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주식투자가 취미였어. 그런데 시장이 안 좋아 갑자기 많이 떨어졌어. 그래서 이를 악물고 주식을 보충했지. 이것도 다 당신 그 사위 탓이야, 그 집안 지위로는 주식시장에 대해 빠삭할 텐데 어떤 주식을 사는 것이 적당한지 알려달라고 하면 늘 나를 상대하지 않았어! 오히려 비웃었지. 주제넘은 짓을 한다고. 네가 말해봐. 너무한 거 아니야? 본인도 주식하면서 장인어른한테 좀 알려주면 어때? 육지율과 그 친구 배 대표 모두 주식에 대해 잘 알잖아. 조금이라도 정보를 입수하고 내가 걔네들 따라 주식에 투자하면 손해 볼 일은 없었잖아?”남재원은 도둑이 제 발 저린 듯 굳은 얼굴로 핑계를 늘어놓았다.“카지노에 간 것도 자전거를 오토바이로 변신시키기 위해 간 거야. 너희 두 모녀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내가 왜 카지노에 가겠어.”남초윤은 씩 웃었다.말인지 막걸리인지 알 수 없는 그의 말에 남초윤은 한 마디 반박도 하지 않고 바로 물었다.“밖에서 진 빚이 대체 얼마인데요?”남재원이 머뭇거리며 말했다.“얼마 안 돼. 얼마 전에 좀 갚았으니 이제 몇억 원 정도면 돼.”남재원은 아직도 잘못한 줄 모르고 거짓말만 하고 있다.남초윤이 일부러 따지고 들었다.“지율 씨에게 진 빚만 몇백억이 넘어요. 남재원 씨, 당신 그 썩은 빚을 나는 갚아 줄 생각도 갚을 수도 없어요. 사채업자들이 나와 우리 엄마를 찾지 못하는 게 좋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 데리고 같이 죽을 테니까!”“육씨 가문이 얼마나 큰데 내 빚도 갚지 못해? 사위에게는 껌값이잖아? 가서 한번 부탁해봐. 윤이야, 이 아빠가 그동안 너에게 얼마나 잘해줬니? 어렸을 때부터 네가 원하는 거면 다 사줬잖아. 그러니까 아빠 지금 힘들 때 네가 좀 도와줘야 하지 않겠어...”남재원은 그녀의 손을 잡고 무릎을 꿇고 빌었다.의자에 앉아 있는 남초윤의 안색은 점점 더 새하얘졌고 많이 힘들어 보였다.“아빠, 지율 씨와 이혼할 거예요. 이번엔 진짜예요. 더 이상 아빠를 도울 수 없어요. 육씨 가문도 앞으
빈털터리로 나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한정판 가죽 가방, 장롱 가득히 진열된 명품 브랜드의 옷들과 주문제작품들, 오래 걸을 수 없는 빨간 바닥의 하이힐들... 원래 모두 그녀의 소유가 아니었기 때문이다.그녀는 3년 동안 이것들을 사용하면서 확실히 어느 정도 감정이 생겼지만 아무리 감정이 있다 하더라도 그녀는 이것들의 주인이 아니다. 물건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줄 뿐이다.어려운 건 이혼하기 전에 육씨 가문을 위해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것이다.원래 모든 것들에는 가격이 있고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자신에게 속하지 않은 것을 즐기다가 어느 날 자리를 털고 떠나려 한다면 긴 청구서가 눈을 찌를 것이다.육성일이 서재에서 그녀에게 말한 일에 대해 그녀는 남재원과 문명희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만약 남재원이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안다면 그녀더러 빨리 임신해 아이를 낳은 후 육씨 가문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육씨 가문은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지 않았을 것이다.만약 육성일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남재원은 이유도 모른 채 죽음을 맞이할지도 모른다.남초윤은 차갑게 말했다.