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지 않은 곳의 한 구석.조유진은 도둑처럼 벽 뒤에 숨어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녀는 배현수가 허리를 숙여 아이스크림을 조선유에게 건네는 모습을 보았다.그리고 사랑스럽게 조선유의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까지 보았다.함께 줄 서서 아이스크림을 사고, 도넛 가방을 메고 힘들면 배현수의 다리에 기대는 모습은 마치 아빠와 딸이 쇼핑하는 모습이었다.자신이 나타나면 이 아름다운 장면이 깨질까 두려워 차마 다가가지 못했다.‘만약 현수 씨가 내가 선유 엄마라는 걸 알게 되면 선유를 딸로 받아줄까?’‘선유를 빼앗아 가 못 만나게 하는 건 아니겠지?’조유진은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배현수는 평소에 누구도 다가가지 못할 정도로 차가운 사람이었다.하지만 조선유와 휴게실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 여기저기 묻히면서 아이스크림을 먹고있는 조선유를 부드럽게 바라보는 모습은 너무도 다정해 보였다.‘얼마 만에 보는 모습인가?’잊힐 정도로 아주 오래전에 보았던 모습이었다.6년 동안, 조유진은 배현수와 조선유가 서로 만나는 날을 기대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정작 눈앞에서 본 이 화면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아름다웠다.입을 막고 있던 조유진의 눈가에는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다....이때, 배현수가 시간을 확인했다.“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아저씨는 가봐야 해서 여기서 가만히 아이스크림 먹고 있어. 엄마 오시면 말씀 전해주고.”입가에 온통 아이스크림을 묻힌 조선유는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말했다.“근데 아저씨, 아직 저희 엄마 보지 못했잖아요.”배현수는 습관적으로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말했다.“다음에.”“다음에 언제요? 아저씨 거짓말쟁이.”남아일언 중전금이라고 했다.“아저씨가 내준 문제를 풀게 되면 다시 만나.”아쉬운 표정의 조선유는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그래요. 아저씨, 안녕.”“안녕.”배현수의 뒷모습이 흐릿하게 조유진의 시선에서 점점 멀어져갔고, 끝내 사라졌다.조유진은 감정을 가다듬고 다시 조선유의 곁으로 갔다.“선유야.”“엄마
조선유는 조유진의 손을 꼭 잡더니 말했다.“엄마, 우리 이제 집에 가자.”조유진은 그제야 생각났는지 물었다.“선유야, 아저씨를 어떻게 알게 된 거야?”“입원했을 때 초윤이 이모가 사준 간식 주머니에 잡지 하나 있었는데 그 잡지 모델이 바로 아저씨였어! 혼자 심심해서 병실에서 나왔다가 딱 아저씨를 마주쳤어.”“왜 병원에 가셨대?”“아저씨 아빠도 편찮으셔서 병문안 왔다고 했어.”“그럼, 무슨 얘기를 했는데?”딸기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던 조선유는 눈을 빙그르르 돌리더니 한참 생각한 뒤 말했다.“아무것도 말 안 했어. 그저 이름을 알려드렸더니 듣기 좋다고 칭찬해 주셨어!”조유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선유야, 잠시 아저씨랑 너무 친하게 지내지 않겠다고 엄마랑 약속할 수 있어?”“왜?”“누구인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도 모르잖아. 엄마가 걱정되어서 그래.”너무 갑작스러웠다.