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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0화

배현수는 팔을 벌려 선유를 꼭 끌어안아 주었다.

아빠가 자리를 뜨고… 아이의 방문이 닫혔다.

선유는 곧장 영어사전을 저 멀리 던져 버리고는 다시 태블릿을 쥔 채 침대에서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다.

“랄랄라! 랄랄라! 나는 꼬마 신문 배달부… 아빠 출장 따위는 기다리지 않지…”

“찰칵.”

아이의 방문이 다시 열렸다.

선유는 민첩하게 침대에 엎드려 이불 속에 고개를 묻고는 서럽게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

아이의 울음소리에 놀라 달려온 조유진이 물었다.

“선유야, 왜 그래? 아빠한테 혼났어?”

엄마의 목소리에 선유는 곧바로 이불 속에서 기어 나왔다.

“아, 엄마였구나! 깜짝 놀랐잖아요! 엄마, 내일 아빠 출장 가시면 우린 어디 놀러 가요?”

“…”

대단한 녀석이다.

조유진은 혹시라도 딸이 슬퍼할까 봐 걱정했건만, 배현수와 자신만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던 셈이었다.

서재.

계약서를 작성하던 배현수가 조유진을 보며 물었다.

“선유는 아직도 기분 안 좋대?”

이걸… 뭐라고 대답해줘야 할까?

조유진은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

“조금요.”

하지만 아주 조금.

아이는 이미 혼자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그 말에 배현수의 마음이 갑자기 약해지더니 어딘가 모를 죄책감이 들면서도 또 약간의 안도감을 느꼈다.

“이제 선유가 정말 사랑스러운 내 딸이 됐네. 내가 돌아오면 같이 디즈니랜드 가자고 전해줘.”

선유는 사랑스러운 딸이 맞았다. 어딘가 나사 빠진 딸이어도 사랑스러운 딸이었다.

조유진이 가까스로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그 말 들으면 선유 진짜 좋아하겠어요.”

배현수는 손에 들고 있던 계약서를 조유진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거 좀 봐봐.”

“이게 뭔데요?”

계약서를 건네받아 확인한 조유진의 표정이 묘해졌다.

배현수가 펜을 꺼내며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

“추가할 거 없으면 여기에 사인하면 돼. 그럼 내가 변호사한테 보내서 공증까지 끝낼게.”

배현수가 내민 것은 재산 양도 계약서였다.

배현수는 자신이 소유한 모든 개인 자산을 조유진에게 양도하며 자발적으로 증여한다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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