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진이 갑자기 흠칫하더니 눈빛이 마구 흔들렸다.“아빠, 나랑 현수 씨 결혼 허락하신 거예요?”엄준의 말투는 여전히 교만했다.“네가 그렇게 좋다는데 난들 어쩌겠어. 허락하는 수밖에. 선유 봐서 겨우 허락한 거야.”조유진이 피식 웃었다.“우리 선유 대단한데요?”“그나저나 선유를 나한테 맡기기로 한 약속 잊지 않았지? 절대 한 입으로 두말해선 안 돼. 나이 먹으니까 집에서 애나 보면서 개도 키우고 심심하면 바둑이나 한판 두고 이렇게 살고 싶어.”조유진이 대답했다.“알았어요. 선유도 그걸 바랄걸요? 걔는 대제주로 돌아갈 생각이 아예 없는 것 같아요.”엄준에게 있어서 조선유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손녀였다....조유진이 방으로 들어와 보니 배현수가 노트북을 켜고 일하고 있었다.남자든 여자든 업무에 집중할 때면 왠지 모르게 평소보다 더 지적이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특히 배현수가 은테 안경까지 끼고 있어서 깔끔하고 단정하기도 했다.이 안경은 독이 채 빠져나가지 않아 시력이 나빠졌을 때 조유진이 사준 안경이었다.조유진은 안방 문을 닫고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시력이 예전보다 더 안 좋아졌어요?”예전에 노트북을 볼 땐 안경을 끼지 않던 그였다.조유진이 다가오자 배현수도 일을 멈추고 의자에 기대더니 조유진을 다리 위에 앉혔다. 그러고는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손가락을 어루만졌다.“안경 쓰지 않고 컴퓨터를 계속 들여다보면 눈이 피곤하더라고. 근데 도수는 아주 낮아.”조유진이 농담을 건넸다.“현수 씨도 이젠 나이 먹었잖아요.”배현수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더니 길고 힘 있는 손으로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힘껏 잡아당겨 품에 끌어안았다. 말투가 진지하면서도 위압감이 넘쳤다.“나이 먹었다니? 그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귀여운 어린놈이 좋다는 거야?”그때 남자의 예민한 부분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심하게... 남자의 그곳이 조유진에게 닿고 말았다.사실 31살은 남자든 여자든 한창 젊고 유망하며 기세
배현수는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고 놀란 듯 물었다.“나도?”조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사위는 가고 싶지 않은가 봐요?”배현수의 두 눈에 어둠이 스쳤다.“그러니까 어르신이 허락했단 말이야?”“아빠가... 선유를 봐서 겨우 허락한대요. 선유한테 고마워해야 해요.”배현수는 겉으로는 기분이 좋은 척했지만 그녀를 쳐다보는 눈빛은 여전히 어두웠다.“유진아, 어르신도 날 받아줬는데 그럼 우리 관계 언제까지 숨겨야 해? 이젠 공개해도 되지 않아?”조유진도 더는 미루지 않았다.“내가 SY 그룹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쳐도 괜찮다면... 공개해요.”배현수는 그녀를 그윽하게 보면서 먼 미래까지 생각했다.“혼인신고 먼저 할래? 아니면 결혼식 먼저 올릴래?”“...”조유진이 피식 웃었다.“현수 씨, 우리 지금 언제 공개할지 상의하는 거 아니었어요?”배현수가 물었다.“물어보면 안 되나?”“...”‘그래. 안 될 건 없지.’배현수가 계속하여 말했다.“하지만 결혼은 인생의 큰일이니까 어른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해.”조유진은 그의 진지한 모습에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현수 씨도 이렇게 예의 차릴 줄 알아요?”“내가 언제 예의 없었어?”조유진이 되물었다.“그럼 만약 어른들이 좀 더 기다리라고 하면요?”배현수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고는 어두운 목소리로 카리스마 있게 말했다.“그런 예의는 지키지 않아도 돼.”“...”한참 후 조유진은 배현수의 어깨에 기댄 채 가쁜 숨을 몰아쉬다가 문득 다른 일이 떠올랐다.“그나저나 현수 씨 어머니가 지금 행방불명이 됐는데 지금 결혼식을 올리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세심한 조유진은 배현수의 상황까지 고려했다.“지금부터 결혼식 준비한다고 해도 한참 준비해야 해. 준비 마쳤는데도 소식이 없으면 아마...”배현수의 두 눈이 어두워졌고 쓸쓸해 보이기도 했다.조유진이 물었다.“지금 719부대 사람들이 현수 씨 도와서 찾고 있어요?”“응. 사실 719부대가 3일 찾아도 찾지 못한