조유진은 어떻게 이 상황을 설명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조선유와 함께 배현수를 피해다닐 수밖에 없었다.조선유는 실망했지만 그래도 엄마가 한 말이 맞는다고 생각했다.그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근데 아저씨 정말 좋은 사람이야!”조유진은 멈칫했다.조선유를 바라보면서 잠깐 생각에 잠겼다.‘알게 된 지 고작 한 달밖에 안 되었는데 현수 씨를 이렇게나 좋아하다니.’그때 신준우도 조유진에게 무척 잘해주었지만, 배현수만큼 좋아하지 않았다.‘설마, 피는 못 속이는 건가?’친 부모 자식이라 처음 본 순간부터 서로 끌렸다....오늘은 배희봉이 퇴원하는 날이었다.병원에 도착한 서정호는 퇴원 수속을 밟고 있었다.배현수는 직접 배희봉의 짐을 싸고 있었다.배희봉은 쑥스러워하면서 말했다.“바쁠 텐데 직접 데리러 오고. 진작에 나아서 혼자서도 집에 갈 수 있어.”“작은 수술이 아니에요. 집에 돌아가셔서도 회복 잘하셔야 해요. 이참에 아버지 집 말고 우리 집에서 한동안 지내는 거 어때요?”“아니야, 습관이 안 돼. 그 큰 집 주위에 이웃 하나 없
그때 육씨 가문과 거래가 있었던 조씨 가문에서 기사를 하던 배희봉은 육성준의 보살핌을 받았다.마음씨가 착한 배희봉은 갓 태어난 아이를 차마 보육원에 보내지 못해 직접 키우게 되었다.그 아이가 바로 배현수였다.배현수의 성씨는 실제로 육 씨였다.배현수가 만 18세가 되던 해에야 진짜 신분을 알려주었다.예지은의 말이 나오자, 배현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아버지 집에 모셔다드리고 보러 갈 거예요.”“그래, 사모님한테 안부 인사 전해주고.”...차 번호가 99가9999인 블랙 마이바흐가 대 제주시 교외의 한 요양원을 향했다.배현수는 과일바구니와 하얀 장미를 들고 갔다.병실은 텅 비어있었고 예지은은 보이지 않았다.배현수가 물건을 내려놓고 찾아보려고 할 때, 예지은은 간호사에 의해 끌려왔다.아주 흥분된 상태였다.“거짓말 아니라니까? 원수를 보았다고. 그년 남편이 우리 남편을 죽였어! 여기서 쫓아내야 한다고! 그 집은 온 가족 모두 나쁜 사람들이야! 나쁜 사람! 쫓아내야 해!”간호사는 그녀를 토닥토닥 달래주었다.“알았어요, 사모님. 이따 그 나쁜 사람 쫓아낼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해드릴게요.”“그래, 그래.”간호사는 고개를 들었다가 배현수가 병실 입구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대표님, 오셨어요? 어머님이 사람을 잘 못 봐서 흥분하신 거 같아요. 이야기를 나누시다 보면 진정하실 거예요.”예지은은 배현수를 보자마자 그의 옷깃을 잡으면서 말했다.“성준 씨, 저 보러 온 거예요? 왜 그동안 보러오지 않았어요? 많이 바빴어요?”간호사는 한숨을 내쉬었다.‘사모님 상태를 봐서는 가망이 없겠네.’‘아까까지만 해도 남편이 죽었다고 하더니 지금은 또 아드님이 남편인 줄 아시고.’“대표님이 오셨으니 저는 두 분 방해되지 않게 이만 물러가겠습니다.”배현수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곧이어 간호사는 이곳을 떠났다.배현수는 예지은의 손을 잡고 병실로 들어갔다.예지은은 침대 머리맡에 놓인 하얀 장미를 보더니 미소를
조유진이 10살 되던 해, 온정희는 조범의 실수로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식물인간이 되었다.배현수는 조유진과 연애할 때 몇 번 온정희를 보러온 적이 있었다.그때 온정희는 아직 의식이 없을 때였고 이 요양원에도 있지 않았다.사실 온정희는 배현수 실물을 처음 보는 것이었다.그녀는 배현수에게 가까이하더니 웃으면서 말했다.“맞네, 내가 사람을 잘못 봤는 줄 알았네.”온정희는 조유진의 핸드폰에서 배현수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배현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온정희가 물었다.