“이혼은 내 일이예요. 신경 안 써도 되니 사채 빚이나 어떻게 갚을지 고민해 보세요.”말을 마친 남초윤은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남재원은 그녀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말했다.“집과 차를 팔면 너는 길바닥에 나앉아야 해! 육지율에게 가서 싹싹 빌어, 그래도 3년 동안은 부부였잖아!”계단을 올라가던 남초윤은 씩 입꼬리를 올렸다.“내가 무슨 자격으로 부탁할 수 있는데요?”부탁해서 소용이 있다면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한 부탁은 유설영과 연락하지 말라는 것이었다.그런데 소용이 있었는가?앞으로 다시는 누구에게도 부탁하지 않을 것이다.남재원은 그래도 체념하지 않고 목을 쳐들며 말했다.“너의 그 친구는? 걔 남자 친구가 SY그룹의 배 대표, 아니야? 배 대표가 육지율보다 돈이 더 많았던 것 같은데, 가서 물어봐? 혹시 알아? 마음이 착한 사람이면 너의 말을 들어줄지도
육지율이 여자를 잘 달래는 것을 어떡하겠는가? 특히 침대 위에서는 전혀 아끼지 않았고 그의 입과 돈, 그리고 방탕하게 잘생긴 얼굴 때문에 조금만 달래도 마음이 많이 흔들렸다.하지만 기분이 나빠 참을성이 없어지면 육지율은 언제든지 상대방을 천국에서 지옥으로 끌어내릴 수 있었다.싫어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은 모두 그의 생각에 달렸다.바보 같은 남초윤은 김성혁 때문에 그렇게 힘들었으면서 아직도 교훈을 섭취하지 못하고 또 늑대 같은 육지율에게 마음을 빼앗겼다.이때 갑자기 밖에서 천둥이 치더니 찬바람이 창문을 세게 두드렸다.비몽사몽인 상태일 때 갑자기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남초윤은 눈을 뜨지도 않고 바로 받았다.“여보세요?”“자요?”전화기 너머의 육지율은 그녀의 잠기 어린 목소리를 바로 알아챘다.몇 초 동안 넋을 잃은 남초윤은 이내 손을 뻗어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아직 꿈을 꾸고 있는 줄 알았다.실눈을 뜨고 발신자 표시를 본 순간 그 짐승보다 못한 남자임을 확인한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네’라고 대꾸했다.“시간이 늦었는데 내가 데리러 갈까요?”“아니요. 내가 운전해서 갈게요.”육지율이 데리러 온 것이 남재원에게 들키면 남재원은 그들 사이가 좋아졌다고 생각해 또 돈을 요구할지도 모른다.아침까지도 말다툼하던 사람이 갑자기 고분고분해지자 육지율은 신기해했다.“갑자기 왜 이렇게 얌전해졌어요? 할아버지가 뭐라고 한 거예요?”남초윤은 입꼬리를 올렸다.“아무 말도 안 했어요. 빨리 아이를 낳으라고밖에.”그녀의 말투는 별다른 이상한 감정이 없이 매우 정상적이었다.육지율은 남초윤이 드디어 생각을 정리한 줄 알고 물었다.“그럼 내일 아침 오로라를 보러 아이스란드로 갈래요?”잠깐 멈칫한 남초윤은 이내 말했다.“아니요. 오로라가 뭘 볼 게 있다고요. 설 지나면 일이 많아질 텐데 요즘은 좀 쉬고 싶어요.”전화기 남자의 목소리가 한껏 낮아졌다.“아직도 유설영 일로 나에게 화가 난 거예요?”아무리 화를 내도 육지율은 그저 그녀가 히스테리
문명희는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여전히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윤이야, 아버지가 밖에서 진 빚 때문에 지율 씨와 이혼하려는 거야?”“사채를 썼잖아요. 육씨 집안은 이런 것들을 제일 혐오해요.”“그럼 그 사채를 다 갚으면 지율 씨와 이혼하지 않아도 돼? 이혼하면 앞으로 어떻게 살 건데?”말하면 할수록 문명희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보고 남초윤이 말했다.