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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8화

다음 날 아침.

어른 세 명과 아이 한 명, 강아지 한 마리가 두아산 묘지에 도착했다.

엄준은 옅은 색의 꽃도라지 꽃다발을 신희수 묘비 앞에 놓은 뒤 손을 뻗어 안타까운 듯 아내의 묘비를 쓰다듬었다.

“희수야, 내가 누굴 데려왔는지 볼래?”

묘비 위에는 신희수의 사진이 있었는데 그녀의 이목구비는 조유진과 무척 흡사했다.

조선유는 커다란 눈을 깜빡이면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할머니랑 엄마 무지 닮았어요!”

조유진은 조선유를 안고 말했다.

“선유야, 우리 할머니께 절하자.”

“응!”

조선유는 두말없이 방석 위로 무릎을 꿇은 뒤 묘비를 향해 몇 번 절을 했다.

“할머니, 전 조선유라고 해요. 하늘나라에서 행복하세요.”

절을 한 뒤 조선유는 루루를 안고 소개했다.

“할머니, 얘는 우리 강아지 루루예요. 아빠가 선물로 줬어요! 루루, 너도 할머니께 절해야지!”

루루는 아주 말을 잘 들었다. 루루는 앞발을 들고 펄쩍 뛰더니 머리를 바닥에 댔다.

“아, 맞다. 할머니, 아직 우리 아빠 모르시죠?”

조선유는 배현수의 바지를 잡고 흔들면서 그에게 귀띔했다.

“아빠, 아빠도 저처럼 자기소개해야 해요. 안 그러면 할머니가 아빠를 몰라요.”

옆에 있던 엄준은 웃음을 참았다. 그는 자애로운 표정으로 조선유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희수야, 우리 손녀가 벌써 이렇게 컸어. 올해 7살이야. 귀엽지? 앞으로 자주 데려올게.”

옆에 있던 배현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혼잣말하는 것이 아주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배현수는 보기 드물게 조선유의 말에 따랐다. 그는 묘비를 향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님, 전 배현수라고 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유진이는 제가 앞으로 잘 보살필게요.”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그의 귓가로 바람 소리와 함께 총알이 하나 스쳐 지나갔다.

배현수는 빠르게 조유진의 머리를 눌렀다.

“앉아!”

탕!

총알 하나가 묘비를 명중했고 묘비는 쩍 갈라졌다.

줄지어 늘어선 나한송 뒤로 딸깍 소리가 들려왔는데 탄알이 장착되는 소리였다.

배현수는 옷깃을 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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