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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서정호가 곧바로 일을 처리하러 몸을 돌려 문 앞까지 가자 등 뒤에서 배현수의 오만하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앞으로 조유진이 회사에서 괴롭힘 받는 얘기는 나한테 보고 안 해도 돼. 난 관심 없어.”

“알겠습니다.”

서정호가 정말로 알아듣긴 한 것인지 의문이었다.

서정호가 사무실을 떠나자 배현수는 손에 들려져 있던 계약서를 책상 위에 내팽개쳐 버렸다. 계약서가 도무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가슴속이 답답하고 응어리가 맺힌 듯이 꽉 막힌 느낌이 들었다.

배현수는 시선을 내려 담배꽁초에 데여 옅은 회색의 흉터가 남은 자신의 손가락을 내려다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요즘 따라 이러한 화상이 한층 한층 쌓여만 갔다.

꼭 그의 마음처럼 말이다. 배현수는 자신이 조유진에 한정해 몇 번이나 마음이 약해진 것인지 이제 셀 수도 없었다.

SY 그룹 단지 내 10호동의 옥상은 공용 카페이고 카페의 한쪽 나무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 또 다른 작은 옥상이 나온다.

그곳은 사람이 많지 않아 매우 아늑하고 조용했다.

조유진은 커피를 사 들고 작은 옥상으로 올라가 바람을 쐬고 있었다.

요 며칠 조유진은 마케팅 부서 내에서 왕따를 당하다 못해 더 버틸 자신이 없어졌다. 조유진도 그만둘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었다.

하지만 SY 그룹을 떠나면 그녀는 한동안 부동산 판매 공제보다 금액이 더 높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집을 한 채만 팔아도 선유의 수술비를 마련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고 다름 아닌 선유 유치원 선생님께서 걸려온 전화였다.

“안녕하세요. 혹시 조선유 부모님이신가요?”

“네. 제가 선유 엄마입니다. 선생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

“아, 다름 아니라 저희가 내일에 가족 활동을 진행할 예정인데 혹시 오후 두 시쯤에 아이 아버지와 함께 참여하실 수 있으세요?”

조유진은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선생님, 혹시 저 혼자 가는 건 안되나요? 아이 아버지는 아마…못 갈 것 같아요.”

“그래요? 알겠어요. 그래도 오실 수 있다면 될수록 오시는 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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