“나 아직 젊잖아요. 조금 참으면 다 지나갈 거예요. 엄마, 엄마는 아빠와 어떻게 살지 생각하세요. 집을 팔면 작은 집으로 이사해야 하는데 그러면 앞으로 부잣집 사모님의 생활을 할 수 없어요. 대제주시 물가가 만만치 않을 텐데 어쩌면 나가서 일자리를 찾아야 할지도 몰라요. 아빠가 만약 계속 도박을 한다면 차라리 이혼하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어요.”담담하게 말하는 남초윤에 문명희는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생각을 정리하는 듯했다.사실 처음에는 남초윤이 낮에 했던 말들이 모두 홧김에 한 말일 뿐이라며 육지율과 이혼하지 않을 것이고 육지율도 예전처럼 그들을 도울 것이라고 생각했다.문명희는 다급히 말했다.“육씨 집안에서 정말 우리가 죽는 꼴을 볼 거래? 참, 조유진은? 배현수가 육지율의 가장 친한 친구라며? 배현수보고 육지율을 설득하라고 하면 안 돼?”남초윤은 그녀를 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엄마, 육씨 가문이든 육지율이든 아니면 조유진과 배현수... 그게 누구든 결국 우리가 아니에요.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다른 사람에게 빌붙어 살았어요. 우리를 잠시 도울 수 있겠지만 예전처럼 사치스러운 나날을 계속 보낼 수는 없어요.”남초윤은 미련 가득한 얼굴로 집을 둘러보더니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이번에는 지율 씨든 유진이든 우리를 도와줄 수 없어요. 그러니까 아빠 설득해서 얼른 이 집을 팔고 빚을 갚으세요. 지금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으니 별장을 사려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 적당히 가격을 낮춰서 빨리 팔아요.”“윤이야...”남초윤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우산을 쓰고 차에 올랐다.밖에 비
루루를 데리고 차에서 내렸을 때 배희봉이 깜짝 놀라자 선유가 다급하게 말했다.“할아버지, 무서워하지 마세요. 루루는 말을 잘 듣고 사람을 물지 않아요.”그리고 선유를 루루를 보며 말했다.“루루야, 이분은 할아버지야. 할아버지한테 세배해야지.”루루는 앞다리를 들고 육중하게 점프를 했다. 이 모습을 본 배희봉은 웃음을 터뜨렸다.“강아지가 참 재밌구나.”조유진은 차에서 물건들을 가득 가지고 내렸다.“아저씨, 이것들을 받으세요.”“아가씨가 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무슨 선물까지 이렇게 많이 가지고 왔어요.”배현수는 조유진의 허리에 손을 두르며 방으로 들어갔다.“아버지, 호칭을 바꿔야죠. 유진이는 지금 아버지 예비 며느리예요.”배희봉은 이마를 치면서 장난스레 말했다.“이렇게 부르는 게 습관이 돼서 고치기가 쉽지 않네.”방 안으로 들어가자 테이블에는 많은 간식과 과일들이 놓여있었다. 배희봉이 말했다.“앉아서 쉬고 있어. 나는 가서 음식을 준비할게. 선유야,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마음대로 먹어.”선유는 귀엽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할아버지!”“아저씨, 제가 도와드릴게요.”말하면서 조유진이 따라가려고 하자 배현수가 그녀를 잡았다.“시골에서 음식을 하려면 기름 냄새랑 연기가 많이 나. 너는 가지 말고 있어. 내가 가서 도와주면 돼.”배희봉은 주방의 문을 닫으며 말했다.“둘 다 오지 마. 오늘은 내 솜씨를 제대로 맛보면 돼.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고 있어!”조유진이 의아해서 물었다.“예전에 아저씨한테 가사도우미를 찾아주지 않았어요? 