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5화

작가: 남희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SY 그룹은 빠르게 6주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금요일 오전, 조유진은 선물 하나를 받게 되었다. 선물을 열어보자 예쁜 드레스 하나와 한 쌍의 하이힐이 고이 놓여 있었다.

한편 옆에서 이를 본 동료들은 분분히 몰려와 수군대기 시작했다.

“어머, 너무 예쁘다. 게다가 샤넬 제품이네요. 이거 엄청 비싼 건데. 유진 씨를 좋아하는 그분 손이 엄청나게 크시나 보네요.”

“설마 저번에 그 안 선생님인가? 아직도 마음 안 접은 거 아녜요?”

“이 지미추 구두는 제가 얼마 전에 본적이 있는데 진주가 달린 구두는 거의 400만 원이나 하더라고요. 유진 씨 사랑 운이 너무 좋은 거 아녜요?”

선물 상자 안에는 작은 쪽지 하나도 들어있었다--

“오늘 예쁘게 입어. 나 쪽팔리게 하지 말고. 널 사랑하는 초윤이가.”

쪽지를 꺼내 본 조유진은 웃으며 해명했다. “제 추구자가 아니라 제 친구가 선물해준 거예요.”

“정말요? 세상에 이런 친구가 어디 있어.”

“유진 씨, 친구분 돈 많으시죠? 샤넬 치마와 지미추 구두를 아무렇지도 않게 선물해주다니. 엄청 대범하시네….”

“이렇게 돈 많은 절친이라니. 대체 어디에서 알게 된 거예요? 제 친구는 대체 언제 부자가 되려나 몰라.”

“말도 마요. 제 친구는 4000원짜리 밀크티도 한참 고민하고 마신다니까요. 걔가 돈이 생겨 저에게 샤넬 드레스를 사줄 때쯤엔 저도 아마 이제 이 세상에 없지 않을까 싶네요.”

몇몇 여동료들은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시끌벅적하게 떠들었다.

그 틈을 타 조유진은 남초윤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드레스와 구두는 잘 받았어. 그런데 난 그저 일개 직원일 뿐인데 행사에 너무 화려하게 입고 가는 거 아니야?]

[이미 줬는데 그냥 받지? 내가 특별히 신경 써서 고른 것들이란 말이야. 이걸 입은 네 모습은 분명 끝내주게 아름다울 거야.]

[이렇게도 비싼 드레스를 나한테 주는 건 조금 아까워. 우리 사이즈도 비슷한데 그냥 네가 입어.]

[그러지 말고 이번 생일에 마침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는데 그냥 생일선물이라고 하고 받아. 게다가 나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76화

    무대아래는 웃음바다가 되었다. 열렬한 박수에 파티 분위기는 순식간에 최고조에 달았다.무대아래, 조유진은 남초윤과 함께 있었다.조유은 어깨로 남초윤을 툭툭 치더니 말했다.“육 변호사님 재밌는 분이신 것 같은데 왜 너는 마음에 안 들어?”남초윤은 흰자를 뒤집더니 말했다.“집에 돌아오면 아예 완전히 다른 사람이야. 어떤 사람은 겉으로는 따뜻해 보여도 속은 차갑고, 또 어떤 사람은 겉으로는 차가워 보여도 마음은 따뜻해. 예를 들어 배 대표님과 같은 분 말이야.”조유진이 말했다.“이렇게 나오시겠다?”무대 위, 육지율이 말했다.“비록 오늘 저희 배 대표님께서 무대인사를 안 드렸지만, 스타트는 저희 배 대표님께서끊어야 하겠죠? 저희가 작은 서프라이즈 하나 준비했는데 잠시 후 불이 꺼졌을 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여성분께서는 저희 배 대표님과 왈츠 한 곡 추실 수 있습니다!”“어머~”“짝짝짝!”환호와 박수로 파티장은 들썩거리기 시작했다.무대아래, 구석에 서 있던 배현수는 차가운 표정으로 옆에 있던 서정호에게 물었다.“누가 낸 아이디어야?”서정호는 식은땀을 흘렸다.“아마도... 육 변호사님과 기획팀 아이디어가 아닐까요?”배현수는 예리한 눈빛으로 서정호를 쳐다보았다.서정호는 연신 손과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다.“아무튼 저는 아닙니다! 저 정말 아니에요!”“왜 사전에 나와 상의 안 한거야?”서정호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육 변호사님과 강 사장님께 전적으로 맡기신다고 하시길래...”‘그깟 춤 한번 추시지!’배현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포스는 순간 더 차가워졌다.이벤트가 곧 시작되었다.“딸깍!”불이 꺼지고, 전체 파티장은 어두컴컴해졌다.밝은 스포트라이트가 무대아래를 훑고 있었다.스포트라이트에 시선을 고정한 남초윤은 스포트라이트가 송인아 주위로 다가가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를 밀쳐냈다.“퍽!”결국 스포트라이트는 남초윤을 밝혔고... 송인아는 그녀의 아래에 깔려있었다.사람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는 바닥에 넘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77화

