사장을 둘러보던 조유진은 엄준이 찾던 그 도자기를 보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하지만 고개를 든 조유진의 눈에 익숙한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정확히 말하자면 성가신 사람이었다.
“속였는데 그래서 뭐? 넌 속이려고 해도 현수 씨가 봐주든?”“…”조유진의 말에 화가 치밀어오른 주명은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주현성은 곁에서 두 사람을 제지하는 척 나서며 입을 열었다.“두 사람 왜 이렇게 싸우는 거야? 명은아, 너랑 유진이 같은 학교 동창이잖아. 나도 이제 방송국장 됐는데 유진이 네가 없는 게 조금 아쉽구나. 유진이 네가 방송국으로 돌아오고 싶다면…”주현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명은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큰소리로 외쳤다.“아빠! 몇 년 동안 놀고먹던 온실 속 화초가 뭘 알겠어요, 지금 아마 대사 한 줄도 제대로 못 외울걸요? 그런 애를 왜 다시 데려가요? 그냥 월급만 받으면서 놀고먹으라고요?”아빠라고?주명은이 주현성 같은 늙은 변태를 의붓아버지로 삼았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주명은은 무의식적으로 주현성의 팔짱을 끼더니 남자의 팔을 좌우로 흔들었다.지나칠 정도로 애교 섞인 주명은의 동작은 두 사람이 정말 부녀 사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친밀해 보였다.스물여섯이나 먹은 여자가 마흔 넘은 중년 남자를 의붓아버지로 삼는다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냥 슈가 대디겠지.두 사람을 바라보는 조유진의 눈빛이 지나치게 예리해 보였던 모양이다.그녀의 시선에 주명은은 급히 주현성에게서 팔을 빼며 남자와 거리를 두었다.만약 배현수가 여기 있다면 다른 남자와 이렇게 다정하게 붙어있는 모습을 들켜선 안 되니까 말이다.그리고 조유진이 배현수에게 이 사실을 얘기할까 봐 신경 쓰였다.조유진은 알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아, 두 사람, 부녀 사이였구나. 그래서 둘이 성씨가 똑같았던 거네. 국장님, 밖에 이렇게 큰 딸이 있다는 걸 사모님께서도 아세요?”그 말에 주명은이 분노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조유진! 너 지금 무슨 헛소릴 하는 거야?”주명은의 호통에 조유진은 미간을 약하게 좁히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네가 먼저 아빠라고 부르지 않았어? 네가 국장님한테 아빠라고 했으니까, 둘이 부녀 사이인 거 아
본격적인 경매가 시작되기 전, 입구에서는 작은 소동이 있었다.화려하게 차려입은 유설영이 현장에 등장했다.남초윤이 공중에서 손을 휘휘 저으며 냄새를 쫓으려는 듯한 모션을 취했다.“오늘 운세가 좀 안 좋나, 왜 갑자기 여우 냄새가 나지?”음흉하고 비열한 주명은과는 달리 유설영의 교활함은 더욱 대담했다.그녀는 남초윤을 발견하자마자 매니저와 함께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어머, 초윤 씨. 여긴 어쩐 일이에요? 가십거리라도 있나 캐러 왔어요?”남초윤은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유설영의 질문에 대답했다.“그럼 유설영 씨는 여기서 나한테 가십거리 제공하러 와주신 건가요?”“그런 건 아니고, 오늘 이 경매에 ‘준마’ 작품이 나온다고 해서요. 할아버님께서 그림을 아주 좋아하시거든요. 곧 할아버님 80번째 생신이시기도 하고 그래서 선물이나 사드릴 겸 온 거예요.”“어머, 효녀 납시셨네요. 누가 들으면 무슨 육씨 가문 손주며느리라도 된 줄 알겠어요.”그 말에 유설영이 입꼬리를 끌어올려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직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아닐 거라는 법은 없죠. 초윤 씨, 여기서 구매하실 거 없으시면 그냥 돌아가시는 게 어때요? 여긴 초윤 씨랑 좀 안 어울리는 것 같은데요.”남초윤이 어이없다는 듯 눈알을 굴리며 말했다.“내가 여기랑 어울리든 말든, 가십 거리를 캐러 왔든, 황금을 캐러 왔든 그쪽이랑 무슨 상관이죠?”유설영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초윤 씨도 언젠간 지율이랑 초윤 씨가 전혀 다른 세상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겠죠.”“나랑 지율 씨가 다른 세상 사람이라니요? 그럼 지율 씨는 무슨 외계인인가요?”“…”유설영은 고개를 빳빳이 쳐든 채 남초윤의 곁을 지나가며 가볍게 한 마디 던졌다.“사실 오늘 그 그림뿐만 아니라 에메랄드 브로치도 경매에 올라왔더라고요. 그 브로치, 예전에 지율이가 나한테 선물로 준 거거든요. 그리고 헤어지자마자 뉴욕으로 갔는데, 뭔가 그 물건 볼 때마다 그리워질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팔았어요. 그래도 난 원하면 언제든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