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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6화

전화 너머의 조유진은 순간 멈칫했다.

입을 벌려 무엇인가 말하기도 전에 배현수의 침착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한 시간 정도면 진주에 도착할 것 같아. 호텔의 구체적인 위치를 알려줘.”

조유진은 휴대전화를 쥔 채 아무런 대답 없이 한참 동안 멍하니 있었다.

배현수가 불렀다.

“유진아?”

조유진은 급히 ‘어’라고 외쳤다. 그리고 바로 호텔 위치와 방 번호를 알려줬다.

전화기 너머로 경미한 자동차 주행 소리가 들려왔다.

조유진은 문득 무엇인가 생각난 듯 말했다.

“서 비서님과 같이 안 있었어요?”

“새벽이잖아. 서정호를 부르면 적어도 40, 50분은 늦어.”

서정호는 도시 외곽에 살고 있다.

한편 배현수가 살고 있는 산성 별장은 뉴타운 근교에 있다. 두 곳의 거리가 좀 멀다.

조유진은 살짝 흐느끼는 목소리로 물었다.

“앞이 잘 보여요? 너무 위험하지 않아요?”

“자율주행 시스템을 장착해 큰 문제는 없어.”

그의 목소리는 예전과 다름없이 차분했다. 마치 이 모든 행동이 평소와 같은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미친 짓이다.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이 한밤중에 혼자 차를 몰고 진주시로 그녀를 찾으러 왔다. 서 비서더러 운전하라고 부르지 않은 것은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유진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눈시울을 붉혔다.

“현수 씨, 나 그저 악몽 꾼 것뿐이에요.”

“알고 있어.”

“한밤중에 차를 몰고 올 필요는 없어요. 낮에 비행기를 타거나 서 비서님에게 운전 부탁해서 와도 돼요.”

이번에는 배현수가 몇 초 동안 침묵을 지켰다.

서로 말이 없는 통화 사이에 작고 가벼운 전류 소리가 들렸다.

배현수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너 지금 내가 필요하잖아. 낮에는 슬퍼하지 않을 텐데 그때 가서 뭘 해?”

뜨거운 눈물이 이불 위에 떨어졌다.

이 말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서로만이 알 것이다.

그녀가 스위스에서 유산했을 때, 그녀가 그를 가장 필요로 했을 때, 그가 곁에 있어 주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조유진은 가볍게 코를 훌쩍였다.

“그럼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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