그분은요?”“아버지가 불편하다고 오지 말라고 하셨어.”배희봉은 아직 몸이 건강해서 홀로 시골에 살면서 마당에는 채소도 많이 심었다. 선유와 루루는 시골에 오자마자 마음대로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다. 둘이 문 앞의 밭에서 뛰어다니며 놀자 강아지가 너무 시선을 끄는 탓에 같은 마을의 다른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선유는 자랑스레 아이들에게 자신의 강아지를 소개했다.조유진은 루루가 낯선 사람을 물가 봐 걱정
저녁을 먹고 나서 배현수 가족들이 떠나려던 때, 배희봉이 조유진을 잡으면서 그녀의 손에 두꺼운 돈 봉투를 건넸다. 조유진은 깜짝 놀라 황급히 거절했다.“아저씨, 너무 많아요. 저는 이걸 받을 수가 없습니다.”배희봉이 웃으며 말했다.“왜 못 받는다고 그래요. 현수랑 곧 혼인신고도 할 텐데, 제가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적다고 생각해서 안 받으려는 거예요?”조유진은 배현수를 바라보았다. 배현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받아. 여기는 여기만의 법이 있어. 네가 안 받는다면 아버지는 아마 오늘 저녁에 잠이 들지 못하실 거야.”그제야 조유진은 마음 놓고 받으면서 말했다.“아저씨, 다음에 현수 씨랑 내려올 때는 그렇게 많은 걸 준비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희가 손님도 아니고 아저씨를 뵈러 오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근데 현수 씨가 도시로 와서 지내시라고 하는데 왜 안 오시는 거예요?”선유가 곁에서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할아버지, 혼자서 시골에 있으면 심심하지 않아요? 아빠 집은 크고 방도 많아요. 예삐와 루루도 독방이 있어요!”“아이고, 나는 늙어서 시골에 있는 게 조용하고 좋아. 내 걱정은 하지 마. 아주 건강해!”말하면서 배희봉은 사전 준비했던 돈 봉투를 하나 더 꺼내서 선유의 패딩 주머니에 넣었다.“귀염둥이, 이건 할아버지가 너에게 주는 세뱃돈이야. 절대 아빠한테 주면 안 돼.”“할아버지, 감사합니다!”선유는 거절하지 않고 입꼬리를 올리며 해사하게 웃었다. 배희봉은 마을 어귀에 서서 그들의 차가 떠나는 것을 바라보았다. 마을 어귀에는 소식통인 마을주민들이 모여있었다. “아이고, 배 씨, 정말 입이 무겁네! 저번까지만 해도 아들이 여자친구가 없고 결혼 생각이 없다고 하더니 이렇게 엄청난 미인을 데리고 왔어!”“우리한테 말을 안 한 이유가 있었네. 배 씨가 아주 꼭꼭 숨겼어!”“배 씨가 아주 복이 있어. 손녀까지 생기고 말이야!”이웃들은 말을 한마디씩 주고받았고 배희봉은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산성 별장으로 돌아가는
조유진은 웃으며 말했다.“아빠 말 듣지 마. 아빠가 너 놀리는 거야. 그 봉투는 네 금고에 넣고 있어. 함부로 쓰지만 않으면 돼.”선유는 돈을 다시 넣은 봉투를 주머니에 넣으며 아주 소중하게 다뤘다.“네! 제가 보관하고 있을래요! 저도 이제 커서 엄마처럼 예쁜 아내와 결혼할 거예요!”선유는 예쁜 아내와 결혼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고 여겼다. 조유진이 웃음을 터뜨렸다.“선유는 아내를 맞을 필요 없어. 물론 선유는 데릴사위를 데리고 올 수 있지. 아빠처럼 말이야.”선유는 배현수를 보면서 미간을 찌푸리더니 황급히 작은 손으로 손사래를 치면서 온몸으로 거부했다.“싫어요! 아빠는 너무 무서워요! 숙제만 시키고 공부하라고만 하잖아요! 엄마, 저는 제 아기가 저처럼 힘들게 지내게 하지 않을 거예요!”“...”아이가 좋은 대로 하는 말이지만 말이 되는 부분도 있는 게 신기했다. 배현수가 말했다.