    조유진은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입은 분명 웃고 있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은 표정이었다.“육 변호사님, 지금 저한테 춤을 신청하신 거예요?”“강제로면 뭐 어때. 왜, 고소라도 하게?”“육 변호사님을 상대로 어떻게 승소하겠어요.”조유진은 춤 하나 때문에 육지율을 고소할 정도로 한가한 사람은 아니었다.육지율은 직설적으로 말했다.“주제를 파악하고 있으니 다행이네.”조유진은 저쪽에 있는 배현수와 남초윤을 바라보더니 무언가 알아차린 듯 입가에 미소를 짓더니 물었다.“초윤이가 다른 사람과 춤춰서 질투 나신 거예요?”“너의 절친이 너의 전 남친과 춤추고 있는 모습이 안 이상해?”“제가 전 남친의 친구, 그리고 절친의 남편과 춤을 추고 있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을까요?”“...”도진개진이라고 그 누구도 누구를 지적할 자격이 없었다.육지율은 대학교 때부터 늘 조유진을 싫어했다.“애를 써서 SY 그룹에 입사한 거, 설마 현수랑 다시 시작해 보려고 그러는 건 아니지?”“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이미 금이 간 사이에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을 거예요.”“알고 있으니 다행이야. 6년 전, 현수가 감옥에서 하마터면 심장이 찔려 죽을 뻔했어. 내가 가족인맥을 총동원해서야 병원에 데려갈 수 있었지. 그때는 온몸이 피범벅이 되어 의식불명 상태에 곧 죽기 직전까지 네 이름을 부르더라. 조유진, 너는 현수가 너희 둘 사이의 미래를 그리고 있을 때 현수를 배신했어. 너는 제일 현수 옆에 남아있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야.”조유진은 흠칫하더니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내가 배신해서 직접 감옥에 보냈는데, 죽기 직전까지 나를 생각했다니...’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조유진이 멍때리고 있던 와중에 누군가 그녀의 팔을 힘껏 잡아당겼다.왈츠를 추고 있던 남초윤은 치맛자락을 날리면서 턴하더니 눈을 깜빡거리면서 조유진에게 무언의 신호를 보냈다.멍때리고 있던 조유진의 춤 파트너가 체인지되고 말았다.허둥지둥하던 그녀는 익숙한 가슴에 안기고 말았다.고개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78화

    “봐봐, 현수 씨. 제가 다시 현수 씨 품에 돌아왔잖아요.”“왈츠를 원무곡이라고도 부른대요. 원무곡의 의미가 뭔지 아세요?”“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잠시 헤어진다고 해도 돌고 돌아 다시 만나 가슴이 뛰기 시작하면서 원만한 관계를 이룬다는 뜻이래요.”“현수 씨, 사랑해요. 영원히.”지금의 배현수는 이 달콤한 말들이 그저 조유진이 생각난 대로 말한 것이라고 생각했다.진심이 전혀 없었다고 생각했다.영원히 사랑한다고 해놓고 뒤돌아 배신했기 때문이다.배신한 사람은 지옥에 가야 마땅했다.이때 음악이 멈췄다.아름다운 추억은 그대로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배현수는 차갑게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조유진, 친구를 이용해 나랑 춤추면서 꼬셔보려는 수작이야?”“대표님께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저는 더는 할 말이 없습니다.”조유진은 확실히 수혜자였기 때문에 억울하지는 않았다.인파 속으로 점점 멀어져가는 배현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조유진의 오른쪽 눈에서는 눈물 한 방울이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그러고는 고개를 쳐들고 손으로 쓱 닦았다.뜨거운 파티 현장 분위기 때문에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그녀는 치맛자락을 정리하더니 무대를 떠나 테라스에서 바람을 좀 쐬려고 했다.하지만 소방 통로를 지나치다 송인아가 젊은 남성과 뜨겁게 키스를 나누는 모습을 보았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서다 누군가와 부딪히고 말았다.뒤돌아서자, 자신을 차갑게 쳐다보고 있는 배현수를 발견했다.조유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두 눈을 막더니 말했다.“보지 마세요!”배현수는 미간을 찌푸렸다.“또 무슨 수작이야?”조유진은 입술을 꽉 깨물더니 화제를 돌렸다.“내가 누구게?”“...”‘정말 내가 눈이 먼 줄 아나?’송인아에게 놀아나고 있었으니 정말 눈이 먼 것이나 다름없었다. 짜증이 난 배현수가 얼굴에서 그녀의 손을 떼려고 했을 때, 입술이 뜨거워지는 느낌을 받았다.부드러운 입술이 그의 입술로 다가왔다.향기로운 냄새를 풍기던 조유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눈 감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79화