조유진도 무언가를 눈치챘다.“현수 씨 어머니와 장동원 씨에게 복수하려는 사람이 마침 드래곤 파 사람이었을 수도 있겠네요.”배현수가 말했다.“당시 바꿔치기 사건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너와 안정희 씨 진짜 아들이었지.”조유진의 눈동자에 경악이 스쳐 지나갔다.“우리 양어머니가 아들을 낳았었다고요?”“응.”“...”조유진은 하늘이 사람을 농락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절감했다.그녀는 입꼬리를 끌어 올리면서 말했다.“우리 아버지는 당시 여아보다 남아를 더 좋아했어요. 만약 우리 어머니가 아들을 낳았다는 걸 아버지가 알았더라면, 당시 바꿔치기 당하지 않았더라면 아버지는 아마 그 아들을 아주 소중히 여기고 예뻐했을 거예요. 그리고 아들이라는 걸 봐서라도 어머니에게 잘해줬겠죠.”만약 당시 바꿔치기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안정희는 아마도 계속 시장 부인이었을 것이고 아들을 낳았으니 물질적인 면에서 꽤 좋은 대접을 받으면서 살았을 것이다.배현수는 고민하다가 말했다.“난 줄곧 안정희 씨 아들의 행방을 찾았어. 그는 아마 살아있을 거야.”조유진은 뭔가 떠올린 건지 깜짝 놀라며 말했다.“그 아이가 복수하러 온 거 아닐까요? 그는 장동원 씨와 예지은 씨가 자신의 인생을 바꿔치기한 게 죽도록 미웠던 거예요. 그들이 바꿔치기하지 않았다면 그는 충남 조씨 가문에서 살았을 거고, 또 우리 아버지는 분명 아들인 그를 소중히 여겼을 테니까요.”배현수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정말로 안정희 씨 아들이 복수하러 온 거라면 우리 어머니는 아마 살아서 돌아오지 못하겠지.”조유진은 배현수의 손을 잡고 깍지를 꼈다.“현수 씨, 이번에 대제주시로 돌아가면 총 쏘는 법을 가르쳐줘요.”조선유는 루루가 지켜줬다.조유진은 배현수의 곁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적어도 자신을 보호하는 법을 배워서 중요한 순간에 그의 발목을 붙잡고 싶지 않았다.“유진아, 넌 이런 싸움에 말려들어서는 안 됐어.”조유진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내가 719 집권자의 아내가 되기로
다음 날 아침.어른 세 명과 아이 한 명, 강아지 한 마리가 두아산 묘지에 도착했다.엄준은 옅은 색의 꽃도라지 꽃다발을 신희수 묘비 앞에 놓은 뒤 손을 뻗어 안타까운 듯 아내의 묘비를 쓰다듬었다.“희수야, 내가 누굴 데려왔는지 볼래?”묘비 위에는 신희수의 사진이 있었는데 그녀의 이목구비는 조유진과 무척 흡사했다.조선유는 커다란 눈을 깜빡이면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할머니랑 엄마 무지 닮았어요!”조유진은 조선유를 안고 말했다.“선유야, 우리 할머니께 절하자.”“응!”조선유는 두말없이 방석 위로 무릎을 꿇은 뒤 묘비를 향해 몇 번 절을 했다.“할머니, 전 조선유라고 해요. 하늘나라에서 행복하세요.”절을 한 뒤 조선유는 루루를 안고 소개했다.“할머니, 얘는 우리 강아지 루루예요. 아빠가 선물로 줬어요! 루루, 너도 할머니께 절해야지!”루루는 아주 말을 잘 들었다. 루루는 앞발을 들고 펄쩍 뛰더니 머리를 바닥에 댔다.“아, 맞다. 할머니, 아직 우리 아빠 모르시죠?”조선유는 배현수의 바지를 잡고 흔들면서 그에게 귀띔했다.“아빠, 아빠도 저처럼 자기소개해야 해요. 안 그러면 할머니가 아빠를 몰라요.”옆에 있던 엄준은 웃음을 참았다. 그는 자애로운 표정으로 조선유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희수야, 우리 손녀가 벌써 이렇게 컸어. 올해 7살이야. 귀엽지? 앞으로 자주 데려올게.”옆에 있던 배현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혼잣말하는 것이 아주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배현수는 보기 드물게 조선유의 말에 따랐다. 그는 묘비를 향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님, 전 배현수라고 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유진이는 제가 앞으로 잘 보살필게요.”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그의 귓가로 바람 소리와 함께 총알이 하나 스쳐 지나갔다.배현수는 빠르게 조유진의 머리를 눌렀다.“앉아!”탕!총알 하나가 묘비를 명중했고 묘비는 쩍 갈라졌다.줄지어 늘어선 나한송 뒤로 딸깍 소리가 들려왔는데 탄알이 장착되는 소리였다.배현수는 옷깃을 벌리
