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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3화

조유진은 남초윤의 기분이 좋은 걸 보고 차마 찬물을 끼얹을 수 없었다. 하여 말해야 할지 말지 한참 동안 망설였다.

배현수가 직설적으로 말했다.

“초윤 씨 기분 망가뜨리고 싶지 않으면 말하지 마.”

“근데 언젠가는 알게 될 거잖아요.”

“그래도 그건 나중의 일이잖아. 사실 사람은 가끔 핑계 하나가 필요하기도 해. 누구나 다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게 아니야.”

조유진이 말했다.

“육 변호사님은 사랑 고수라서 초윤이는 절대 상대가 아니에요.”

그러자 배현수가 말했다.

“만약 지율이가 앞으로 다시는 사적으로 유설영 씨와 연락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초윤 씨도 아마 저도 모르게 그러길 바랄 거야. 사적으로든 공적으로든. 지율이한테 소유욕이 그렇게 강한데 언젠가는 알게 될 진실을 알려줘봤자 며칠 미리 속상한 것 말고는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어. 초윤 씨가 두 사람이 일적으로 연락한다는 거 알게 되더라도 마음을 접거나 이혼할 것 같아? 이혼 소리를 3년이나 했는데 이혼했어?”

진짜 떠나고 싶은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떠나지, 절대 상대에게 떠난다고 말하면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때 조유진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기 전에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던 것처럼 말이다.

“...”

배현수의 말에 조유진은 말을 잇지 못했다. 배현수의 말이 다 맞았고 심지어 정곡을 찔렀다.

조유진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적어도 너무 깊게 빠지진 않잖아요. 그럼 진짜 이혼할 때도 너무 힘들지 않을 거고.”

“지금 말해줘봤자 며칠 더 고통스러울 뿐이야. 그것 말고는 진짜 달라지는 게 하나도 없어.”

배현수가 생각하는 게 역시 일반 사람과 조금 달랐다. 조유진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이게 환상 속에서 사는 거랑 뭐가 달라요?”

배현수는 조유진을 빤히 쳐다보았다.

“감정은 원래 그래. 진실이 아니라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거든.”

조유진은 결국 참지 못하고 남초윤에게 귀띔 문자를 보냈다.

[남자가 하는 말을 믿어선 안 돼.]

한참이 지난 후 남초윤이 답장을 보냈다.

[배현수가 너한테 거짓말했어? 나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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