    배현수의 가슴과 벽 사이에 꼼짝없이 갇힌 조유진은 온몸을 떨고 있었다.귓가에서 느껴지는 따스하고 짜릿한 느낌을 도무지 무시할 수가 없었다.조유진은 신음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물었다.“지금 송인아 씨한테 복수하는 거예요?”조유진은 배현수가 이런 방식으로 송인아한테 복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배현수의 손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그녀의 몸은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고 배현수는 고개를 숙이더니 차갑게 말했다.“그러면 어떻고, 아니면 또 어떤데?”“여기서 이러시면...’문 하나를 사이에 둔 송인아는 충분히 문밖에서 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쑥스러움이 많았던 조유진은 배현수처럼 약혼녀가 젊은 남성과 몰래 키스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고도 차분해질 수가 없었다.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송인아는 소방 통로 안에, 배현수와 조유진은 소방 통로 밖에 있었다.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가끔 화장실에 가기는 했었지만, 이 통로끝까지 오는 사람은 적었다. 조유진은 사람들이 이 방향으로 보았는지, 배현수와 자신을 알아보았는지 확실치 않았다.하지만 다행히도 배현수가 그들을 등지고 있었고 그녀는 그의 넓은 가슴에 파묻혀 있었다.사람들이 호기심에 이쪽으로 본다고 해도 열애 중인 젊은 남녀가 뜨겁게 사랑을 나누고 있는 줄 알고 별로 신경 쓰는 사람도 없었다.조유진은 긴장되는지 누가 볼까 봐 배현수의 셔츠에 파묻힌 채 사방을 두리번거렸다.태연하게 그녀를 바라보던 배현수의 한마디에 조유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안에서 먼저 끝날까 아니면 우리가 먼저 끝날까?”“...”조유진은 얼어붙고 말았다.이때 통로 안.송인아가 재촉했다.“됐어.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워서 가봐야 해.”“누나, 이대로 가게요? 대표님이 고자라면서 돌아가서 뭐 해요? 오늘 그냥 제 차를 타고 함께 갈래요? 어차피 파티 재미도 없잖아요.”“내가 자리를 오래 비운 사이 조유진 그년이 우리 대표님을 꼬시고 있을지도 몰라! 내가 지켜보지 않으면 사모님 자리를 뺏길 수도 있어. 내가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80화

    “...”조유진은 침묵에 잠겼다.아무런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송인아가 실수로 그랬다고 해도 그녀는 용서받을 약간의 가능성도 있었다.하지만 조유진이 지은 죄는 배현수가 이미 사형을 내린 거나 다름없었다....조유진은 전기제어실에서 한참이나 쭈그려 앉아있어서야 이내 감정을 추슬렀다.그리고 테라스로 갔을 때, 불꽃 축제가 열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거대한 불꽃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테라스 난간에 기대고 있을 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는 강이찬이었다.“유진 씨, 생일 축하해요.”“감사해요, 강 사장님.”“어디 있어요? 현수가 안 보이길래 혹시... 같이 있어요?”“아, 저는 지금 테라스에 있어요. 불꽃축제 하고 있길래요. 대표님과 함께 있지 않습니다.”강이찬은 한숨을 돌리더니 말했다.“불꽃축제요?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곧 갈게요.”하늘로 솟아올라 마치 꽃처럼 활짝 핀 불꽃은 전체 하늘을 밝혔다.알록달록 가지각색이었다.그녀는 2층에, 배현수는 1층에 있었다.배현수는 침향목을 담배에 끼워 불을 붙였다.핸드폰이 울리고, 카톡으로 메시지가 왔다.학교 가기 싫어 님이 문자를 보내왔다.「아저씨, 저 그 문제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내일 저희 엄마 좀 만나보시면 안 돼요?」문자 뒤에는 대성통곡이라는 이모티콘이 함께했다.배현수는 한 손에는 담배를 쥐고 있어 한 손으로 문자 보냈다.「엄마를 만나보라고?」「네! 사실 오늘 저희 엄마 생일인데 건강이 좀 안 좋으세요. 잡지를 통해 아저씨를 알게 되었는데 엄마가 우상이라고 했어요! 받고 싶은 선물이 바로 아저씨랑 만나는 거라고 했고요. 아저씨랑 만날 수만 있다면 평생 여한이 없을 거라고 하셨어요!」‘이런 우연이. 유진이랑 생일이 같네.’「그러면 엄마한테 생일 축하한다고 전해줘.」「아저씨, 제발 만나주세요! 저희 엄마 아저씨를 정말 존경한단 말이에요!」「엄마가... 질병을 앓고 계신다고?」녀석의 말투를 봐서는 오래 살지 못할 것처럼 느껴졌다.「아저씨, 저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81화

