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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1화

육지율이 물었다.

“짐 다 챙겼어요? 여권도 잊지 말고 챙기세요.”

남초윤은 2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 갈래요.”

이미 캐리어에 정리해 넣었던 옷들을 다시 옷걸이에 걸기 시작했다.

육지율은 약간 짜증이 난 듯 물었다.

“또 왜 그래요?”

남초윤은 삐친 듯 대답했다.

“그냥 가기 싫어졌어요. 안 되나요?”

육지율은 쉽게 넘어가는 사람이 아니었다. 육지율의 얼굴에는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고 눈동자에는 뚜렷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

육지율은 남초윤 앞에 서서 검은 눈동자를 반쯤 내리깔고 냉담하게 남초윤을 응시했다. 주변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변덕스러운 것도 이유가 있어야죠.”

이유? 육지율이 무슨 자격으로 이유를 묻는 거지?

남초윤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리며 육지율을 노려보았다.

“지율 씨, 나를 가지고 노는 게 그렇게 재밌어요?”

남초윤이 화가 치밀어 올랐던 것과는 달리 육지율은 그저 살짝 미간을 찌푸릴 뿐이었다.

“내가 무엇을 가지고 놀았다는 거죠?”

“설날 밤에, 당신은 나에게 유설영과 더 이상 연락을 주고받지 않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런데 지금 이틀도 안 되어 당신은 유설영의 스튜디오 법률 고문이 되었잖아요. 왜 날 속였어요?”

남초윤은 눈가가 희미하게 붉어지며 육지율을 비난했다.

육지율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고작 그거 때문이에요?”

“...”

고작 그거 때문에?

남초윤은 자신이 참 우습게 느껴졌다.

남초윤은 그들 사이의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육지율은 그 약속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겼다.

남초윤은 화가 치밀어 올라 온몸이 떨렸고 두 팔로 자신을 감싸 안으며 감정의 한계에 다다른 상태를 애써 억누르려 애썼다.

육지율은 남초윤을 달래려 손을 뻗었지만, 남초윤은 그 손을 단호하게 뿌리쳤다.

“만지지 마세요!”

남초윤이 육지율의 손을 뿌리치면서 손이 드레스룸의 옷장에 부딪혔다. 손등에 통증이 조금씩 느껴졌다.

육지율은 손을 거두며 얼굴에 자연스럽게 어두운 기색이 드리웠다. 그리고 육지율은 차분하게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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