“가족 만나러 온 거예요?”“어머님, 별일 없으시면 이만 가보겠습니다.”별로 할 말이 없다는 뜻으로 들렸다.배현수는 옛정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차갑기만 했다.“현수 씨한테 줄 물건이 있어요.”온정희는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내더니 그에게 건넸다.배현수는 멈칫하고 말았다.“이 반지가 왜 어머님께 있는 거예요?”온정희는 사실대로 말했다.“저번에 유진이가 저 보러왔을 때 현수 씨한테 이미 약혼녀가 생겨서 이 반지를 다시 낄 자격이 없다면서 잔디밭에 버렸어요. 나중에 후회할까 봐 잔디를 깎으시는 직원분한테 부탁해서 찾아달라고 했어요. 이제 주인한테 돌려주려고요.”...블랙 마이바흐 차 안.뒷좌석에 앉은 배현수는 이미 닳고 닳은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반지 안에는 S & Y라는 이니셜이 박혀있었다.이 커플 반지는 배현수와 조유진이 함께한 첫날 한 반지 가게에서 특수제작한 반지였다. S & Y 이니셜도 배현수가 직접 새겨넣은 것이다.그때까지만 해도 둘은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맞이하게 될 줄 몰랐다.온정희가 한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6년 전, 유진이가 일부러 배신한 거 아니에요. 조범 씨가 저를 이용해서 유진이한테 거짓 증언을 해달라고 협박했어요. 현수 씨, 탓하려면 저를 탓하세요. 유진이는 진심이었어요. 만약 복수하고 싶다면 저한테 하시고 제발 유진이는 놓아주세요. 몇 년간 너무 고통스러워했어요.”“이 반지는 유진이가 잃어버렸지만 돌고 돌아 다시 현수 씨 손에 갔으니 현수
조유진은 서정호의 연락을 받고 급히 산성 별장으로 향했다.비록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예의상 초인종을 눌렀다.문이 열리고, 조유진과 배희봉은 서로를 마주한 순간 멈칫하고 말았다.배희봉이 먼저 반응하면서 말했다.“아가씨... 어, 어떻게 오셨어요? 현수가 불렀어요?”배희봉은 슬쩍 미소를 지었다.배현수가 드디어 조유진을 이미 용서했는 줄 알았다.배희봉은 얼른 그녀를 맞이했다.“아가씨, 서 있지 말고 얼른 들어오세요. 밖이 더워요.”배희봉은 예전처럼 반갑게 맞이했다.집에 들어선 조유진은 왠지 모르게 죄책감이 들었다.“아저씨, 저 조씨 가문에서 나온 지도 오래됐는데 아가씨라고 부르지 않으셔도 돼요.”“아가씨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부터 조씨 가문에서 일했어요. 아가씨가 크는 것도 옆에서 지켜봤죠. 아가씨만은 착하셔서 저희 하인들한테 잘해주셨죠. 여름에 시원한 음료수도 챙겨주시면서요. 한번은 제가 아파서 조 시장님 스케줄이 지연되어 저를 해고하려던 것을 아가씨께서 막아주셨죠.”조유진은 더욱 미안했다.“사소한 일인데요, 뭐. 저 때문에 현수 씨가 감옥까지 갔다 왔는데 아저씨는 저 원망스럽지 않으세요?”“저는 아가씨한테 말 못 할 사정이 있다고 믿어요. 아가씨처럼 착하신 분이 변한다고 해도 어디 쉽게 변하겠어요? 입장을 바꿔서 저였다면, 혹은 현수였다면 아가씨보다 더 잘 해내지도 못했을 거예요.”“아저씨, 잘못한 건 잘못한 거예요. 제 편을 들어주지 않으셔도 돼요.”오히려 자신을 미워했으면 했다.배희봉이 이해하려고 할수록 더 죄책감이 들어 자신을 미워하게 되었다.어떻게 해야 지은 죄를 용서받을 수 있을지 도무지 몰랐다.“아가씨...”배희봉이 무언가 더 말하려고 할 때, 문이 갑자기 열렸다.두 사람의 시선은 입구로 향했다.집으로 돌아온 배현수는 다가가지 못할 정도로 차가웠다.“밥하러 오라고 했지 수다 떨러 오라고 한 건 아니야.”조유진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배희봉에게 물었다.“아저씨, 저녁에 뭐 드시고 싶으세요?