    다음날 토요일 점심.점심을 먹고 난 후 조선유는 조유진을 데리고 백화점으로 향했다.백화점에는 대형 서점이 있었다.조선유가 만화책이 보고 싶다고 해서 조유진은 별다른 생각하지 않고 서점으로 데려갔다.서점에 도착하고, 조선유는 계속 시간을 확인했다.배고프다면서 케익을 먹고 싶다고 했다가, 또 목이 마르다면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고 했다.조유진이 음식 사러 간 사이, 조선유는 2층 손잡이에 기대어 1층 상황을 살폈다.“아저씨 왜 아직 안 오는 거야!”조선유가 미간을 찌푸리고 두리번거리던 중 훤칠하고 익숙한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조선유는 반가운 마음에 1층을 향해 손을 저으면서 소리 질렀다.“아저씨! 저 여기 있어요!”아이스크림 대기 줄에 서 있던 조유진이 멈칫했다.“선유야, 누구 부르는 거야?”조선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더니 손가락으로 1층을 짚었다.“엄마, 내가 오늘 밖에 나오자고 한 건 친구를 소개해 주기 위해서야! 엄청 멋있고 엄마와도 잘 어울리는 분이야!”“친구? 어떤 친구?”‘선유가 언제 친구 같은 삼촌을 알게 된 거지?’조유진은 조선유가 짚은 곳을 바라보았다가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현, 현수 씨 아니야?’급히 시선을 거두고 조선유의 어깨를 잡더니 확인차 물었다.“선유야, 네가 말한 아저씨가 저 검은 셔츠를 입은 키 크고 멋있는 아저씨를 말하는 거야?”“응! 엄마도 키 크고 멋지다고 생각해?”“...”조유진은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어지러운 느낌이 들었다.“저... 저 아저씨 너 누구 딸인 줄 알아?”조선유는 고개를 흔들었다.“아니. 엄마한테 소개해 주려고. 엄마, 저 아저씨 알고 싶지 않아?”배현수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오고 있었다.배현수는 아직 조선유가 누구의 딸인 줄은 몰랐다.조유진은 갑자기 드는 생각이 있었다.“선유야, 여기 가만히 있어. 엄마 잠깐 화장실 다녀올 테니까 어디 가지 말고. 일 있으면 엄마한테 전화해.”“근데 엄마, 아저씨 10분밖에 시간이 안 된다고 했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82화

    멀지 않은 곳의 한 구석.조유진은 도둑처럼 벽 뒤에 숨어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녀는 배현수가 허리를 숙여 아이스크림을 조선유에게 건네는 모습을 보았다.그리고 사랑스럽게 조선유의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까지 보았다.함께 줄 서서 아이스크림을 사고, 도넛 가방을 메고 힘들면 배현수의 다리에 기대는 모습은 마치 아빠와 딸이 쇼핑하는 모습이었다.자신이 나타나면 이 아름다운 장면이 깨질까 두려워 차마 다가가지 못했다.‘만약 현수 씨가 내가 선유 엄마라는 걸 알게 되면 선유를 딸로 받아줄까?’‘선유를 빼앗아 가 못 만나게 하는 건 아니겠지?’조유진은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배현수는 평소에 누구도 다가가지 못할 정도로 차가운 사람이었다.하지만 조선유와 휴게실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 여기저기 묻히면서 아이스크림을 먹고있는 조선유를 부드럽게 바라보는 모습은 너무도 다정해 보였다.‘얼마 만에 보는 모습인가?’잊힐 정도로 아주 오래전에 보았던 모습이었다.6년 동안, 조유진은 배현수와 조선유가 서로 만나는 날을 기대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정작 눈앞에서 본 이 화면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아름다웠다.입을 막고 있던 조유진의 눈가에는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다....이때, 배현수가 시간을 확인했다.“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아저씨는 가봐야 해서 여기서 가만히 아이스크림 먹고 있어. 엄마 오시면 말씀 전해주고.”입가에 온통 아이스크림을 묻힌 조선유는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말했다.“근데 아저씨, 아직 저희 엄마 보지 못했잖아요.”배현수는 습관적으로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말했다.“다음에.”“다음에 언제요? 아저씨 거짓말쟁이.”남아일언 중전금이라고 했다.“아저씨가 내준 문제를 풀게 되면 다시 만나.”아쉬운 표정의 조선유는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그래요. 아저씨, 안녕.”“안녕.”배현수의 뒷모습이 흐릿하게 조유진의 시선에서 점점 멀어져갔고, 끝내 사라졌다.조유진은 감정을 가다듬고 다시 조선유의 곁으로 갔다.“선유야.”“엄마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83화

    조선유는 조유진의 손을 꼭 잡더니 말했다.“엄마, 우리 이제 집에 가자.”조유진은 그제야 생각났는지 물었다.“선유야, 아저씨를 어떻게 알게 된 거야?”“입원했을 때 초윤이 이모가 사준 간식 주머니에 잡지 하나 있었는데 그 잡지 모델이 바로 아저씨였어! 혼자 심심해서 병실에서 나왔다가 딱 아저씨를 마주쳤어.”“왜 병원에 가셨대?”“아저씨 아빠도 편찮으셔서 병문안 왔다고 했어.”“그럼, 무슨 얘기를 했는데?”딸기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던 조선유는 눈을 빙그르르 돌리더니 한참 생각한 뒤 말했다.“아무것도 말 안 했어. 그저 이름을 알려드렸더니 듣기 좋다고 칭찬해 주셨어!”조유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선유야, 잠시 아저씨랑 너무 친하게 지내지 않겠다고 엄마랑 약속할 수 있어?”“왜?”“누구인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도 모르잖아. 엄마가 걱정되어서 그래.”너무 갑작스러웠다.조유진은 어떻게 이 상황을 설명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조선유와 함께 배현수를 피해다닐 수밖에 없었다.조선유는 실망했지만 그래도 엄마가 한 말이 맞는다고 생각했다.그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근데 아저씨 정말 좋은 사람이야!”조유진은 멈칫했다.조선유를 바라보면서 잠깐 생각에 잠겼다.‘알게 된 지 고작 한 달밖에 안 되었는데 현수 씨를 이렇게나 좋아하다니.’그때 신준우도 조유진에게 무척 잘해주었지만, 배현수만큼 좋아하지 않았다.‘설마, 피는 못 속이는 건가?’친 부모 자식이라 처음 본 순간부터 서로 끌렸다....오늘은 배희봉이 퇴원하는 날이었다.병원에 도착한 서정호는 퇴원 수속을 밟고 있었다.배현수는 직접 배희봉의 짐을 싸고 있었다.배희봉은 쑥스러워하면서 말했다.“바쁠 텐데 직접 데리러 오고. 진작에 나아서 혼자서도 집에 갈 수 있어.”“작은 수술이 아니에요. 집에 돌아가셔서도 회복 잘하셔야 해요. 이참에 아버지 집 말고 우리 집에서 한동안 지내는 거 어때요?”“아니야, 습관이 안 돼. 그 큰 집 주위에 이웃 하나 없

