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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4화

...

저녁.

조유진은 엄명월을 따라 신라호텔로 가 꼭대기 층에 있는 전망이 좋은 식당에 도착했다. 엄명월은 배가 아프다며 조유진을 자리에 혼자 남겨두었다.

잠시 후, 엄명월의 꿍꿍이 수작을 알아차린 조유진은 자리를 뜨기 위해 말했다.

“배 대표님, 엄 팀장님이 갑자기 생리 중이라고 저더러 생리대를 사달라고 하네요.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어설프고 합리적인 이유를 꾸며대며 자리에서 일어서려 할 때 뒤에 있는 남자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배현수는 뒤에 서서 허리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엄 팀장님, 안 올 거야.”

조유진은 어색하게 웃었다.

“설마 변기에 빠진 거 아닐까요? 그럼 내가 가서...”

“유진아.”

배현수는 굳은 얼굴로 그녀를 불렀다. 얼굴은 매우 엄숙해 보였다.

“성남에 온 이후로 너 계속 나를 피해. 전에 선유와 스위스로 가라고 한 것은 내가 잘못했어. 숨기지 말았어야 했는데... 저번에 서로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잖아. 지난 보름 동안 충분히 시간을 줬어. 성남에 오래 있다 보니 나라는 사람마저 잊어버린 것 아니야?”

조유진은 달싹이더니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배현수는 그녀의 턱을 잡고 억지로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강경한 말투로 한마디 했다.

“얘기해봐.”

냉전 때마다 조유진은 배현수를 공기처럼 무시했다. 남들과는 정상적으로 웃고 떠들었고 엄명월과도 여러 번 눈을 마주쳤다.

배현수는 가슴이 미어지는 듯 시큰시큰했다.

조유진에게 이틀 가까이 무시당하니 그동안의 인내심은 싹 사라졌다.

그녀를 뼛속까지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솟구쳤다. 그녀의 왼손을 감싼 후, 창가에 누르더니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키스하려고 했다.

보름 만에 만났다. 배현수라는 사람을 잊었다면 다시 기억을 되살려주는 것도 괜찮았다.

품에 안긴 조유진은 쓸데없이 몸부림치는 작은 새처럼 보였다.

그녀의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다 보니 문득 손에 아무것도 없는 것이 느껴졌다. 커플링과 핑크 다이아몬드를 착용하지 않았다.

배현수는 고개를 숙이고 물었다.

“반지는? 왜 안 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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