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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멀지 않은 곳의 한 구석.

조유진은 도둑처럼 벽 뒤에 숨어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배현수가 허리를 숙여 아이스크림을 조선유에게 건네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사랑스럽게 조선유의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까지 보았다.

함께 줄 서서 아이스크림을 사고, 도넛 가방을 메고 힘들면 배현수의 다리에 기대는 모습은 마치 아빠와 딸이 쇼핑하는 모습이었다.

자신이 나타나면 이 아름다운 장면이 깨질까 두려워 차마 다가가지 못했다.

‘만약 현수 씨가 내가 선유 엄마라는 걸 알게 되면 선유를 딸로 받아줄까?’

‘선유를 빼앗아 가 못 만나게 하는 건 아니겠지?’

조유진은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배현수는 평소에 누구도 다가가지 못할 정도로 차가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조선유와 휴게실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 여기저기 묻히면서 아이스크림을 먹고있는 조선유를 부드럽게 바라보는 모습은 너무도 다정해 보였다.

‘얼마 만에 보는 모습인가?’

잊힐 정도로 아주 오래전에 보았던 모습이었다.

6년 동안, 조유진은 배현수와 조선유가 서로 만나는 날을 기대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정작 눈앞에서 본 이 화면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아름다웠다.

입을 막고 있던 조유진의 눈가에는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다.

...

이때, 배현수가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아저씨는 가봐야 해서 여기서 가만히 아이스크림 먹고 있어. 엄마 오시면 말씀 전해주고.”

입가에 온통 아이스크림을 묻힌 조선유는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말했다.

“근데 아저씨, 아직 저희 엄마 보지 못했잖아요.”

배현수는 습관적으로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말했다.

“다음에.”

“다음에 언제요? 아저씨 거짓말쟁이.”

남아일언 중전금이라고 했다.

“아저씨가 내준 문제를 풀게 되면 다시 만나.”

아쉬운 표정의 조선유는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그래요. 아저씨, 안녕.”

“안녕.”

배현수의 뒷모습이 흐릿하게 조유진의 시선에서 점점 멀어져갔고, 끝내 사라졌다.

조유진은 감정을 가다듬고 다시 조선유의 곁으로 갔다.

“선유야.”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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