최신 챕터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7화

    육성일의 압도적인 기운은 전화 너머에서도 남초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말을 하지 않아도 그 묵직한 압박감은 느껴졌다. 그때 어떻게 그런 용기를 냈는지, 어떻게 육씨 집안에 시집갔는지 스스로도 의아했다. 만약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차라리 구걸을 하더라도 절대 육씨 집안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남초윤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할아버지, 부탁드려요. 저희가 약속했던 건 두 달 전이었잖아요. 아직 두 달이 채 안 지났고, 제가 지금 아기를 가졌다고 해도 확인이 안 될 수도 있어요.” 그 말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기에 육성일도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할아버지의 전화를 겨우 넘겼지만 전화를 끊자마자 다시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렸다. 이번엔 ‘개자식’ 육지율이었다. “...” 할아버지와 손자는 통화 시간까지 맞춘 것처럼 기가 막히게 연달아 전화를 걸어온다. 그녀는 냉랭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왜요?” 육지율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무슨 폭탄이라도 먹었어요?” 육지율이 자신의 책을 내리게 만들고, 지난달과 이번 달 원고료도 다 날려버린 상황에서 그녀가 전화를 받아준 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아직 유지 중이었고 필요한 것도 있으니 남초윤은 결국 목소리를 가다듬고 좀 더 부드럽게 말했다. “지율 오빠, 무슨 일이에요?” “... 뭐라고 불렀어요?” “지~율~오~빠~” 그녀는 유설영의 말투를 흉내 내며, 아니, 오히려 더 능숙하게 말했다. 육지율은 순간 닭살이 돋았다. “제발 평소처럼 말해요. 저녁에 내 친구가 귀국하는데 같이 식사해요. 6시에 잡지사로 데리러 갈게요.” 남초윤은 단번에 거절했다. “난 안 갈래요.” “저녁에 뭐 다른 약속 있어요?” 남초윤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결혼한 지 3년 됐지만 당신은 나한테 친구 한 명도 소개해 준 적 없잖아요.” 그리고 이제 곧 이혼할 텐데 친구를 만날 필요는 더 없었다.이혼하고 나서 친구들이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6화

    조유진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학교에서 누가 너 괴롭히진 않았어?” 배선유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응, 나 괴롭히는 사람 없어. 할아버지가 우리 학교에 엄청난 돈을 기부하셔서 선생님들도 항상 나한테 잘해주시고 많이 관심 해주셨어. 그래서 나도 함부로 장난칠 수가 없어. 혹시 선생님이 할아버지한테 이르실까 봐.” 배현수는 이 말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배선유는 작은 악동처럼 말이 많았고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는 아이였다. 배현수의 말에도 자주 대꾸를 하니, 만약 동급생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면 벌써부터 떠벌렸을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남을 괴롭히는 쪽에 더 가까웠다. 성남에서 엄준은 배선유를 엄청나게 아끼며 키웠고, 그래서인지 아이는 주눅이 들지 않고 활발하게 자랐다.조유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다행이네. 우리 선유가 공부를 게을리할 걱정은 없겠어.” 배현수는 딸을 겁주듯 말했다. “너 공부 안 하고 일찍 연애라도 시작하면, 널 대제주에 데려와서 24시간 동안 지켜볼 거야.” 배선유는 입술을 내밀며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이건 너무 심해요! 나 혹시 쓰레기통에서 주워 온 거 아니에요?” 배현수는 코웃음을 치며 엄격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말했다. “공부 안 하면 좋은 날은 없을 거야.” 잠시 후, 학교 종이 울릴 시간이 가까워졌다. 배선유는 전화를 끊으려다가 친구가 그린 결혼사진 두 장을 영상 속으로 건네받았다. “선유야! 너랑 지우의 결혼사진 내가 그려놨어! 한 번 봐봐!” 배선유가 물었다. “한 장에 얼마야?” “너니까 공짜로 해줄게! 대신 다음번엔 나랑 결혼해 줄 수 있어?” “생각해볼게!” “...” 이 속도로라면 그들 부부는 도대체 몇 명의 사위를 맞이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한편, 스타라이트 매거진에서.남초윤이 사이트 편집자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그녀의 책은 예상대로 플랫폼에서 삭제되었고 이달 원고료는 한 푼도 들어오지 않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5화