쓰러진 용병은 총을 들어 루루의 입에 대고 쏘려고 했다.탕!배현수는 총을 든 용병의 팔에 총을 쏴서 그가 들고 있던 글록 17 권총을 떨어뜨리게 했다.루루는 화가 나서 입을 벌리고 용병의 목을 물어뜯으려고 했고 배현수가 서둘러 말렸다.“루루, 내려가!”깨갱.루루는 입에 힘을 풀기가 아쉬운 듯했다. 생고기를 먹지 않은 지 꽤 오래됐기 때문이다.배현수는 차가운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말 안 들으면 평생 고기 못 먹을 줄 알아!”깨갱.루루는 그제야 미련 가득하게 눈앞의 식량을 포기했다.배현수는 총으로 상대방의 머리를 겨눈 채 그의 마스크를 벗겼다.“누가 보낸 거야?”용병의 목젖이 움직였다. 그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배현수는 그의 턱을 잡았지만 이미 늦었다. 그는 독을 먹고 자살했다.암살 임무에 실패했으니 반드시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다.이렇게 무자비한 수단은 누가 봐도 드래곤 파였다.묘지에서 돌아간 뒤 배현수는 백소미에게 연락했다.“내가 성남에서 습격당했을 때 성남 근처를 드나든 수상한 자가 있는지 조사해 봐요.”또 성남이라니, 우연이 아닌 듯했다.백소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보스, 이런 말을 해도 될지는 모르겠는데요.”“말해요.”백소미가 말했다.“드래곤 파의 보스와 엄명월 씨가 아주 각별한 사이인 것 같아요. 엄명월 씨가 드래곤 파 사람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제가 엄씨 일가에 잠입했을 때 전 엄명월을 처단하자고 했었어요. 그런데 드래곤 파 보스는 반대했을뿐더러 엄명월에게 손을 대지 말라고 했어요. 제가 아는 바로 드래곤 파 보스는 과거 한국의 한 보육원에서 자랐어요. 어느 보육원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사한 바에 의하면 엄명월 씨가 어렸을 때 지냈었던 그 보육원은 하늘 보육원이거든요. 둘이 어렸을 때 아는 사이였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어요. 엄명월 씨는 예전에 줄곧 곁에 남자 비서 김 씨가 있었는데 엄준 어르신을 암살하는 임무가 끝난 뒤에 그 비서도 실종됐어요. 그리고 드래곤 파 보스의 코드네임은 Ki
육지율은 전화 너머로 대답했다.“잠시 후에 로펌 동료에게 작성하라고 할게.”유설영은 약간의 강압적인 말투로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네가 직접 작성해 주길 원해. 다른 사람이 하는 건 믿을 수가 없어.”“우리 변호사 사무소에서는 모든 직원이 뛰어난 업무 능력을 갖추고 있어. 성명서 작성과 같은 기본적인 일을 못 하는 사람은 이미 오래전에 잘렸어.”유설영은 개의치 않고 강조했다.“스타들의 워크숍에서 나온 변호사 서한에서도 실수가 있었잖아. 네티즌들이 아주 까다로워. 다들 변호사보다 더 전문적이라서 꼬투리를 잡는다니까.”육지율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그렇게 우리 로펌의 업무 능력을 믿지 못하면서 왜 이렇게 높은 수수료를 내고 의뢰했어?”유설영은 대담하고 솔직하게 말했다.“그건 네가 잘못 생각한 거야. 나는 네 로펌을 믿는 게 아니고 너를 믿는 거야.”조금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나서도 육지율은 한동안 반응하지 않았다.유설영은 다시 덧붙였다.“육 변호사는 패소한 적이 한 번도 없잖아. 내가 육 변호사를 안 믿고 누구를 믿겠어?”육지율은 어릴 적부터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으며 자라왔기에 이런 말들은 이제 아무렇지도 않게 들렸다. 그래서 유설영의 이런 말들도 그의 마음에 어떤 감정도 일으키지 않았고 그저 무미건조하게 느껴질 뿐이었다.육지율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끊을게. 다음번엔 하늘이 무너질 만큼 큰일이 아니면 이렇게 이른 아침에 전화하지 말고 로펌 보조에게 연락해.”유설영은 어이없어 웃으며 농담조로 말했다.“육지율, 나 지금 너의 고객이잖아! 고객 전화를 안 받다니! 나중에 네 로펌 태도가 나쁘다고 폭로할 거야!”“우리 로펌에 의뢰할 때 내가 너에게 친절하게 대할 거라는 기대는 하지 말았어야 했어.”유설영은 잠시 망설이며 목소리를 낮췄다.“아직도 내가 너를 버리고 뉴욕으로 간 걸 원망하는 거야? 내가 이미 설명했잖아. 너의 할아버지가 강제로 나를 보냈다고...”“너무 신경 쓰지 마. 난 그저