오픈식 주방에서 밥하고 있던 조유진은 이 말을 듣고 동작을 멈추었다.예전에 같이 바다를 보러 가기로 약속했었다. 인천 앞바다도 보고, 동해도 보고, 대부도도 보러 가기로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과 달랐다.“잘못 기억하신 것 같아요. 저는 그런 말 한 적 없어요.”배현수는 굳은 표정으로 2층 서재로 향했다.조유진은 고개를 들어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배희봉이 조유진을 위로했다.“아가씨, 현수가 고집이 세서 말만 저렇게 하는 것이니 신경 쓰지 마세요.”조유진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아저씨, 저희 둘 엮느라고 애쓰지 마세요. 이미 약혼녀도 있고, 현수 씨는... 이제 저를 좋아하지도 않아요.”“약혼녀요? 저는 모르는 사실인데요? 아가씨한테 거짓말한 거 아니에요?”조유진은 진상을 파헤치고 싶지 않았다.송인아가 약혼녀든 아니든 배현수와 더는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다.배희봉은 어느 정도 눈치 있는 사람이었다.“아가씨도 그렇고 현수도 그렇고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 왜 감정을 어렵게 대하는 거예요? 만약 약혼녀가 있었다면 아가씨를 집으로 불렀겠어요? 만약 정말 미워한다면 보기도 싫은 마당에 집까지 불렀겠어요?”조유진은 침묵했다.배희봉은 주방에 가서 과일 접시를 그녀의 손에 쥐어주더니 말했다.“저는 나이를 먹어서인지 혈당이 높아서 이런 과일 먹지도 못해요. 현수가 멜론 좋아하는데 얼른 가져다주세요.”조유진은 머뭇거렸다.그러자 배희봉이 재촉했다.“얼른요. 말은 저렇게 해도 달래면 곧 풀려요.”...손에 멜론이 담긴 접시를 든 조유진은 2층 서재 문을 두드렸다.“들어오세요.”그녀는 문을 열었다.“과일 좀 깎았는데 아저씨는 혈당이 높으셔서 못 드신다고 해서 현수 씨한테...”“아버지 저혈당이야. 고혈당 앓으신 적 없어.”“...”입구에서 들어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었다.“아저씨께서 현수 씨 멜론 좋아한다고 하셔서...”“나 단 거 싫어하는 거 알잖아. 날 알고 지낸 지 하루 이틀이야?”배현수는 쌀쌀맞게
조유진이 멈칫했다.“어... 어떻게 반지가 현수 씨한테 있어요? 분명...”“분명 버린 거라고?”배현수는 비웃듯이 말했다.“어디서 찾았어요?”“의미 없는 반지나 찾고 있을 시간이 없어. 요양원에 친척분 만나러 갔다가 어머님 만났어. 이 반지는 어머님이 직원분한테 찾아달라고 한 거야.”배현수는 뒤돌아 다시 자리에 앉더니 반지를 툭 책상에 던졌다.쓰레기 취급하듯이 말이다.조유진은 입술을 깨물었다.“대표님께서 이 반지가 아무 의미 없다고 하셔서 버린 건데, 뭐 잘못되었나요?”“잘못된 거 하나도 없어. 이 쓰레기 챙겨서 나가.”배현수는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그녀에게 전혀 시선을 주지 않았다.말투는 아무 감정이 없을 정도로 차가웠다.그가 말한 쓰레기는 바로 그 반지였다.조유진은 반지를 꼭 쥐더니 서재를 떠났다.책상 앞에 앉아있던 배현수는 손에 펜을 쥐고 있었다.조유진이 문을 닫은 순간, 그는 아무 표정도 없이 처참히 그 펜을 부러뜨렸다.눈빛은 어둡기만 했다.마치 조유진의 목을 부러뜨린 것만 같았다....