    [합법적 부부] 함께 올라온 사진엔 결혼반지를 낀 두 손이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었다. 이 게시글이 올라가자마자 마치 깊은 바다에 떨어진 폭탄처럼 큰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들어 반응했다. 육지율: [8년의 여정 끝에 드디어 자랑할 수 있네!] 송하진: [어! 전 두 사람 목숨 구해준 은인이에요. 제가 아니었으면 두 사람이 어떻게 혼인신고까지 했겠어요? 당장 절 주빈으로 식사 대접해요!] 남초윤: [아아아아! 유진이를 결혼이라는 무덤 속으로 끌어들이다니! 대표님 너무하세요!] 엄창민: [내 여동생한테 잘해요. 혹시라도 괴롭히면 내 주먹이 용서 못 해요!] 엄명월: [형부! 이렇게 좋은 일에 저희한테 뭐라도 사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강이찬: [축하해, 결국 원하는 대로 됐네.] 심미경: [백년해로하세요. 행복하길 기원합니다!] 서정호: [대표님, 일 다 끝냈으면 빨리 돌아오세요. 의사 선생님이 여기서 엄청 화내고 있어요. 저 더는 못 버틸 것 같아요!] 학교 가기 싫어: [와! 아빠랑 엄마가 드디어 결혼했네요! 헤헷, 아빠, 나도 오늘 결혼했어요!] 배현수는 배선유의 댓글을 보고 순간 검은 눈동자가 흔들렸다. 조유진이 운전하며 그의 미세한 변화를 눈치채고 물었다. “왜 그래요?” “선유가 결혼했다는데.” “뭐라고요?” 조유진은 깜짝 놀라 차를 도로 옆에 세우고 급히 배선유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저쪽에서 배선유는 학교에 있었는데 마침 쉬는 시간이었다. 외국어 학교라 분위기가 자유로워 아이들은 평소에도 부모님과 연락을 하기 위해 휴대폰을 가지고 다녔다. 배선유는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을 카메라 앞으로 들이밀었다. “엄마, 아빠! 나 사진 보고 싶어!” 조유진은 그녀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나서 물었다. “선유야, 아까 결혼했다고 했잖아. 누구랑 결혼한 거야?” “우리 반 한지우랑! 엄마, 나 오늘 엄청 많은 축의금을 받았어! 내가 다 적어 놨어!”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4화

    조유진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갈게요.” 그가 환자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이번 한 번은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 다음 날 이른 아침. 서정호가 산성 별장에서 두 벌의 정장과 결혼 서류를 준비해왔다. 조유진은 오랜만에 풀 메이크업을 하고 머리도 고데기로 말았다. 그녀는 하얀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고 사진에 잘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신경 썼다. 그녀는 한동안 이렇게까지 꾸미지 않았는데 하이힐을 신고 배현수 앞에 서니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조금 어색해졌다. 그래서 물었다. “나 어때요?” “아름다워. 넌 언제나 아름다워.” 배현수는 전혀 망설임 없이 그녀를 칭찬했다. 조유진은 웃음을 참으며 옆에 있던 넥타이를 집어 들고 배현수에게 매어주었다. 배현수는 그녀의 손길에 고개를 숙이며 협조했다. 조유진은 평소와 다르게 더 복잡하고 정중한 ‘엘드리지 매듭’으로 넥타이를 맸는데 배현수는 평소에 간단한 윈저 매듭만 했었다. “이 매듭은 좀 생소하네.” 조유진은 넥타이를 다 매고 나서 그의 셔츠와 정장 재킷의 깃을 정리해 주었다. “이게 엘드리지 매듭이라고 해요. 중요한 자리에서 어울리는 방식이죠. 어때요, 괜찮아요?” “멋져. 하지만 여보, 우리 서둘러야 해. 조금 있으면 의사가 올 거야.” 웃으며 농담하듯 이야기하던 배현수는 조유진의 외투를 챙겨 그녀의 어깨에 걸쳐 주고, 그녀를 한 손으로 감싸 병실을 몰래 빠져나갔다. 두 사람은 마치 도망치듯 병원을 빠져나와 차에 올랐다. ... 그들이 빠져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의사가 병실에 회진을 왔다. 하지만 환자와 보호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그곳에는 ‘무관한 사람’만 남아 있었다. 의사는 엄숙한 표정으로 서정호를 보며 물었다. “환자는 어디 갔죠? 튜브까지 다 뽑다니, 누가 뽑았습니까?” 서정호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환자 본인이 뽑았습니다.” “도대체 어디 간 겁니까? 팔을 정말 망가지게 할 작정인가요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3화

