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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오픈식 주방에서 밥하고 있던 조유진은 이 말을 듣고 동작을 멈추었다.

예전에 같이 바다를 보러 가기로 약속했었다. 인천 앞바다도 보고, 동해도 보고, 대부도도 보러 가기로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과 달랐다.

“잘못 기억하신 것 같아요. 저는 그런 말 한 적 없어요.”

배현수는 굳은 표정으로 2층 서재로 향했다.

조유진은 고개를 들어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배희봉이 조유진을 위로했다.

“아가씨, 현수가 고집이 세서 말만 저렇게 하는 것이니 신경 쓰지 마세요.”

조유진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

“아저씨, 저희 둘 엮느라고 애쓰지 마세요. 이미 약혼녀도 있고, 현수 씨는... 이제 저를 좋아하지도 않아요.”

“약혼녀요? 저는 모르는 사실인데요? 아가씨한테 거짓말한 거 아니에요?”

조유진은 진상을 파헤치고 싶지 않았다.

송인아가 약혼녀든 아니든 배현수와 더는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배희봉은 어느 정도 눈치 있는 사람이었다.

“아가씨도 그렇고 현수도 그렇고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 왜 감정을 어렵게 대하는 거예요? 만약 약혼녀가 있었다면 아가씨를 집으로 불렀겠어요? 만약 정말 미워한다면 보기도 싫은 마당에 집까지 불렀겠어요?”

조유진은 침묵했다.

배희봉은 주방에 가서 과일 접시를 그녀의 손에 쥐어주더니 말했다.

“저는 나이를 먹어서인지 혈당이 높아서 이런 과일 먹지도 못해요. 현수가 멜론 좋아하는데 얼른 가져다주세요.”

조유진은 머뭇거렸다.

그러자 배희봉이 재촉했다.

“얼른요. 말은 저렇게 해도 달래면 곧 풀려요.”

...

손에 멜론이 담긴 접시를 든 조유진은 2층 서재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그녀는 문을 열었다.

“과일 좀 깎았는데 아저씨는 혈당이 높으셔서 못 드신다고 해서 현수 씨한테...”

“아버지 저혈당이야. 고혈당 앓으신 적 없어.”

“...”

입구에서 들어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었다.

“아저씨께서 현수 씨 멜론 좋아한다고 하셔서...”

“나 단 거 싫어하는 거 알잖아. 날 알고 지낸 지 하루 이틀이야?”

배현수는 쌀쌀맞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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