“지금 고르기까지 하는 거야?”선유는 고개를 홱 돌리며 말했다.“내 아내인데 당연히 골라야죠.”...산성 별장에 도착해서 루루가 예삐를 쫓아다니자 예삐는 겁에 질렸다. 선유는 두 손으로 허리를 짚고 루루와 예삐의 중간에 서서 강아지와 고양이의 대전을 말렸다.“그만해!”잠깐 휴전하더니 강아지 한 마리, 고양이 한 마리와 어린이는 함께 뒹굴었다. 거실에서는 강아지, 고양이와 아이의 소리가 뒤섞여서 들려왔다. 생활의 정취가 부족하던 별장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고 아늑해졌다.배현수는 선유가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서 조유진을 안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큰 손은 그녀의 허리를 감쌌고 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목에 입을 맞추며 가벼운 웃음을 짓고 물었다.“200만 명 가운데서 고르고 골라야 만날 수 있는 아내인데 언제 혼인신고를 하러 갈까?”그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았고 시선은 불타올랐다. 조유진은 얼굴과 목이 다 빨개졌고 시선은 배현수의 목젖을 보고 있었다.“아직 혼인신고도 안 했는데 벌써 아내라고 부르는 거예요?”배현수는 시선을 내려 그녀를 보면서 유혹적인 말
배현수가 계속해서 관계를 맺으려 할 때, 문밖에서는 소란스러운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선유가 문 앞에서 소리쳤다.“엄마! 샤워할래요! 샤워하고 나서 부루마블 게임을 할래요!”조유진은 배현수를 밀어내면서 말했다.“선유를 샤워시키러 가야겠어요. 비켜요.”“...”배현수는 조유진의 목에 쓰러지며 한숨을 내뱉었다.“겨울방학이 끝나면 바로 성남으로 돌려보내.”“...”조유진은 웃음을 터뜨렸다.안방 문이 열리고 선유의 시선에 들어온 것은 배현수의 긴 다리였다. 선유의 시선은 아래로부터 위로 올라가다가 고개를 위로 쳐들고 물었다.“아빠, 표정이 왜 또 그래요? 아까까지 기분 좋았잖아요.”배현수는 고개를 숙이고 다리까지밖에 오지 않는 어린아이를 보면서 억지웃음을 지으며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너 때문이야.”“네?”선유는 어리둥절했다. 조유진은 얼른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달려와서 말했다.“가자. 엄마랑 가서 샤워하자.”선유는 배현수를 흘겨보더니 조유진의 손을 잡고 욕실로 갔다. 선유는 작은 목소리로 조유진한테 중얼거렸다.“엄마, 아빠는 왜 기분이 좋았다가 나빴다가 왔다 갔다 해요? 아빠를 정신과 의사한테 보내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욕구불만인 남자들은 성격이 다 좋지 않다. 저녁에 선유는 조유진에게 매달려서 조유진의 목을 안고 잠이 들었다. 한밤중이 되어서야 배현수는 조유진을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어린아이의 손은 엄마의 목을 너무 꽉 잡고 있어 떼어낼 때 힘이 좀 들었다. 배선유가 7살이 되고 보니 정말 미운 7살이란 말을 실감하고 있었다. 아이를 성남의 할아버지한테 보내는 게 좋은 선택인듯했다.조유진은 배현수의 품에 엎드려서 잠이 쏟아지는 눈을 거슴츠레 뜨고 웃음을 터뜨렸다.“다른 집은 딸바보다 뭐다 난리인데 우리 집은 왜 둘이 그렇게 안 맞아요?”배현수는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는 뒤에서 그녀를 꼭 끌어안고 말했다.“뭐라고?”“둘이 안 맞는다고요.”“그 앞에 말.”조유민은 배현수가 묻는 말을 뒤늦게 알아듣고 고개를 돌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