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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9화

대제주시 주변의 작은 도시, 강성의 어느 작은 마을.

때아닌 오래된 집 앞에 선 검은 차 한 대가 서 있었다. 낡은 마을 거리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서정호는 운전석에 앉아 손목에 있는 시계를 봤다.

“세 시간이 넘었는데 더 기다릴까요?”

앞서 서정호는 98년 6월 6일 저녁, 병원 산부인과 당직자 명단을 확보했다.

배현수는 명단에 있는 예지수라는 간호사를 중점적으로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어렵게 그녀의 주소를 알아냈지만 오늘 직접 찾아보니 기다린 지 3시간이 넘었는데도 보이지 않았다.

서정호가 걱정하듯 물었다.

“벌써 이사 간 거 아닐까요?”

“조금만 더 기다려 봐.”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백미러에 가냘프고 수척한 중년 여인의 모습이 들어왔다.

이 여자는 수수한 옷차림이었지만 세련되어 보였다. 늙어 얼굴에 주름살이 져도 젊은 시절의 청아한 그림자가 어렴풋이 비치고 있었다.

예지은과 용모가 어느 정도 닮았다.

배현수와 서정호라는 낯선 얼굴이 예지수 앞에 나타나자 의아한 듯 물었다.

“두 분은?”

배현수는 직접 말했다.

“예지은의 아들 배현수예요.”

예지수는 얼떨떨한 게 분명했다.

그녀는 멍하니 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네가... 네가 정말 내 사촌 언니의 아들이야?”

몇 마디 인사를 나눈 후 예지수는 그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그리고 물 두 잔을 따라 가지고 왔다.

“집이 누추하니 소파에 앉아.”

배현수는 고개를 약간 끄덕이며 말했다.

“괜찮아요. 오늘 온 이유는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예요.”

예지수는 자리에 앉아 배현수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네가 이렇게 컸어. 그때 마지막으로 너를 본 것이 기억나. 네가 겨우 이만큼 컸을 때야. 아직 세상 물정도 몰랐고. 너는 내가 기억나지 않지?”

어른이 된 사람들은 보통 네댓 살 이전의 기억이 없다.

배현수는 당연히 예지수를 기억하지 못했다.

예지수는 그를 보며 말했다.

“아버지 젊었을 때와 많이 닮았네. 요 몇 년 동안 어머니는 잘 있어?”

배현수는 솔직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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