조유진은 남초윤에게 조선유를 맡겼다.둘째 날 아침, 배현수와 함께 인천으로 향했다.4시간의 운전 끝에 인천의 한끝에 도착했다.인천은 바다와 가까워 하늘이 푸르렀다.블랙 마이바흐는 해상 고가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뒷좌석에 앉아있던 조유진은 자기도 모르게 이 풍에 시선이 끌렸다.이때는 오후라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다.오후, 반짝반짝 빛나는 햇빛이 푸르른 해면을 비추고 있어 그 물색은 비단결처럼 고왔다.그녀는 차창 밖으로 바다를 내다보았다.배현수는 그런 그녀를 쳐다보았다.6년 전 생일날, 조유진은 소원을 빈 적이 있었다.바로 배현수와 같이 바다를 보러 가는 것이었다.그때 배현수는 방학이 되면 그녀와 같이 인천에 놀러 오기로 했다.하지만 그 후로... 이번이 처음 같이 바다를 보러 온 것이었다.앞에서 운전하던 서정호는 아름다운 바다 경치에 창문을 내렸다.습한 바닷바람이 열기와 함께 차 안까지 불어왔다.조유진은
그녀는 의식적으로 어두컴컴한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을 입구는 많이 좁아 보였다.“여기 어디예요? 뭐 하러 온 거예요?”배현수가 말했다.“차에 있어. 잠깐 서 비서와 일 해결하고 올게.”배현수와 서정호는 차에서 내려 마을로 들어갔다.조유진은 차창에 기대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더니 왠지 모르게 불안감이 엄습했다.‘출장이라고 하더니 왜 이런 인적 드문 마을로 온 거지?’이 마을은 가로등마저 어두웠고 불을 밝히고 있는 집이 몇 집 없을 정도로 이곳에서 사는 사람이 적어 보였다.배현수의 핸드폰이 차에 남겨졌다.조유진은 안심되지 않아 그의 핸드폰을 들고 차에서 내려 그들의 뒤를 따랐다....배현수와 서정호는 마을 끝자락에 있는 한 집 앞에 도착했다.“대표님, 바로 여깁니다. 여정민이 사는 곳입니다.”배현수가 문을 두드렸을 때, 안에서는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조유진은 헐레벌떡 문 앞까지 쫓아왔다.“대표님, 여기 핸드폰...”문이 열리고, 날카로운 비수가 어둠 속에서 반짝이면서 배현수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조심해요!”조유진은 배현수의 앞을 막아섰다.날카로운 비수가 조유진의 살을 푹 찔렀다.그대로 왼쪽 가슴에 박히고 말았다.고개를 숙여 내려다보았을 때 왼쪽 가슴에서는 피가 철철 넘쳐흐르고 있었다.배현수는 긴 다리를 뻗어 습객을 발로 차버렸다.습객은 반응이 빨라 벌떡 일어나더니 밖을 향해 뛰쳐나갔다.서정호가 뒤쫓으려고 하자 배현수가 말렸다.“여정민도 다쳤어! 사람부터 구해!”집 안, 여정민은 온몸이 피범벅이 된 채 바닥에 쓰려져있었다.서정호는 바로 기절한 여정민을 부축했다.배현수도 품속에 있는 조유진을 번쩍 들어서 안았다.“병원으로 가!”...블랙 마이바흐는 고속도로를 타고 제일 가까운 중구 병원으로 향했다.왼쪽 가슴에 비수가 꽂힌 조유진은 온몸이 피투성이였다.여정민 역시 여러 군데 칼에 찔려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중구 병원은 이런 환자를 살려낼 자신이 없었다.구급차로 바로 시 병원으로 옮겨졌다.배현수는 조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