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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4화

중요한 고객을 만나려면 이미지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 조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

엄씨 사택 안.

엄준은 하얀 바둑, 배현수는 까만 바둑알을 두고 있었다.

여러 번 수를 둔 후, 까만 바둑알은 탈출하면서 하얀 바둑알을 공격했다.

이때 엄준이 귀띔했다.

“궁지에 몰렸으니 더 뛰면 손해요.”

남자는 하얀 손으로 까만 바둑알을 집어 들더니 바둑판에 놓으며 말했다.

“엄 어르신과 달리 저는 안목이 좁아서 한순간의 안일함만을 바랄 뿐입니다.”

엄준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하나를 위해서 이 모든 것의 희생을 감수하겠다고요? 알면서도 기어코 하려는 건가요?”

하얀 바둑알이 바둑판에 떨어졌다.

까만 바둑알은 하얀 바둑알에 의해 계속 공격을 당했다.

하지만 동쪽 한편의 까만 바둑알은 오히려 활기가 넘쳤고 조금도 쇠퇴하지 않았다.

서로 수를 주고받은 지 얼마나 되었는지 모른다.

하얀 바둑알은 동쪽 한구석에 있는 까만 바둑알을 끝까지 잡을 수 없었다.

팽팽한 경기에서 도저히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엄준이 귀띔하며 말했다.

“이 바둑알을 버리면 판이 확 바뀔 거예요. 충고하는데 너무 집착하지 마세요.”

배현수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여전히 틈새로 탈출해 꿋꿋이 살아남았다.

“저는 엄 어르신과 다릅니다. 저는 이 바둑알을 위해 이 판을 시작했습니다. 만약 이 바둑알을 포기한다면 전체 판을 지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엄준은 쇠약한 눈빛으로 그를 힐끗 쳐다봤다. 그리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하나 때문에 전체를 포기한다고요? 과연 그 가치가 있을까요?”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는 남이 판단하는 게 아닙니다. 내가 가치가 있다고 느끼면 그만입니다.”

엄준은 맞은편에 앉은 젊은이를 힐끗 쳐다보더니 눈썹을 치켜뜨고 말했다.

“정말... 아깝지 않아요?”

“네, 아깝지 않습니다.”

이 말을 들은 엄준은 넋을 잃고 허허 웃었다.

“이 바둑알을 보호하려고 할수록 나는 그렇게 해 주고 싶지 않네요. 젊은 친구, 동기가 너무 일찍 드러났어요.”

바둑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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