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49화

호텔로 돌아가는 길.

뒷좌석에 기대앉은 배현수는 안경을 벗고 두 눈을 감았다. 미간에는 깊은 고민의 흔적이 보였다.

손을 뻗어 코트 주머니에 있는 담뱃갑을 꺼내려 했지만 주머니는 텅 비어 있었다.

성남에 급하게 오느라 담배와 라이터를 안 가져왔던 것이다.

남자가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자 서정호가 말했다.

“앞에 가게가 있는 것 같은데 이따가 차 세워서 담배 한 갑 사 올까요?”

배현수는 ‘응’이라고 대꾸했다.

잠시 후 차는 길옆에 멈춰 섰다.

서정호는 담배를 사러 가게에 갔다.

배현수는 뒷좌석에 몸을 기대고 안경을 쓴 채 눈을 천천히 떴다.

성남의 겨울밤은 대제주시보다 습하고 춥다.

창문을 열자 한 줄기 눅눅한 찬 바람이 불어와 안 좋은 기분을 약간 날려 버렸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가로등 밑에서 한 커플이 싸우고 있다.

목청이 터져라 심하게 다투고 있었다.

그와 조유진은 평생 이렇게 뜨겁게 싸우지 않을 것이다.

무슨 영문에서일까? 왠지 모를 호기심에 차창을 반쯤 내렸다.

여자가 말했다.

“아빠가 오늘 너를 아주 못마땅해해! 너는 우리 집에 처음 오는데 어떻게 빈손으로 올 수 있어? 우리 아빠가 매우 기분 나빠하셔! 나와 우리 집을 무시한다고 생각한다고!”

그러자 남자가 말했다.

“너를 무시한다고? 성남에 이런 예절이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결혼도 안 했는데 무슨 규칙이 그렇게 많아?”

여자가 대꾸했다.

“물어볼 줄도 몰라? 아무리 예절을 몰라도 적어도 술 두 병과 담배 두 개 정도는 갖고 올 수 있잖아. 지금 이렇게 되었어. 아빠가 우리 결혼 허락하지 않는다고!”

남자도 화가 머리끝까지 난 듯했다.

“그래? 그럼 헤어지자는 거야?”

여자아이는 눈이 빨개진 채 입술을 깨물고 숨을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뜻이야? 진짜 헤어지자는 거야?”

“네가 헤어지자며? 그래, 헤어져! 그런 핑계 같은 거 대지 말고! 내가 처음 너희 집에 갔는데 빈손으로 와서 버릇이 없다고? 너의 아빠는 처음부터 내가 이 지방 사람이 아닌 것이 못마땅하겠지! 그래서 결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