    배현수의 가슴이 떨렸다. 그는 조유진과 이마를 맞대며 낮게 속삭였다. “그때 난 네 옆에 있진 않았지만 네 뒤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어. 그런데 왜 울었어?” “현수 씨 생각이 났어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펐거든요. 내가 이렇게 좋은 남자를 잃어버린 것 같아서, 그게 너무 아쉽고 후회스러웠죠. 그래서 울었어요.” 지금 이렇게 그를 바라보고 있으니 잃어버렸다가 다시 되찾은 느낌이었다. 조유진의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눈물은 슬픔이나 후회 때문이 아니었다. 감동과 감사함 때문이었다. 운명이 그들을 온갖 고난 속에서도 끝끝내 묶어 놓았고, 그들 사이에선 이제 더 이상 헤어질 수 없는 깊은 연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배현수는 긴 손가락을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천천히 끼워 넣으며 손을 꼭 맞잡았다. 순간 그들의 손바닥에서 따뜻함이 퍼져나갔다. 그는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진아, 넌 한 번도 날 잃은 적 없어. 우리가 몇 번을 떨어져도, 얼마나 오랫동안 떨어져 있더라도 난 결국 널 찾아내서 꼭 안고 말해줄 거야. 사랑한다고. 오직 너만 사랑한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조유진은 배현수의 유일한 선택이었고 그 선택은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 조유진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현수 씨, 우리 영원히 함께할 수 있을까요?” “그럼.” 그의 대답은 8년 전과 똑같았다. 짧지만 확고했으며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조유진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손목에 걸린 달콤한 연녹색 비취 팔찌를 내려다보았다. “상처가 나으면 우리 같이 아주머니를 위한 좋은 묘지를 고르러 가요. 그분을 위한 의관묘라도 만들어 드리는 게 어때요?” “아직도 ‘아주머니’라고 불러?” 조유진은 순간 얼굴이 뜨거워지며 말투를 바꿨다. 배현수는 그녀의 팔찌를 손가락으로 살며시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풍수 좋은 곳을 따로 고를 필요는 없어. 어머니께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2화

    육지율은 그 필명이 어딘가 익숙하다고 느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기억해 냈다. “이 자식! 기억났어! 이 녀석이 책에서 날 모욕하지 않았나? 내 명성을 망가뜨렸잖아?” 남초윤은 급하게 말했다. “잘못 본 거 아니에요? 비엘 작가가 주인공을 모욕할 리가 없어요! 그러면 밥숟가락 들고 욕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어요?” “나를 ‘수’로 묘사한 게 모욕이 아니고 뭐예요? 왜 항상 배현수가 공이냐고?” 남초윤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는 그 부분을 신경 쓰고 있었던 거였다.남초윤은 그가 진짜 작가를 고소할까 봐 걱정되었다. 그래서 변명하듯 말했다. “다음번엔 지율 씨가 공이고, 배 대표님이 수가 될 수도 있잖아요. 원래 BL 소설에서는 공수 구분이 모호해요. 겉보기에 수 같아도 사실은 공일 수도 있다고요!” 조유진은 살짝 의문을 제기했다. “난 현수 씨가 수 같지는 않았는데. 만약 현수 씨가 진짜 수라면 캐릭터 붕괴지. 차라리 육 변호사님이 수인 게 더 어울려. 자유롭고, 매력적이고, 다정하잖아.”“?”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육지율은 얼굴이 시커멓게 변하며 조유진에게 따졌다. “아니, 조유진. 내가 약해 보이는 수 같은 느낌을 준다고?” “...” 배현수는 차갑게 말했다. “유진이가 쓴 것도 아닌데 왜 화내? 그럴 시간 있으면 작가나 고소해.” 남초윤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그냥 재미로 쓴 거지 무슨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니잖아요? 작가를 고소하면 너무 쪼잔해 보일 거예요!” 하지만 육지율은 이성을 잃고 이를 악물었다. “쪼잔해 보이든 말든, 그 책을 하차할 거예요!” 자신이 소설 속에서 수 역할로 묘사되었고, 그것도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있다는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조유진은 객관적으로 말했다. “사실 책 내용은 나쁘지 않아요. 꽤 재미있고 독자도 많아요.” “독자가 몇 명인데?”“몇만 명 정도?” “뭐?”‘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날 수로 상상했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1화

    병실에서 조유진은 그가 누워있는 침대 옆에 앉아 있다가 잠들었다. 잠에 들어서도 손가락이 배현수의 손에 살짝 얽혀 있었는데 다정하고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진은 완전히 남자 친구 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입원 생활이 지루하다고 하다니.육지율이 댓글을 남겼다. “뭐야, 입원했어? 혹시 가정 폭력이라도 당한 거야?” 댓글을 남기고 나서 육지율은 차에 시동을 걸며 남초윤에게 말했다. “과일 바구니 좀 사서 병문안이나 가요. 친구가 입원했어요.” “친구? 설마 배 대표님이세요? 어디 아파요?” 육지율은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진짜 아플 수도 있고 그냥 꾀병일 수도 있고.” 혹시 모른다. 꾀병일지도....병원에서는 조금 전 장은숙이 산성 별장에서 저녁 식사를 가져왔다. 수술 후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밤은 죽 같은 유동식만 먹어야 했다. 배현수는 오른손을 쓸 수 없었기에 조유진이 죽 그릇을 들고 숟가락으로 그에게 먹여주고 있었다. 첫 숟가락을 그의 입 앞에 가져가자 배현수는 뜨겁다고 투덜댔다. 조유진이 후후 불어 온도를 맞춘 후 말했다. “이제 적당히 식었어요.” 배현수는 그제야 죽을 한 입 삼켰다. 그 순간 병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장난스러운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며칠 못 본 사이에 아기로 됐네? 밥도 혼자 못 먹고, 조유진이 널 너무 오냐오냐한 거 아냐?” 조유진이 놀라서 뒤돌아보니, 육지율과 남초윤이 병실에 들어와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설명했다. “오른쪽 어깨에 부상을 입었어요. 의사 선생님이 며칠 동안 오른손은 쓰지 말라고 하셨어요. 상처가 더 심해질 수 있거든요.” 그러자 육지율은 다짜고짜 그의 오른쪽 어깨를 툭 쳤다. “진짜야?” 배현수는 고통에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미친놈아!” 조유진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변호사님, 진짜로 다쳤다니까요! 어깨에 구멍이 났다고요, 함부로 건드리지 마세요!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0화

