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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3화

휴대전화를 잡고 있는 조유진의 손가락이 살짝 떨렸다. 나지막한 그의 목소리는 마치 가까운 곳에서 속삭이는 듯 귓불이 뜨거웠다.

배현수는 비아냥거렸다.

“왜 말이 없어? 나 위로해주고 싶지 않은 거야?”

아이까지 낳았지만 사실 친밀한 스킨십의 횟수는 많지 않다.

7년 사이 겨우 20여 차례였다.

조유진이 부끄러워하는 게 어쩌면 당연했다. 그녀는 투덜거리며 말했다.

“그냥 친구부터 하자면서요? 배 대표님, 설마 이렇게 쉽게 모든 일들을 처리하나요?”

두 사람이 알고 지낸 시간은 매우 긴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평범한 연애를 하고 동거하는 커플보다 어쩌면 더 짧은 지도 모른다.

심지어 배현수는 육지율과 함께 있는 시간이 더 길었다.

조유진은 두 사람의 감정과 순서가 늘 혼란스럽다고 생각했다.

모르는 사람은 그들이 이미 한 번 이혼한 줄 안다.

그러나 그들은 구청에 가서 신고한 적조차 없다.

남초윤은 늘 본인이 육지율과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 사이도 아닌 두 사람은 혼인 신고한 지도 벌써 3년 가까이 된다.

그녀와 배현수가 정상이 아닐까, 아니면 남초윤과 육지율이 비정상인 것일까?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혼인 신고를 하는 것을 조유진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차라리 평생 혼자 살지언정 말이다. 외롭게 살면 살았지 결혼 자체에 대한 로망은 없다.

하지만 상대가 배현수이기 때문에 결혼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배현수는 담담하게 웃더니 손에 낀 담배를 한 모금 빨았다.

“쉽게 해결하려 한다고? 쉽게 구청까지 갔으면 좋겠네.”

조유진이 귀띔했다.

“배 대표님, 수습 기간이 아직 안 지났네요. 오늘 강이찬 씨와 사이가 틀어져서 말하고 싶지 않고 기분이 안 좋은 건 이해해요. 현수 씨는 늘 자기감정을 숨기려 하니까요. 이건 감점 요소인 것을 알죠?”

그 말을 들은 배현수는 어이가 없었다.

“유진 공주님, 그럼 저는 지금 몇 점입니까?”

조유진은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눈사람을 만들었으니까 10점 더할게요. 백소미에게서 나를 구했으니까 그것도 1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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