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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8화

빈털터리로 나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한정판 가죽 가방, 장롱 가득히 진열된 명품 브랜드의 옷들과 주문제작품들, 오래 걸을 수 없는 빨간 바닥의 하이힐들... 원래 모두 그녀의 소유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3년 동안 이것들을 사용하면서 확실히 어느 정도 감정이 생겼지만 아무리 감정이 있다 하더라도 그녀는 이것들의 주인이 아니다. 물건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줄 뿐이다.

어려운 건 이혼하기 전에 육씨 가문을 위해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것이다.

원래 모든 것들에는 가격이 있고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자신에게 속하지 않은 것을 즐기다가 어느 날 자리를 털고 떠나려 한다면 긴 청구서가 눈을 찌를 것이다.

육성일이 서재에서 그녀에게 말한 일에 대해 그녀는 남재원과 문명희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만약 남재원이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안다면 그녀더러 빨리 임신해 아이를 낳은 후 육씨 가문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육씨 가문은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육성일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남재원은 이유도 모른 채 죽음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남초윤은 차갑게 말했다.

“이혼은 내 일이예요. 신경 안 써도 되니 사채 빚이나 어떻게 갚을지 고민해 보세요.”

말을 마친 남초윤은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

남재원은 그녀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말했다.

“집과 차를 팔면 너는 길바닥에 나앉아야 해! 육지율에게 가서 싹싹 빌어, 그래도 3년 동안은 부부였잖아!”

계단을 올라가던 남초윤은 씩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부탁할 수 있는데요?”

부탁해서 소용이 있다면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한 부탁은 유설영과 연락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소용이 있었는가?

앞으로 다시는 누구에게도 부탁하지 않을 것이다.

남재원은 그래도 체념하지 않고 목을 쳐들며 말했다.

“너의 그 친구는? 걔 남자 친구가 SY그룹의 배 대표, 아니야? 배 대표가 육지율보다 돈이 더 많았던 것 같은데, 가서 물어봐? 혹시 알아? 마음이 착한 사람이면 너의 말을 들어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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