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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5화

배현수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 앉았다.

“유진아?”

몇 번을 외쳤지만 반응이 없다.

배현수가 이불을 젖히고 침대에서 내려오려 할 때 전화기에서 은은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을 반쯤 차린 그는 침대 머리맡에 앉아 손을 들어 눈썹을 만지작거렸다.

“유진아, 말 좀 해. 왜 울어?”

전화기 너머의 조유진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손을 들어 눈물을 훔쳤다. 목이 멘 듯 계속 울먹였다.

휴대전화를 들고 잔뜩 웅크린 채 쉰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악몽 꿨어요.”

“무슨 악몽?”

조유진은 한참 침묵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스위스에서 유산하는 꿈을 꿨는데 여권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스위스 그 집에 갇혀 출구를 찾지 못했어요. 선유와 셀리나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요. 나 혼자 안에 있었어요. 이곳저곳 다 돌아다녔지만 문이 굳게 잠겨 있었어요. 창문까지 꼭 닫혀 바람이 잘 통하지 않았어요. 창문을 깨고 나가려고 하는데 밖에서 갑자기... 갑자기 피투성이의 아기들이 나타나서... 우렁찬 울음소리가...”

그리고 놀라서 깼다.

배현수는 조유진에게 별일 없는 것을 확인하고 한시름 놓았다. 무슨 일이 발생한 줄 알았다.

하지만 한숨을 내쉬며 미처 진정할 겨를도 없이 가슴 부위에 또 한 번의 충격과 함께 둔한 통증이 느껴졌다.

이 꿈은 정말 기괴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조유진이 이 악몽을 꾸는 것이 현실과 아예 동떨어진 것도 아니다.

이제 막 유산한 지 아직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마음의 상처는 몸의 상처보다 더 클 수 있다.

그녀 자신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잠재의식 속의 상처가 더 치명적인 법이다.

“현수 씨, 잠이 안 와요. 너무 무서워요. 휴대폰 배터리가 거의 없어요.”

말을 할수록 조유진은 점점 더 흐느꼈다. 배현수의 심장도 점점 더 답답했다.

배현수가 한마디 달랬다.

“불부터 켜.”

조유진은 ‘네’라고 대답한 뒤 불을 켰다.

불을 켜자 악몽도 조금씩 사라졌다.

이불을 끌어안은 조유진은 침대 머리맡에 기댔다. 이마엔 땀이 맺혀 있었다.

배현수는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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