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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호텔 방 스탠드를 끈 조유진은 베개 옆에 휴대전화를 둔 채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화 끊을까요?”

“완전히 잠들고 나면 끊어.”

조유진은 이불 안에서 한 바퀴 돌며 휴대전화를 더 가까이 가져가더니 입꼬리를 올렸다.

예전에 두 사람이 연애할 때, 이렇게 자주 보이스 톡을 했다.

할 말이 없거나 상대방이 바빠도 계속 보이스 톡으로 통화하면서 각자 할 일을 했다.

옆에 없어도 항상 같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것처럼 말이다.

이 밤이 7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

...

강가에서 육지율은 한껏 흥분한 기분으로 손에 외투를 들고 불야항 바에서 나왔다.

멀지 않은 난간에 기대어 눈살을 찌푸리더니 어수룩한 모습으로 말했다.

“유진 공주님, 저는 지금 몇 점입니까?”

육지율은 이상한 말투로 괴상하게 배현수의 말을 따라 했다.

배현수는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여기 있은 지 얼마나 됐어?”

“유진 공주님, 이 말할 때부터.”

육지율은 비아냥거렸다.

“유진 공주와 전화할 때 얼마나 몰입하면 옆에 사람이 이렇게 오래 서 있는데도 모르는 거야?”

배현수는 강을 바라보며 코웃음을 쳤다.

“왜, 눈에 거슬려? 거슬리면 여기로 뛰어들던가.”

육지율은 입을 달싹였다.

“배현수, 너 정말. 연애에 빠져서는! 구린내 나 죽겠어! 연애질 많이 하면 일찍 죽는 거 알아?”

배현수는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빨리 죽든 늦게 죽든 너처럼 혼자 늙어 죽는 것보다 낫지.”

“지금 누구 말하는 거야?”

“이렇게 똑똑히 말하는데도 못 알아들었어? 모른 척하기는.”

육지율은 이를 악물었다.

“X발!”

배현수는 통화 중인 휴대전화를 들고 그에게 흔들었다.

“간다. 집에 가서 마누라와 얘기해야 해서.”

육지율은 배현수가 걸어가는 방향을 향해 발길질했다.

“결혼했어? 혼인 신고 했어? 유진 공주가 시집가기로 약속했어? 그런데 웬 마누라는! 상대방이 원하는지도 봐야지!”

“어떤 집 마누라는 있으나 마나 하던데. 아무리 늦게 들어가도 전혀 신경 쓰지 않더라고. 누구는 마누라가 없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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