    그녀를 겨우 한 번 데리러 온 김에 출퇴근길의 불편함을 느끼고는 아예 차를 사서 해결하려고 하다니, 정말 육지율 다운 방식이었다.이 4S 매장에서 파는 차들은 모두 포르쉐였고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가장 저렴한 모델도 수천억 원대였다. 남초윤은 이미 남씨 집안이 육지율에게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었기에, 그가 차를 선물해 주겠다고 해도 받을 수 없었다.남초윤은 차분히 말했다. “앞으로는 출퇴근 길에 당신을 귀찮게 하지 않을 테니, 굳이 차를 선물할 필요는 없어요.”육지율은 순간 멈칫했다가 살짝 비웃으며 말했다. “차 한 대 선물한다고 귀찮다는 딱지가 붙어요? 이런 확산적 사고방식은 참 대단하네.”“....”정말 그런 게 아니란 말인가?평소에도 성격이 불 같았던 육지율은 차를 주겠다고 하면서도 그녀를 달래는 상황이 우스웠는지 어이없어 웃었다. 둘 중 누가 더 성격이 나쁜지 모를 일이었다.영업 직원은 남초윤을 육지율이 외부 애인으로 오해했고, 이 큰 거래가 깨질까 봐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가씨, 변호사님께서 차를 사주시는 건 출퇴근 시간을 줄여서 그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더 쉴 수 있게 해주려는 마음이 아닐까요?”남초윤은 더 이상 그의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이미 갚을 수 없는 빚이 너무 많았고 계속해서 더 쓴다면 두 아이를 낳아야 겨우 그 빚을 다 갚을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러나 육지율은 그 여느 때처럼 행동했다. 그는 VIP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빨리 골라요. 차 안 사면 집에 못 돌아가요.”남초윤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여자 영업 직원이 다가와 다양한 모델을 소개할 때, 그저 듣기만 했다. 그 직원은 미소를 띠며 말도 아주 달콤하게 했다. “변호사님은 저희 매장의 단골이세요. 그런데 여자를 데리고 온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변호사님이 정말로 많이 아끼시는 것 같아요. 비싼 차를 고르시면 아마 더 기뻐하실 거예요.”역시, 판매왕이었다.감정적 가치를 제공하는 법을 너무나 잘 아는 직원이었다. 하지만 남초윤은 그저 외부의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59화

    남초윤은 결혼 상태를 한 번도 업데이트한 적이 없었다. 동료들 눈에는 여전히 미혼으로 보였다.처음 그녀와 육지율의 스캔들이 터졌을 때 온 세상이 떠들썩했지만 사실 모두 육지율의 매력적인 외모 때문이었다. 아무도 남초윤처럼 작고 평범한 존재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육지율이 그녀와 결혼하기로 결정했을 때 그들의 침대 사진이 언론이나 남재원에게 유출되지 않은 것도 기적이었다. 사람들은 그저 육지율이라는 유명한 바람둥이가 ‘함정'에 빠져 순진한 여자와 관계를 맺은 후, 마지못해 결혼했다는 소문만 믿고 있었다.육지율이 연예계 인물이 아닌 만큼 동료들 중에서도 아무도 그 사건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육지율이 ‘좋은 집안의 아들’ 이라는 사실만 기억하고 그의 결혼 상대가 누군지에는 무관심했다. 그녀는 어디에도 크게 드러나지 않았고 언론에서도 그의 곁에 서는 일이 거의 없었다. 남초윤은 그렇게 세상 사람들의 눈에 숨겨져 있었다.동료들은 그저 그녀가 조금 집안 배경이 있는 부유한 여자인 줄로만 알았고 육지율의 아내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어쨌든 육지율의 아내라면 아무리 상황이 나빠도 그들과 같이 일하며 고생할 일은 없을 테니까. 설령 과거에 파파라치 일을 했더라도 그렇게 높은 곳에 시집갔다면 육씨 집안이 그녀를 계속 그 일을 하도록 놔두지 않았을 거라고 여겼다.비록 세상은 모두 직업의 평등을 외치고 있지만 상류 사회에는 여전히 그들만의 규칙이 있었다. 체면과 명예가 그들의 신분과 존엄을 상징했다. 파파라치라는 직업은 육씨 집안에게 있어 절대 자랑스러울 수 없는 일이었으니, 육지율과 강란희가 그녀에게 좀 더 체면 있고 유망한 직업들을 제안했지만 남초윤은 그들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그렇게 시간을 보낸 끝에 동료들은 하나둘씩 퇴근하고 남초윤만 남았다. 한 시간이 흐른 뒤 남초윤은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 저녁 7시가 되었다. 그녀는 통화 기록을 훑어보고 다시 한 번 메시지를 확인했지만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아마도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