육지율이 물었다.“짐 다 챙겼어요? 여권도 잊지 말고 챙기세요.”남초윤은 2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안 갈래요.”이미 캐리어에 정리해 넣었던 옷들을 다시 옷걸이에 걸기 시작했다.육지율은 약간 짜증이 난 듯 물었다.“또 왜 그래요?”남초윤은 삐친 듯 대답했다.“그냥 가기 싫어졌어요. 안 되나요?”육지율은 쉽게 넘어가는 사람이 아니었다. 육지율의 얼굴에는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고 눈동자에는 뚜렷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육지율은 남초윤 앞에 서서 검은 눈동자를 반쯤 내리깔고 냉담하게 남초윤을 응시했다. 주변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변덕스러운 것도 이유가 있어야죠.”이유? 육지율이 무슨 자격으로 이유를 묻는 거지?남초윤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리며 육지율을 노려보았다.“지율 씨, 나를 가지고 노는 게 그렇게 재밌어요?”남초윤이 화가 치밀어 올랐던 것과는 달리 육지율은 그저 살짝 미간을 찌푸릴 뿐이었다.“내가 무엇을 가지고 놀았다는 거죠?”“설날 밤에, 당신은 나에게 유설영과 더 이상 연락을 주고받지 않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런데 지금 이틀도 안 되어 당신은 유설영의 스튜디오 법률 고문이 되었잖아요. 왜 날 속였어요?”남초윤은 눈가가 희미하게 붉어지며 육지율을 비난했다.육지율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고작 그거 때문이에요?”“...”고작 그거 때문에?남초윤은 자신이 참 우습게 느껴졌다.남초윤은 그들 사이의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육지율은 그 약속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겼다.남초윤은 화가 치밀어 올라 온몸이 떨렸고 두 팔로 자신을 감싸 안으며 감정의 한계에 다다른 상태를 애써 억누르려 애썼다.육지율은 남초윤을 달래려 손을 뻗었지만, 남초윤은 그 손을 단호하게 뿌리쳤다.“만지지 마세요!”남초윤이 육지율의 손을 뿌리치면서 손이 드레스룸의 옷장에 부딪혔다. 손등에 통증이 조금씩 느껴졌다.육지율은 손을 거두며 얼굴에 자연스럽게 어두운 기색이 드리웠다. 그리고 육지율은 차분하게 해명했다.“우리 사이의
남초윤의 눈에 붉은 핏줄이 서렸다.남초윤은 손가락을 움켜잡으며 조롱하듯 말했다.“지율 씨는 유설영과 업무적으로 연락할 수 있고 저는 성혁 씨와 연락해서는 안 된다고요? 지율 씨, 너무 이중 잣대 아닌가요?”육지율의 얼굴은 어두운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고 남초윤을 냉정하게 노려보며 말했다.“유설영은 저에게 과거일 뿐이에요. 다시 만나도 저는 완전히 공적인 태도로 대할 수 있어요. 저는 공과 사를 충분히 구분할 수 있어요.”“초윤 씨가 성혁 씨에 대해 저와 같이 공과 사를 구분하는 태도를 가졌다면 저는 초윤 씨와 그 사람이 업무적인 관계에 간섭하지 않을 거예요. 게다가 초윤 씨가 성혁 씨를 인터뷰하는 것이 초윤 씨에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월급이 오르거나 승진이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아무 이익도 없고 오직 골치 아픈 일만 늘어나는 건데 왜 그렇게 불필요한 일에 휘말리려 하는 거죠?”남초윤은 입꼬리를 올려 비웃으며 물었다.“그러면 지율 씨와 유설영의 협업의 의미는 뭐죠? 업무를 빌미로 사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는 건가요?”육지율은 어이없어 웃음을 터뜨리고는 이를 갈며 말했다.“유설영은 단순히 많은 돈을 주는 게 아니라 우리 로펌에 더 많은 유명인을 소개해 줘요. 지금 초윤 씨가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면, 차라리 좀 차분해진 후에 다시 이야기하죠.”바보가 아닌 이상 유명인들의 위탁을 포기하지 않는다.몇 개의 공문을 작성하고 법률 지원을 해주며 가끔 악성 팬들에게 법원 소환장을 보낸다. 그리고 명예훼손 같은 소소한 소송은 거의 항상 승소한다.이런 간편하고 유익한 비즈니스를 포기할 로펌은 없다.남초윤은 깊이 숨을 들이쉬며 차분하게 물었다.“그래서 지율 씨는 유설영과 계속 연락을 유지하겠다는 거죠?”육지율은 떨리는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사적인 문제로 내 의뢰자와의 계약을 깨는 건 불가능해요.”이런 행동은 부끄러울 뿐만 아니라 직업적 신뢰도도 떨어뜨린다.어느 로펌도 이런 어리석은 일을 하지 않는다.이런 선례가 남겨지면 앞으로 군달 로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